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56 화.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서 휴 2023. 3. 30. 13:56

56 .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정장공(鄭莊公)은 노군(魯軍)의 노도성(老挑城) 점령을 치하하고

난 후에, 모두 사흘 동안 푹 쉬게 하고서는 노도성(老挑城)

거점으로 두 길로 나누어 송()나라를 진격하도록 명령한다.

 

       정()의 영고숙(穎考叔)과 노()의 공자 휘()

       함께 고성(郜城)을 공격하며,

       공자 려()는 그 뒤를 받혀주도록 하라

 

       정()의 공손 알()은 제()의 이중년(夷仲年)

       방성(防城)을 함께 공격하며, 고거미(高渠彌)

       그 뒤를 받혀주도록 하라

 

이 무렵 송()나라 수도 상구성(商丘城)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발칵

뒤집혔으며, () 나라만을 상대하기도 벅찬 판에, 동쪽의 대국인

()나라까지 합세하니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연합군에 노() 나라도 끼어 있는 것이다.

() 나라는 이웃 나라로 송()나라와 교분이 두터운 사이였다.

 

       지난번엔 우리와 연합하여 정() 나라를 치지 않았던가?

       아무리 도의가 땅에 떨어진 시대라 하지만

       조석으로 변하는 노() 나라가 가장 밉도다

 

송상공(宋殤公)은 하늘을 우러르며 탄식만 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3개국 연합군이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었기에 군신 모두가 겁에

질려 흙빛이 되었으며 대책을 마련하느라 애타게 되었다.

 

       어찌하여 노() 나라가 배신했단 말이냐?

       노() 나라는 우리 송나라와 교분이 두터웠었다.

       노()가 우리와의 인연을 무시하다니 너무 섭섭하구나

 

그때 송()나라는 지혜가 뛰어난 재상인 대사마 공보가(孔父嘉)

병권을 잡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송()나라가 강국으로 있었다.

 

       저 연합군을 물리칠 묘책이 없겠는가?

       주공. 사마(司馬) 공보가(孔父嘉) 이옵니다.

 

       주공, 신에게 정() 나라를 물리칠 계책이 있나이다.

       대사마(大司馬)는 어서 말해보시오

 

       왕사군을 만들라는 어명이 떨어진 바가 없습니다.

       제()와 노()가 정장공(鄭莊公)의 술책에 속아 넘어가

       뭘 모르면서 연합하여 왕사군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하오나. 연합 세력이 만만하지 안 사 오니

       우리가 맞서 싸우면 불리하게 되옵니다.

 

       그렇긴 하도다. 그러나 이미 저들이 유리한 형세로

       쳐들어오는데 어떻게 물리쳐야 하겠는가?

 

       이제 단 한 가지 방법이 남아있사옵니다.

       그러하오? 대사마(大司馬)는 어서 말해보시오.

 

       왕명을 빙자(憑藉)하여 많은 열국을 불렀으나

       참여한 건 제()와 노(), 두 나라뿐이옵니다.

 

       정장공(鄭莊公)이 주력부대를 이끌고 왔으므로

       아마 신정(新鄭) ()은 텅 비어있을 것입니다.

 

       주공, 채(菜), 위(衛), 성(郕), 허(許) 나라 등은

       우리 송(宋) 나라와 친밀할 뿐만 아니라

       정장공이라면 치를 떠는 나라들입니다.

 

       이 세 나라는 정장공의 요청을 거절하고

       끝내 군사를 동원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정장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공께서는 많은 뇌물을 보내시어

       위(衛)와 채(蔡) 나라가 신정(新鄭)을 공략하게 하십시오.

 

       이 계책대로 신정(新鄭)을 공략하게 되면

       정장공은 자기네 도성이 공격받고 있다는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며, 틀림없이

       기절초풍하여 돌아가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정군(鄭軍)이 귀국해버리면, 제(齊)와 노(魯) 나라가

       무엇하여 이곳에서 우리와 싸우고 있겠습니까?

 

       정장공의 주력부대는 매우 강할 것이므로

       성 밖에 나가 절대 맞서 싸우지 마시고,

       성문을 단단히 닫아걸고 방어만 하십시오.

 

       그 사이에 위(衛)와 채(蔡)를 동원하는 것입니다.

       허 어, 그렇도다. 옳고도 좋은 판단이로다

 

       이번 전쟁은 우리 송(宋) 나라 사직의 보존 문제가

       달린 아주 중요한 일이로다

 

       대사마大司馬의 계책이 좋기는 하나 이 위험한 판에

       누가 위와 채나라를 설득하러 가겠는가?

 

       주공, 신을 보내주십시오

       신이 일지병 (一枝兵)을 이끌고 달려가

       어떻게 하던 위군(衛軍)과 채군(蔡軍)을 동원하여

       함께 신정(新鄭) 성을 공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송(宋) 나라의 대사마(大司馬) 공보가(孔父嘉)는 그날로 황금과

옥구슬, 비단 등을 가지고 위(衛)와 채(蔡)로 달려가 도움을 청한다.

 

       위후(衛侯) 께옵서는 안녕하시나이까?

       제발 우리 송(宋) 나라를 도와주십시오.

 

       그러잖아도 도우려 하였는데

       많은 보화까지 가져오다니 더욱 도울 것이오

 

송(宋) 나라 대사마(大司馬) 공보가(孔父嘉)는 병거 200승을 이끌고

많은 뇌물을 주면서 위(衛)와 채(蔡) 나라가 합세하도록 만들었다.

