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301∼400 회

​제 305 화. 퉁소, 소리로 봉황을 부르는가.

서 휴 2023. 1. 18. 15:19

305 . 퉁소, 소리로 봉황을 부르는가.

 

       진군秦軍이 효산崤山에서 진군晉軍의 매복에 걸려

       전멸한 해는 진목공 33년인 기원전 627년이었으며

 

       진군秦軍 황하를 건너 진나라의 영토를 유린蹂躪

       하고, 다시 황하를 건너 효산崤山에서 진군秦軍의 시신을

       위해 위령제를 지낸 해는 3년 후인 기원전 624년이다.

 

       ​마침내 진군秦軍의 강함에 놀란 서융주西戎主

       적반赤斑이 앞장서 20여 부족을 복속시켜주었다.

       이에 진목공秦穆公은 서융西戎 의 백주伯主가 되었다.

 

       주양왕周襄王은 윤무공尹武公을 사자로 보내 서융西戎

       복속시킨 업적을 축하하며 금으로 만든 북을 하사했다.

 

진목공은 이때부터 중원中原의 패권을 쥐게 된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탓으로 주양왕周襄王이 하사하는 금북金鼓을 직접 받으러

가지 못하고, 대신 공손지公孫枝를 보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어찌 나보다 먼저 요여繇余가 죽는단 말이냐.

       정말 애통하여 참을 수가 없구나!

 

갑자기 요여繇余가 병으로 죽자 매우 애통해하던 진목공秦穆公

백리시百里視를 우서장右庶長에 명하여 요여繇余를 대신하게 했다.

 

       주 왕실에 다녀온 사이에 요여繇余의 자리에 백리시百里視

       임명된 것을 본 공손지公孫枝는 몹시 실망하게 된다.

 

       원래 순서대로라면 우서장 자리에 자기가 올라야 했으나,

       진목공은 백리시를 더 신임한것으로 보였다.

공손지公孫枝는 자기가 늙었다는 걸 인정하며 가슴 허전했으나,

은퇴를 생각하며 정계에서 물러났다. 이후 진秦 나라는 평온해졌다.

 

       이처럼 진나라가 조용해지자, 진목공秦穆公 곁에

       오래 있었던 사람은 ​하나 둘씩 떠나갔다.

 

한편 진목공秦穆公에게는 어린 딸이 자라면서, 농옥弄玉 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농옥弄玉이 태어날 때 어떤 농부 한 사람이

       색깔이 맑고 아름다움이 비치는 옥돌을 바쳤다.

 

       옥을 다루는 장인匠人이 갈고 닦더니, 그 안에서

       푸른색을 띄우는 참으로 아름다운 옥을 얻었다.

 

       딸이 첫돌이 되어 돌잔치를 하던 중 쟁반에 여러

       물품을 올려놓고 그중에 한 가지를 집어 들게 했다.

 

       그 여아는 다른 물건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옥돌 만을 집어 노리개로 삼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옥만을 가지고 논다, 하여 그 여아의

       이름을 농옥弄玉 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여아가 점점 나이가 들자, 그 자태가 너무나

       아름다웠을 뿐만 아니라, 총명하기가 그지없었다.

 

       또한, 생황笙簧을 달리 선생에게서 배우지 않고도

       스스로 음조를 깨우쳐 불렀다고 한다.

 

생황笙簧은 구이저우성貴州省, 윈난성雲南省, 후난성湖南省

주로 사는 묘족苗族이 만든 악기로, 팔음八音 중 포부匏部에 속한다.

 

옛날에는 관수管數에 따라, 따로 따로 화, , 등의 이름이

있었으나, 지금은 이 악기를 통틀어 생황笙簧 이라고 부른다.

 

       우리 진 나라 안에 제일가는 장인匠人을 불러

       그 옥을 빚어 생황笙簧을 만들도록 하라.

 

       농옥弄玉 , 이 생황笙簧을 불러보아라.

       호오, 봉황鳳凰이 우는 소리처럼 아름답구나.

 

       농옥弄玉 , 이 새로 지은 누각에 이름을 지어보아라.

       아바마마, 이는 봉루鳳樓가 아니 옵니까?

 

       허허, 그렇구나. 봉대鳳臺 라고 부르자.

       농옥弄玉 , 이제부터 봉대鳳臺에서 살려무나!

 

어느덧 농옥弄玉이 자라나 15세가 되어 좋은 배필을 구해 주려고

하자, 농옥弄玉은 아버지 진목공秦穆公에게 스스로 먼저 맹세했다.

 

       아바마마, 이 세상에 생황笙簧을 아주 잘 불어

       소녀의 생황笙簧 소리에 화답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주신다면 그 사람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아바마마, 꼭 그런 사람에게 시집을 가고 말 겁니다!

 

       이 세상에 생황笙簧을 잘 부는 총각을 찾도록 하라!

       그래, 아직도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하였단 말이냐!

 

어느 날 밤 농옥弄玉봉대鳳臺에 앉아 창문의 주렴을 걷어내고

한가롭게 밤하늘을 쳐다보는데 거울과 같은 맑은 달이 떠 있었다.

