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89 화. 진문공, 정나라 정벌에 나서는가.

서 휴 2022. 12. 27. 12:56

​​289 . 진문공, 정나라 정벌에 나서는가.

 

주양왕周襄王 즉위 22년인 기원전 630년은 진문공文公이 군주의

자리에 오른 지 6년째가 되는 해였다.

 

이때 진군晉軍은 성복城濮 전투를 끝낸 후, 별 전투 없이 귀국하여

휴식을 취한지 일 년이 지나고, 또 그해 7월이 되었다.

 

       정나라 정문공鄭文公은 아주 괘씸하도다.

       허나라를 정벌할 때 괴질을 핑계로 불참했으나

       이 모두 다 거짓말인 것이 다 밝혀졌도다.

 

       또한, 와 교류를 끊겠다고 맹세하고는

       뒤로 몰래 또 교류하고 있지 않은가?


       지난해 조쇠趙衰가 완강히 만류하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정나라를 토벌하였을 것이다.

 

       정백의 무례함을 아직 묻지 못했노라!

       죄를 묻고자 하는데 경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주공, 군사들도 충분한 휴식을 취했나이다.

       이제 진군이 출동해도 힘차게 싸울 수 있나이다.

 

지난번에는 그렇게 반대하던 조쇠趙衰도 이제는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정문공鄭文公의 토벌 주장에 돕고 나왔다.

 

더욱이 지난 유랑시절 진문공晉文公과 가신들을 너무 홀대하였고

또 번번이 배신하는 정문공鄭文公에게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제후 군을 동원하여 연합군을 만들겠노라.

       주공, 신 선진先軫 이옵니다.

 

       주공, 제후들은 누차 맹회에 소집되었나이다.

       정 나라의 일로 다시 군사를 동원한다면

       중원中原이 소란스럽게 될 수도 있나이다.

 

       주공, 나라 정도라면 우리 진군晉軍

       만으로도 능히 정벌할 수 있나이다.

       주공, 굳이 제후들의 도움을 받으시겠나이까?

 

       허 어, 가 정나라를 도우면 어찌하겠는가?
       주공, 나라는 도울 형편이 아니 됩니다.

 

       알겠소. 그러나 지난날 허나라를 정벌할 때

       진의 군주와 약조約條 한 일이 있었잖소.

 

       진과 진중에 한 나라가 군사를 움직일 때는

       반드시 서로 도와야 한다는 약조約條를 했잖소.

       주공, 나라 땅의 위치는 목구멍에 해당하는

       중원中原의 요충지라고 할 수 있나이다.

 

       그런 연유로 제환공齊桓公이 방백으로서 천하를

       호령할 때도 항상 정 나라 땅을 두고 다투었나이다.

 

       주공, 만약 진과 힘을 합하여 정벌하게 된다면

      정두고 나라와 서로 다투게 될 것입니다.

 

       주공, 앞으로 복잡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진군晉軍 만으로 정벌하는 편이 옳사옵니다.

       정 나라는 우리 진과 이웃해 있고

       진나라는 정鄭 나라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소.

 

       먼 땅의 진나라가 어떻게 정 나라를 놓고

       우리 진과 패권을 다툴 수 있더란 말이오?

진문공晉文公은 선진先軫의 말을 물리치고, 즉시 사자를 진

나라로 보내, 군사를 일으킬 날짜를 9월 상순으로 정하였으며,

두 나라가 나라 국경에서 만나기로 하자며 통보했다.

 

진문공文公은 출정에 임하여 공자 란을 동행하려고 했다.

공자 란은 정나라에서 망명 온 사람으로, 정문공鄭文公

연길燕姞 사이의 소생이었으나, 자화子華의 란이 벌어지자,

당시에 진나라로 도망쳐 와서 대부의 벼슬을 하고 있었다.

 

       진문공文公이 진의 군주 자리에 오르자,

       공자 란蘭은 곁에 머물면서 신변의 잡일을 잘 처리했다.

 

       또한, 성격이 충직하고 근면하기가 이를 데 없어,

       진문공文公이 깊이 총애하고 있었다.

 

진문공文公 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출병하는 길에 공자

을 향도嚮導로 삼고 싶어하여 불렀다.

 

       ​공자 란은 이번 정나라 토벌에 임하여

       같이 가면서 향도嚮導 역할을 해보시오.

 

       신이 듣기에 군자는 비록 타향에 나와 살고 있다

       하더라도, 부모의 나라를 잊으면 안 된다 했습니다.

