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58 화. 승리의 고삐를 당겨라.

서 휴 2023. 3. 31. 15:32

58 . 승리의 고삐를 당겨라.

 

       그렇도다, 정말 멍청한 놈들이구나

       자. 모두 잘 듣도록 하라

 

       위군(衛軍)과 송군(宋軍)은 대성(戴城)을 점령하여

       지름길을 뚫어 빨리 귀국하려는 것이다

 

       이놈들이 아직도 대성(戴城)을 공격하고 있다니

       이놈들이 알지 못하도록 조용히 기습하는 것이다.

 

       공자 려(). 공손 알(). 영고숙(穎考叔).

       고거미(高渠彌), 네 장수는 각각 떨어져서 공격한다.

 

       대성(載城)에 가까이 가기 전에 나뭇가지를 꺾어

       말()의 입에 물려라

 

       함매(銜枚) 조치를 하여야 한다!

       모두 소리가 안 나도록 특별히 주의하며 기습하라.

 

       공자 려()는 병거(兵車)와 군사들을 조심스럽게

       소리 없이 대성(載城) 안으로 들어가라

 

       이번 기회에 교통 요충지에 있는 대성(載城)

       기습하여 반드시 점령하여야 한다

 

그때 위()의 우재(右宰) ()와 송()의 공보가(孔父嘉)는 굳이

대성(戴城)의 지름길을 거치지 않고, 며칠 더 걸리더라도, 돌아서

귀국할 수 있기에, 굳이 공격할 필요가 꼭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공보가(孔父嘉)는 대성(戴城)이 교통 요충지의

       땅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탐을 냈으며,

 

       더구나 작은 성이므로 쉽게 점령하여 버리고

       지름길로 빨리 빠져나가려는 집착이 생기다가

       이제는 그만 자존심이 걸려 날짜를 끌고 있었다.

 

공보가(孔父嘉)와 우재(右宰) ()가 보름째 공격하자, 대성(戴城)

억세게 버텼으나, 서로 군사의 수가 부족한바 서로 약해졌으므로,

()뿐만 아니라, ()과 위()도 많은 회생이 따랐다.

 

그러나 공보가(孔父嘉)와 우재(右宰) ()는 조금만 더 몰아치면

대성(戴城)을 점령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잠시 공격을 멈추면서

구원하러 올 채군(蔡軍)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아니. 공보가(孔父嘉) 장수. 5일이나 지났는데

       채군(蔡軍)은 왜 안 오는 것이오?

       글쎄올시다?

 

       아무래도 정군(鄭軍)이 오기 전에

       우리가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소이다

 

       우재(右宰) () 장수

       대성(載城) 공격을 포기하자는 것이오?

 

       채군(蔡軍)이 안 오는데 어쩔 수 없지요!

       채군(蔡軍)이 오고 있다면 어찌하겠소?

 

       파발(擺撥)을 보내어 오지 말라 할 수밖에요

       그렇긴 하나, 정군(鄭軍)도 아무 소식 없으니

       답답하겠지만 하루 만 더 기다려봅시다

 

       파발擺撥) 이요

       어느 곳에서 오는 파발이냐?

 

       채군(蔡軍)이 곧 도착하옵니다.

       채군(蔡軍)이 이제 사 오는구나

 

이때 채()의 군주는 채환공(蔡桓公)으로, 이웃 나라인 송()과의

우호를 생각하여, 군사를 긴급히 소집해 구원군을 보내준 것이다.

 

채군(蔡軍)이 도착하자, (), (), () 3국의 장수는 함께

모여, 여러 상황을 살펴 가며, 대성(載城)을 빨리 공략할 계획을 짠다.

 

       채군(蔡軍)이 왔으니 이제는 되었소이다.

       내일 아침에 저 손바닥만 한 대성(載城)

       일시에 공격하여 단번에 함락시켜버립시다

 

       아무렴요. 아주 좋습니다

       성문을 하나씩 맡아 격파시킵시다

 

       공보가 장수님, 척후병이옵니다.

       어젯밤에 정() 나라 장수 공자 여()

       대() 나라를 구원하러 대성(載城)에 들어갔습니다.

 

       어떻게 그리 빨리 대성(載城)에 들어갔단 말이냐?

       정군(鄭軍)은 어디까지 오고 있는가?

       정장공(鄭莊公)은 어디 있다더냐?

 

       정군(鄭軍)이 다 온 것은 아니옵고,

       대() 나라를 구원하러 온 것은

       공자 여()가 이끌고 온 군사뿐입니다

 

       공자 여(呂)의 군사라면 많은 숫자는 아니겠구나.

       정군(鄭軍)이 전부 몰려오기 전에 내일은 반드시

       대성(載城)을 점령하고 빨리 돌아가야 하겠도다

 

공보가(公父嘉)는 척후병의 보고를 받자, ()의 공자 여()

얼마 안 되는 정군(鄭軍)을 이끌고, 구원하러 온 것으로 짐작하며,

내일은 총공격하겠다면서, 싸울 준비를 철저히 시키었다.

 

다음 날 이른 새벽이었다. 갑자기 대성(載城) 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크게 나더니, 잠시 후에는 큰 함성이 들려오는 것이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모르겠소? 대성(載城) 안에서 나오는 소리외다

 

       망루(望樓)에 올라가 대성(載城)을 들여다봅시다.

