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15 화. 내 죽은 뒤의 혼란은 어찌하랴.

서 휴 2022. 9. 25. 15:48

215 . 내 죽은 뒤의 혼란은 어찌하랴.

 

        제양공齊襄公과 문강文姜의 사련邪戀으로 인해

        혼탁해진 제나라의 고난과 시련을 딛고서

        나라 군주가 된 제환공齊桓公.

 

        포숙아鮑叔牙 와 관중管仲을 만나 화려하고

        찬란한 일생을 꽃피웠던 제환공齊桓公.

 

        그렇게 천하를 호령하던 제환공齊桓公

        수족처럼 따라주었던 가장 가까웠던

        측근들의 어이없는 배신으로

 

         이렇듯 초라하고 비참한 임종을 맞이하게

        될 줄을 어느 누가 짐작이나 하였으랴.

 

어지러운 천하를 평정한 제환공齊桓公의 노고와 그가 행한 훌륭한

일들만을 들어가며, 잠연潛淵 선생이 시를 지어 칭송하였다.

 

         1.

       姬轍東遷綱紀亡 (회철동천강기망)

       주나라가 동천하여 천하의 기강이 허물어지자

 

       首倡列國共尊王 (수창열국공존왕)

       열국의 제후들을 이끌어 주 왕실을 섬겼도다.

 

       南征僭楚包茅貢(남정참초포모공)

       남쪽의 초나라를 정벌하여 포모를 바치게 하고

 

       北啓頑戎朔漠疆(북계완융삭막강)

       북융을 제압하여 사막까지 권위를 넓혔도다.

 

         2.

       立衛存邢仁德著(입위존형인덕저)

       위를 다시 세워 주고 형은 지켜 인덕을 밝혔네.

 

       定儲明禁義聲揚(정저명금의성양)

       금도를 밝혀 왕실의 세자 정을 세워 의를 높였도다.

 

       正而不譎春秋許(정이불휼춘추허)

       춘추 때 기강을 보존하여 정의를 세웠으니

 

       五伯之中業最强(오잭지중업최강)

       춘추 오패 중 가장 큰 공업을 남겼도다!

 

이에 염선髥仙이 한 수의 시를 지어, 제환공齊桓公이 일세를 풍미한

영웅으로 살다가, 마지막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한 것을 한탄하였다.

 

        四十餘年号方伯(사십여년호방백)

       사십여 년 동안 방백으로 불리면서

 

       南摧西抑雄无敵(남최서억훙무적)

       남과 서를 정벌하여 당대에 대항할 자가 없었도다.

 

        一朝疾臥牙刁狂(일조질와아조광)

        어느 날 병석에 누우니 역아와 시초가 미쳐 날뛰는구나.

 

        仲父原來死不得(중보원래사부득)

        중보가 안 죽었으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겠는가?


이때가 기원전 643년이요, 왕실 연호로는 주양왕周襄王 9

10월이었으며, 주장왕周莊王 12년 여름에 즉위하여 43년간을

재위하였으니 80은 넘은 나이였었다.

 

        어린 내시가 개구멍을 통해 유폐幽閉 실로 들어갔다가,

        사방에 튄 피와 피에 엉켜 있는 머리를 보고는

        기절할 듯 놀라고, 겨우 진정하며 제환공齊桓公

        안아아晏蛾兒의 시체를 구분하여 쳐다보았다.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유폐 실의 담을 부수고 들어가, 두 사람의

죽음을 확인하였으며, 그들은 곧바로 다음 일을 계획하였다.

 

        여러 공자의 반란叛亂이 걱정되오.

        주공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지 맙시다.

 

        먼저 세자 소를 죽이고, 곧바로

        공자 무휴無虧를 군위에 올립시다.

 

그때 세자 소는 내시들에 가로막혀 아버지 제환공齊桓公

문병하지 못하는 것을 몹시 안타까워하다가 막 잠이 들었던

그 순간에 갑자기 등불이 흔들리며 한 여인이 급히 나타났다.

 

        세자는 속히 몸을 피하시오.

        눈앞에 불행이 닥쳐오고 있습니다.

        이는 선공先公의 분부이옵니다.

 

        거기 당신은 누구요.

        저는 안아아晏蛾兒 라고 합니다.

