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56 화. 진문공 수장을 말한다

서 휴 2022. 11. 2. 15:25

256 . 진문공 수장을 말한다.

 

호언狐偃이 이번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신만의 이유가 있었다.

호언狐偃은 진문공의 자질을 알고 있었기에 군주로 세우고 나서는

천하의 패공을 만들려는 커다란 포부를 진작부터 가지고 있었다.

 

호언狐偃은 이미 냉철하게 정세를 분석하고 있었으므로 조금도

망설임 없이 진문공에게 중요한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구복龜卜점과 시초점蓍草占,

       두 괘가 모두 크게 좋은 것으로 나오자

 

       진문공晉文公은 크게 기뻐하게 되었으며

       더욱 자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즉시 대대적으로 군사를 동원하여

       좌우 이군二軍으로 나누었다.

 

       좌군 대장과 부장에는 조쇠와 위주를,

       우군 대장과 부장에는 극진과 전힐을 임명했다.

 

진문공晉文公 자신은 호언과 난지 등을 대동하고 별도의 군을

이끌며 좌우의 군에 호응하게 했다.

 

이윽고 군사들을 출동시키려고 하는 그 순간에 하동河東

지키는 장수로부터 파발이 왔다.

하동河東은 지금의 산서성山西省 서남西南 지역을 말한다.

 

        주공, 나라의 대군이 주양왕을 모시기 위해

        하수를 건너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마 며칠 안에 진 나라의 대군이

        하수의 도하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공, 신 호언狐偃 이옵니다.

​        주공, 진군秦軍은 근자에 부쩍 강해졌습니다

 

       진목공秦穆公도 근왕勤王 하려고

       군대를 일으킨 것이 분명합니다.

 

       주공, 중원에 진출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는

       진백秦伯의 출정을 어서 빨리 막아야 합니다.

 

       주공, 어찌 보면 다행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외河外에 주둔하고 있던 진군秦軍

       하수로까지 내려와서 도하시키려고 하는 것은

       동쪽으로 나가는 길이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공, 진군秦軍이 출정하면 우리에게 불리해집니다.

       진군秦軍의 중원 진출을 어서 빨리 막아야 합니다.

       어찌하면 막을 수가 있겠소.

 

하외河外는 춘추전국시대 때 하남성과 산서성의 경계에 있었으며

황하 이남 지방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의 하남성 섬현陝縣과 화음현華陰縣 일대를 말한다.

 

       진군秦軍은 초중草中의 융족戎族

       여토麗土의 이족夷族 땅을 통과하여야 하는데

 

       이 두 종족과는 평소에 통호를 하지 않아

       그들이 순종하지 않을까 걱정한 결과로

       감히 앞으로 행군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초중草中은 지금의 산서성 진성현晉城縣 남쪽의 이천향犁川鄕

부근이며, 여토麗土는 초중草中과 인접한 이족夷族의 거주지다.

 

       주공, 융족戎族과 이족夷族에게 많은 뇌물을주면서

       우리가 군사를 일으켜 근왕勤王 하려 한다는 뜻을

       잘 설명 한다면 우리의 청을 허락할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자를 진백秦伯에게 보내

       치하의 말씀을 정중히 전하게 하면서

 

       우리 진군晉軍이 이미 출동하였으므로

       진나라는 군사를 거두어 돌아가도 좋다는

       뜻을 정중히 전하시기 바랍니다.

진문공晉文公은 호언의 말을 따라 호언의 아들 호사고狐射姑에게

황금과 비단을 싣고가 초중草中의 융족戎族과 여토麗土

이족夷族에게 각각 많은 뇌물을 주면서 길을 빌리도록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하수를 건너려 하는 진목공秦穆公에게 사자로

서신胥臣을 보내 진군秦軍의 출정을 중지토록 청하기로 했다.

서신胥臣이 진목공秦穆公을 알현하고 진문공의 명을 전하였다.

       천자께서 적족狄族의 침략을 피하여

       왕성 밖의 범 땅에 피신 중에 계십니다.

 

       진백秦伯 임께서 걱정하는 마음은

       또한 저희 군주님의 걱정이기도 합니다.

 

       저희 군주께서는 이미 경내의 군사를 모아 이미 출동해

       가고 있어, 진백秦伯 임의 수고로움을 대신할 수 있나이다.

 

       이미 일을 이루기 위한 계획도 다 세워 놓은바

       감히 진백秦伯의 대군이 멀리 까지 출정하는

       수고로움을 면하게 하고 싶어 찾아왔사옵니다.