       아니, () 나라 깃발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어째서 정() 나라 깃발만 꽂혀있는 것인가?

 

       허허, 망루에 올라온 장수님들

       그동안 잘 있었소?

       나는 정() 나라 상경 공자 려() 올 시다

 

       아니. 저자가 어떻게 대성(載城) 안에 있지?

       어젯밤에 들어갔다더니 정말이로구나

 

       우아 하. 장수들 고맙소이다

       장수들 덕분에 대성(載城)을 갖게 되었소이다

 

       대성(載城)을 갖게 되었다니?

       아니, 저자가 누구요?

 

       저자는 위() 나라 석후(石厚)에게 패하여 달아난

       정() 나라 상경 공자 려() 라는 자요

 

공자 려()가 비밀리에 대성(載城)에 연락하자, 대공(載公)은 소문을

들어 아는지라, 야밤이지만 왕사군(王師軍)이 구원하러 온 것으로

믿고 말았으므로, 성문을 열어 정군(鄭軍)을 반갑게 받아드렸다.

 

       이제부터 대성(載城)은 정() 나라가 차지한다

       대공(載公)은 가솔(家率)들을 이끌고 떠나도록 하시오?

 

공자 려()는 태도를 돌변시켜,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언을 하며,

약한 대성(載城)을 장악해버렸다. () 나라 백성들은 전쟁에 몹시

지쳐있었던 터라, 정군(鄭軍)에 저항도 못 하고 굴복하고 말았다.

 

       아. 아깝도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성(戴城)을 손에 넣으려 하였는데

 

       요충지에 있는 저 대성(戴城)

       저 비겁한 놈, 공자 려()에게 빼앗기다니

       너무나 안타깝구나

 

공보가(孔父嘉)는 기다리던 채군(蔡軍)이 왔으므로 이제 대성(戴城)

손에 넣으려 했는데, 대성(載城)에서 휘날리는 정() 나라 깃발을

보며 분을 참지 못하며 바라본다.

 

       공보가(孔父嘉) 장수. 뭘 생각하시오?

       그렇게 서 있을 때가 아니오

 

       공자 려()가 내일 아침밥 먹고 싸우자는

       결전장(決戰章)을 보내왔소이다.

 

       정군(鄭軍)이 대() 나라를 구원하러 왔다고는 하나?

       그러나 그 숫자는 얼마 안 되는 것 같소이다.

 

       이제 대() 나라가 정군(鄭軍)을 믿고 성 밖으로 나와

       대()와 정()이 함께 공격을 펼칠 것이 분명하오

 

       성문을 열고 나올 때를 기다렸다가 우리가 역습하면

       우리가 대성(戴城)을 손쉽게 넣을 수 있을 것이외다

 

       공보가(孔父嘉) 장수공자 려()의 정군(鄭軍)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소만?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 만약에 우리 뒤에서

       정군(鄭軍)이 협공하여 쳐들어온다면

       우리가 너무 위험해지지 않겠소?

 

       공보가(孔父嘉) 장수이렇게 시간 끌지 말고

       우리도 그냥 저놈들 모르게 빠져나갑시다

       아무래도 그게 상책인 것 같소이다.

 

       대부 우재(右宰) ()는 왼 겁이 그리 많소?

       귀국 위()의 석후(石厚) 장수를 잘 알지 않소

 

       저자는 제대로 싸울 줄도 모르고

       석후(石厚) 장수에게 쫓겨 달아난 자요

 

       싸울 줄도 모르는 겁쟁이에 불과하며

       저자의 정군(鄭軍)은 얼마 되지도 않소이다.

 

       우리는 내일 학익진(鶴翼陣)을 펼칩시다

       우리 송()나라가 가운데 중군이 되고,

       위군(衛軍)과 채군(蔡軍)은 좌우로 포진하시오

 

       공자 려()가 쳐들어오면 양 날개로 감싸며

       잡아먹을 듯한 형상을 펼쳐 일망타진합시다

 

       내일 일전을 겨뤄 승패를 가리자고

       결전장의 답신을 보내겠소이다

 

       위군과 채군은 군마를 거느리고

       5리 안으로 진채(陣寨)를 세우시오

 

       내일 저 공자 려()를 사로잡아

       내 기어이 저놈의 간을 씹어 먹을 것이오

 

(), (, )는 학익진(鶴翼陣)을 펼치기로 약속하며,

대성에서 5리 밖에 물러 나와 진채陣寨를 세우고 숙영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들은 정장공(鄭莊公)의 술수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 (), ()는 학익진(鶴翼陣)을 펼치기로 작전을 짜고는

다음날 일망타진할 것이라며, 그저 푹 자고 일찍 일어나 싸우려는

큰 실책을 저지르고 마는 것이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냐?

       아니, 밤 삼경에 무슨 불꽃이냐?

 

공보가(公父嘉)는 엉겁결에 잠에서 깨어나 벌떡 일어나며, 곁에 두고

있던 방천극(方天戟)을 집어 들고, 재빨리 영채(令寨) 밖으로 나와

사방을 살펴보니, 하늘 높이 솟구치던 불꽃이 금방 사라지고 만다.

 

59 . 싸우지도 못하고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