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301∼400 회

제 301 화. 싸움을 청하고 그냥 돌아온다.

서 휴 2023. 1. 12. 20:50

301 . 싸움을 청하고 그냥 돌아온다.

 

백돈白暾이 대로하여 커다란 도끼 부월斧鉞을 빼 들고, 미리 엄선해

뽑아놓은 기병騎兵 들을 지휘하여, 먼저 진군晉軍을 공격해 왔다.

 

       책군翟軍의 용감한 기마대는 돌격했으나

       재빨리 병거兵車 들이 달려와 진을 치니 마치

       높은 담벼락처럼 단단하여 뚫을 수가 없었다.

 

       격분한 백돈白暾은 미친 듯이 날뛰며

       여러 차례 돌격을 감행했으나, 이미 습격에

       대비하고 있던 진군晉軍을 당할 수가 없었다.

 

이때 진군晉軍에서 북소리가 크게 일어나며, 왼편에서 극결郤缺

달려 나오고 오른편에서는 란돈欒盾이 뛰쳐나왔다. 또한, 중군에

있던 호사고狐射姑가 달려 나와 책군翟軍을 덮쳐갔다.

 

       삽시간에 전세는 역전되어 책군翟軍은 포위되고

       진군晉軍과 책군翟軍은 한바탕 어지러운 싸움을 벌였다.

 

       불리한 것을 깨달은 백돈白暾은 기마대와 함께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달아나는 백돈白暾의 뒤에서, 긴 언월도偃月刀를 휘두르며 따라오는

진군晉軍의 장수가 한 사람 있었다.

 

       백돈白暾 , 어찌 자꾸만 도망가느냐?

       네놈은 뭐하러 자꾸 따라오느냐?

 

       백돈白暾 , 내 언월도偃月刀가 무서우냐?

       좋다, 그래 한번 겨뤄보자

 

       너는 언월도偃月刀를 제법 잘 쓰는구나

       백돈白暾 , 너도 부월斧鉞을 잘 쓰는구나

 

       네 이름이 무엇이냐?

       그렇지, 이름은 알려주고 싸워야지?

 

       나는 호국거狐鞫居 장수라고 부른다.

       호국거狐鞫居 라니? 어디서 듣던 이름이다.

 

두 사람이 어우러져 몇 합을 치르고 있는데, 갑자기 진군晉軍

몰려오기 시작했다.

 

       당해 낼 수 없다고 생각한 백돈은 황급히 말머리를 돌려

       자기 진영 쪽으로 달아나려 하다가, 책군翟軍의 본영이

       다칠까 봐, 말의 방향을 돌려 비탈진 산속으로 달아난다.

 

호국거狐鞫居가 놓치지 않고 백돈白暾의 뒤를 끊임없이 따라가자

지쳐버린 백돈白暾이 머리를 뒤로 돌려 바라보고는 말했다.

 

       장군은 예전에 서로 뵌 듯 하오!

       혹시 가계賈季가 아닙니까?

 

       그렇소! 나의 자가 賈季 요.

       아니 어떻게 아셨소?

 

       장군의 부자가 모두 우리 책국翟國에서

       12년을 지냈는데 내가 모를 리 있겠소?

 

       우리가 모시기를 그렇게 박하게 하지 않았소.

       백돈白暾 , 나도 이제 기억이 나는구나.

       백돈白暾 , 이제 말을 멈춰 이야기나 하자.

 

       호국거狐鞫居, 이제 온정을 베풀어주면 좋겠소?

       장담할 수 없으나 또 만나게 되지 않겠소?

 

       좋소, 옛정을 생각해서 보내 드리겠소.

       내 말을 들으시오. 책군翟軍의 목숨을

       모두 부지할 길을 가르쳐 주겠소.

 

       그대는 즉시 책군翟軍을 거두어 회군하시오!

       이곳에 있어 봤자! 모두 죽기만 할 것이오.

       알려줘 고맙소이제 나 먼저 가겠소.

 

호국거狐鞫居는 옛날 책국翟國에서 살았던 때의 일을 백돈白暾

말하자, 차마 죽이지 못하고 말머리를 돌려 진채로 돌아왔다.

 

진군은 한판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뒤라, 백돈白暾을 붙잡지

못한 호국거狐鞫居에 대해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

 

       그날 밤 백돈白暾은 진군晉軍이 눈치를 채기도 전에,

       책군翟軍을 이끌고 책나라로 돌아갔다.

 

       책군翟軍은 대패함으로써, 책주翟主 백부호白部胡

       어렵게 차지한 기성箕城도로 내주고

       책성翟城으로 돌아가고만 것이다.

 

       백부호白部胡는 후사가 없었기에 백돈白暾

       상례을 주제하고 책국翟國의 군주가 되었다.

책군翟軍을 물리친 진군晉軍은 보무步武 도 당당하게 개선가를

부르며 강성絳城으로 회군하여 진양공晉襄公을 알현하였다.