 

       주군께서 저의 부모 나라를 토벌하러 가시는데

       어찌 신이 감히 그 일에 낄 수가 있겠나이까?

       오호, 기특한 일이로다.

       경은 가히 근본을 아는 군자라 하겠도다!

진문공은 공자 란을 진의 동쪽 국경 경비대에 머물게 했으며

이때부터 공자 란을 정의 군주로 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윽고 진군晉軍이 정 나라 국경에 당도하자

       진목공秦穆公도 역시 모신에 백리해百里奚를 삼고

       대장으로 백리시百里視를 삼았으며

 

       기자杞子, 봉손逢孫, 양손楊孫 등을 부장으로

       삼으면서 병거兵車 200승을 이끌고 당도했다.

 

       두 나라 군사들이 힘을 합하여 정鄭 나라 외관문을

       돌파하였으며 곧바로 곡유曲洧 땅을 지나갔으며

 

       진군이 함릉函陵에 당도하여 진채를 세우자

       진군은 사남汜南에 본영을 세웠다.

 

곡유曲洧는 현 하남성 언릉鄢陵 동남쪽 약 20km 지점의 유수洧水

강안江岸의 고을이며, 허창시許昌市 서쪽으로 약 40km 지점에 있다.

       함릉函陵은 지금의 하남성 신정시新鄭市 북쪽

       약 20km 지점에 있는 노가촌蘆家村을 말한다.

       사남汜南은 사수汜水의 남쪽에 있다.

 

길게 늘어선 진군晉軍과 진군秦軍은 정나라 도성인 신정新鄭

포위하였으며, 아무도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철저히 경계했다.

 

       두 나라가 쳐들어와 철통같이 지키고 있구나.

       백성들이 신정新鄭에 드나들지 못하니

       식량도 땔감도 하나도 조달할 수가 없구나.

 

       주공, 상경 숙첨叔詹 이옵니다.

       ​진군晉軍과 진군秦軍이 힘을 합쳤으니

       저들과 대항해서 싸울 수가 없습니다.

 

       상경 숙첨叔詹은 어찌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오?

       주공, 싸우지 않고 물리쳐야 합니다.

 

       싸우지 않고 물러가게 하다니

       어떤 좋은 계책이라도 있더란 말이오?

 

       주공, 진군秦軍은 진문공이 불러서 왔습니다.

       한 사람의 변사를 구하여 진목공秦穆公

       설득시켜 진군秦軍을 돌아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만일 진군秦軍이 물러간다면 진군晉軍은 고립되므로

       그리되면 진군晉軍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누가 감히 진후秦侯를 설득시킬 수 있단 말이오?

       주공, 일지호佚之狐 라면 가능할 것입니다.

 

숙첨叔詹의 말에 따라 일지호佚之狐를 불렀으며, 진목공秦穆公

설득시켜 진군秦軍이 돌아가도록 유세하라고 명하였다.

 

       주공, 신 일지호佚之狐 말씀 올리나이다.

       ​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신이 한 사람을 천거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 사람의 구변은 물 흐르듯 막힘이 없으며

       깊은 산중에 사는 거사들도 움직일 수 있나이다.

 

       단지 나이가 들도록 천거해 주는 사람이 없어

       그저 초야에 묻혀 살고 있을 뿐입니다.

 

       만약 주공께서 그를 불러 높은 관직에 임명하면서

       진군秦軍의 군영으로 보내신다면 진목공秦穆公

       설득하지 못할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그렇단 말인가? 그 사람은 누구인가?

       주공, 고성考城에 사는 사람으로 성은 촉이라 하고

       이름은 무라 하여, 그냥 촉무燭武 라 부릅니다.

 

       나이가 이미 70이 넘어 우리 정鄭 나라에서

       말을 관리하는 어정圉正의 일을 맡아보고 있었습니다.

 

       그의 집안은 삼대째 어인圉人의 일만 계속

       맡아와 다른 벼슬로 옮겨보지 못했습니다.

 

       주공께서 예를 갖추어 촉무燭武를 부르시옵고

       촉무燭武를 진의 군영으로 보내십시오.

이제는 일지호佚之狐의 말을 따라 다급히 촉무燭武를 불렀다.

촉무燭武는 수염과 눈썹이 새하얗게 변해있었으며, 허리는 굽어져

마치 곱사등 같이 비틀거리는 것이, 실로 형편없는 늙은이였다.

 

정문공鄭文公과 좌우에 있던 관리들은 촉무燭武가 걸어오는

몰골을 보고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주공께서는 늙어 쓸모없게 된

       이 사람을 어쩐 일로 부르셨습니까?

