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301∼400 회

제 322 화. 등불 밑에서 신발을 엮는가.

서 휴 2023. 2. 15. 16:19

322 . 등불 밑에서 신발을 엮는가.

 

제나라에서 뒤를 밀어준다고 하자, 자신감을 가진 중수(仲遂)

득신(得臣)과 경영(敬嬴)은 비밀리에 계책을 세워나갔다.

 

       마구간에 날쌘 자객들을 매복시켜 놔라.

       어서, 세자 오()에게 고하도록 하라.

 

경영(敬嬴)은 비밀리에 계획을 짜고서 시종을 시켜 알리자,

세자 오()는 동생 공자 시()와 함께 망아지를 구경하러 왔다.

 

       주공, 종자 좋은 말이 망아지를 낳았나이다.

       주공, 어서 나와 보시옵소서!

 

       이윽고 두 사람이 마구간 앞에 나타나자

       갑자기 매복해 있던 자객들이 일어나

       두 사람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로 때려죽였다.

 

두 사람이 죽은 걸 확인한 중수(仲遂)는 재빨리 머리를 굴려

반대할 세력의 우두머리부터 제거하기로 마음먹었다.

 

       태부 팽생(彭生)이 살아 있다면 문제가 일어난다.

       이 사람을 없애지 않는다면 뒤 문제가 생긴다.

 

중수(仲遂)는 즉시 내시를 보내 세자 오()가 부른다는 명으로

밤중이지만 팽생(彭生)에게 입궐하도록 통보했다.

 

       어서 입궁할 채비를 갖추도록 하라.

       나리, 공염무인(公冉務人) 이옵니다.

 

       태부께서는 궁궐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들어가시면 틀림없이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때 공염무인(公冉務人)이라 부르는 팽생(彭生)의 가신은 평소에

중수(仲遂)와 득신(得臣)과 경영(敬嬴)이 궁궐에서 자주 만나며

무언가 비밀스러운 일을 꾸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세자 오()의 이름으로 갑자기 입궐하라는 명령은 거짓이라고

의심한 공염무인(公冉務人)은 팽손의 앞을 가로막고 말한 것이다.

 

       주군께서 부르는데 어찌 가지 않을 수 있겠느냐?

       설사 내가 들어가서 정말로 죽는다. 할지라도,

       망설이며 도망칠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나리, 틀림없는 군명(君命)이라면 괜찮겠지만

       만약 군명(君命)이 아니라면 죽게 될 터인데

       그 죽음이 무슨 명분이 있겠습니까?

 

       좀 더 살피시다가 날이 밝아지는 아침에

       들어가셔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라!

       아니 됩니다. 날이 밝은 후에 가시옵소서

       이거 놔라갔다 와서 말해주겠노라

 

팽생(彭生)이 간하는 말을 듣지 않고 궁궐로 들어가려고 하자,

공염무인(公冉務人)이 눈물을 흘리며 옷소매를 붙들었으나

옷소매를 칼로 자르고 수레에 올라 궁궐로 들어가고 말았다.

 

       내시야, 군주께서 어디에 계시냐?

       망아지를 구경하러 마구간에 납시었습니다.

 

내시가 앞장서서 팽생(彭生)을 마구간으로 안내하자, 마구간

뒤에 매복해 있던 자객들이 다시 일어나, 몽둥이로 때려죽여

그 시체를 말똥 무더기 속에 묻어 버렸다.

 

       성강聲姜 부인 임, 큰일 났습니다.

       신군(新君) 세자 오()와 공자 시()가 미친

       말에 차이고 물려서 모두 죽어 버렸나이다.

 

두 아들이 죽었다는 뜻밖의 소식에 깜짝 놀란 성강聲姜 군부인은

큰 목소리로 곡을 하며, 급히 마구간으로 달려갔으나, 두 사람의

시신은 이미 궁문(宮門) 밖으로 실려 나간 뒤였다.

 

신군(新君)과 공자 시()의 죽음을 알게 된 행보(行父), 이는

모두 중수(仲遂)가 한 짓임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감히 남에게

말할 수 없어, 아무도 몰래 중수(仲遂)를 찾아가 항의했다.

 

       아저씨! 어찌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습니까?

       행보(行父) , 뭐가 어쨌다는 것이냐?

       신군(新君)과 공자 시()를 죽인 것이 아니오?

 

       아니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경영(敬嬴) 부인이 한 짓인지 모르겠구나.

       진() 나라가 토벌하러 오면 어쩌려 하십니까?

 

       조카 행보(行父) , 정말 답답하구나!

       제()와 송() 두 나라에서 벌어진 일을 모르느냐?

