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90 화. 촉무, 진목공을 배신하게 만든다.

서 휴 2022. 12. 28. 20:26

290 . 촉무, 진목공을 배신하게 만든다.

 

이때 촉무燭武는 진목공秦穆公이 자기의 이야기를 듣도록 유인이

된다고 생각하자, 힘차고 자신감 있게 말하면서 설득해 나갔다.

 

       진과 진이 군사를 합하여 정을 공격하니

       정 나라의 멸망은 정해진 순서와 같사옵니다.

 

       하오나, 나라의 멸망이 진나라에

       어떤 이익을 가져온다고 생각하시나이까?

 

       정나라의 멸망은 진에게 무익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될 것입니다.

 

       군주께서는 어찌하여 이 많은 군사와 재물을

       다른 나라를 위해 허비하고 계십니까?

       그대는 어찌하여 진에 무익하다고 하는가?

       예에, 군후께선 들어보시옵소서.

 

       정 과 접해 있으나, 은 정

       천 리나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진의 입장에서는 동쪽으로는 진과 접해 있고

       남쪽으로는 주왕실과 경계를 하고 있어.

 

       진나라가 우리 정 나라로 오려 한다면,

       반드시 주왕실의 땅을 거쳐야 합니다.

 

       이때 망한 우리 정나라 땅은 이미

       진나라의 소유가 되어있지 않겠습니까?

       이로 보아 망한 정나라의 모든 땅은 이미

       진의 소유가 되어있을 진데, 어찌 진나라가

       정나라 땅을 진과 나눠 가지려 하겠나이까

 

       하옵고 진과 진, 양국은 경계를 접하고 있으면서

       서로 세력을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으므로

 

       진의 세력이 강해지면, 이와 반대로

       진나라의 세력은 약해지게 되어있나이다.

 

       영토를 늘리고자 하는 이웃 나라를 위해서

       스스로 자기 나라를 약하게 만드는 일은

       지혜로운 군주가 취할 행동이 아니옵니다.

 

       옛날 진혜공晉惠公이 하외河外의 다섯 성을

       군후께 할양하겠다고 굳게 약속한 후에

       군주의 도움으로 진의 군주가 되자

 

       곧바로 그 약속을 저버린 일은 군주께서

       직접 경험하시어 익히 알고 계실 것입니다.

       군후께서는 진의 여러 군주에게 은혜를

       베푸셨지만, 지금까지 그 은혜에 보답한

       군주가 있었다는 소식은 아직도 듣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사옵니다.

       군주님의 도움으로 복국하게 된 진문공晉文公

       군위에 오르자마자 군사의 수를 늘리고

 

       영토를 동쪽으로 넓히면서 하루가 다르게

       강해진 결과, 이제는 정에 까지, 쳐들어왔습니다.

 

       진문공은 욕심이 한없이 많아, 동쪽의 정 나라를

       정벌하고 나면 더는 동쪽의 중원中原을 침공할 수

       없게 되는바, 내일은 서쪽으로 그 공격 방향을 돌려

       자기의 영토를 서쪽으로 넓히려 할 것입니다.

       그리되면 다음 목표는 진나라가 되실 것인데

       어찌 진후秦侯의 근심거리가 되지 않겠나이까?

 

       군주께서는 우나라와 괵나라의 일을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하셨습니까?

 

       어리석은 우공虞公이 길을 빌려주도록 속이면서

       마침내 괵나라를 멸하고, 돌아오면서

       우까지 멸하여 결국 두 나라를 병탄했습니다.

 

       지혜가 부족한 우공虞公이 진을 도운 것은

       스스로 자멸했다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나이다.

 

       이것을 교훈으로 삼아야만 하지 않겠나이까?

       군주께서는 진에게 수많은 은혜를 베풀었으므로

       진이 보답할 것으로, 결코 믿어선 안 될 일입니다.

 

       진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진을 이용할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군주께서는 지혜를 갖추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즐거이 진의 계략에 빠지고 계시옵니다.

 

       이러한 점은 이로운 점이 없을 뿐만 아니오라

       오히려 손해만 있을 뿐이기에 말씀드린 것입니다.

 

       신 촉무燭武는 우리 정 나라가 망하는 마당에

       장차 진나라도 망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되어

       그런 연유로 이처럼 통곡하고 있었나이다.

진목공秦穆公은 촉무燭武의 말을 듣고 나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윽고 얼굴에 두려운 빛을 띠더니, 촉무燭武를 향해 말했다.

