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16 화. 시간이 흘러야 수습되는가.

서 휴 2022. 9. 26. 15:58

216 . 시간이 흘러야 수습되는가.

 

궁중 소식을 들은 밀희密姬의 소생 공자 상인商人은 소위희小衛姬

소생인 공자 원元을 찾아가 서로 제휴하기로 하였으며, 각기 집안의

무사들과 평소 양성해두었던 사병들을 불러 모아 궁으로 갔다.

 

        우리도 선군의 피를 받은 자식들이오.

        우리도 제나라를 차지할 자격이 있소.

 

        듣자니 반공자가 궁중宮中의 우전右殿

        차지하고 있다고 합디다.

 

        우리는 좌전左殿을 차지하고 난 후

        무휴無虧와 반의 세력에 대항합시다.

 

        세자 소가 돌아오면 양보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둘이 힘을 합하며

        나라를 나누어 통치합시다.

 

        좋소. 좋은 생각입니다.

        합세하여 서로 연락을 주고받읍시다.

 

공자 원은 좌전左殿에 자리 잡고, 공자 상인商人은 조문朝門

자기 무사들을 배치하면서 서로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기로 하였다.

 

        공자들이 궁중 안까지 쳐들어와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 동생들을 어찌 보고만 있는 것이오.

        저들을 당장 쫓아내시오!

 

        주공, 전부 문중門中의 사병들이라

        우리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겠는가?

        주공, 우선 정전正殿 만큼은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으므로, 그들은 감히 조문 밖으로 나가 공격하지 못하며,

그저 무휴無虧가 머물러 있는 정전正殿 만을 굳게 지키게 하는

한편, 세 공자의 움직임만을 살펴보며 기회만을 엿보려 하였다.

 

        공자께서는 어찌하시려 하십니까?

        나는 형들의 다툼에 끼어들지 않을 것이오.

 

        나는 어머님이신 송화자宋花子를 모시고

        아주 먼 진나라로 가겠소이다.

 

한편 별다른 세력을 갖고 있지 못하던 공자 옹은 형제들의 다툼을

지켜보면서, 형들의 불똥이 언제 튈지 몰라 겁을 내며, 재빨리

임치臨淄를 떠나 먼 진나라로 떠나가고 말았다.

이에 진목공秦穆公은 공자 옹을 받아들여 대부로 임명했다.

 

        허허, 도대체 누구를 지지해야 한단 말이오.

        잘못하다간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게 생겼소이다.

        서로서로 몸조심하며 연락합시다.

 

조정 백관들과 백성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右往左往

하고 있었으며, 어떤 이는 아예 집 대문을 굳게 닫아걸고,

궁이나 조당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게 되었다.

 

        鳳閣龍樓虎豹嘶 (봉각용루호표시)

​        봉황이 서린 용루에서 호랑이와 표범이 으르릉거리네!

 

        紛紛戈甲滿丹墀 (분분과갑만단지)

        갑사들은 궁궐의 붉은 돌층계(丹墀단지)를 어지럽히고!

 

        分明四虎爭殘肉(분명사호쟁잔육)

        네 호랑이가 서로 잡아먹으려고 싸우는 모습인데

 

        那个降心肯伏低(나개항심긍복저)

        누구도 마음을 열어 머리를 조아리려 하지 않네!

 

네 공자가 각기 궁중宮中 안에 진을 치고 서로 대치한 지 어느덧

두 달이나 흘러가자, 국의중國懿仲과 고호高虎 만이 원로대신답게

사태 수습을 위하여 앞장서게 된다.

 

원로대신은 동원할 군대가 없었으므로, 강제로 해결시킬 방법이 없어

고심하며 상의하다가, 일단 죽음을 무릅쓰고 궁궐로 가기로 하였다.

 

        공자들이 서로 군위를 차지할 생각만을 할 뿐

        선군에 대한 장례를 치르려 하지 않으니,

        나는 죽기를 각오하고 그 일을 서두를 작정이오.

 

        하지만 상주喪主 가 있어야!

        을 치를 수 있을 게 아니오?

 

        세자가 없으니, 우선 장자인 무휴無虧에게

        상주 자리를 맡기는 것도 괜찮지 않겠소.

 

        무휴無虧에게 상주 자리를 맡긴다는 것이오.

        지금으로는 제일 나은 방법인 듯싶소이다.

 

        더 망설이지 말고 서신을 띄워 중지를 모웁시다.

        좋소. 다음처럼 격문을 써 연락합시다.

 

        문무백관과 관리들은 모일某日 모시某時

        빠짐없이 조당朝堂 앞으로 모여주시오.

