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18 화. 허욕이 죽음을 부르는가.

서 휴 2022. 9. 27. 16:40

218 . 허욕이 죽음을 부르는가.

 

       恩德終須報 (은덕종수보)

       은혜와 덕을 베풀면 반드시 보답을 받으며

 

       寃仇撒不開 (원구살불개)

       원한을 사면 그 보복에서 벗어나지 못하리!

 

       從前作過事 (종전작과사)

       이미 옛날에 저지른 지나간 일 들은

 

       沒興一齊來(몰흥일제래)

       한꺼번에 죄의 값을 치르게 되리라!.

 

사람이 살아가면서 오랜 기간 쌓이는 모습이 있다. 그 모습이

좋으냐 나쁘냐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말이다.

 

과 연합군이 떠나려 하자, 이에 정중히 환송하고 난 상경

고호高虎세자 소를 모시고 임치臨淄 성으로 가게 된다.

 

        세자,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입성하는 대로 즉위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상경 고호高虎 어른, 정말 고맙습니다.

 

이때 임치臨淄 성안에서는 장위희長衛姬가 소위희小衛姬, 갈영葛英,

밀희密姬를 불러놓고 눈물로 호소하며 설득시키고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열심히 선군을 받들며

       이번엔 장례를 치르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소.

 

       오히려 한 번도 곡이나 절도 하지 않은 소

       송나라의 힘을 과시하며 이리로 온다고 하오.

 

       송 나라는 분명히 昭를 군위에 올려놓고

       많은 걸 요구할 것이며

       또한 송宋 나라에게 속박을 당하게 될 것이오.

 

       소昭는 셋째가 아니오.

       이는 나이 적은 사람이 나이가 많은 사람을 능멸하며,

       우리 제나라를 강탈하려는 것이오.

 

       이는 순리에 맞는 말이 아니지 않소.

       우리는 우리 세 공자 중에 한 사람을

       대신들의 추대를 받아 군위에 올려야 합니다.

 

       그리되면 우리 선공께서 이룩하신 맹주의 지위도

       잃지 않고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세자 소昭에게 대항할 자들도 많소.

       우리도 각기 가병을 동원하면 적은 수가 아니오.

 

       여러분 생각해보시오.

       지금까지 우리는 세자 소에게 대항한 것이오.

       세자 소가 돌아오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오.

 

       이제 막 송宋과 연합군이 물러갔다고 하니

       우리는 소昭를 죽여 무휴無虧의 원수를 갚고

 

       우리 공자중에 한 사람을 올리면 얼마나 좋겠소.

       그 일은 여러분이 정하여 주시오.

 

       나는 무휴의 원수만 갚는다면 죽어도 한이 없소!

       여러분, 함께들 뭉쳐주시오.

 

장위희長衛姬의 말이 떨어지자, 그때까지 성안에 남아 있던 많은

무리 들이 세 공자 일당에 가담했다. 이에 세 공자는 이들과 서로

힘을 합하여 임치臨淄 성문을 지키게 되었다.

 

        상경上卿 나리, 보고드립니다.

        성벽城壁 위에 군사들이 많이 서 있습니다.

        우리를 환영하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상경上卿 나리, 이상합니다.

        성문을 열지도 않고 마중도 나오지 않습니다.

 

        상경上卿 나리, 성벽 위에 공자 원과 반,

        그리고 공자 상인商人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거기, 세자 소는 들으시오.

        나라를 버리고 달아난 자가 무슨 면목으로 돌아왔는가.

        여긴 들어올 수 없도다. 어서 돌아가라.

 

        공자들은 어서 성문을 여시오.

        무슨 소릴 하는 건가.

        너희들은 모두 되돌아가라

        이제부터 제나라는 우리가 다스리겠다.

 

상경 고호高虎와 세자 소가 임치臨淄 성에 이르렀을 때 뜻밖에도

가까이 오지 말라며, 화살을 마구 쏘아대고 있었다.

 

상경 고호高虎가 세자 소를 영접하기 위해, 성을 비운 사이에

남은 공자들이 합세하여 궁을 차지한 것이 분명했다.

 

        아니 저걸 어찌하면 좋습니까.

        세자는 침착하소서.

 

        무휴無虧와 시초寺貂가 비록 죽었으나

        그 잔당이 아직도 많이 살아 있는 것 같소이다.

 

        임치臨淄 성을 차지하려면 일전을 벌여야 하는데,

        만일 이기지 못하면 지금까지 기울인 공이

        모두 수포가 되고 맙니다.