 

       촉무燭武, 그대의 말이 옳도다!

       ​주공, 신 백리해百里奚 이옵니다.

       저 사람 촉무燭武는 일개 변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공, 우리와 진나라 사이를 벌어지게 하려는

       이간책이오니 귀를 기울이지 마십시오.

       군후께 이 촉무燭武가 한 말씀 더 올리겠습니다.

       좋다. 어서 말해보라.

 

       군주께서 만약 하해河海와 같은 마음으로

       우리 신정新鄭 성의 포위를 풀어만 주신다면,

 

       맹세컨대 초나라를 확실하게 버리고, 군후께

       항복하여 앞으로 어떤 령이든 따르겠나이다.

 

       만약 군주께서 동방東方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곳에 왕림하시어, 나라의 모든 걸 취하시옵고

       저희는 속국이 되어 받들어 모시겠나이다.

촉무燭武의 마지막 말에 진목공秦穆公은 크게 기뻐하였으며, 즉시

촉무와 삽혈歃血 의식을 행한 후에, 세 장수 기자杞子, 봉손逢孫,

양손楊孫에게 신정新鄭 성을 돕도록 명하면서, 갑사甲士와 보졸을

포함한 2천 명을 남겨 두게 하고는, 의 군영에 통고도 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한밤에 진군秦軍을 이끌고 회군해 버리고 말았다.

 

       촉무燭武가 진목공秦穆公에게 행한 유세는

       춘추 좌전左傳 희공僖公 30년에 적혀 있어,

       역사상 실제로 있었던 일이며, 동주 열국지가

       지어낸 허구의 내용이 아니다.

 

촉무燭武의 말대로 진목공秦穆公은 장차 진의 이익을 취해야!

한다는 판단이 서기에 진과의 약조를 져버리고 철수 한 것이다.

 

       주공, 큰일 났습니다

       큰일이라니, 무슨 일이냐?

       밤사이에 진군秦軍이 모두 떠났습니다

 

다음 날 아무 통고도 없이 진군秦軍이 몰래 떠난걸, 아침 일찍이

알게 된 진문공晉文公은 대로하여 고함지르게 되었다. 매우 놀란

좌군 좌장 호언狐偃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진문공에게 아뢰었다.

 

       아니, 무슨 일로 말도 없이 떠났단 말이냐?

       주공, 신 호언狐偃 이옵니다.

 

       진군秦軍을 추격하여 그 사유를 물어야 하며

       또한, 약조를 어긴 대가를 치르게 하시옵소서.

 

       만약 진군秦軍 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취하게 된다면

       정나라 사람들은 간담이 서늘해져, 장차 우리가

       공격하지 않아도 스스로 항복을 청해 올 것입니다.

 

       아니 오! 그건 불가하오.

       옛날 진후秦侯가 애써준 덕에 과인은 군위에 올라

       지금도 우리의 사직을 지키고 있소이다.

 

       진후秦侯가 힘써 주지 않았다면, 어찌 과인이

       이렇게 진후晉侯의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겠소?

 

       더욱이 성복城濮의 싸움에서 초의 성득신成得臣

       과인에게 무례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과인은 우리 군사들에게 삼사의 거리를 후퇴시켜

       초성왕楚成王 에게 서 받은 은혜에 보답했었소.

 

       하물며 진후秦侯 와는 혼인까지 맺은 인척의

       나라인데, 어찌 뒤를 추격하여 싸울 수 있겠소?

 

진국秦國의 그와 같은 배신행위는 진국晉國의 신료들을 분노케

하였으나, 거시적인 안목으로 진나라에 대해 즉각적인 보복

전쟁에 들어가지 않았다. 진문공晉文公의 이러한 판단은

범인凡人 으로서는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비록 진군秦軍이 철수해도, 우리 진군晉軍 만으로

       충분히 정나라를 항복시킬 수 있소이다.

 

진문공은 즉시 원수 선진先軫에게 명하여 진군晉軍을 반으로 나누게

하여, 진군秦軍이 주둔했던 함릉函陵으로 보내 진채陣寨를 세우게

하고는, 신정新鄭 성을 예전보다 더욱 맹공하게 하였다.

 

       촉무燭武는 큰 성과를 거두었소.

       진군秦軍이 물러가게 한 그대의 공이 오!

 

       그러나 진군晉軍은 아직 물러가지 않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을지 참으로 난감하오?