 

두 원로대신은 곧 격문을 띄워, 두 노 대신이 입궐하는 날, 같이

조정朝廷에 들어갈 것을 권하고는, 자신들이 먼저 솔선하여 궁으로

들어가자, 모두가 그 뒤를 따라 조당朝堂 앞에 모이게 되었다.

 

        두 노 대신께서 어찌 정전正殿에 들어오십니까?

        뒤에 많은 백관은 또 뭐하러 모인 것입니까?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말씀해 주시지요.

 

        공자들이 다투기만 할 뿐 양보하지 않으니

        선군의 상례는 언제쯤 치르겠다는 것이오.

 

        우리는 무휴無虧 공자에게 상주가 되어 달라고

        찾아왔을 뿐이오. 다른 뜻은 없소.

 

조당朝堂을 점거하고 있던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가로막았다가,

그들이 찾아온 내용을 알고는 무휴無虧와 의논하고 맞아들였다.

 

        공자는 정전正殿에 앉아 무얼 하는 것이오.

        그냥 그대로 앉아만 있을 것이오.

 

        선군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두 달이오.

        어찌 아직 입관도 하지 못 하였단 말이오,

 

        죄송 합니다다. 나의 불효가 하늘에까지 사무쳤소.

        나의 마음은 하루속히 장례를 치르고 싶으나,

        동생들이 저렇듯 나를 노리고 있으니

        어찌 상을 치를 수 있겠소.

 

        무휴無虧 공자는 장자이십니다.

        만일 다른 공자들이 선군의 장례식을 방해하면

        우리 두 노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공자는 속히 장례 절차를 서둘러주시오.

        고맙습니다. 두 노 대신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제환공齊桓公의 장례를 치르기로 서로 타협이 이뤄지자, 그때까지

시체가 방치되어 있던 유폐幽閉 실로 모두가 가게 되었다.

 

        두 달이나 지나도록 아무도 돌보지 않았던

        제환공齊桓公의 시체는 썩을 대로 썩어

        피와 살이 다 흐무러져 있었고,

 

        썩는 냄새는 숨을 쉴 수가 없을 지경이었으며.

        시체 안팎에서는 하얀 구더기가 득실거리고

        밖으로 기어 나와 하얀 바닥을 만들고 있었다.

 

두 원로대신과 문무백관과 관리官吏 들은 썩어 문드러진 시체에

바글바글 구더기들이 들끓는 처참한 광경에 차마 눈을 뜨고

보기가 몹시 민망하여 모두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제환공齊桓公이 병이 났을 때, 다섯 공자는

        각기 당파를 이루어 후계를 다투다가, 제환공이

        숨을 거두자 급기야는 서로 공격하였다.

 

        이 때문에 궁중이 비어, 감히 나서서

        제환공齊桓公의 시신을 입관시킬 사람이 없었다.

 

        제환공의 시신이 침상에서 67일이나 있게 되자,

        시체의 구더기가 문밖까지 기어 나왔다.

 

        12월 무휴無虧가 즉위하고 나서야! 입관하였고

        대렴大殮 한 후 빈소殯所에 안치하였다.

 

이는 처참한 참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리나 안아아晏蛾兒

시체는 머리에 피가 엉겨 있을 뿐으로, 몸이 너무나 상한 데가

없는 걸 보고는 모두가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사랑하는 충성심과 매운 절개를 보여주는 광경이라 할까.

보는 이로 하여금 새삼 탄복하게 하였다.

 

        그 날로 널을 짜고 제환공齊桓公의 시신을

        성대하게 염하였으며.

        또한, 안아아晏蛾兒 도 염하여 관에 넣고,

        순장殉葬의 절차에 따라 함께 묻어주었다.

 

무휴無虧를 비롯한 원로대신과 문무백관과 관리들에 이어,

백성들까지 모여들어 제환공齊桓公의 어진 덕을 기리었으며,

죄스러운 마음으로 다 같이 어울려 대성통곡大聲痛哭 하였다.

 

        원로대신이 주동이 되어 장례를 치르니

        우리 형제는 다툴 명분이 없게 되었소.

 

이렇게 장례 절차를 거행하자, 공자 반, , 상인商人은 각기

다른 전각殿閣에서 머물고 있다가, 그들도 크게 탄식하게 되었으며,

군사를 거두어들이고는 상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이 일을 두고 호증胡曾 선생이 시를 지어 탄식하였다.

       違背忠臣寵佞臣 (위배충신총영신)

       충신의 유언을 버리고 망령된 신하를 총애하더니

 

       致令骨肉肆紛爭 (치령골육사분쟁)

       형제에 골육상잔骨肉相殘의 분쟁만을 일으켰구나.