 

       시녀야, 향을 피워봐라?

       아까 생황笙簧을 어디 두었었지?

       그래, 파란빛의 내 생황笙簧에 달이 들어 왔구나!

 

       시녀야, 내 생황笙簧 소리가 어디까지 갈까?

       농옥弄玉 아기씨, 창가에서 부니 달까지 갈 거예요.

 

       그래, 이 청초한 생황笙簧 소리에 달에 계시는

       우리임이라도 찾아왔으면 좋겠구나.

 

       농옥弄玉 아기씨, 미풍 따라 퉁소洞簫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렇구나, 생황笙簧 소리에 퉁소洞簫 소리가 화답하는구나.

 

퉁소洞簫는 관대管帶의 밑이 막히지 않고 통하므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앞에는 다섯 개의 청공晴空이 있으며, 뒤에 하나의

지공指孔이 있다. 그리고 끝에 쓰지 않는 양방공兩旁孔이 있다.

 

       아 퉁소洞簫, 들리는 듯 마는 듯 마음을 파고드는구나!

       호오! 내 생황笙簧이 멈추니 퉁소洞簫도 멈추는구나.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어찌 나뭇잎은 살랑거릴까?

       미풍에 흔들리는 걸까? 여운에 흔들리는 걸까?

 

       농옥弄玉 아기씨, 다시 생황笙簧을 불어 보소서.

       기이하구나! 멀리서 은은하게 또 들리는구나.

 

       왜 퉁소洞簫는 내 생황笙簧에 화답할까?

       기이한 일이로다. 정말 기이하구나.

 

       농옥弄玉 아기씨, 향도 다 타내려 가고

       촛불도 눈물 흘리며 촛농이 흥건합니다.

       농옥弄玉 아기씨, 이제 잠에 드시옵소서.

 

농옥弄玉은 망연히 생황笙簧을 밀쳐놓고 잠들지 않는 마음을 끌어

앉고는 침상에 올라가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옹성雍城의 서남쪽 하늘 문이 열리는구나.

       오색의 빛이 마치 대낮처럼 밝아지는구나.

 

       새의 깃털로 만든 관, 새털로 만든 날개,

       오색찬란한 봉황鳳凰을 타고 하늘에서 날아와

       봉대鳳臺 내려온 미장부美丈夫는 누구 시 오?

 

       나는 태화산太華山의 주인이오만,

       상제上帝께서 그대와 혼인婚姻 하라 하셨소!

 

       우리는 중추절에 혼인婚姻을 하게 될 것이오.

       그대에게 꿈속에서 알려주니 그리 아시오!

 

미장부美丈夫는 말을 마치자, 허리에서 붉은 옥으로 만든 퉁소洞簫

꺼내어 봉대鳳臺 간에 기대서서 불기 시작했다.

 

       퉁소洞簫 소리에 봉황鳳凰이 날아오더니

       춤을 추기 시작하며, 봉황鳳凰이 내는 소리는

       퉁소洞簫 소리와 어울려 하나로 합해졌다.

 

이는 마치 궁, , , , 의 오음五音 중에서 궁

이 조화를 이뤄, 종과 북소리가 서로 번갈아 내는 소리 같았다.

 

       이 곡의 이름은 무엇이라 하나요?

       이는 화산음華山吟 중 제일농第一弄 이라 하오.

 

       이 곡을 가르쳐 줄 수 있으시나요?

       우리는 앞으로 서로 혼인할 인연이오.

       어찌 가르쳐 드리지 않을 수 있겠소?

 

미장부가 농옥의 손을 잡으려고 하는 순간, 그녀가 갑자기 꿈에서

깨어났으나, 꿈속에서 있었던 일은 마치 생시의 일처럼 생생했다.

 

       아바마마, 소녀의 꿈 이야기를 들어보소서.

       우서장右庶長 백리시百里視를 불러오라.

 

       주공, 신을 부르셨사옵니까?

       우서장右庶長은 세상을 많이 다녀봐 알 것 같소.

 

       농옥弄玉이 꿈속에서 본 미장부를 이렇게 그려봤소.

       이 그림을 가지고 태화산에서 미장부를 찾아보시오.

 

태화산太華山은 오악五嶽 중 서악西嶽에 해당하는 화산華山 이다.

태화산太華山은 섬서성 화음현華陰縣 경내에 있는 명산으로

서안西安에서 서쪽으로약 120지점에 있다.

 

       농부님, 저 태화산에 이 젊은이가 살고 있소?

       태화산太華山 산꼭대기에 명성암名聲岩 이라고 있소.

       그곳에 기인 한 사람이 살고 있소이다.

 

       그 기인은 지난 7보름에 그곳으로 올라가

       오두막집을 짓더니 혼자 살고 있소이다.

 

       그런데 말이오, 그 기인은 매일 산에서 내려와

       술을 사서 혼자 마시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반드시 퉁소를 한 곡조 부는 것이 아니겠소?

