(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67 화. 백성의 마음을 훔쳐라.

서 휴 2023. 4. 3. 11:45

 67 . 백성의 마음을 훔쳐라.

 

      태재(太宰, 위씨(寪氏) 죽었습니다.

      자기 허리띠로 목을 졸라 자살하였나이다

 

      멍청한 놈들! 잘 지키라 하였더니,

      어찌 가마에서 죽을 수 있더란 말이냐?

 

      좁은 가마 속에서 목을 맬 줄 정말 몰랐습니다.

      서둘러라빨리 깊은 숲속에 버리고

      눈에 띄지 않게 많은 검불로 덮어 놓고 오너라

 

태재(太宰화독(華督)은 그렇게 그리워하던 위씨(寪氏) 끌어안아

보지도 못하고소모품을 버리듯 귀한 목숨만 죽게 했다.

 

       주공큰일이 났습니다

       공보가와 가족들이 몰살당하였사옵니다

 

       무엇이라고 누구의 소행이냐?

       흥분한 군중이 몰려오자,

       태재(太宰)가 휩쓸린 것 같습니다.

 

       태재(太宰화독(華督)이 그럴 리가 있겠느냐?

       냉큼 쫓아가 태재(太宰)를 들라 하라

 

       주공태재(太宰화독(華督)께서는

       크게 몸살이 났다며 내일 뵙겠다고 하옵니다.

 

       뭣이이 위급한 판에 들어올 수 없단 말이냐?

       저런 괘씸한지고다시 연락해 들어오라 해라

 

       만약, 화독(華督)이 오지 않겠다고 하면

       군정(軍正)을 보내 잡아 오도록 하라

 

태재 화독은 송상공(宋殤公)의 증조부(曾祖父)인 송대공(宋戴公)

손자이며, 송상공(宋殤公)의 신뢰를 받고있는 공족(公族)이었다.

 

송상공(宋殤公)의 전갈을 가지고 나온 내관을 돌려보낸 화독(華督)은

평소 신임하던 투실(鬪實장수를 불러 무언가 다짐을 받고 있다.

 

      주공께선 아무 힘도 없는 공자 풍()

      왜 그리 겁을 내는지 알 수가 없소?

 

      공보가가 주공을 선동하여선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동안 주공께선 공보가 만을

      너무 신임하여 이렇게 사달이 난 것이오

 

      우리가 (나라를 세 번씩이나 쳐들어갔으니

      (나라도 단단히 벼르고 있을 것이오

 

      (나라는 제(), ()와 연합하고 있소

      이들이 또다시 쳐들어온다면 나라가 망할 것이며

      우리가 전멸당할 수도 있소이다

 

      이제는 이들과 화해를 해야 살아날 수 있소이다

      이제 공보가(孔父嘉)가 죽었으니, 앞으로는

      투실(鬪實장수가 군부를 다 맡아야 할 것 같소.

 

      주공께서 내일 애도하러 공보가의 집을 찾을 것이오.

      투실(鬪實장수나라의 앞날을 걱정해주시오

 

      태재(太宰알겠습니다.

      태재(太宰)  님이 하시는 말씀은 군사들의 마음과 같습니다

 

다음날 송상공이 투실(鬪實장수의 정중한 호위를 받으며사마

공보가의 집에 도착하여 살피고 있을 때투실(鬪實장수가 손을

흔들자, 군사들이 달려들어 송상공(宋殤公)을 살해하고 말았다.

 

태재(太宰화독(華督)은 하얀 상복으로 갈아입고궁궐에 들어가

너무나 슬프게 애도하면서중신들에게 엄숙히 말했다.

 

      이제 우리 송(나라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오

      다 아시겠지만선군(先君)의 아드님이신

      공자 풍()이 정(나라에 머물고 있소이다.

 

      민심은 선군(先君)을 잊지 않고 있으니

      공자 풍()을 보위에 올리면 어떻겠소?

 

공자 풍()이 송(나라로 돌아와 송장공(宋莊公)이 되자

태재 화독은 노(나라가 꼭 갖고 싶어하던, () 땅의 귀한

대정(大鼎)을 서슴없이 노(나라에 뇌물로 보냈다.

 

      또한여러 나라에도 많은 예물을 보내어,

      공자 풍()이 보위에 오른 사실을 알림으로써,

      자기가 저지른 시해(弑害사건을 덮고 있었다.

 

() 땅의 대정(大鼎이란발이 세 개 달린 커다란 가마솥이며

() 왕조 때 청동으로 만들어졌으며천제(天祭)를 올릴 때,

향을 피우는 제기(祭器)이다.

 

대정(大鼎)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제후국의 전통성을

인정받는 일이기에, 결코 주어서는 안 될 귀중한 보물이었다.

 

      정장공(鄭莊公)은 송(나라에 대한 근심을 덜게

      되었다고 기뻐하며, 앞장서서 제후들에게 통보하였다.

 

      그리고 직(땅에서 제(), (), (), ()

      함께 삽혈(歃血)의 행사를 치르면서 동맹을 맺었으며

      송장공(宋莊公)의 보위를 인정해주었고 또한

      태재(太宰화독(華督)의 노고를 위로하였다.

 

이때가 송(나라 제15대 송상공(宋殤公재위 10년 차이며,

주환왕(周桓王) 10년으로 기원전 710년에 일어난 일이었다.