 

세자 소가 막 잠이 든 순간에 죽은 안아아 晏蛾兒가 홀연히

나타나 고함치니, 머리칼이 쭈뼛이 선 듯이 매우 놀랐으며,

이에 급히 일어나 상경上卿인 고호高虎의 집으로 뛰어갔다.

 

        세자께서 이 밤 중에 웬일입니까.

        상경上卿 , 이러저러한 꿈을 꾸었습니다.

 

        허허,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꿈에 나타난 여인이 선공先公 이라 했으니

        주공께서는 아마 세상을 떠나신 것 같소이다.

 

        세자께선 이곳을 빨리 피하십시오.

        어디로 가는 것이 좋겠습니까

        세자께서는 급히 송 나라로 가야 합니다.

 

        선군先君 께서 송양공 宋襄公에게

        이미 부탁하여 놨습니다.

        성문은 수문장 최요崔夭에게 열게 하겠습니다.

 

        나리, 지금 동궁東宮을 포위하였다, 합니다.

        허허, 세자 시간이 없소이다.

        세자, 어서 수레를 타고 빨리 떠나시오.

 

        세자, 수문장 최요崔夭 이옵니다.

        세자께옵서는 혼자 떠나십니까.

 

        세자, 신은 성문을 열어준 죄를 면할 수 없습니다.

        세자께서 신을 버리지 않으신다면

        소신 최요崔夭가 세자를 모시겠습니다.

 

        수문장 최요崔夭, 정말 고맙구려.

        어서 갑시다. 빨리 수레에 타시오.

 

최요崔夭가 세자 소의 수레에 올라 말고삐를 잡자 성문이

열렸으며, 둘은 송나라를 향하여 바람같이 달려갔다.

한편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세자 소를 죽이려, 급히 군사들로

동궁을 포위하였으나, 이미 달아나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우리가 군사를 동원하여 동궁을 포위하였으나

       해가 밝아지면 모두가 알게 되오.

 

       이곳에 지체하다가 다른 공자들이 알아차리고

       조당을 먼저 점거하면 대사를 그르치게 되오.

 

       빨리 궁중에 돌아가 장자 무휴를 옹립하기로 하고

       공자들의 동향을 살피는 게 어떻겠소.

       나도 같은 생각이오. 빨리 갑시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중신들을 모아 놓고

무휴無虧를 세자로 세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조정을 찾아갔다.

 

        장자 무휴無虧를 군위에 올려야겠소.

        공자 무휴無虧는 세자로 책봉된 적이 없소.

 

        세자 소가 있는데. 아니 되오.

        속히 세자 소를 모셔오시오.

 

        세자 소는 도망가고 업소이다.

        공자 무휴無虧가 큰아들입니다.

 

        선군先君의 유언도 있었소이다.

        좋소. 유언장을 보여주시오.

 

        중신들께서 마음을 굳히면 보여주겠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장자長子를 군위에 올리려 하는데

        자꾸 반대만 하시면 신상에 해롭습니다.

 

이때 조당에 모여 있던 신료들은 고, , , , ,

. 남곽南郭, 북곽北郭, 여구閭邱 등이었다.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뜻밖에

       백관들의 저항이 심해지자, 일단 물러갔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갔으며 벼슬을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몹시 궁금하여 조정 앞으로 급하게 많이 모여들었다.

 

       세자는 선공이 살아 계실 때 정해졌는데

       만약 세자가 죽었다면 우리는 무슨 면목으로

       제나라의 신하라, 말할 수 있겠소?

 

       이는 선군이 죽은 틈을 타서

       간신들이 반란을 일으키려 하는 것이오.

 

모인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을 때, 시초寺貂와 역아易牙가 많은

군사들을 이끌고 조정 앞으로 다시 나타났다.

 

        조정의 신료들께서는 공자 무휴無虧를 세워야 합니다.

        아니 되오. 유언장을 보여주시오.

 

        없는 세자 소를 어떻게 세우란 말이오.

        공자 무휴無虧를 세우겠소. 안 세우겠소.

        왜 말들 못 하오.

 

        나는 대부 관평管平 이다.

        너희 간신들은 자꾸 수작을 벌여선 안 된다.

        맹세코 무휴無虧 에게 신하라는 말을 쓰지 않겠도다.