 

       若非高國行和國 (약비고구행화국)

       두 노 대신이 나서서 나라를 수습하지 않았더라면

 

       白骨堆床葬不成 (백골퇴상장불성)

       침상의 백골은 장례도 치르지 못할뻔하였구나!

 

이리하여 형제들의 궁중 싸움은 막을 내리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무휴無虧가 제나라 군위를 이어받는 것으로 보였다.

 

한편 임치臨淄 에서 탈출하여 송나라로 도망친 세자 소

급하게 송양공宋襄公을 접견하자, 그간의 제나라 사정을 자세히

호소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다가, 끝내 통곡하고 말았다.

 

        무슨 일로 도망 왔는가?

        송후宋侯 , 도와주십시오.

 

        선군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가 없으며

        공자 무휴無虧가 변란을 일으키며

        신을 죽이려 하여 도망오게 된 것입니다.

 

송양공宋煬公은 규구葵邱 회맹 때 제환공齊桓公의 부탁을 생각하며,

즉시 신료들을 불러 모이게 하고는, 세자 소를 돕기로 하면서

엉뚱하게도 너무나 큰 희망을 꿈꾸게 되는 것이다.

 

        지난날 제환공齊桓公은 세자 소의 앞날을

        과인에게 신중하게 부탁한 적이 있었소.

 

        이제 1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나라에서

        역모가 일어나, 세자 소가 도망온 것이오.

 

        이제 과인이 열국의 제후들을 불러모아

        를 쳐서 세자 소를 군위에 세워 줄까 하오.

 

        과인이 제나라의 혼란을 제압하면서

        제환공齊桓公의 뒤를 이을 새 군주를 세워 준다면

        과인은 천하 제후 들로부터 칭송을 받게 될 것이오.

 

        만약 이 일이 성공하게 된다면

        우리 송나라는 천하에 이름을 떨치게 될 것이며,

        과인은 천하를 호령하는 패공霸公이 될 수가 있소.

 

        이는 제환공齊桓公의 패업覇業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말이오.

        들은 과인의 뜻을 따라주시오.

 

송양공宋煬公이 자기의 희망을 자신 있게 말하자, 중신의 반열에

서 있던 한 중신이 황급히 앞으로 나오더니, 강한 반론을 하게 된다.

 

        주공, 신 목이目夷 이옵니다.

        우리 송나라가 제나라보다 못한 점이

        세 가지가 있다는 걸 아시는지요.

 

        이로 말미암아 우리 송나라가 어찌 천하의

        제후諸侯 들을 불러 모을 수 있겠습니까?

 

본래 송양공宋襄公이 세자로 있었을 때, 아버지 송환공宋桓公

군위를 물려주려 하자. 서형인 목이目夷가 더 덕이 많다고 과감히

사양하니, 송환공宋桓公은 목이目夷에게 군위를 물려주려 하였다.

 

       그때 목이目夷는 정실正室의 아들 만이, 반드시

       군위를 이어받아야! 한다며 숨어버렸으므로,

       송양공宋襄公이 후계자가 된 것이다.

 

그만큼 둘 사이는 깊은 신뢰가 쌓여있었으므로, 서형 목이目夷에게

상경上卿 벼슬을 내려주어, 국정을 함께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상경은 우리 송나라가 어째서

        나라보다 세 가지나 못하다고 말하는 것이오?

 

        주공, 나라에는 태산泰山과 발해渤海

        동해가 있어 천연의 퇴로가 될 뿐만 아니라

 

        또한, 낭야琅琊와 즉묵卽墨은 비옥한 곡창지대라

        바다와 내륙에서 나오는 물산이 풍부합니다.

 

        우리 송나라는 땅이 작고 토지가 거칠어,

        백성의 수효가 제나라보다 훨씬 적으므로,

        군사의 수효도 적은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입니다.

 

        나라는 명문거족들이 중심이 되어

        나라가 위급할 때는 어떻게 하든 지켜내고 있습니다.

 

        지난날에는 관중管仲, 공손습붕恭遜襲封, 포숙아鮑叔牙

        등의 명재상 등이 있어서 모든 일을 의논하였으며

 

        이제 지금은 원로대신인 국의중國懿仲과 고호高虎

        나라를 보살피고 있어 나라가 단단하옵니다.

 

        반면에 우리 송나라는 그동안 어진 선비가 등용되질 않아,

        문무文武가 두루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제나라보다 못한 두 번째 이유입니다.

 

217 . 악한 자들이 끝까지 잘 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