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88 화. 또다시 동생을 죽이는가.

서 휴 2022. 12. 25. 20:44

288 . 또다시 동생을 죽이는가.

 

영유寧兪는 낙양洛陽에 머물고 있으면서도, 심복을 아무도 몰래

초구성楚丘城에 보내며 염탐하고 있는 걸 아는, 위성공衛成公

영유寧兪의 말을 다 듣고 나자 그렇게 이행하기로 약속하였다.

 

       영유寧兪는 이 일을 비밀스럽게 잘 진행해 보시 오!

       일이 성사된다면야 무슨 벼슬인들 어찌 아끼겠소?

영유寧兪는 자기 심복을 초구성楚丘城에 보내, 죽마고우이면서

서로 굳게 믿는 공달孔達에게 위후衛侯의 편지를 전하게 하였다.

 

       공달孔達은 나, 영유寧兪의 말을 잘 듣게나.

       주천周歂과 야근冶厪에게 경의 벼슬을

       준다는 위성공衛成公의 친필 편지를 보내니

 

       주천周歂, 야근冶厪과 함께 결탁하여

       위성공衛成公의 복국을 도모해 주기 바라네.

 

       또한, 위성공衛成公이 하해河海와 같은

       왕은王恩을 입어 비록 석방되었으나,

 

       차마 위나라에 돌아올 면목이 없어

       초에 몸을 의탁할 것이라는 소문을 퍼트려

       원훤元暄이 알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네.

 

영유寧兪의 청을 허락한 공달孔達은 저녁이 되자, 아무도 모르게

주천周歂과 야근冶厪을 만나 영유寧兪의 편지를 보이면서 뜻을

모았으며, 위성공衛成公의 복국復國을 위해 내통하기로 했다.

 

       공달孔達은 영유寧兪와 긴밀하게 연락을 하시오!

       거사 날짜는 이달 그믐날로 정합시다.

 

       원훤元暄은 매일, 밤마다 빠지지 않고

       친히 성 주위를 돌아보고 있소이다.

 

       어떻소. 자객을 시켜 살해해버립시다.

       아니 오. 원훤元暄은 내가 죽이겠소!

 

       성곽의 동문 주위에 가병을 매복시켜 놨다가

       원훤元暄이 다가오면 일제히 뛰어나와 죽인 후에

       궁궐로 몰려가 공자 괄을 죽이도록 합시다.

 

       그런 연후에 궁실宮室을 깨끗이 청소해 놓고

       위후衛侯를 영접한다면, 어느 사람도 우리

       두 사람이 세운 공을 넘보지는 못할 것이오!

 

세 사람은 굳게 약속한 후에 가병家兵을 모아 서로 초구성楚丘城의

동문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후에 그믐날이 되어 어두워지자,

가병家兵숨겨놓고 주천周歂과 야근冶厪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때 성곽城郭을 순시하고 돌아오는 원훤元暄이 나타나자,

두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 공손히 영접하며 새로운 소식을 묻는다.

 

       재상 원훤元暄 , 이제 오십니까?

       두 대부께선 밤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오?

 

       ​궁금한 게 많아 기다리고 있었소.

       구군舊君이 석방된 건 알고 계시지요?

       구군舊君이 초나라로 갔다는 소문은 들었소이다.

 

       구군舊君이 왕도에서 벌써 우리 위衛 나라 경내로

       들어왔다고 하는데 알지 못하시는지요?

 

       아니, 주천周歂은 그 예길 어디서 들었소?

       재상 원훤元暄 , 그뿐만이 아닙니다.

 

       ​대부 영유寧兪가 이미 성안으로 들어와 여러 신료와

       만나고 있으며 좀 있으면 다 같이 성 밖으로

       나가 구군舊君을 맞이하기로 하였답니다.

 

       허 어, 야근冶厪은 별소릴 다 하고 있소.

       어찌 그런 소문을 다 믿는단 말이오!

 

       이것은 미친 자들이 하는 소리요!

       이미 신군이 군위에 올라 자리를 잡고 있소!

       어찌 옛 군주가 복위하겠다고 온단 말이오?

 

       ​내 좀 전에도 확인해본바 그런 일은 없었소!