 

       저 두 놈의 간신들을 먼저 죽여서

       화근부터 없애버립시다.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백관들의 저항이 계속 심해지자, 잠시

당황하며 망설이다가, 마음을 정한 듯 군사들에게 명령한다.

 

        저항하는 자는 모두 죽여라.

        무기도 없는 사람들을 죽인단 말이냐.

 

미리 대기 시킨 무장 군사들이 칼을 뽑아 들고, 조당朝堂에 모여

있던 신료들과 관원들과 그리고 백성들을 향하여 쳐들어갔다.

 

        조정 뜰은 삽시간에 아비규환阿鼻叫喚

        갑작스럽게 살육장殺戮場이 되었으며,

        모두 대항할 수 없어 각기 궁문 밖으로 달아났다.

 

날이 밝아오자,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무휴無虧를 조당朝堂으로

모시고 들어가, 즉위식을 감행하였으나, 즉위 식장은 백관이 이미

대부분 도망가고 없었기에 너무나 썰렁하였다.

 

        신하들이 한사코 복종하지 않으니

        화가 몹시 나는구나.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주공, 지금 조정에는 원로대신으로

        국의중國懿仲 과 고호高虎 가 있습니다.

 

        주공께서는 이 두 사람부터 불러들이시면

        다른 문무백관은 자연히 따라오게 되옵니다.

        , 좋은 생각이오. 지금 당장 입궐하라 하시오.

 

본시 우경右卿 국의중國懿仲과 좌경左卿 고호高虎는 주왕실의

명을 받아, 나라를 감국監國 하러 나와 있는 대신이었다.

 

        그들은 주왕실에 있을 때부터

        상경上卿 벼슬에 올라 있었으며,

 

        나라에 와서도 그 품위를 지켰기에,

        나라 사람들로부터 공경을 받고 있었다.

 

        그들이 무휴無虧를 도와주기만 한다면

        군주의 자리는 확고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국의중國懿仲 과 고호高虎는 내관의 말을 전해 듣고서야!  비로소

제환공齊桓公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대신은 각기 조복 대신에 상복으로 갈아입고 궁으로 들어갔다.

시초寺貂 와 역아易牙는 궁문宮門 앞까지 나와 공손히 영접했다.

 

        새 군주께서 전좌殿座에 앉아 계십니다.

        새 군주부터 뵙도록 하십시오.

 

        선군의 빈소殯所를 뵙지 않고

        새 군주를 먼저 보는 것은 예가 아니오.

 

        , 빈소殯所 로 갑시다.

        아직 빈소殯所 를 차리지 못하였소.

 

        어서 선군先君의 시신을 보여주시오.

        지금은 아니 됩니다.

 

        왜 그렇소이까.

        아직 빈소殯所도 차리지 않았단 말이오.

 

        거참, 우리는 여러 공자 중 선군의 죽음을

        가장 슬퍼하는 공자에게 따라갈 것이외다.

 

노련한 국의중國懿仲과 고호高虎의 말에 시초寺貂와 역아易牙

말문이 막혀버렸으며, 두 대신은 제환공齊桓公의 시신이 있는

궁 쪽을 바라보며 두 번 절하고는 크게 통곡하고 돌아가 버렸다.

 

        두 노 대신이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니

        이제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 이번 일은 호랑이와 싸우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에는 힘센 자가 이기기 마련입니다.

 

        주공께서는 가만히 전좌殿座에 앉아 계시면

        신들이 모든 걸 해결하겠습니다.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자신들의 계책이 어긋나버렸으나,

무휴無虧를 상주喪主로 세우고 장례 절차를 진행하려 하는데,

공자들이 하나같이 궁으로 몰려 들어오는 것이다.

 

        공자 반은 어디 있소.

        개방開方 , 무슨 일이십니까.

 

        세자 소는 지금 행방불명이라 하오.

        무휴無虧가 제 맘대로 군위에 올랐다는 소문이오.

 

        이 판에 반공자가 군위에 오르지 말라는 법은 없소.

        좋습니다. 개방開方 임만을 믿겠습니다.

 

개방開方은 갈영葛英의 소생인 반공자를 앞세워 집안 장정과

가까운 사람들을 동원하여 궁중의 우전右殿 뜰에 늘어섰다.

 

216 . 시간이 흘러야 수습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