 

       그대가 변설에 능하다는 일지호의 말을 듣고 불렀소.

       그대가 수고롭겠지만 진백秦伯을 설득하여

       그의 군사를 물러가게 한다면, 과인은

       그대와 함께 이 나라를 같이 다스리겠소!

       신 촉무燭武는 배움이 많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재주도 자랑할 바가 하나도 없나이다.

 

       소신이 젊어서는 나라를 위해 한 치의 공도

       세울 수가 없었는데, 하물며 이제 나이 70이 넘어

       근력에 이미 힘이 빠지고, 기침은 자주 나와

       자유롭게 말도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있습니다.

 

       어찌 이런 몸으로 타국 군주의 안전을 어지럽히면서

       설득하여 천승의 군사를 움직이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대 집안은 삼대에 걸쳐 우리 정鄭 나라를 섬겼으나

       과인이 발견하지 못하여 늙도록 쓰지 못했으니

       이것은 과인의 잘못이 정말 크다 하겠소!

 

       오늘 그대를 아경亞卿의 직에 제수하고자 하니

       과인과 조국을 위해 한번 행차하여 주기 바라오!

 

       촉무燭武 , 일지호佚之狐 입니다.

       대장부가 때를 만나지 못하여 몸이 늙은 것은

       다 주어진 운명으로 돌린다고 하겠으나

 

       이제 주군께서 선생을 불러 쓰고자 하시니

       선생은 절대 사양치 마라 주시 오.

       주공, 이 촉무燭武 비록 몸은 늙었으나

       주공의 명에 신명을 다 바치겠나이다.

 

이윽고 진군晉軍과 진군秦軍, 두 나라가 신정新鄭 성을 에워싸고

맹렬한 기세로 공격을 퍼부었다.

 

       이때 촉무燭武는 높은 곳에 올라, 동쪽에 진채를

       세운 진군晉軍, 서쪽에 진채를 세운 진군秦軍

       서로 연락을 취하지 않는 걸 보게 되었다.

 

       이는 진군秦軍을 찾아가 비밀 이야기를 하더라도

       진군晉軍 진영에 쉽게 발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날 밤 촉무燭武는 굵은 밧줄을 내려트리고 신정新鄭 성을

탈출하여 조심스럽게 진군秦軍의 진채陣寨로 찾아갔다.

 

       서라! 이 밤 중에 누구냐?

       나는 진목공秦穆公을 만나러 왔소.

 

진채陣寨의 초소장이 들여보내 주지 않자, 촉무燭武는 할 수 없이

영채令寨에서 들을 수 있도록 목을 놓아 크게 소리쳐 울었다.

 

       초소장님, 주공께서 울고 있는 사람을

       영채令寨에 들여보내라 합니다.

 

       그대는 누구이기에 한밤에 소란을 피우는가?

       ​노신은 바로, 정 나라의 대부 촉무燭武 라 합니다.

 

       어찌하여 이곳까지 와서 곡을 하는가?

       장차 정 나라가 망하겠기에 울었습니다.

       정 나라가 망하는데 어찌하여 한밤에

       진군秦軍의 진채陣寨에 까지 와서 곡을 하는가?

 

       노신이 곡을 한 것은 정나라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나라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정 망하는 것은 마땅히 애석하다고 하겠지만

       진이 망하는 것은 실로 애석한 일이 되옵니다.

       아주 건방진 늙은이로구나!

       우리 진나라가 어찌하여 망하게 되며

       네가 애석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어냐?

 

       너의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내 당장 너의 목을 베어버리고 말리라!

 

촉무燭武가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두 팔을 활짝 위로 벌리더니,

한 손가락으로는 동쪽을 가리키고, 다른 한 손가락으로는 서쪽을

가리키고 나서, 그리고 쌍방 간의 이해득실을 따지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마치 다음의 시처럼 촉무燭武의 말을 엄청나게 칭송했다.

 

      ​ 說時石漢皆開眼 (설시석한개개안)

       그가 설득하면 돌로 만든 사람도 눈을 뜨고

 

       道破泥人也点頭 (도파니인야점두)

       도리를 설파하면 토용土俑도 고개를 끄덕인다.

 

       紅日朝升能夜出 (홍일조승능야출)

       아침의 붉은 해도 능히 야밤에 뜨게 할 수 있고

 

       黄河東逝可西流 (황하동서가서류)

       동쪽으로 흐르는 황하도 서쪽으로 흐르게 하도다.

 

290 . 촉무, 진목공을 배신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