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63 화. 죽은 영고숙이 찾아온다.

서 휴 2023. 4. 1. 21:39

 

 63 죽은 영고숙이 찾아온다.

 

      충성스러운 영고숙(穎考叔)이 죽다니

      너무나 애통하고 안타깝도다

 

      허군(許軍)의 화살이 아니라는 소문이 퍼져있도다

      누가 쏘았는지 아무도 모르는 암전(暗箭이란?

      소문이 퍼져있는 것이다

 

      어찌 암전(暗箭)의 화살에 죽을 수가 있겠는가?

      영고숙(穎考叔)의 혼이 너무 억울하지 않겠소

 

      하숙영은 암전(暗箭)을 쏜 사람을 알 수 있는가?

      주공신은 전혀 짐작 못 하는 일이옵니다

 

      신은 영고숙이 성벽 위에서 떨어지자마자,

      급하게 쫓아가 모호(蝥弧깃발을 집어 들고

      그저 성벽에 급히 뛰어 올라갔을 뿐이옵니다

 

정장공은 허성을 공략하여 허(나라 땅을 정(나라 땅으로

편입시키고 돌아오자너무나 억울하게 죽은 영고숙(穎考叔)

몹시 그리워하며 안타까워하였다.

 

      주공신 제족(祭足이옵니다.

      주공외람된 말씀을 올리겠나이다.

 

      무슨 말인가 어서 말해보라?

      주공암전(暗箭)을 쏜 자를 찾지 마소서

      아니찾지 말라니무슨 뜻인가?

 

      별다른 뜻은 없사옵니다.

      다만 한 사람을 또 잃을까 걱정되옵니다

 

      짐작이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인가?

      아니 아니옵니다! 주공

      주공! 그런 뜻에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옵니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또 일어날 수가 있도다!

      어찌 이런 일이 또 일어나서야 되겠는가

      우리는 절대 내분이 일어나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정장공(鄭莊公)은 아꼈던 영고숙을 그리워하며소문뿐만 아니라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암전(暗箭)을 쏜 사람은 적군이 아니라

정군(鄭軍중에서 일어난 일임을 짐작하게 되고제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어떻게든 찾아보려고 여러 가지 궁리를 하게 되었다.

 

      어서! 태복(太卜)을 들라 하여라

      주공신 태복(太卜이옵니다.

 

      암전(暗箭)을 쏜 사람을 찾을 수 있겠는가?

      주공잠시 시간을 주시옵소서.

 

      주공주공께 말씀 올리나이다.

      거북점(구복龜卜占)과 시초점(蓍草占)

      모두 다 쳐보아도 나타나지 안 나이다

 

      아무리 점을 쳐보아도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직 이자가 죽을 때가 안 된 모양이옵니다

 

      다른 방법은 없겠는가?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한 가지 방법이 있사옵니다.

      그런가? 태복(太卜)은 어서 말해 보라!

 

      주공모든 군사들에게 100명당 돼지 한 마리를

      주사옵고, 이를 군사들이 다 먹을 지음에 연이어,

      25명당 개(한 마리씩을 주사옵고,

 

      또 끝날 무렵에 25명당 닭(한 마리씩을

      나눠주시면서, 영고숙(穎考叔)에 대한 주문(呪文)

      모두 열흘간 큰 소리로 계속 외우게 하시옵소서

 

군사들이 잘 먹으면서 주문(呪文)을 큰소리로 외우며 열흘이 지나가자,

태복(太卜)은 넓은 마당에 제단을 마련하고많은 장작더미 위에

이미 죽은 돼지닭의 많은 털을 올려놓고그 위에 군사들이

외우던 주문(呪文)을 모두 가져오게 하여 수북이 쌓아 놓았다.

 

      주공태복(太卜이옵니다.

      주공, 약속한 열흘이 지났사옵니다.

      주공제단을 마련하였사오니 가시옵소서

 

정장공(鄭莊公)은 중신들과 함께, 마지막 주문(呪文외우는 일이

열흘간 모두 끝나고주문을 불사르는 제단으로 가게 되었다.

 

      태복(太卜)은 장작더미에 다가가 불을 지르면서,

      영고숙(穎考叔)의 넋이 좋은 극락(極樂)으로 가도록

 

      천도(薦度하는 의식의 주술(呪術)

      큰소리로 부르짖기 시작하였다.

 

군사들이 외우던 많은 주문과 돼지닭의 많은 털이 타게 되니,

메케한 냄새와 더불어, 뽀얀 연기가 온 사방에 퍼지며,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뒤덮어졌다.

 

태복(太卜)의 주술(呪術)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머리를 풀어헤치고

산발(散髮)하여 얼굴이 가려지고, 덩치가 큰 사람이 정장공(鄭莊公)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무릎을 꿇는 일이 생기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주공신은 영고숙(穎考叔이옵니다

 

      허 어죽은 영고숙 이라니?

      어디 라도 갔다 왔다는 것이냐

 

      주공그동안 강녕하시었나이까

      그대는 어떻게 이곳에 올 수 있었는가?

