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14 화. 천하의 영웅호걸도 죽는가.

서 휴 2022. 9. 24. 21:04

214 . 천하의 영웅호걸도 죽는가.

 

편작扁鵲이 제환공齊桓公을 만나고 말이 없이 나오고 말자, 뒤 쫒아온

시초寺貂가 부르며 멈추게 하자 다음과 같은 말을 하여 주었다고 한다.

 

       제후齊侯와 같은 사람이 있는 까닭으로, 고치지 못하는

       여섯 가지의 불치병不治病이 있다고 하는 것이오

 

       첫째, 교만방자驕慢放恣 한 것이 병이며

       둘째, 몸을 가볍게 여기고 재물을 탐하는 병이오.

 

       셋째, 의식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는 병이오.

       넷째, 과 음을 문란하게 하여

       오장의 기운을 안정시키지 못하는 병이오.

 

       다섯째, 약을 복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체가 이미 허약한 상태를 말하는 병이오.

 

       여섯째, 무당의 말은 믿고

                    의원의 말은 믿지 않는 커다란 병이있소.

 

       이 여섯 가지 중에 한 가지만 지니게 되어도

       병이 중하게 되어 치료하기 힘든 불치병이 되는 것이다.

 

내시 시초寺貂로 부터 편작扁鵲의 말을 전해들은 제환공齊桓公

그제야 깨닫고는 시초寺貂를 불러 급하게 편작扁鵲을 찾게 했다.

 

시초寺貂는 급하게 편작扁鵲이 머물던 객관客館에 찾아갔으나,

이미 떠난 지 닷새나 되었으며, 다음 말을 남겼다고 한다.

 

       좋은 의사를 만나 질병의 증상을 미리 알며

       일찍 치료하게 한다면 몸이 살 수가 있다.

 

       사람들이 근심하는 바는 병이 많은 것이고,

       의원이 근심하는 것은 병을 치료방법이 적다는 것이다.

 

뒤늦게 깨닿게 된 제환공齊桓公은 크게 후회하였으며, 그로부터

영영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편작扁鵲의 말을 듣게된 시초寺貂

       제환공齊桓公의 앞날이 머지않았음을

       영악靈惡 하게 간파看破 하였다.

 

       엿새가 지나자 제환공齊桓公의 병세는 더욱

       심해져 죽은 듯 움직이지 않으며 누워만 있게 되었다.

 

       아직 숨을 거둔 것은 아니었으며, 이를 본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점점 더 대담해졌다.

 

둘은 서로 상의하여 은밀한 계획을 짜고서는 궁문宮門 앞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제환공齊桓公의 전지傳旨가 적힌 패를 세워놓았다.

      과인이 이제 심한 병으로 자리에 누웠으니

      당분간 나랏일을 돌보지 못하게 되었노라.

      모든 신하에게 궁중 출입을 일체 금하노라.

 

      시초寺貂는 궁문을 굳게 지키고,

      역아易牙는 시위대侍衛隊 을 거느리고

      위반하는 자가 없도록 순시하라.

 

      급한 정사는 글로 적어 올리고

      과인의 병에 차도가 좋은 날 조정에 나가리라.

 

제환공齊桓公이 평소에 그렇게 너무나 아꼈던 시초寺貂

역아易牙는, 그 고마움을 모두 안면몰수顔面沒收 하였으며,

제환공齊桓公 주변에 아무도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였다.

 

장위희長衛姬의 아들 무휴無虧 만을 궁중宮中에 남겨놓고, 모든

공자를 궁에서 몰아내었으며, 중신重臣 들의 궁중 출입도 막았다.

 

      자기들에게 잘 보이면 벼슬을 높여주면서

      오르지 무휴無虧를 군주로 세우려고

      국정을 농단을 하는 것이었다.

 

이제 이들은 제환공齊桓公 곁에서 시중을 들던 사람들도 모두

궁 밖으로 쫓아내 버렸으며, 다 죽어가는 제환공齊桓公을 한곳

방에 옮겨 유폐幽閉 시키고 말았다.

 

       더구나, 유폐幽閉 시킨 곳을

       사방으로 3높이로 높은 담을 쌓았다.

 

       이에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유폐幽閉 실은

       담장 안과 밖으로 딴 세상이 되고 말았다.

 

       다만 담 밑에 작은 개구멍 하나를 뚫어놓아,

       어린 내시內侍가 조석朝夕 으로 들락거리며,

       제환공齊桓公의 생사만을 확인하게 하였다.

 

제환공齊桓公이 춘추시대春秋時代에 처음으로 천하를 호령하는

첫 패공霸公 이 되었지만, 자식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너무나도

우유부단優柔不斷 하게 대처하여 불행을 겪게 된 것이다

 

      제환공齊桓公이 혼인婚姻을 하게 되면서

      세 명의 정실부인正室夫人이 있었으나

 

      두 명은 일찍 죽고, 한 명은 쫓아내 버렸으며,

      후실로 여섯 부인을 두게 되었다.

 

      세 정실부인正室夫人 이란, 왕희王姬, 서희徐姬

      쫒겨난 채희蔡姬를 말함이다.

 

      여섯 후실後室 이란, 장위희長衛姬, 소위희小衛姬,

      정희鄭姬, 갈영葛英, 밀희密姬, 송화자宋花子를 말한다.

