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55 화. 가짜 어명을 사용하라.

서 휴 2023. 3. 30. 12:42

55 . 가짜 어명을 사용하라.

 

       허 참, () 나라가 오려 하겠소이까

       아니, 그러면 어쩌자는 것이요

 

       이제 제() 나라가 왔으니

       세 나라만이라도 동맹을 맺어놓는다면

       정() 나라인들 어떻게 쳐들어오겠소이까

 

제희공(齊僖公)은 하루가 지났어도, 정장공(鄭莊公)이 끝내

나타나지 않자, 위선공과 송상공에게 궁금하여 물어보게 된다.

 

       정() 나라가 참석하지 않으면

       원래 동맹하자는 의도와 다르지 않소?

 

       정() 나라가 끝내 오지 않으니

       우리 세 나라만이라도 동맹을 맺어봅시다.

 

위선공(衛宣公)은 삼자간(三者間) 동맹을 맺게 되면 제() 나라에

()과 정(), 두 나라 사이의 원만한 화해를 부탁하려 하였으나,

위선공(衛宣公)의 간곡한 부탁에도 제희공(齊僖公)이 끝내 듣지

않고 그냥 돌아가 버려 화해시키려는 회맹은 허사가 되고 말았다.

 

       주상, 주공(周公) 흑견(黑肩) 이옵니다.

       주공(周公)은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주상, 나라를 경영하자면

       제후들을 잘 다스려야 하옵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

       스스로 복종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옳은 말이긴 하나 어찌하면 좋겠다는 것인가

 

       먼저 정장공을 잘 달래어 딴마음을 먹지 않도록

       각별한 조처를 내리시옵소서?

 

       각별한 조처를 내려라?

       으흠,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로다

 

주환왕은 정장공을 품어주듯 달래주라는 주공 흑견의 말을 받아드려

친필로 쓴 어서(御書)를 정() 나라에 내려보낸다.

 

       짐()이 정백(鄭伯)에게 알리노라.

       경()이 너무 바쁜 것 같아

       괵공(虢公) 기보(忌父)를 우경사(右卿士)로 삼았으며

 

       짐은 경()을 언제나 믿으며 가까이하고 싶은바,

       좌경사(左卿士)로 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라

 

       경()은 제후들을 잘 보살피며

       왕실에 도움이 되도록 근왕(勤王)에 힘쓰도록 하라.

 

정장공은 모처럼 주환왕의 어서(御書)를 받아보고는, 무시하거나

멀리하지 않으면서, 좌경사(左卿士) 자리라도 남겨두고 있다는

통보를 받게 되자, 허탈하게 비웃으며 제족(祭足)과 의논하게 된다.

 

       주상도 한심하시지인제 와서 나에게

       좌경사(左卿士) 벼슬이 내려져 있다고 하니,

       무어라 답변하여야 하겠소

 

       주공. 가볍게 생각하지, 마시옵소서

       주공, 경사(卿士)는 주상 다음의 자리이오며

       제후들을 이끌 수 있는 높은 벼슬이옵니다.

 

       이번 송()나라 토벌에 경사(卿士)로서

       명령을 내려 제후들을 모으십시오

 

정장공이 중신들과 한창 회의하고 있을 때, (). (). (),

세 나라가 동맹을 맺었다는 소식이 들어오자, 모두 깜짝 놀라며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주공. 세 나라가 동맹을 맺었다고 하옵는데, 이는

       위() 나라가 서둘러 이뤄지게 한 것 같사옵니다.

 

       송()과 제() 나라 사이는 아무런 교분이 없었사오며.

       더구나 우리와 동맹을 맺은 제() 나라가 우리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서둘러 동맹을 맺을 리 있겠사옵니까

 

       아무래도 좀 이상 하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情報)가 곧 들어오리라 봅니다

 

조금 기다리자, 와옥(瓦屋) 땅에서 이뤄진 맹회의 내용을 자세히

알게 되었으며, 그제야 정장공(鄭莊公)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주공. 경사(卿士)로 어명(御命)을 선포(宣布)하시어

       제()와 노() 나라에 군사를 동원하게 하시며

 

       주공, (). (). (). () 등 여러 나라에도

       격문(檄文)을 띄우시어, 이런 내용을 상기시키면서,

       다 같이 참여하게 만들어야 하옵니다.

 

       격문(檄文)을 읽고도 군사를 동원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도 반드시 토벌하여야 할 것입니다

 

       주공. ()와 노() 나라는 국경을 맞대고 있어.

       대대로 혼인을 맺으며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사오니

 

       제() 나라가 권유(勸誘)하면 노() 나라도

       군사를 동원해 주리라 봅니다

 

       주공. 신 공자 려() 이옵니다.

       노() 나라는 욕심 많은 공자 휘()가 있어

 

       그에게 부탁하면 모든 걸 이룰 수 있사오니

       그에게 커다란 미끼를 던지시옵소서

 

() 나라는 제() 나라 옆에 붙어있으며, 역시 산동반도 일대를

봉토로 받은 대국으로, 그 당시 노은공(魯隱公)이 군주로 있었다.

 

       공자(孔子)가 쓴 춘추(春秋)는 노()나라 역사서이며,

       그 첫머리가 바로 노은공(魯隱公) 때부터 시작한다.