 

       상신(商臣)은 세자 사()를 죽이고 제의공(齊懿公)

       되었으며, 공자 포()는 송소공(宋昭公)을 시해하고

       송문공(宋文公)이 되지 않았느냐?

 

       진()나라는 토벌하지도 않고 모두 용납했다.

       그깟 어린아이 둘을 죽인 일이 아니냐!

       그만한 일을 가지고 진()이 토벌하러 오겠느냐?

 

중수(仲遂)에게 크게 실망하며 헤어진 행보(行父)는 궁문(宮門)

밖으로 쫓아나가더니, 세자 오()의 시신을 찾아가 어루만지며

곡을 하다가 지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에 이를 알게 된

중수(仲遂)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신의 신분은 마땅히 큰 생각을 해야지

       한낱 아녀자의 여린 마음으로 그렇게

       비통해한들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

 

       사람은 약삭빠르다고 원망하는 말을 들을망정

       눈에 보이는 이득을 먼저 챙겨야 하느니라!

 

행보(行父)가 깨어나 정신을 차렸을 그때, 곧이어 득신(得臣)

그들이 있는 곳에 당도하여 중수(仲遂)에게 물었다.

 

       중수(仲遂), 우리 형 팽생(彭生)은 어디에 있소?

       득신(得臣), 나는 모르는 일이오!

       중수(仲遂), 모른다고 잡아뗄 일이 아니오!

 

       우리 형 팽생(彭生)은 군주를 위해 죽으려고 하던

       사람인데 구태여 나를 속일 필요가 뭐 있겠소?

 

중수(仲遂)는 득신(得臣)의 말에 안심하였으며, 팽생(彭生)

행방을 가르쳐 주고 난 후에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였다.

 

       백관들은 모두 조당에 모이시오!

       신군(新君)의 일은 안타깝게 되었소이다!

       시급한 일은 오늘 군주를 세워야 하는 일이오.

 

       공자 왜()가 어질 뿐만 아니라 큰아들이므로

       마땅히 군위를 잇도록 해야 할 것이오!

 

이미 내막을 다 알게 된 백관들은 감히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노나라의 대신들은 곧바로 공자 왜()를 군주의 자리에 올려

앉히면서 축하의 예를 올렸다. 이가 곧 노선공(魯宣公)이다.

 

이때가 기원전 608년이며 주광왕(周匡王) 5년의 일이었다.

이에 호증(胡曾) 선생이 시를 지어 한탄했다.

 

       外權內寵私謀合 (외권내총사모합)

       궐 안의 총애와 밖의 권력이 몰래 모의하니

 

       無罪嗣君一旦休 (무죄사군일단휴)

       죄 없는 군주가 하루아침에 절단이 나는구나!

 

       可笑模棱季文子 (가소모릉계문자)

       가소롭구나, 우유부단한 계문자(季文子) !

 

       三思不復有良謀 (삼사불복유양모)

       깊이 생각했다면 어찌 좋은 계책이 없었겠는가?

 

계문자(季文子)는 계손행보(季孫行父)의 시호(諡號) 이다.

득신(得臣)은 중수(仲遂)를 원망하지 않으며, 형님인 팽생(彭生)

시신을 냄새나는 말똥 더미에서 찾아내 태연하게 장사를 치렀다.

 

       한편 군부인(君夫人) 성강(聲姜)은 두 아들이 모두 비명에

       살해당하고, 중수(仲遂)가 공자 왜()를 노후(魯侯)

       세우는 걸 뻔히 보면서, 두 손으로 가슴을 치면서

       통곡하다가 혼절을 하며, 다시 깨어나 또다시

       통곡하기를 몇 번인가 반복하다가 쓰러졌다.

 

곧바로 중수(仲遂)는 새 군주의 어머니가 선군의 군부인(君夫人)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경영(敬嬴)을 군부인(君夫人)으로

받들자고 제안하자, 백관들은 모두 아첨하며 치하했다.

 

성강(聲姜)은 비명에 죽어간 두 아들을 생각하며 밤낮으로 흐느껴

울다가, ()나라에서는 살 수가 없다면서, 시종에게 행장을

꾸리게 했으며, 수레를 타고 제()나라로 돌아가려 했다.

 

       성강(聲姜) 마마, 신 중수(仲遂)이옵니다.

       신군(新君)이 비록 마마의 소생은 아니 오나,

 

       성강(聲姜) 마마는 선군(先君)의 군부인(君夫人)이므로

       신군(新君)의 모친이 되기도 합니다.

 

       신군(新君)이 효성으로써 봉양하고자 하옵는데

       어찌하여 친정으로 돌아가 얹혀살려 하십니까?

 

       중수(仲遂)! 이 역적 놈아!

       우리 모자가 너에게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그 참혹한 짓을 우리에게 행하였단 말이냐?