 

        세자, 일단 송후宋侯께 다시 찾아가

        다시 구원을 요청하는 것이 빠르겠습니다.

 

        세자, 빨리 뒤쫓아 가 봅시다.

        송후宋侯 와 연합군이 아직은

        아주 많이 멀리는 가지 못하였을 겁니다.

        어서 서둘러 빨리 쫓아가 봅시다.

 

상경 고호高虎와 세자 소,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송나라의

송양공宋煬公의 뒤를 쫓아갔으나, 국경을 훨씬 벗어났으므로,

겨우 만나게 되며 급하게 인사를 올리었다.

 

        아니, 어찌 되돌아온 것이오.

        성안에 남아 있던 공자들이 반란을 일으켜

        도저히 성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임치臨淄 성을 온전히 평정해줬어야 했는데

        허 어, 내가 급하게 회군한 탓이오.

 

        세자 소는 염려치 마시오.

        이미 연합군은 돌아가고 말았으니

        일단 여기서 기다리며 준비해 봅시다.

 

송양공은 그 즉시 대장인 공손고公孫固에게 명하여 본국에 남아

있던 병거兵車와 군사를 급히 데려오게 하였다.

 

        다시 연합군을 만들 필요는 없도다.

        지난번엔 병거兵車 200승을 동원했지만,

        이번에는 송군의 병거兵車 400승으로 공격하리라.

        공자 탕은 선군을 맡고,

        화어사華御事는 후군을 맡도록 하라.

        과인은 중군을 친히 지휘하겠노라.

 

송양공은 세자 소를 호송하며, 나라 경계를 벗어나 당당히

진군하였으며, 제나라의 임치 성 밖에 있는 관에 도착하였다.

 

       상경 고호高虎 어른, 어서 오십시오.

       관문을 지키는 수문장입니다.

 

관문을 지키는 제나라 장수는 송나라 군사들을 인도하며 앞장서

오는 사람이 고호高虎 임을 알아보고 곧바로 관문을 열어주었다.

 

송양공宋襄公은 병거兵車 4백 승을 휘몰아 진격하여, 다시 임치臨淄

성 앞에 있는 동관東關에 진채陣寨를 세웠다. 이때 공자 원

공자 상인商人에게 좋은 계획이라며 자기 작전을 말하였다.

 

        내 말을 잘 들어보시오.

        오늘 밤에 기습합시다.

 

        의 영채令寨를 공격하여 송양공을 죽입시다.

        송양공 만 죽이면 송군은 물러가게 되오.

 

        오늘 밤에 형제들은 각기 군사를 준비시키시오.

        송의 영채令寨를 급습하여 죽여 버릴 것이오.

        , 공자 원이 앞장서리다.

 

        형님, 무슨 말입니까.

        송군은 우리보다 강하오.

        그렇기에 영채令寨를 습격하는 것이오.

 

        송군宋軍은 멀리서 달려와

        이제 겨우 진채陣寨를 힘들게 세웠으니

        오늘 밤은 몹시 피곤해 깊은 잠에 빠질 것이오.

 

        오늘 밤에 기습해 박살을 내면

        임치臨淄 는 우리가 차지하게 되오. 어떻소?

        형님, 좋습니다.

 

그날 밤 공자 원과 공자 반과 상인商人은 한밤중에 송양공이

있는 영채令寨를 기습하였으나, 엉뚱하게도 주력부대가 아닌

보급부대 장수의 진채陣寨를 급습하게 되었다. 이때 송군의 공자

과 화어사華御事가 나타나 거꾸로 공격을 받게 되었다.

 

공자 원과 형제들은 엉겁결에 포위까지 당하게 되자, 온 힘을

다해 싸우다가 날이 밝아지자, 전세가 불리하다는 걸 깨달은

공자 원은 얼른 위나라로 달아나고 말았다.

 

        저기 임치臨淄 성 앞에 반란군이 보인다.

        우리 송군은 계속 몰아붙여 저놈들을 잡아라.

 

        공자 반과 상인商人 , 큰일 났습니다.

        공자 원이 위나라로 달아났답니다.

 

        안 되겠다, 임치臨淄 성안으로 빨리 후퇴하자.

        서거라. 두 공자는 어딜 가려 하느냐.

        , 최요崔夭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노라.

        꼼짝 말고 거기 서 있어야 한다.