 

       허 허, 그렇게 빨리 출정하였는가?

       군주의 자리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진후晉侯

       미처 군사들을 모으지 못할 것으로 보았노라.

 

       이미 진후晉侯가 대의를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니

       마땅히 돌아가 승전보를 기다리도록 하겠소!

       주공, 신 건숙 이옵니다.

       진후晉侯가 대의를 혼자서만 행하여

       제후들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주공께서 이번에 출병하여 공업을 쌓게 되면

       그 공을 나누지 않을까를 걱정하여

       사람을 보내 군사를 거두어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주공, 신 백리해 이옵니다.

       진후는 이제 막 군위에 오른바 힘이 없습니다.

       이는 욕심을 부리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왕에 군사를 일으켰으니 이 기세로 나아가

       천자를 같이 모신다면, 이것 또한

       두 나라의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는지요?

       두 상경의 말씀이 옳소이다.

       그러나 과인이 군사를 이끌고 가서

       어려움에 부닥친 왕을 구원하는 일이

       공업을 쌓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나.

 

       단지 동쪽으로 나아가는 길이 뚫리지 않았소.

       융족戎族과 이족夷族이 방해하지 않겠소이까?

 

       또한, 진후는 얼마 전에 군위에 올랐기에

       나라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소.

 

       이번 기회에 큰 공을 세우지 않고서는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가 없을 것이오.

 

       또한, 우리 진보다는 진이 낙양과 가깝도다.

       그들이 주 왕실을 돕겠다고 나선 이상

       우리가 굳이 나설 필요는 없도다.

 

       만일 진晉 나라가 실패하여 어렵게 된다면

       그때 우리가 나서도 늦지 않을 것이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이번에는 차라리

       진후晉侯에게 양보하는 편이 좋을 것 같소

       자, 공자 칩은 좌언보를 따라 범땅으로 가서

       주양왕을 위문하고 돌아오라.

 

진목공秦穆公은 망설이지 않고 서슴없이 공자 칩을 범 땅에 있는

주양왕에게 보내면서 진군을 거두어 옹성으로 돌아갔다.

 

        한편 서신胥臣은 진으로 돌아와 진문공에게

        진백이 군사를 물려 옹성으로 돌아갔음을 고했다.

 

        이로써 진문공만이 주양왕의 칙서를 받은 제후들

        중에서 유일하게 근왕군을 일으킨 제후가 되었다.

 

320, 진군은 행군하여 양번陽樊 땅에 주둔하자, 그곳의

수장인 창갈蒼葛 장수가 먼저 나와서 진문공을 맞이하였다.

 

       양번陽樊 땅은 지금의 하남성 제원현濟源縣

       동남쪽에 있었다.

 

       태숙太叔 가 머무는 온읍溫邑 과는 약 90리로

       사흘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진문공은 좌, 우군의 진로를 나누었다. 좌군 대장 조쇠에게 군사를

이끌고 범 땅으로 가서 주양왕을 영접하여 왕성으로 호송하도록

명령했으며 또한, 우군 대장 극진에게는 태숙 대와 외후가 함께

머물러 있는 온성溫城을 포위하여 공격하게 하였다.

 

       그로부터 14일 후인 44일이 되었을 때, 좌군대장

       조쇠趙衰는 범 땅의 주양왕을 호위하여 왕성에 입성했다.

 

그때까지도 우군 대장 극진郤溱은 태숙太叔 의 극심한 저항에

부딪쳐 온성溫城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하루가 지나자, 주양왕周襄王이 낙양으로 환궁했다는 소식이

온성溫城까지 전해지면서, 온성溫城의 군사들은 심하게 동요했으며,

이탈자가 속출하면서 온성溫城의 수비군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외후 안 되겠소. 빨리 달아납시다.

       아니, 어디로 달아나요.

       허 어, 그대의 고향인 적적赤狄으로 가야 하잖소.

 

이제는 이길 수 없다는 걸 직감한 태숙太叔은 외후를 수레에 태우고

온성溫城을 탈출하여 습성隰城 이라는 곳을 통과하려 할 때였다.

 

       역적놈아, 어딜 달아나려 하느냐!

       억, 저놈은 제일 무서운 위주가 아니냐.

       저놈한테 걸리다니 이거 큰일 났구나.

 

위주魏犨의 기세가 어찌나 험악한지 태숙太叔 는 감히

도망가지 못하고 멈추어 섰으며 위주를 향해 애원하기 시작했다.