 

       주공, 신 선차거先且居, 신의 부친이신

       선진先軫의 표문表文을 바치나이다.

 

       아아, 너무나 애통한 일이오.

       과인이 손수 염을 하겠소이다.

 

그러자 선진先軫의 시신이 갑자기 두 눈을 부릅뜨고,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분노하는 기색을 얼굴에 띄웠다.

 

​       원수는 갑자기 왜 눈을 뜨는 것이오?

       과인이 장군의 충성스러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데, 어찌 감히 장군이 한 말을 잊겠소!

 

       장군은 나라의 일을 위해 죽었소이다.

       아직 그 혼이 못 떠나고 있음은 무슨 뜻이오?

       표문表文에 올린 일을 말하고 있는 것이오?

 

       ​선차거先且居는 일어나 이리오라!

       선친의 직을 이어받아 중군 원수가 되어라!

 

진양공이 선진先軫의 표문表文 대로 선차거先且居를 중군 원수로

임명하고 난 후에 선진先軫의 시신을 어루만지며 눈을 감기자,

그때야 비로소 선진先軫의 시신은 부릅뜬 눈을 감기 시작했다.

 

       그 후대의 사람들은 기성箕城 에다 선진先軫을 위한

       사당祠堂을 짓고, 때가 되면 제사를 올리고 있다.

 

​       기성箕城은 지금의 산서성 포현蒲縣에서

       동남쪽으로 20지점에 있다.

 

진양공晉襄公은 극결郤缺이 백부호白部胡를 죽인 공을 칭찬하면서

옛날의 극씨 문중의 식읍이었던 기땅을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땅은 지금의 산서성 직산稷山 북쪽이며. 춘추시대春秋時代

초기에 제후국이었으나 진나라에 병합된 땅이다

 

       그대의 공은 그대 부친이 저지른 잘못을

       속죄하고도 남는다고 하겠도다!

       그대 선조들의 봉지를 다시 돌려주노라!

 

극결郤缺은 그동안 역신의 자식이라는 주위 사람의 눈총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이번에 출전하여 화살 한 대로

책주翟主 백부호白部胡를 죽이는 공을 세울 수 있었다.

 

       극결郤缺을 추천하여 그가 공을 세우게 되었으니

       서신胥臣이 아니었으면 어찌 극결郤缺을 알았겠는가?

       서신胥臣에게 선모先茅의 땅을 하사하노라.

 

선모先茅의 위치는 파악되지 않는다. 나머지 장수들에게도 전공에

따라 빠짐없이 상을 내렸으므로 모두 마음으로 복종하며 기뻐했다.

 

       주공, 선군 때는 제후국들이 움츠리고 있었으나

       선군이 떠나자, 진과 책나라가 쳐들어오더니

       이제는 주변 나라들 마저 동요 하고 있나이다.

 

       허와 채두 나라가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다시 초나라와 수호를 맺었나이다.


원수 선진先軫의 활약으로 진秦과 책나라에 대해 모두 승리를

거두었으나, 선진先軫 마저 죽고 나자, 중원中原에서 힘의 균형이

변동되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였으며, 이에 진나라는 패자국의

권위를 손상損傷 당하게 된다.

 

       허와 채두 나라에 사자를 보내라!

       우리 초와 다시 수교를 맺지 않으면 침공하리라!

 

성복城濮 전투에서 크게 패한 초성왕楚成王 도 움츠리고 있다가

진문공晉文公이 죽었다고 하자, 주요한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다시 움직여 허와 채에게 강압적으로 동맹을 맺게 했다.

 

       주공, 다른 제후국들이 따라 하지 않도록
       허와 채, 두 나라를 먼저 단속해야 합니다.

 

       좋소, 우리 진군晉軍은 양처보陽處父를 대장으로 삼아

       허와 채를 공격하여 다짐을 받고 돌아오시오!

 

와 채, 두 나라는 진군晉軍이 쳐들어온다는 정보를 입수하자,

긴급하게 초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

 

       투발鬪勃을 대장으로 성대심成大心을 부장으로 삼노라.

       어서 초군楚軍을 이끌고 진군晉軍을 물리치고 오라.

 

와 채, 두 나라의 구원 요청을 받은 초성왕楚成王은 즉시

초군楚軍을 출정시켰다.

 

       초군楚軍과 진군晉軍은 공교롭게도 지수泜水

       사이에 두고 만나게 되며, 초군楚軍은 남쪽에

       진군晉軍은 북쪽에 진채陣寨를 세웠다.

 

지수泜水는 하남성 서쪽의 복우산伏牛山 북록에서 발원發源 하여

동쪽으로 흐르다가 여수汝水와 합류하는 하천이다. 

춘추시대 때는 나라의 북쪽 경계였었다.