 

노(魯) 나라 군권을 쥐고 있는 공자 휘()는 정() 나라에서 보낸

뇌물을 혼자서 챙기고는 노은공(魯隱公) 앞에 나아가 건의한다

 

       주공, 공자 휘() 이옵니다.

       정() 나라가 왕사군(王師軍)을 이끌고 있으므로

 

       송()나라 토벌 전투에 가담하지 않으면

       왕명을 거역하는 것이 되옵니다

 

       더구나 우리 노() 나라가 송()나라 땅을 빼앗으면

       모두 우리 노() 나라에 주겠다고 하는바

       굳이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사옵니다

 

       허허, 그러나 우리 노() 나라는

       송()나라와 나쁜 사이도 아니니

       송()나라와 나쁜 감정을 쌓아서는 안 될 일이다

 

       아무쪼록 욕심내지 말고 참여만 하여야 한다

       공자 휘()는 알겠는가?

       주공, 명심하여 그리하겠나이다

 

공자 휘()는 정나라 뇌물을 혼자서 챙긴 양심은 남아 있으므로

노은공(魯隱公)의 승인을 기어이 받아냈으며, 자기 스스로 ()

나라에 연락하면서, 중구(中邱) 땅에서 모이자고 통보하여 주었다.

 

       주공, 노은공(魯隱公)은 공자 휘()를 장수로 삼았으며,

       제희공(齊僖公)은 동생인 이중년(夷仲年)을 보냈나이다

 

       제(齊)와 노(魯)는 각기 병거(兵車) 200승씩을 이끌고,

       우리를 도우러 중구(中邱) 땅으로 찾아오고 있습니다.

 

       채(), (), (), () 나라 등은

       격문(檄文)을 읽고도 아무 연락이 없는 것인가?

       내 이놈들을 가만 놔두지 않으리라

 

       오랫동안 준비하고 기다려온 복수전이다

       나를 우습게 아는 자는 징벌하리라

 

       주공, 참으시옵소서

       지금은 송()나라를 치는 일이 급하옵니다.

       이 작은 나라들은 차후에 조치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정장공(鄭莊公)은 격문(檄文)을 읽고도 참가하지 않은 주변의 작은

나라들을 반드시 혼을 내줄 것이라고 굳게 다짐하면서, 우선

(), (), (), 3개국만으로 연합군을 결성하였다.

 

정장공(鄭莊公)3개국의 연합군이 결성되자, 자신은 선두에서

손수 중군(中軍)을 이끌며, 공자 려(). 공손 (). 영고숙(穎考叔).

고거미(高渠彌) 등의 뛰어난 장수를 대동하면서, 당당히 자신감을

가지고 연합군을 지휘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다 만든 깃발을 이리 가져오너라

       오, 과연 크고도 너무나 화려하구나.

 

       이 깃발은 꿩의 수놈인 장끼의 꼬리털로

       화려하게 장식한 커다란 독() 깃발이니라

 

       천명(天命)을 받들어 죄를 토벌한다며,

       봉천토죄(奉天討罪)라 크게 써놨으며,

 

       못된 벌레는 활로 쏘아 죽이겠다는 뜻으로

       모호(蝥弧) 깃발이라고 부르도록 하라

 

       우리는 왕명을 받은 왕사군(王師軍)이 아닌가?

       이는 왕사군(王師軍)을 상징하는 깃발이니라

 

       자, 지금부터 왕사군을 편성하겠노라

       제() 나라 장수 이중년(夷仲年)은 좌군을 맡아주시오.

       노() 나라 공자 휘()는 우군을 맡아주시오.

 

정장공은 봉천토죄(奉天討罪)라 쓴 커다란 모호(蝥弧) 깃발을

휘날리면서, 왕만이 탈 수 있는 노거(輅車), 죄를 지은 제후를

토벌할 수 있는 권한을 상징하는 붉은 화살과 붉은 도끼를 얹어,

 

왕사군(王師軍)의 모습을 확실하게 나타내 보여주면서, 당당히

기고만장하게 송군(宋軍)을 파도처럼 덮쳐가게 하였다.

 

       승리한 장수에게는 점령한 그 땅을 떼어주겠노라

       어서 빨리 나아가 땅들을 차지하라

 

욕심 많은 노()의 공자 휘()가 송()나라 노도성(老挑城)을 맹렬히

공격하니, 처음에 팽팽하던 싸움에서 송군(宋軍)이 밀리기 시작한다.

 

       와 아, 조금만 더 밀어붙여라.

       와 아, 노도(老挑) 성장(城長)이 도망가고 있다

 

정장공(鄭莊公)은 노도성(老挑城)을 점령하였다는 첫 승전보를 받자,

너무 기뻐하며 재빨리 노거(輅車)를 타고 노군(魯軍)의 진지를

찾아가 공자 휘()를 칭찬한다.

 

       정백(鄭伯)께선 어서 오십시오

       우리 노군(魯軍)이 맹렬히 싸워 차지한

       노도성(老挑城)입니다.

 

       포로 300명과 노획물을 받으십시오

       이렇게 빨리 승전하리라곤 미처 몰랐소

       첫 승전보를 알려주는구려! 고맙소

 

       정말 수고 많았소이다

       축하하고자 여기 소 몇 마리를 가져왔소.

       며칠간 푹 쉬며 군비를 다시 정비하시오.

 

56 .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