 

       위주魏犨 장수, 나를 도망시켜준다면

       다음날 그대의 은공을 반드시 갚겠소.

       여기 이 보물들도 모두 가져가시오.

 

       살려 달라고좋다, 천자께서 놓아주라면

       그때 너를 살려 보내주마!

 

위주는 콧방귀를 뀌며 태숙太叔 를 덮쳐들었으며, 태숙太叔

칼을 빼 들었으나 위주는 큰 칼로 그의 몸통을 두 동강 냈다.

 

       살려주세요. 연약한 여자입니다.

       이런 음란한 계집을 살려서 어디에다 쓴단 말이냐?

       이 음탕한 계집에게 일제히 활을 쏘아 죽여라!

 

위주魏犨가 즉시 군사들에게 명하여 외후를 세워 놓고 활을 쏴서

죽이라고 명령하였다.

 

       가련하게도 꽃같이 아름다운 외후隗后

       태숙 대와 만나 음욕을 맘껏 즐기었으나

       풍파를 일으켰으며 반년도 채 되지 못하여

       수많은 화살을 맞고 밤송이가 되어 죽었다.

 

우군 대장 극진郤溱은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때 마침

위주魏犨가 두 구의 시체를 끌고 와서 극진에게 보고하자,

극진郤溱은 너무 성급하게 죽였다며 위주를 타박했다.

 

       아무리 역적이라도 죄를 밝힌 후에

       죽여야 하거늘 그대는 너무나 경솔했소.

 

       죄인들을 함거에 실어 천자에게 보내어

       그 죄를 묻게 하는 편이 옳지 않았겠소?

 

       그런 점도 있습니다만 천자는 동생을 죽였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할 것이오.

 

       그래서 차라리 빨리 죽여, 일을 명쾌히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속히 죽여버린 것이오.

 

탄식해 마지않던 극진郤溱은 그 즉시 명령을 내려 두 구의 시체를

신농神農 땅을 흐르던 개울가에 묻어주도록 했으므로, 태숙太叔

와 외후隗后가 죽게 됨으로써 주 왕실의 내란은 종식되었다.

 

신농神農은 온땅에 있었던 지명으로, 삼황오제三皇五帝

신농씨神農氏가 오곡의 씨앗을 처음으로 심었다는 곳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호증 선생이 시를 지어 노래 불렀다.

 

       ​逐兄盜嫂居南陽 (축형도수거남양)

       형을 내쫓고 형수를 훔쳐 남양 땅에 살다가

 

       半載歡娛幷罹殃 (반재환오병이앙)

       즐기기를 반년 만에 재앙을 만났구나!

 

       淫逆倘然無速報 (음역당연무속보)

       음녀와 역신에게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면

 

       世間不復有綱常 (세간불복유강상)

       세간에 삼강오륜이 돌아오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어서 극진郤溱은 온성溫城의 백성들을 위무하고 사람을 시켜

양번陽樊에 주둔하고 있던 진문공에게 승첩을 만들어 보고했다.

태숙과 외후가 이미 죽임을 당했다는 보고를 받은 진문공은

그 즉시 어가를 타고 친히 왕성인 낙양성으로 들어갔다.

 

       그해 여름 4월 정사丁巳 일에 주양왕이

       범 땅을 출발하여 다시 왕도로 돌아오게 되자

       주공과 소공이 함께 성 밖으로 나와 영접했다.

 

       그때가 주양왕 17년이며 진문공이 진후에

       오른 지 2년 차인 기원전 635년의 일이었다.

 

진문공이 주양왕을 알현하고 온땅의 태숙 일당을 토벌했음을

고하자, 주양왕은 잔치를 베풀어 진군의 노고를 위로했다.

 

        숙부叔父, 정말 고맙소.

       경의 노고에 대해 치하하는 바이오.

       자, 황금과 비단을 받아 군사들을 위로하시오.

 

       망극하옵게도 신은 제후로서 할 일을 했을 뿐으로

       하사하신 물품들을 감히 받을 수 없나이다.

 

왕은 같은 성씨의 제후를 높여 숙부叔父 라고 불렀으며 또한

공을 세운 제후에게 그 공로로 관작을 더하여 높여주거나

왕실의 보물을 하사하여 주게 되면, 이렇게 의례적으로 겸양의

대답을 올리는 것이 보기 좋은 관례로 되어 있었다.

 

257 . 엉뚱한 말이 씨앗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