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17 화. 악한 자들이 끝까지 잘 사는가.

서 휴 2022. 9. 26. 22:16

217 . 악한 자들이 끝까지 잘 사는가.

 

송양공宋襄公이 제환공齊桓公 다음으로 천하의 패공霸公

되겠다고 말하자, 이에 상경 목이目夷는 송나라의 국력으로는

너무 지나친 욕심이라며, 예를 들어가면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주공, 더 들어보십시오.

      제환공齊桓公이 북쪽의 산융山戎을 정벌하러 갈 때는

      유아兪兒 라는 귀신이 나타나 앞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또 성 밖의 들에서 사냥할 때는

      큰 연못에 사는 귀신인 위사委蛇가 나타나

      제환공이 패업을 이루게끔 도와주었습니다.

 

      우리 송나라는 올해 정월에 다섯 개의 운석이

      하늘에서 떨어졌지만 모두 돌로 변해버렸고,

 

      금 이월에는 다시 큰바람이 부는 이변이 일어나

      여섯 마리의 익조鷁鳥가 날아든 게 아니고

      모두 날아가 가버렸습니다.

 

      이것은 우리 송나라의 힘이 위로 올라가기보다는

      오히려 아래로 내려온다는 징조를 말하는 것이며

 

      또한, 우리는 앞으로 더욱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으나?

      실은 뒤로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가 제나라보다 못한 점이며

      이것이 제나라보다 못한 세 번째 이유가 됩니다.

 

      지금 우리는 우리 자신도 돌볼 여유가 없사온데,

      어찌 다른 나라의 일까지 돌보려 하십니까?

 

송양공宋襄公은 진작부터 제환공齊桓公을 우러러보며, 제환공처럼

패공覇公이 되어보려는 강한 집념이 있었기에, 상경上卿 목이目夷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있음에도, 자기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끝내 패공覇公이 되어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진행 시키려 하였다.

 

      과인은 인의仁義를 근본으로 삼는 바이오.

      의로운 사람을 돕지 않는다면 이는 인이 아니며,

 

      부탁을 받고도 이를 행하지 않으면

      이것은 의가 아닐 것이오.

      세상에 가장 필요한 건 오르지 인의仁義 가 아니겠소.

 

마침내 송양공宋襄公은 제후들에게 제나라 세자 소를 돕자며,

정성껏 격문檄文을 작성하여 열심히 보내게 되었다.

 

       나라가 혼란에 빠져있소이다.

      나는 인의仁義를 근본으로 삼아,

      혼란을 제압하며, 제환공齊桓公

      이어받을 새 군주를 세워 주려 하오.

 

      제후諸侯 들은 군사를 이끌고, 내년 정월에

      임치臨淄 성 밖에 다 같이 모여 주시 오.

 

나라의 사신이 격문을 가지고 위나라에 당도하여 전하자

대부 영속寧速이 위문공衛文公에게 말했다.  

 

       군주를 세우는 일은 적자를 우선으로 하되

       적자가 없을 때는 나이가 가장 많음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 예의 기본이 되옵니다.

 

       무휴無虧는 나이가 제일 많을 뿐만 아니라,

       그는 옛날 우리가 북적北狄 수만瞍瞞의 침공을

       받아 망했을 때, 제환공齊桓公의 명을 받들어

       이곳 초구楚丘에 도성을 쌓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우리는 무휴無虧에게 큰 은혜를 입었으니,

       주군께서는 제나라의 일에 관여치 마시옵소서. 

 

       그렇긴 하나, 공자 소가 제나라의 세자로

       세워진 일은 이미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오.

 

       그러므로 무휴無虧가 우리 위나라의 도성인

       초구성楚丘城을 지어 준 일은 사사로운 은혜이고,

       세자를 세우는 일은 공의公義라 말할 수 있소이다.

 

       사사로움을 위해서 공의公義를 져버리는

       잘못된 짓은 과인은 하지 못하겠소이다!

 

또한, 송의 사신이 격문을 휴대하고 노나라에 당도하여 전하자

송양공宋襄公의 격문을 받아본 노희공魯僖公이 말했다

 

       제후齊侯가 세자 소를 송공宋公에게 부탁하고

       나에게는 일언반구一言半句의 말도 하지 않았소.

 

       과인은 단지 장유유서長幼有序

       말 밖에는 다른 말은 모르겠소이다!