 

      주공, 신은 너무나도 억울 하옵니다 

      주공신이 허성(許城)에 제일 먼저 올라갔사오나

 

      신을 시기(猜忌)하는 사람이 있었던바

      신에게 암전(暗箭)을 쏘아 죽게 하였나이다

 

      너무나 원통하여 구천(九泉)을 건너가지 못하고

      있사온데상제(上帝)께서 신을 죽인 원수를

      갚아도 좋다고 허락하시어 이렇게 찾아왔나이다

 

      저를 아끼시고 저를 그리워하시는 주공의 은덕은

      저승에서도 길이길이 간직하겠나이다

 

      주공이제 떠나옵니다

      주공안녕히 계시옵소서

 

머리를 산발한 영고숙(穎考叔)은 엎드려 절을 하고 일어 나자마자,

목에 손을 넣고 간단하게 혀를 뽑아내며 피를 쏟아내며 죽고 말았다.

 

      저자를 일으켜 세워봐라

      도대체 누구더냐?

 

      주공죽은 자는 공손(公孫(이옵니다.

      아니무엇이라고?

 

      아니 저자가 공손(公孫()이란 말이더냐?

      주공, 정말 그러하옵니다.

 

정장공(鄭莊公)은 황급히 공손 알()을 구하려 쫓아가 일으켜

세웠으나이미 숨이 끊어져 버렸으므로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영고숙(穎考叔)의 혼이 옮겨붙은 공손 알()은, 자기도 모르는

결에 정장공 앞으로 나아가 영고숙의 원통함을 호소한 것이다.

 

      아아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구나!

      모호(蝥弧깃발이 무엇이더란 말이냐?

 

      모호(蝥弧깃발의 시기심(猜忌心)으로

      유능한 두 장수를 죽게 하고 말았구나

 

      여봐라모호(蝥弧깃발을 저리 가져가 불태우고

      두 장수의 장례를 후하게 치르도록 하라

 

정장공은 영고숙(穎考叔)의 혼령에 감복하여그의 고향 영곡(穎谷)

땅에 그의 사당(祠堂)을 짓고 제사를 지내주게 하였다.

 

      하남부(河南府등봉(登封)이라는 영곡(穎谷)의 옛 땅에

      영고숙(穎考叔)의 사당이 있으며이를 순효묘(純孝廟)

      부르며그리고 유천(洧川) 땅에도 그의 사당이 있다.

 

이때의 일을 두고 농서거사(隴西居士)가 시를 지어 정장공

비난했다옛날 시를 한번 읽어보자.

 

      爭車方罷復傷身 (쟁거방파복상신)

      수레 다투기를 그만두게 하니 몸이 상하는구나.

 

      亂國全然不忌君 (란국전연불기군)

      어지러운 나라라 우매한 군주가 제멋대로 하니

 

      若使君臣知畏法 (약사군신지외법)

      만약에 군신이 서로 예법을 존중하였더라면

 

      何必鷄犬黷神明 (하필계견독신명)

      구태여 닭개 잡아 귀신을 불러왔겠는가?

 

정장공이 대()와 성()과 허(나라를 멸망시키자제후마다

몹시 불안해 졌으며, 이에 따라 왕실에 올리는 공물을 또박또박 잘

올리게 됨으로써왕실에 도움을 주게 되는 결과를 만들긴 하였다.

 

      주공한 말씀 올리겠나이다.

      제족(祭足)이오 어서 말해보오

      연이은 전쟁으로 백성의 생활이 피폐해졌나이다.

 

      매년 한두 차례씩 전쟁을 일으켰으므로

      우리 정(나라의 위상은 천하에 많이 울렸으나

      우리 백성의 생활이 많이 고단하여졌사옵니다.

 

      옳은 말이로다

      더는 전쟁을 일으킬 일이 없을 것 같도다

 

      경들이 힘을 합해 백성의 고단함을 풀어주시오

      주공주공의 말씀을 받들어 그리 하겠나이다.

 

정장공(鄭莊公)이 연합군을 만들어 중원을 누비며 거세게 활약하다,

비로서 조용해지자백성들도 모처럼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정장공(鄭莊公)은 이번 성(나라와 허(나라의 토벌에 적극

참여하여준()와 노()에 감사의 폐백(幣帛)을 보내주었다.

 

       (나라에 갔던 사신이 돌아왔는가?

       예에주공, 방금 다녀왔사옵니다.

 

       주공제희공(齊僖公)께옵서 보내주신 폐백(幣帛)

       감사의 말씀과 더불어 답례의 폐백을 주시었나이다.

       정말 고마운 일이로다.

 

       (나라에 갔던 사신은 어찌 되었는가?

       신은 서찰(書札)도 폐백(幣帛)도 전하지 못하였사옵니다.

 

       (나라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나라 국경에 도착하여보니!

 

       노은공(魯隱公)께서 공자 휘()에게 시해(弑害당한

       뒤였으므로전할 서찰(書札)의 내용과 많이 달라져,

       그만 돌아오게 되었사옵니다.

 

       뭐라! 노은공(魯隱公)은 관대한 현군이었는데,

       아니! 공자 휘()에게 시해(弑害)를 당하다니?

       어찌하여 시해(弑害)를 당하였단 말이냐?

 

  64 . 살기 위해 형을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