 

송상공(宋殤公)이 의()를 버리고, ()을 시기하여 백성들까지

돌보지 않다가 결국 시해 되었는데이는 하늘의 뜻이라고 하였다.

 

      穆公讓國乃公心 (목공양국내공심)

      목공이 나라를 넘긴 것은 공명한 마음이었는데

 

      可恨殤公反忌馮 (가한상공반기풍)

      상공은 목공의 아들 풍을 시기하다니 한심하구나.

 

      今日殤亡馮卽位 (금일상망풍즉위)

      오늘 상공이 시해당하고 풍이 즉위하였으니

 

      九泉羞見父和兄(구천수견부화형)

      상공은 구천에서 부친과 목공을 어찌 대할까?

 

(나라에서 벌어진 휘()의 노은공(魯隱公시해 사건이나

송상공(宋殤公살해 사건에 대해예전 같았으면 제후마다 들고

일어나시시비비를 가린다며 천하가 시끄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정장공(鄭莊公)으로 말미암아,

      대의(大義)가 상실된 시대가 되어 버렸으므로,

 

      자신의 나라와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일이라며,

      서로 움츠리면서 다 같이 침묵하고 있었다.

 

어느 훗날 이에 대해 어느 사관(史官)이 태재(太宰화독(華督)

행실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는데 한번 읽어보자.

 

      春秋簒弑歎粉然 (춘추찬시탄분연)

      춘추시대에 찬탈과 시해가 자주 일어남을 탄식하노라.

 

      宋魯奇聞只隔年 (송노기문지격년)

      송과 노의 기괴한 소문이 한해 사이에 일어나다니,

 

      列國若能辭賄賂 (열국약능사회뢰)

      여러 나라가 (화독華督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면,

 

      亂臣賊子豈安眠 (난신적자개안면)

      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나 나쁜 자식이,

      어떻게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으랴.

 

정장공은 원수처럼 지내던 송상공이 죽고, 10년 동안이나 돌봐줬던

공자 풍()이 군위에 올라 송장공(宋莊公)이 된 것에 크게 기뻐했다.

 

      정백(鄭伯) 임께 감사드리옵니다

      송후(宋侯), 이제 두 나라 사이가 돈독해지겠소이다

      오로지 정백(鄭伯)께서 보살펴주신 덕분이옵니다.

 

      죽을 때까지 정백(鄭伯)의 은혜를 잊지 않겠나이다

      허 어그리하면 얼마나 좋겠소?

 

제희공(齊僖公)은 직(땅에서 송장공(宋莊公)의 즉위를 축하하고

삽혈(歃血)의 행사를 치르면서 함께 동맹을 맺었다.

 

그리고 정장공(鄭莊公)과 송장공(宋莊公)이 서로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옆에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난 후 귀국길에 올랐다.

 

      주공큰일 났사옵니다

      큰일이라니 무슨 일인가?

 

      북융(北戎) 용사(勇士) 1만여 명이

      우리 제(나라를 침공하고 있사옵니다

 

      북융(北戎)의 원수(元帥인 대량(大良)

      젊은 장수 소량(小良)은 너무나 용감하여,

 

      벌써 축가(祝柯) 땅을 함락시키고

      계속 역성(易城쪽으로 쳐내려오고 있사옵니다.

 

      그곳의 읍제(邑帝들이 도저히 막을 수가 없어

      줄줄이 구원을 요청하고 있사옵니다.

 

      이거 참큰일 났구나

      북쪽 오랑캐들이 여러 번 침범해 왔지만

      이번처럼 대군을 동원하기는 처음이로구나.

 

      만약에 노략질하고 물러간다 하더라도, 장차

      우리의 북변(北邊)은 편안한 날이 없을 것이다

 

      (). (). ()나라에 연락하여

      군사 지원을 빨리 요청하도록 하라

 

      공자 ()과 공손 대중(戴仲)은 빨리

      역성(易城)에 가서 북융(北戎)을 막고 있어라

 

축가(祝柯)는 현 산동성 제남시 서쪽 25km 지점의 고을이며

역성(易城) 현 산동성  제남시를 말한다.

 

정장공(鄭莊公)은 제희공(齊僖公)의 군사 요청을 받자마자긴급히

조례를 열어 중신들의 의견을 물으며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주공(나라는 우리와 동맹을 맺어

      우리가 필요할 때마다 군사를 동원하여 주었나이다!

 

      주공, 이번엔 우리가 도울 차례가 왔사옵니다.

      옳은 말이오마땅히 과인이 직접 가야 하나,

      나는 이제 나이가 많아졌도다.

 

      세자 홀( 너는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세자이니라.

      세상은 힘보다 의()와 덕()이 더 소중할 때가 많다.

 

      세자 홀 이번에 출전하여 전투 경험도 쌓으면서

      여러 제후와 교분을 두터이 하도록 하라

 

      아바마마명심하겠나이다

      최선을 다하여 아버님의 명성을 이어가겠나이다

 

      세자 홀()은 병거(兵車) 300승을 뽑을 것이며

      고거미(高渠彌)를 부장(副將)으로 삼고

      축담(祝聃)을 선봉장으로 삼아, 한시도

      지체하지 말고, 제(齊) 나라로 떠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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