 

       만약 송군宋軍이 무휴無虧를 쫓아내려 한다면

       나는 마땅히 무휴無虧를 구원할 것이오

       어서 돌아가 그리 전하시오.

 

송양공宋煬公이 제후들에게 제나라 공실을 안정시켜주자면서,

회맹會盟을 열자면서 격문檄文을 써서 열심히 보냈다.

 

       그러나 목이目夷의 말과 같이 큰 나라의 제후들은

       작은 나라가 감히 건방지게 군다며 비웃거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주변의 작은 나라인

       위 ,세 나라만이 모이게 되었다.

 

이윽고 제나라의 임치臨淄 성 앞에 당도한 송양공宋煬公

 ,세 나라와 연합군을 결성하였으며, 진채를

세우고 나자마자, 임치臨淄 성의 정세를 살펴보게 되었다.

 

       이때가 주양왕周襄王 10년 차인 기원전 642년이며.

       제나라는 공자 무휴無虧가 즉위한 다음 해 3월이었다. 

     

이때 제나라는 역아易牙가 중대부가 되어 사마司馬 벼슬을 하며,

병권을 장악하고 있었으며, 시초寺貂는 조정에서 국의중國懿仲

고호高虎를 모시고 임치臨淄 성을 지키며 국정을 책임지고 있었다.

 

      나라가 연합군을 결성하여

      우리 임치臨淄 성으로 쳐들어왔소.

 

      큰일이오.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사마司馬 인 이 역아易牙가 성 밖에서 대적하겠소이다.

      너무 걱정들 마시오.

 

      고호高虎 임께서는 시초寺貂 와 함께

      임치臨淄 성안에서 저의 뒤를 받쳐주십시오.

 

모든 계획을 알게 된 고호高虎는 그 날 밤늦게 아무도 모르게

국의중國懿仲의 집을 찾아가 장차 이뤄질 무서운 계획을 세웠다.

 

      우리가 무휴無虧를 군주로 세운 것은

      제환공齊桓公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한 일이었지

      무휴無虧를 주공으로 모시기 위한 것은 아니었잖소.

 

      세자 소가 송나라 연합군과 함께 쳐들어왔으니,

      우리는 이제 세자 소를 맞이해야 하지 않겠소.

 

      또한, 도리로 따진다 해도 세자 소쪽이 옳고,

      군사의 세를 말한다 해도 저들이 강합니다.

 

      이와 반대로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수많은 관료를

      살해하고, 권세를 자기들끼리 제멋대로 휘둘러

      정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 둘은 우리 제나라에 환란을 가져온

      악질적인 자라 아니 할 수 없소이다.

 

      이번 기회에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를 제거하고

      세자 소를 새 군주로 내세워야 합니다.

 

      세자 소를 새 군주로 내세우면 여러 공자도

      절대로 군위를 넘보지 못하게 될 것이므로

 

      앞으로 우리 제나라는 이제부터

      태산泰山 처럼 안정될 것입니다.

 

      저와 같은 생각이시군요.

      좋소. 역아易牙가 성을 나간 기회를 틈타

      먼저 시초寺貂를 제거하고 나면,

      역아易牙가 성 밖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소?

 

      그냥 저절로 처치할 수 있소이다.

      정말 훌륭한 계책입니다

   

고호高虎는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심복 장사들을 동문에 매복埋伏

시켜놓고 시초寺貂의 집으로 심부름꾼을 보내어 불러낸다.

 

      군사에 관한 중대사를 의논하고 싶소,

      지금 곧 동문東門 으로 나와 주시 오.

 

시초寺貂는 원로대신 고호高虎가 큰일도 없을 텐데 중대사를

의논하자는 것은 이제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여주는 것이라며,

기분이 좋아져 거만스레 동문東門 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시초寺貂는 어서 오시 오.

      나라가 세자 소를 앞세워 쳐들어왔소이다.

      좋은 계책計策을 세워야 하지 않겠소.

 

      역아易牙가 이미 송나라 군사와 맞서 싸우려

      이른 새벽에 군사를 거느리고 나갔습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나라는 연합군이라 수효가 많고

      우리 군사는 수가 적은 게 걱정이 되오.

 

      이 노부는 그대의 도움을 받아 우리 제나라의

      위기를 넘길까 하는데, 그대의 생각은 어떻소.

 

      그저 노 대신께서 시키는 대로 따르겠소이다.

