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57 화. 힘없는 건 내 것이다.

서 휴 2023. 3. 30. 17:25

    18. 승리의 기선

 

57 .  힘없는 건 내 것이다.

 

위군(衛軍)과 송군(宋軍)은 대() 나라의 길을 빌려 쉽게 귀국하려

하였으나, () 나라는 침공하는 것으로 의심하여,  성문을 닫아

걸고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며 공격을 철저히 막아내고 있었다.

 

       늦었지만 할 수 없소이다

       어서 채() 나라에 구원군을 독촉합시다

 

()의 사마 공보가(孔父嘉)와 위()의 대부 우재(右宰) ()

어쩔 수 없이, ()의 구원군을 요청하며 잠시 쉬고 있었다.

 

       대() 나라는 하() 왕조 때 생겨난 제후국으로,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었으며, 나라도 작고

       백성이 적지만 결속력은 대단히 뛰어났다.

 

그 사이에 정장공(鄭莊公)은 노도(老挑) 성에 영채(令寨)을 차리고,

()과 싸우는 전장(戰場)의 모든 보고를 받으며 지휘하고 있었다.

 

       영고숙(穎考叔)과 공자 휘()가 고성(郜城)을 함락시키고

       공손(公孫) ()과 제()의 이중년(夷仲年)

       방성(防城)을 공격하여 함락시켰습니다.

 

       좋도다. 좋은 기회가 자꾸 오는구나

       이번 기회에 송() 나라 상구성(商丘城)

       완전히 박살내며 반드시 점령하고 말겠노라

       멈추지 말고 계속 공격하라고 하여라

 

정장공이 이끄는 정(), (), (), 삼국 연합군은 두 달여 동안

() 나라 땅을 마음껏 짓밟으며, 노도(老挑)와 고성(郜城)

점령하고, 이제 송()의 수도인 상구(商丘)를 공략하고 있었다.

 

       송() 나라는 성 밖에 나와서 싸우지도 않으며,

       오르지 상구성(商丘城) 만을 굳게 지키기만 하면서,

       뒤로는 오히려 위() 나라와 합세하여 발 빠르게

       정() 나라의 수도인 신정(新鄭)을 공격하고 있었다.

 

정장공(鄭莊公)이 한창 송() 나라 상구성(商丘城)을 공격하여 거의

함락시킬 단계가 되어 가는데, 세자 홀()이 보낸 사자가 급하게

달려와 신정(新鄭) 의 위급 상황을 상세하게 보고하는 것이다.

 

       주공. 큰일 났사옵니다

       큰일이라니 무슨 일인가

 

       송()과 위의 기습군이 잽싸게 달려와

       우리 형양(營陽) 땅을 습격하여 약탈하고 나서는

       이제는 신정(新鄭)을 총공격하고 있사옵니다.

 

       아니 그런 일이 다 생겼는가? 어쩐지?

       나와서 싸우지 않더만 뒤로 딴짓을 하고 있었구나.

 

       장수들이 누구 인가?

       송(宋) 나라 사마(司馬) 공보가(孔父嘉)

       위(衛)의 대부 우재(右宰) 추(丑) 이옵니다.

 

       제족(祭足)에게서 무슨 연락이 있었는가?

       주공, 오늘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사옵니다.

 

       으음, 그러한가?

       호 오, 그렇도다신정(新鄭)은 안전한 것이다

       내 제족(祭足)의 마음을 아느니라.

 

       그래, 송군(宋軍)과 위군(衛軍)은 지금도

       신정(新鄭) 성(城)을 공격하고 있는가?

 

       아니, 옵니다!

       지금은 대성載城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무어라고? 신정新鄭에 대한 공격은 멈추고

       이제 대나라 대성載城을 공격하고 있다니

       아니 이게 또 무슨 말이냐?

 

       주공. 공자 려(呂) 이옵니다.

       이놈들이 우릴 괴롭히고 나서는

       이제 대성(載城)을 점령하여

       지름길을 뚫어 빨리 귀국하려는 것이옵니다.

 

       호 오, 그렇구나!

       멍청한 놈들이 이제 제대로 잘 걸려들었도다

 

노(魯) 나라 공자 휘(翬)와 제(齊) 나라의 이중년(夷仲年)은 정(鄭)

나라가 회군(回軍)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찾아왔다. 

 

정장공은 신정(新鄭) 성이 공격받고 있다는 약점을 보이지

않으려 숨기면서, 좋은 말로 돌려대며 선심을 쓰듯이 말한다.

 

       우리가 승세를 타고 있는 이때,

       갑자기 회군하신다니 혹 무슨 일이 있사옵니까?

 

       허 어, 아무런 일이 없소이다

       지금 송() 나라의 방어력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이제 송군(宋軍)을 계속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상구성(商丘城)을 무너뜨릴 수 있사온데,

       어찌하여 갑자기 철군하려는 것입니까?

 

       우리는 어명을 받들어 송(宋) 나라를 공격하는 것이오.

       귀국의 도움으로 두 읍(邑)을 취하였으니

       이것으로 어느 정도 형벌은 가했다고 봅니다.

 

       송(宋) 나라는 작위도 공작(公爵)으로 높고,

       평소에도 왕실에서 존중하는 나라이지요.

 

       이번에 고생 들이 많았소이다.

       제(齊) 나라는 국경에 붙은 고성(郜城)을 가져가고

       노(魯) 나라는 방성(防城)을 차지하시오

 

       나, 정백(鄭伯)은 취할 마음이 하나도 없소이다.

       이중년(夷仲年)이 정백(鄭伯)께 아룁니다.

 

       왕명을 받들어 왕사군(王師軍)에 가담한 것이옵고

       정백(鄭伯)을 도우려 하였던 것 뿐이므로

       뺏은 고을을 감히 받지 못하겠소이다.