       주천周歂과 야근冶厪은 똑바로 알고 다니시오!

 

       원훤元暄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정경正卿 이라면 만 리 밖도 봐야 할 것 아니오!

 

       이렇게 중차대한 일도 아직 모르고 있다니

       그래서 어찌 국가 대사를 이끌어 나간단 말이오?

 

주천周歂의 고함이 끝나기도 전에 야근冶厪이 갑자기 달려들면서

원훤元暄의 두 손을 잡았다. 이에 원훤元暄이 황급히 야근冶厪

손을 뿌리치고 대항하자, 곁에 있던 주천周歂이 허리에서 칼을

뽑아 들더니 원훤元暄의 머리를 내리쳤다.

 

       원훤元暄은 두개골이 둘로 쪼개지며 쓰러졌다.

       이때 숨어 있던 가병家兵 들이 달려 나오자

       원훤元暄을 수행했던 군사들은 모두 달아나 버렸다.

주천周歂과 야근冶厪은 가병家兵 들에게 명하여 성안을 큰소리로

외치고 돌아다니며, 초구성楚丘城 성민에게 겁박을 주라고 하였다.

 

       위성공衛成公이 제와 노, 두 나라의

       군사들을 이끌고 성 밖에 당도해 있소.

 

       성민城民 들은 각기 집안에서 머물 것이며

       밖으로 나와, 절대로 소란을 피우지 마시오!

나라 성민城民 들은 난대 없는 소리에 변이 일어난 줄로 알고

하나같이 집안의 대문을 걸어 잠그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때 집에 있던 대부들은 이상한 소문에 반신반의하며 또한, 떠들고

다니는 가병家兵 들이 무슨 연고로 말하고 다니는지 알지 못했다.

 

       그때 위후衛侯가 된 공자 괄은 마침 동생 공자 의

       궁실에서 술을 마시며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천周歂과 야근冶厪은 가병家兵 들과

일부 동조하는 군사들을 이끌고 조당朝堂을 향해 달려왔다.

 

       공자 괄과 공자 의는 궁실 밖의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변이 일어났음을 짐작하고는

       공자 의가 칼을 빼 들더니 궁실 밖으로 나갔다.

       그때 마침 들어오고 있던 주천周歂과 야근冶厪

       공자 의와 마주치자 목을 쳐버렸다.

 

       두 사람은 궁실에 돌진하여 공자 괄을 찾았으나

       아무리 찾아도 어디에 숨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아침 해가 밝아지자

       공자 괄은 우물에 몸을 던져 죽은 걸 알게 되었다.

 

주천周歂과 야근冶厪은 위후衛侯가 친필로 쓴 편지를 꺼내더니

조당朝堂의 벽에 방을 만들어 붙였다.

 

백관들이 모두 모여 성 밖으로 나가 위성공을 영접했다. 마침내

초구성楚丘城에 재차 입성한 위성공은 세 번이나 군주가 되었다.

이에 후세의 한 사관이 영유寧兪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꿈 이야기를 지어내어 의원 연에게 시키면서

       어려운 곡절 끝에 위성공을 위후의 자리에 복위시킨

       일은 그의 뛰어난 지혜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영유가 위후의 유지를 공자 괄에게 전했더라면

       공자 괄适은 군위를 양위하고 물러났을 것이며

       신하의 신분이 되어 살아있었을 것이다.

       영유寧兪는 주천周歂과 야근冶厪을 사주하여

       원훤元暄을 습격하여 야박하게 죽였으며

 

       위후衛侯의 형제들에게 시역弑逆의 죄를 짓게 하며

       골육상쟁骨肉相爭의 비극을 만들어 주었다.

 

       위성공이 비록 야박한 사람이라고 말해도

       영유寧兪 자신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다른 한 사관은 위성공衛成公의 무도한 행위와 영유寧兪

지혜롭지 못한 처사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비난했다.

 

       ​前驅一矢正含寃 (전구일시정함원)

       선발대의 활로 동생을 죽여 원한을 사더니

 

       又迫新君赴井泉 (우박신군부정천)

       이제 또 신군을 압박하여 우물에 몸을 던지게 했도다.