      그렇다면 고맙소. 나는 그대의 목을 빌려

      송후宋侯에게 사죄를 해야겠소.

 

      내 목을 빌린다는 게 무슨 소립니까?

      이놈을 잡지 않고 뭣들 하고 있느냐!

 

이때 매복하고 있던 장사들이 일제히 우르르 몰려나와 시초寺貂

끓어 앉힌 후 한 칼에 그의 목을 쳐서 떨어뜨렸다.

 

      임치臨淄 성문을 활짝 열어젖혀라.

      일부 군사들은 시정거리를 돌아다니며 외쳐대라.

 

      백성들은 들으시오.

      원로대신 고호高虎의 말씀이오.

 

      세자 소가 이미 성 밖에 와 있습니다.

      세자를 영접하려는 사람은 모두 동문에 모이시오.

 

백성들은 원로대신 고호高虎가 세자 소를 영접한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뭐라고 하였느냐.

      시초寺貂가 목이 잘려나갔다고 하였느냐.

      주공, 그러하옵니다.

 

      과인이 직접 나가 적을 물리치고 난 후

      고호高虎와 국의중國懿仲을 처단하리라.

 

      내시들은 속히 거리로 나가 장정들을 불러모아라!

      어서들 나가 불러 모아라!

 

      주공, 백성들은 한 사람도 응하는 자가 없습니다.

      오히려 원수처럼 증오하는 사람들뿐입니다.

 

      허 어, 이거 안 되겠다.

      궁궐의 호위 군사와 내시들을 모두 모이게 하라.

 

      이제 다 모였느냐.

      어서 동문으로 가자.

 

무휴無虧가 동문을 향하다가 이미 창칼과 농기구를 든 백성들이

새카맣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백성들이 나를 마중 나왔구나.

      주공, 아닙니다.

      모두 세자 소를 맞이하려는 사람들입니다.

 

늘어섰던 백성들은 무휴無虧가 탄 수레를 보자마자, 별안간 일제히

함성을 질러대며, 무휴無虧의 수레를 향해 덤벼들었다.

 

      이놈들아, 이 수레에는 주공이 타고 계시다.

      너희들은 무례하게 굴지 말라!

 

      웃기는구나. 누가 우리의 주공이란 말이냐!

      닥치는 대로 쳐 죽여라!

 

무휴無虧는 그제야 백성들의 마음이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목숨이 위태롭다는 걸 느끼고 재빨리

수레에서 뛰어내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휴無虧는 날아가는 새가 아닌 바라,

      그 많은 백성의 숲을 어찌 지나갈 수 있으랴.

      결국, 무휴無虧는 백성들의 무수한 발길질과

      주먹질에 일그러지며 죽고 말았다.

 

역아易牙는 이른 새벽에 군사를 거느리고 임치臨淄 성을 나가 갔으며,

동관東關 에 진을 치고, 다음날 의 연합군과 일전을 벌리려 하였다.

 

      역아易牙 장수님, 파발입니다.

      무슨 일이기에 이리 급하게 오느냐.

      큰일 났습니다.

 

      주공이신 무휴無虧와 시초寺貂가 백성들에게

      모두 죽임을 당했다고 합니다.

 

      더욱이 노 대신 고호高虎가 백성들과 더불어

      세자 소를 영접하러 이쪽으로 오는 중이라 합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우리도 싸움을 그만두고

      세자 소를 맞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역아易牙는 군사들의 마음이 이미 변한 것을 알게 되자, 그는 곧

심복 부하 몇 사람을 거느리고 어둠을 틈타 노나라로 달아났다.

 

      이곳이 동관東關 이로다. 너희들은 어찌 된 것이냐.

      고호高虎 상경 어른,

      역아易牙는 노나라로 달아났사옵니다.

 

      여기 남아 있는 군사들을 거두어 주십시오.

      좋다. 나라 군사들은 나를 따르라.

 

노 대신 고호高虎는 제군齊軍을 이끌고 교외로 나가, 송후宋侯에게

감사드리면서 세자 소를 영접하였으며, 또한 송,

의 제후들과 화평和平을 맺었다.

 

큰 싸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해 단단히 준비하던 연합군의

제후들은 예상 밖으로 사태가 쉽사리 수습되자, 안심하고 모두

본국으로 귀환하고자 떠나갔다.

노 대신 고호高虎는 세자 소를 앞세우고 임치臨淄로 향하였다.

 

218 . 허욕이 죽음을 부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