       제후(齊侯)께서도 일체 보답을 받지 말라 하셨습니다.

 

       나, 정백(鄭伯)은 땅을 탐내어 송나라를 친 건 아니었소!

       왕실의 명령을 성실히 수행하고자 한 것뿐이었소!

 

       그렇다면 공이 큰 공자 휘(翬)에게 모두 드려도 되겠소?

       신 이중년(夷仲年)은 처음 공이 큰, 노나라에 주겠다는

       정백(鄭伯)의 좋은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그러면 첫 승전보를 올린 노(魯) 나라에 주겠소이다.

       신, 공자 휘(翬)는 정백(鄭伯)께 감사를 올립니다.

       노후(魯侯)께 약속드렸으므로 두 읍(邑)을 가져가겠습니다.

 

뺏은 고성(郜城)을 제(齊)의 이중년(夷仲年)이 끝끝내 사양하자,

노(魯) 나라에 주려 하니, 욕심 많은 공자 휘(翬)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방성(防城) 과 고성(郜城)을 얼른 받아 챙기었다.

 

       그 당시의 제후국들은 인구가 점점 불어나

       땅이 좁아지다 보니, 한 치의 땅이라도

       더 넓히려 애쓰던 시대였다.

 

더구나 피 흘리며 힘들게 싸워서 점령한 땅을 스스로 갖지 않고,

오히려 도와주러 온 나라에 내준다는 것은 대단한 선심이었으며,

큰 도량을 보이는 것으로, 이러한 행동은 많은 칭송을 듣게 된다.

 

       제(齊)와 노(魯), 두 장수는 이리 모여 주시오

       우리, 앞날을 위하여 맹약(盟約)을 하는 게 좋겠소이다

 

       소의 피를 묻혀 삽혈(歃血) 행사를 치르며

       하늘을 두고 맹세하는 것이 어떻겠소?

 

와 노와 정나라는 현지에서 제단을 만들고, 소의 피를

묻혀 삽혈歃血 행사를 치르면서 서로 우호의 맹약을 하게 되었다.

 

       맹세 하노니, 이제 우리 세 나라는 어려움을 다 같이

       극복하며 군사에 관한 일은 함께 동원하여 같이 싸운다.

 

       만약 이 언약을 배신하게 된다면

       천지신명(天地神明)께서 용서치 않으리라

 

이때가 정장공 재위 31년이며, 주환왕 7년으로 기원전 713년이다.

정장공(鄭莊公)은 노(魯)와 제(齊)에게 넉넉한 군량미를 충분히

풀어주어, 충분히 쉬고 귀국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주었다.

 

       주공. 이중년(夷仲年) 이옵니다.

       알고 있노라! 이번에 고생이 많았도다

 

       주공. 이번에 송(宋) 나라의 두 고을을 빼앗았기에,

       이제는 송(宋) 나라에 대한 형벌이 적절하다며,

       송(宋) 나라 공격을 멈추었습니다.

 

       정장공(鄭莊公)이 맹약(盟約)을 제안하여

       신이 대신하여 삽혈(歃血) 행사를 치렀습니다.

       잘하였도다!

 

       전황(戰況)은 어찌 되었는가?

       노(魯)의 공자 휘(翬)는 맨먼저 노도성(老挑城)을 점령하였고

       우리 제군(齊軍)은 방성(防城)을 점령하였나이다.

 

       정백(鄭伯)께서 고성(郜城)을 가져가라 하였으나

       주공께서 말씀 하신 바 대로 양보하였나이다.

 

       노도성(老挑城)과 방성(防城)은 정백(鄭伯)이 권하여

       모두 노() 나라가 가져갔나이다.

 

       빼앗은 두 성을 모두 노() 나라에 주었다니

       정백(鄭伯)은 정말 욕심이 없고 공평한 자로구나!

       실로 왕실을 존중할 줄 아는 훌륭한 제후로다

 

제희공(齊僖公)은 동생 이중년(夷仲年)에게서 자세한 보고를 듣고는

정장공(鄭莊公)의 뛰어난 지모(智謀)를 크게 칭찬하는 것이었다.

 

정장공은 제()와 노()의 군사들을 조용히 돌려보내고 나자마자,

곧바로 대() 나라 대성(載城)을 공격하고 있는 송군위군

향하여 힘차고 발 빠르게 진군하는 것이다.

 

       이놈들이 쳐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는가?

       벌써 40여 일 가까이 되어갑니다.

       그렇구나. 날짜가 꽤 되었구나

 

       이놈들이 그동안 우리 몰래 기습적으로

       우리 정() 나라를 공격하고 있었구나

 

       송군(宋軍)이 한 번도 성 밖으로 나와 싸워주지 않고

       소극적으로 방어만을 왜 하였는지 이제야 알겠도다.

 

       우리 형양(營陽) 땅을 습격하여 큰 피해를 주고는

       신정(新鄭)을 더 공격하지 않고 왜 멈추었겠는가?

 

       왜 적극적으로 신정(新鄭)을 공격을 하다 말고

       왜 엉뚱한 대성(載城)을 공략한단 말이냐?

 

       주공, 저들이 신정(新鄭)을 공격을 하고 있으면

       우리가 송(宋) 나라의 공격을 멈추고 이곳으로

       올 것이 분명할 것이며, 우리가 오게 되면

       저들은 앞뒤로 포위를 당하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우리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리게 되면

       얼른 자기 나라로 돌아가고 말았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대성(載城)을 공격하고 있다니

       이는 정말, 망할 줄도 모르는 멍청이들이옵니다.

 

58 .  승리의 고삐를 당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