 

       초군楚軍과 진군晉軍은 강폭이 넓지 않은 지수泜水

       사이에 두고 양편에 있다 보니 양 진영에서 나는

       작은 소리도 서로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 대치한 상태에서 양군은 서로 기습하지나

       않을까 하여, 밤잠도 못 이룰 만큼 서로 경계하면서

       두 달여가 지나가자 어느덧 한해가 끝나는 연말이 다가왔다.

       ​양쪽의 군사들도 고향에 가고 싶어 하는 때였다.

 

서로 경계하며 서로 간에 군량미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진군晉軍의 양처보陽處父는 군사를 물리고 회군하고 싶었으나

초군楚軍이 그 틈을 타서 추격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고

 

또한, 초군楚軍을 피해 후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지 않을까 염려하여 감히 군사를 물리지 못했다.

 

       대장님, 심리전心理戰을 쓰십시오.

       심리전心理戰 이라니, 무얼 말하는 것인가?

       대장님, 기만전술欺瞞戰術을 쓰는 것이지요.

 

       호 오, 그런 방법도 있구나!

       좋다, 초군楚軍에 다녀오도록 하라!

 

진군晉軍의 양처보陽處父가 궁리 끝에 초군楚軍에게 사자를 보내

대장 투발鬪勃에게 자기의 편지를 전하게 했다.

       쳐들어오는 자는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며

       두려워하는 자는 쳐들어오지 못한다 하였소.

 

       만약 초군이 우리 진군과 일전을 겨루고 싶다면,

       지수泜水를 건너올 수 있도록, 우리 진군이

       일사一舍의 거리를 뒤로 물려주겠으니 건너오시오!

       우리 만나 목숨을 걸고 한번 싸워 봅시다!

 

       만약 강을 건너오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면,

       일사의 거리를 뒤로 물리쳐 주시오. 우리가 대신

       지수를 건너 장군과 한번 결전을 벌여보겠소.

 

       만약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않고

       한 곳에만 계속 머물러 있게 된다면 군사들이

       매우 피곤해 할 뿐만 아니라,

 

       큰 비용도 헛되게 낭비될 뿐일 것이오

       장군의 결단을 빨리 알려주기 바라오.

초군의 투발鬪勃은 진군의 양처보陽處父가 도발하는 편지를 보내자

크게 분노하게 되며 성대심成大心을 불러 의논하게 된다.

 

       진군 놈들이 내가 겁을 먹고 강을 건너오지

       못할 것으로 알고 이렇듯 나를 기만하는구나!

 

       대장님, 진정하십시오.

       대장님, 진의 장수들은 신의가 없는 놈들입니다.

 

       저놈들이 일사의 거리를 뒤로 물러선다는 말은

       우리를 유인하여 함정에 빠트리려는 계략입니다.

 

       만약, 우리가 건너기 시작하여 강의 반쯤 갔을 때

       저들이 공격해 온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진격할

       수 없고 또한, 뒤로 후퇴할 수도 없게 됩니다.

 

       우리가 잠시 일사의 거리를 뒤로 후퇴하여

       진의 군사들이 강을 건너오게끔 양보한다면

       이것은 우리가 주도권을 잡게 되지 않겠습니까?

 

       ​성대심成大心, 그대의 말이 옳도다.

       저들이 건너오게 하여, 우리가 공격하자!

초군의 투발鬪勃은 즉시 일사一舍의 거리를 후퇴하도록 명령을

내리면서, 진군이 지수泜水를 건너오면 일전을 벌이겠다는 뜻을

양처보陽處父가 보낸 사자에게 말하며 전하도록 하게 했다.

 

       사자는 투발에게 편지를 전했는가?

       ​, 대장님, 초군이 일사를 물러갈 테니

       우리보고 지수泜水를 건너오라 하였습니다.

 

사자로부터 투발鬪勃의 말을 전해 들은 양처보陽處父는 진군晉軍

군사들에게 이 사정을 알리게 하였다.

 

       초나라 대장 투발이 우리를 두려워하여 감히

       강을 건너오지 못하고 초군을 거두어 돌아가 버렸다.

진군晉軍의 군사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하자, 이에 양처보陽處父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속하여 말했다.

 

       초나라의 군사들이 물러 가 버렸는데

       우리가 무엇 때문에 강을 건너가겠는가?

 

       이제 연말이 다가오니 일단 귀국하여 휴식을 취한

       후에 때를 기다려 다시 출병하도록 하겠도다.

양처보陽處父는 즉시 진채를 뽑게 하여 진군晉軍을 회군해 버렸다.

한편 초군 대장 투발鬪勃은 군사를 뒤로 물리게 하고 진군晉軍

도강渡江을 이틀 동안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진군이 지수泜水를 건너왔는지 확인해보라.

       대장님, 진군은 지수泜水를 건너오지도 않았고

       이미 철수하여 진나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허 어, 완전히 속았구나. 우리도 돌아가자!

 

302 . 고모를 격분시켜 아버지를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