 

       그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는데,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은 소리에 취해 잠자는 것도 잊게 되지요.

 

       어디서 온 사람이오?

       어디서 왔는지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소이다.

       알려면, 태화산太華山에 올라가 물어 보시구려.

 

백리시百里視가 태화산太華山에 올라가 명성암名聲岩에 이르자

과연 한 사람이 살고 있는데, 그림 속의 미장부美丈夫와 같았다.

 

       그림과 같이 머리에는 새의 깃털로 만든 관을 쓰고

       몸에는 학의 깃털로 지은 옷을 입고 있었다.

 

백옥과 같이 하얀 얼굴에 주단같이 붉은 입술, 세속의 분진粉塵에서

벗어난 듯이 고고한 기상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었다.

 

       실례 오만,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오?

       성은 소이고 이름은 사입니다만

       어떤 분이시기에 이곳까지 왕림하셨소?

 

       나는 이 나라의 우서장右庶長 직에 있는

       백리시百里視 라는 사람입니다.

 

       저의 군주께서는 사랑하는 딸이 있는데

       그 배필을 구하는 중입니다.

 

       생황笙簧을 잘 부는 그녀는 자기의 배필이 될 사람은

       반드시 자기가 부는 생황笙簧 소리에 화답할 수 있을

       만큼 음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소이다.

 

       선생께서 음률에 조예가 매우 깊으시다는 소문을

       저의 군주께서 들으시고, 선생을 청하여 그 소리를

       한번 듣고자 저에게 모셔오라 하셨소이다.

 

       ​제가 음률에 대해 조금 알고 있기는 하나,

       그리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는데, 공연히 욕됨 만을

       입을 것 같아 감히 명을 따를 수 없겠소이다.

 

​       저와 같이 가서 우리 군주님을 뵙고 퉁소洞簫를

       한 번 부신다면 모든 일은 자연히 밝혀질 것이니

       부디 사양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우서장 백리시百里視가 간청을 하자, 소사簫史는 태화산太華山에서

내려가 진목공秦穆公을 찾아뵙겠다고 약속해 주었다.

 

       두 사람은 태화산太華山에서 내려와 수레에

       같이 올랐으며, 드디어 옹성雍城으로 들어갔다.

 

백리시百里視가 먼저 태화산太華山에서 소사簫史를 만나게 된

경위를 이야기하고 진목공秦穆公 앞으로 인도하여 알현하게 했다.

 

       소사簫史, 우리 주군이 봉대鳳臺에 머물고 있소이다.

       봉대鳳臺에서 우리 주군께 인사 올리시오.

 

       신은 태화산太華山 산속에 사는 일개 필부라

       예의도 법도 모르고 살고 있사옵니다.

       엎드려 비오니 그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진목공秦穆公은 소사簫史를 바라보면서, 생김새가 단아端雅 하여

세속의 때가 묻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했다.

 

       소사簫史는 이리 가까이 앉으시오.

       소사簫史는 퉁소洞簫를 잘 분다고 들었소.

       그렇다면 또한, 생황笙簧도 잘 불 것이 아니오?

 

       신은 태화산太華山에서 오직 퉁소洞簫 만 불어왔으므로

       생황笙簧은 불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과인은 생황笙簧을 잘 부는 사람을 찾는 중이오.

       퉁소와 생황笙簧은 같은 종류의 악기가 아니라 하니

       그대는 내 딸의 배필이 아닌 것 같도다.

 

진목공秦穆公이 백리시百里視를 불러 소사簫史를 데리고 나가게

하였는데, 농옥弄玉이 듣고 시녀를 보내어 자기의 말을 전하게 했다.

 

       퉁소洞簫와 생황笙簧의 소리는 그 근본이 같사옵니다.

       손님이 스스로 퉁소洞簫를 잘 분다, 하는데

       들어보지 않으시고 어찌 그냥 보내려 하십니까?

 

       허허, 옳은 말이로다. 소사簫史는 이리 오시오.

       퉁소洞簫로 한 곡조 들려줄 수 있겠소

 

전당으로 다시 들어온 소사簫史가 허리춤에서 퉁소洞簫를 꺼내는데

은은한 옥빛이 붉은빛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의 눈을 부시게 하였다.

 

       호오, 참으로 보기 드문 보물이로다.

       첫 곡을 불자 맑은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구나.

       두 번째 곡에 오색구름이 사방에서 몰려드는구나.

 

       세 번째에 이르자 백학白鶴이 날아와 퉁소洞簫 소리에

       장단을 맞추어 공중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춤을 추고

       공작孔雀 새 여러 쌍이 후원으로 날아들고, 그 뒤를 따라

       온갖 새들도 모여들어 노래로 화답하는구나.

 

       퉁소洞簫 소리가 멈추자 모두가 사라졌구나.

       정말 기이하여 말할 수가 없구나.

 

진목공이 크게 기뻐할 그때, 주렴을 친 뒤에서 몰래 살펴보고 있던

농옥弄玉이 소사의 퉁소 소리와 부는 모습에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306 . 신선은 인간과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