 

위선공衛宣公은 정, , 의 연합군에 맞서기 위하여,

나라 대부 우재右宰 를 앞세워, 의 사마 공보가孔父嘉

합세하게 하였으며, 이에 두 나라는 정나라의 형양營陽 땅을

습격하여, 가옥을 불태우고 가축을 약탈하며 큰 피해를 주고 있었다.

 

       상경 제족(祭足) , 큰일 났습니다

       저들이 형양(營陽) 땅에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세자 홀()께서는 동요치 마십시오

       우리가 신정(新鄭)을 굳게 지키면 저들은 물러가고 맙니다.

 

       주공께 연락하여야 하지 않습니까?

       아니요. 연락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들의 군사 규모로는 신정(新鄭)을 점령치 못합니다.

 

       저들이 형양(營陽) 땅을 시끄럽게 공격하여

       송()의 상구성(商丘城)을 공격하는 우리 정군(鄭軍)

       송()나라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술책입니다.

 

       이 정도 일로 우리가 주공께 연락한다면

       오히려 주공께 혼란을 주게 됩니다.

       더는 염려하지 마십시오

 

()과 위()의 기습군은 형양(營陽) 땅을 습격하여 약탈하고

나자 이제는 다 같이 신정성(新鄭城)을 총공격하려고 하였다.

 

       나, 사마(司馬) 공보가(孔父嘉)의 생각은 이렇소

       정() 나라가 상구성(商丘城)을 함락시키려 한다면

       우리는 텅 비어있는 신정성(新鄭城)을 함락시키는 것이오.

 

       형양(營陽) 땅을 무참히 짓밟아 놨으니

       이제는 신정성(新鄭城)을 공략하도록 합시다

 

       공보가(孔父嘉) 장수, 큰일이오

       우리가 20여 일에 걸쳐 신정성(新鄭城)을 공격하였는데도

 

       저 정() 나라 제족(祭足)이 나와 싸우지도 않고

       굳게 지키고만 있으니 어찌하면 좋겠소?

 

상경 제족(祭足)이 나와 싸우지도 않으며, 신정(新鄭)을 굳게 닫고

지키고 있으니, ()의 사마 공보가와 위군(衛軍)의 대부 우재(右宰)

()는 공략해봐도 아무 소용이 없으므로 크게 당황하게 된다.

 

       우리가 신정(新鄭)을 공격하고 있다고 하면

       정장공(鄭莊公)도 송() 나라 공격을 멈추고

       이리로 달려올 것이 분명 하오.

 

       만약 여기서 꾸물거리다가 정군(鄭軍)이 구원하러 오면

       우리는 앞뒤로 공격을 당하게 되오.

       이 정도 하였으니 이제는 빨리 빠져나갑시다!

 

       좋소.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오.

       왔던 길로 돌아가면 정군을 만날 수도 있으며

 

       피하면서 돌아서 빠져나가려면 오래 걸리니

       대() 나라의 길을 빌리게 되면 지름길이 될 것이오.

 

       우리는 대() 나라의 길을 빌리는 것이 어떻겠소.

       좋은 생각입니다. 빨리 대() 나라로 가봅시다.

 

더는 지체할 수 없게 된 우재(右宰) ()대성(載城)에 찾아가

길을 빌리려 하였으나, () 나라는 예상치 않게 성문을 닫아걸고,

오히려 욕설까지 하면서 맞서 싸우려 하는 것이다.

 

       우리 위군(衛軍)과 송군(宋軍)

       대() 나라를 쳐들어온 것이 아니오!

 

       지름길인 대() 나라 땅을 지나?

       빨리 귀국하려 하니 길을 좀 빌려주시오

 

       야. 이놈들아 그 말을 믿으란 말이냐

       허 참, 사실이오. 우리를 믿어주어야 하오

       그렇소. 우리는 얌전히 지나만 갈 것이오

 

       에끼. 이놈들아 그렇다면 형양(營陽) 땅에서부터

       왜 약탈만 일삼으며 여기까지 왔느냐?

 

       이놈들아! 써 억. 물러가거라

       물러가지 않으면 우리가 공격할 것이다

 

()의 사마 공보가(孔父嘉)와 위()의 대부 우재(右宰) ()

() 나라에 몹시 무시당하게 되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더는 참지 못하고 대성(載城)을 포위하며 공격하게 되었다.

 

       저 작은 대성(載城) 정도는 하루 나절이면

       쉽게 점령할 수 있을 것이오

 

       아예 공격하여 점령해 버립시다

       그래요, 빨리 점령하여 빨리 귀국합시다.

 

       아니, 이런, () 나라 군사들이 악착같구먼.

       아니, 저 작은 나라에 웬 군사가 저리 많소.

       군사마다 일당백을 하고 있다니 알 수가 없구려.

 

       대() 나라 백성과 군사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죽기 살기로 싸우려 달려들고 있소

       어린애든 부녀자든 모두 나와서 싸우는구려.

 

       대() 나라뿐만 아니라, 위군과 송군에도,

       모두 큰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소이다.

 

       전사자가 너무 많이 생기고 있소.

       언재야! 빨리 점령하고 돌아갈 수 있겠소?

 

57 . 힘없는 건 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