 

       주공, 아드님이신 공자 란이 진후晉侯에게

       총애를 받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사람을 보내 공자 란을 귀국시킨 후에 그에게

       진과 화의를 청하게 한다면, 진후晉侯는 틀림없이

       공자 란의 요청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이 일도 노대부가 아니면 감당할 사람이 없으니

       촉무燭武는 또 한 번 수고해주기를 바라오

 

       주공, 대부 석신보石申父 이옵니다.

       촉무燭武 대부께서는 너무 노고가 많으셨으니

       신이 대신하여 공자 란을 모시러 다녀오겠나이다.

 

석신보石申父가 즉시 귀중한 예물을 지참하고 곧바로 진나라의

군영으로 찾아가서 진문공晉文公에게 접견을 청했다.

 

       정나라 대부 석신보石申父 라고 하였는가?

       신 석신보石申父 진후晉侯께 큰절을 올리나이다.

       약소하나마 예물을 진후晉侯께 바치나이다.

 

       저희 정백鄭伯께서 그동안 형만荊蠻의 초나라와

       감히 그 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것은, 진후晉侯 임의

       휘하를 더욱 단단히 굳히고자 함이었나이다.

 

       옛날에 범한 무례로 진후晉侯 임께서 크게 진노하고

       계신다는 걸 정백鄭伯께서도 잘 알고 계십니다.

 

       변변한 것은 못되오나, 우리 정나라에서 대대로

       물려 내려온 보물을 예물로 가져왔으니

       좌우에 두고 즐기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리고 저희 군주께서는 공자 란을 데려가

       곁에 두고 싶어서 하시나이다.

 

       진국晉國에 망명 중인 공자 란은 진후晉侯 임의

       자비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고 들었나이다.

 

       공자 란을 정나라의 조정에 상주하게 하면서

       아침저녁으로 국사를 감시토록 한다면 어찌

       우리 정나라가 두 마음을 품을 수 있겠나이까?

 

       너희는 우리를 이간시켜 진군秦軍을 떠나게 했다.

       그것은 진을 속여 떠나보내고 나면

       우리 진군晉軍 혼자의 힘만으로는

       너희를 공격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다시 화의를 청하면서 시간을 벌려는 것이며

       우리의 공세를 늦추게 하면서 초의 구원병을

       기다리겠다는 수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진후晉侯 , 그건 절대 그렇지 않나이다.

       좋다. 우리 진군이 진정으로 물러가기를 원한다면

       다음 두 가지 조건을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다.

 

       군후께선 하명下命 하시기 바라나이다.

       첫째는 공자 란을 정나라의 세자로 세워라.

 

       둘째는 너희들의 모신 숙첨淑詹을 이곳으로 보내

       너희들의 진실한 마음을 표하게 하라!

 

석신보石申父는 진문공晉文公의 요구사항을 받아들고, 신정新鄭

성으로 돌아와 정문공鄭文公에게 복명復命 하였다.

 

       과인은 자화子華의 난, 이래로 애석하게도

       아직 세자를 두지 못하고 있노라.

 

       연길燕姞은 비록 천비 출신이긴 하지만

       란을 받는 꿈을 꾸고, 이 태어나게 했다.

 

       꿈 이야기도 있으니 그를 세자로 세운다면

       사직을 계속 지킬 수 있어 별문제가 없겠노라.

 

       그러나 숙첨淑詹은 곧 나의 팔다리와 같은 신하라

       어찌 내 곁을 떠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주공, 신 숙첨淑詹 이옵니다.

       만약 주군께서 근심하게 한다면

       그 신하 된 자는 치욕을 당하게 되는 것이며,

 

       주군께 치욕을 당하게 한다면, 그 신하 된 자는

       마땅히 죽어서 그 죄를 빌어야 한다고 들었나이다.

 

       지금 진후晉侯가 신을 찾고 있는데 만일 신이 가지

       않는다면, 진군晉軍은 포위를 풀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신이 죽음을 피하여 불충을 저질러

       주군으로 하여금 근심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이 또한 신하로서 치욕을 당하는 일이옵니다.

 

       주공, 바라옵건대 진후晉侯의 부름에 응하도록

       주군께서 허락해 주시기 바라나이다.

 

       경이 가면 결코 살아 돌아올 수 없을 터인데

       어찌 내가 이를 용납할 수 있겠소?

 

291 . 숙첨, 팽살 형으로 죽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