 

       終始貪殘無諫阻 (종시탐잔무간저)

       시종 욕심 많고 잔인한 위성공을 말리지 않았으니

 

       千秋空說寧兪賢 (천추공설영유현)

       영유가 어질다는 말은 천추에 남을 헛소리로다.

 

위성공衛成公은 영유寧兪의 치밀한 계책으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귀국할 수 있었으며, 마침내 다시 군위에 올랐다.

 

       동생인 숙무叔武에게  군위를 맡기고

       초구성楚丘城을 떠난 지 꼭 2년 만의 일이었다.

 

위성공衛成公은 복위하여 궁실의 정리가 끝나자마자, 길일을 택해

태묘太廟에 제사를 올리기로 하였다.

 

       주천周歂과 야근冶厪에게 한 약속을 지키겠노라.

       두 사람은 경의 벼슬을 제수하고자 하니

       태묘太廟의 제사에 참석하도록 하라.

 

두 사람은 태묘의 제사에 참석을 허락받자, 너무 기뻐하며 경卿의

벼슬에 해당하는 예복을 입고 태묘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때 주천周歂이 먼저 도착하여 태묘太廟의 문을 막 열려고 하는

순간이었는데, 별안간 멀쩡하던 주천周歂은 눈을 부릅뜨더니

허공을 노려보면서 혼자서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주천아! 네 어찌 태묘太廟에 들어가려 하느냐!
       이놈 주천아! 나는 상경 원훤元暄 이다.

 

       나의 부자父子는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했거늘

       너는 경벼슬에 눈이 멀어 나를 죽였구나!

 

       나는 네 놈 때문에 구천九泉에 와 있지만,

       네놈은 결코 경卿의 벼슬에 오르지 못하리라!

 

       내 너를 끌고 가 숙무叔武 임과 공자 괄适 님 앞에

       끌고 가  너의 변명을 들어보겠노라!


주천周歂은 이렇게 혼자서 소리치다가 아홉 구멍으로 피를 쏟으며

그 자리에 쓰러져 죽었다. 이때 뒤늦게 당도한 야근冶厪은 처참하게

죽은 주천周歂의 시체를 보고는 잔뜩 겁에 질려버렸다.

 

       아니 어찌 된 일이냐!
       어이쿠! 나는 결코 경이 되지 않겠노라!


야근冶厪은 그렇게 부르짖고 황망히 수레를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
이런 일이 있은 지 시름시름 앓다가 끝내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주천周歂과 야근冶厪,

       저놈들은 욕심이 배 밖에 나온 거야!

 

       저놈들은 죽을 짓을 한 거야!

       천추만대千秋萬代에 욕만 먹게 되었구나!

 

나라 백성들은 한결같이 주천과 야근을 비웃으면서 어찌 보면

불쌍하다고 혀를 끌끌 차기도 하였다.

 

위성공은 태묘에 당도하여 주천周歂과 야근冶厪의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 명령을 바꾸어 영유寧兪와 공달孔達을 배석시켜 제사를 지냈다.

 

       영유寧兪는 그동안 고생이 많았도다.
       상경上卿에 올라 국사에 힘쓰라.

 

       주공, 아니 되옵니다.

       신 영유寧兪의 능력은 여기까지입니다.

 

       주공, 많은 경륜과 학식이 높은 공달孔達

       논의하시면 우리 위나라가 발전할 것입니다.


위성공衛成公은 영유寧兪의 공로에 보답하기 위해 그를 상경上卿

삼으려 했으나, 그는 사양하며 제일의 공을 공달孔達에게 넘기었다.

이에 공달이 상경上卿이 되고, 영유는 아경亞卿이 되었다.

 

       위성공은 공달과 상의하여 진후晉侯에게 사자를 보내

       원훤元暄과 공자 괄适의 죽음은, 모두 두 사람인

       주천周歂과 야근冶厪이 저질은 일이라고 하였으며

 

       자기의 죄를 용서하여 준 일에 대해 감사의

       예물을 올리게 했다. 이런 이야기를 다 듣고난

       진문공晉文公은 더는 상세히 묻지 않았다.

 

​​​289 . 진문공, 정나라 정벌에 나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