 

공자 반과 상인商人이 막 성문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갑자기

최요崔夭와 날쌘 군사들이 난데없이 달려들어 용맹하게 덮쳤다.

 

        세자 소를 모시고 있는 최요崔夭 이다.

        어서 저 두 놈을 묶어라.

 

최요崔夭의 활약으로 눈 깜박할 사이에 공자 반과 상인商人

포로 신세가 되어, 임치臨淄 성안으로 끌려 들어가게 되었다.

 

        세자께선 어서 오십시오.

        국의중國懿仲 어른 고맙습니다.

 

원로대신 국의중國懿仲은 세자 소가 송군과 함께 돌아오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자, 문무백관과 함께 백성들도 불러 모으면서 자기의

무사들과 급하게 성안을 제압하였으며, 동문을 열면서 고호高虎

세자 소를 맞이하러 나온 것이다.

 

        세자 소, 궁으로 어서 드십시오.

        국의중國懿仲 임, 너무나 고맙습니다.

 

        어서 공자 반과 상인商人을 끌어내라.

        형님,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모든 일은 공자 원이 꾸민 일입니다.

 

        이놈들아, 공자 원이 위나라로 달아났다고

        모든 반역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이냐.

 

        형님, 아니옵니다. 정말입니다.

        모두 공자 원이 선동한 일입니다.

 

포로가 된 공자 반과 상인商人은 모두 원에게 덮어씌웠으나,

이를 지켜보던 세자 소는 몹시 괘씸하게 생각하면서도 형제간의

우애를 생각하여, 그들의 죄를 더는 묻지 않았다.

 

        그때가 그해 5월이었다. 문무백관들이

        모두 반가워하며 열렬하게 영접하였으므로,

        세자 소는 제나라의 군위에 오르게 된다.

 

        그가 바로 제효공齊孝公 이며,

        제환공齊桓公이 죽은 지 11개월 만의 일이었다.

 

        제효공齊孝公은 논공행상을 열면서

        그간에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후한 상을 주었으며

        고생한 최요崔夭를 대부로 삼았다.

 

        다시 황금과 비단을 크게 내어 잔치를 벌이면서

        송군을 위문하고 배불리 먹였다.

 

        송양공이 제나라 성밖에서 5일을 더 머물다가

        다시 송군을 이끌고 송나라로 돌아갔다.

 

그때 노희공魯僖公도 무휴無虧를 구하기 위하여 대군을 일으켰으며

나라 임치臨淄로 가던 중에 무휴無虧가 죽고 세자 소가 이미

즉위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중도에서 군사를 되돌려 돌아갔다.

이때부터 제와 노, 두 나라는 틈이 벌어지게 되었다.

 

제효공齊孝公은 그해 8월이 되자. 우수산牛首山에 커다랗게 세게나

의총疑冢을 만들며, 제환공 곁에 안아아晏蛾兒의 무덤도 만들었다.

우수牛首는 지금의 하남성 개봉시 남쪽 통허현通許縣 지역이다.

 

        제효공齊孝公은 공자 무휴無虧와 공자 원

        저지른 변란을 괘씸하게 생각하여,

 

        장위희長衛姬 와 소위희小衛姬, 그리고

        못된 궁인宮人 들을 모조리 잡아다 가뒀으며

 

        또한, 역아易牙와 시초寺貂의 일족도 모두 붙잡아

        그들의 재산을 모두 몰수하고 난 후에

        그들 모두를 살아 있는 그대로 묻어버렸다.

 

이때 순장殉葬 당한 자가 무려 수백 명에 달할 정도로 많았으며

제환공齊桓公의 장례는 성대하게 거행하였다.

 

의총疑冢은 남이 파헤칠 염려가 있는 무덤을 보호하기 위하여

남의 눈을 속이려고 그와 똑같이 만들어 놓은 무덤을 말한다.

 

       그로부터 약 천년이 지난 서진西晉의 영가永嘉 말년에

       천하 대란이 시작되어 어지럽게 되었다.

       그때 시골의 한 농부가 제환공의 무덤을 우연히 발견했다.

 

        동네 사람들이 귀중품을 탐내어 무덤을 파고들자,

        무덤 초입에 수은水銀으로 만든 연못이 있어

        한기寒氣를 심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에 감히 들어가지 못하다가

        며칠 지나 한기寒氣가 가시게 되자.

 

        그때야 비로써, 사나운 개들을 앞세우고

        겨우 무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219 . 누가 속고 누가 속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