 

       오늘 네가 마음에도 없는 말로 나를 머물라고 하지만

       네가 한 짓을 귀신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경영(敬嬴)도 시녀를 시켜 만류하였으나, 성강(聲姜)은 얼굴도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수레를 타고 곧바로 궁문을 빠져나갔다.

 

이윽고 수레가 성안의 번화한 큰 네거리에 이르자, 성강(聲姜)

수레에서 내려 백성들 앞에서 목을 놓아 큰 소리로 울며 외쳐댔다.

 

       하늘이시여! 하늘이시여!

       이 억울한 일을 어찌하오리까?

 

       내 두 어린 자식들이 무슨 죄가 있나이까?

       이 천첩에게는 또 무슨 죄가 있나이까?

 

       역적, 중수가 하늘의 도리를 능멸하고 탐욕에

       눈이 멀어 적자를 죽이고 서자를 세웠나이다.

 

       나는 성안의 백성들과 영원한 작별인사를 하며

       다시는 노()나라 땅을 밟지 않을 것입니다!

 

성강(聲姜)의 울부짖음에 노성(魯城) 안의 백성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으며, 성강(聲姜)의 애통해하며 울부짖는 소리에,

하나둘씩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함께 울었다.

 

       그로부터 성강(聲姜)을 생각하면 슬프다고

       애강(哀姜) 이라 부르기 시작했으며, 또한,

       제()로 돌아갔다 하여 출강(出姜)이라고도 했다.

 

소부인(昭夫人)은 제소공(齊昭公)의 부인이며, 성강(聲姜)은 그의

딸이었다. 소부인(昭夫人)과 성강(聲姜)은 가슴속에 맺힌 한을

풀지 못해, 두 모녀는 그들의 애통한 심정을 말하다가 눈물을

흘려가며 서로 끌어 앉고 또 목을 놓아 매일 통곡하였다.

 

       이미 그 내용을 뻔히 알고 있는 제혜공(齊惠公)

       두 사람의 곡소리를 매일 듣기 싫어하였으므로

       별도로 궁실(宮室)을 짓게 하여 떨어져 살게 했다.

 

주광왕(周匡王) 5년이며 기원전 608년은 노선공(魯宣公)이 즉위한

원년의 일이었다.

 

       주공, 정월 초하루 날, 신년 하례를 받으시옵소서

       허허, 모두 다 고맙소이다.

 

군신들이 조당에 모여서 노선공에게 하례를 올리고 나자, 의례가

끝나는 걸 본 중수(仲遂)가 대신들 반열에서 나오며 상주했다.

 

       주공, 안주인 자리가 아직 비어 있나이다.

       옛날 제후(齊侯)를 찾아뵈었을 때 제후의 딸과 주공과의

       혼인을 약속하며, 군위를 담보한 적이 있었사옵니다.

       이제 시간이 많이 흐른바 더는 늦출 수가 없나이다.

 

       좋소. 누가 제나라에 가서 혼사를 주선하겠소?

       혼사의 일은 신이 청하였던 바이오니

       신이 빨리 다녀오도록 하겠나이다.

 

노선공은 즉시 중수를 사자로 임명하여 제나라에 가서 폐백을

바치면서 혼인을 청하도록 명했다.

그날 밤, 중수(仲遂)는 독대를 청하여 노선공과 단둘이 앉았다.

 

       주공, 우리가 제()나라와 혼인 관계를 맺어

       장인과 사위 사이가 된다고 하지만, 장래에도

       우호 관계가 지속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물며 주공께서 군위를 얻으신 방법이 정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회맹에 참가하여 여러 제후의 반열에 같이

       서야만, 비로소 군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나이다.

 

       신은 주공의 안위를 위하여, 지난번에 제후와

       삽혈(歃血)의 의식을 행하면서, 매년 빠지지 않고

       조빙(朝聘) 사절을 보내기로 맹세하였나이다.

 

       그것을 허락함으로써 제후(齊侯)로부터

       주군의 자리를 확실하게 구할 수 있었나이다.

 

       주공, 제후(齊侯)와의 약속이 이러하였사오니,

       주군께서는 반드시 재물을 아끼지 마시옵고

       제후(齊侯)에게 회합을 청하시기 바라나이다.

 

       만약 제후(齊侯)가 우리의 뇌물을 받아들이고

       회합을 허락한다면, 주군께서는 제후(齊侯)

       아주 정중하게 모셔야만 합니다.

 

       두 나라의 군주가 서로 친하게 되면, 이것은 마치

       두 나라의 처지가 입술과 이빨처럼 공고하게 되어

      주군의 자리를 태산처럼 든든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323 . 노문공, 제혜공의 사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