 

세 명의 정실부인正室夫人 에서는 아들을 보지 못하였고, 여섯

후실에서 차례로 여섯 아들을 봄으로, 이에 문제가 일어나게 되었다.

 

      제환공齊桓公을 가장 오랫동안 모신 여자는

      장위희長衛姬 이며, 당연히 궁중宮中 내의 위치가

      제일 높았으며, 또한 장위희長衛姬의 소생인

      무휴無虧 가 나이가 가장 많은 공자가 되었다.

 

제환공齊桓公은 후실後室 중에 첫 번째인 장위희長衛姬가 처음으로

아들을 낳자 너무 기뻐하였으며, 첫아들 무휴無虧를 세자로 삼으려

하였다가, 후실後室 들이 차례로 아들을 낳게 되자 망설이게 되었다.

 

아들들이 자라는 걸 보면서, 셋째 부인 정희鄭姬의 아들인 공자

가 제일 똑똑한 것을 알고는 뒤늦게 세자로 정하게 되었다.

 

      그때 세 번째 공자인 세자 소昭는 너무 어렸을 때였으므로

      제환공齊桓公과 관중管仲은 소의 안위安危를 걱정하여

 

      규구葵邱 회맹會盟 때에 예의 바르고 젊은

      송양공宋襄公에게 소의 앞날을 부탁한 바 있었다.

 

시초寺貂와 역아易牙는 포숙아鮑叔牙가 죽자, 제환공齊桓公 만을

감싸고 돌면서 궁중의 모든 실권을 장악하였으며, 또한 오래전부터

장위희長衛姬와 한편이 되어있었으므로, 기회를 보아 세자 소

죽이고, 공자 무휴無虧를 후계자로 세우려 계획하고 있었다.

      2 공자인 소위희小衛姬의 아들 원

      야심이 많은 사람으로 늘 제환공 주변을 맴돌며

      자신이 세자가 되려는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한편 위공자 개방開方은 갈영葛英의 아들이며

      4 공자인 반과 매우 가깝게 지냈으므로,

      그를 세자로 세우려고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5 공자 상인商人은 천성이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여 제법 많은 사람으로부터 인심을 얻었다.

 

      더욱이 그의 어머니인 밀희密姬가 제환공의

      사랑을 받고 있었으므로, 공자 상인商人 역시

      세자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다만 송화자宋花子의 아들이며 제6 공자 옹만이

      자기 분수를 알아차리고 딴 뜻을 갖지 않았다.

 

이리하여 옹을 제외한 다섯 공자는 각기 당을 세우고, 자신의

세력을 넓히면서 치열한 암투를 계속 벌리고 있었다.

       게 아무도 없느냐.

       물 좀 가져오너라.

 

유폐幽閉 되어 캄캄한 밀실이나 다름없는 침상에 죽은 듯이 누워

있던 제환공齊桓公이 혼미한 상태로 잠만 자다가 오랜만에 깨어나

 

둘이 번 거리며 힘없는 목소리로 시종을 여러 번 불렀으나 아무

대답이 없어, 일어나고 싶어도 몸을 일으킬 힘조차 없는 상태였다.

 

       배가 고프구나.

       어서 죽이라도 가져오너라.

 

       허 어, , 아무도 없느냐.

       뜨거운 물이라도 한잔 가져오너라.

 

힘없는 고함高喊을 여러 번 질러도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퀭한 눈동자는 캄캄하고 조용한 유폐실幽閉室의 허공虛空 만을

맴돌때, 이때 쿵 하며 담벼락을 넘어 한 사람이 떨어졌다.

 

제환공齊桓公은 힘없고 퀭한 눈을 들어 떨어진 사람을 보자,

그래도 반가워서 가까이 오라 손짓하며 힘주어 말을 하게 되었다.

 

       오오, 너는 누구냐.

       주공을 하룻밤 모신바 있는

       소녀안아아晏蛾兒 라 하옵니다.

 

       물이라도 마실 수 있겠느냐.

       물이라도 한 모금 다오.

       목이 몹시 타는구나


       배가 몹시 고프구나.

       먹을 것을 좀 갖다 다오.

 

       주공, 애석愛惜 하고 안타깝사옵니다.

       주공, 어디 가서 가져오라 하시나이까.

 

       어째서 안 된다고만 하느냐.

       주공, 진정 모르셨사옵니까.

 

       시초寺貂와 역아易牙가 변란을 일으켰사옵니다.

       모든 궁문宮門의 출입을 금하고 있습니다.

 

       이 침상 주변에 3장이나 되는 높은 담마저 둘러쳐

       높은 담벼락을 뛰어넘을 수도 없사오며

       발각되면 죽음을 면치 못하옵니다.

 

       주공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어

       아무것도 가져올 수가 없사옵니다.

 

       너는 어떻게 여길 들어왔느냐.
       첩은 주공의 은혜를 잊지 못하여

       목숨을 걸고 몰래 겨우 담을 넘어왔습니다.

 

       주공께서 세상을 떠나시는 모습이나마

       잘 지켜드리고자 넘어온 것입니다.

 

       세자 소는 어찌 되었느냐.
       시초寺貂와 역아易牙 일당이 침궁寢宮을 막아

       배알拜謁 조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두 놈이 그렇게 나쁜 놈이더란 말이냐.

       그런 놈들을 지금까지 믿고 있었다니!

 

       , 중보仲父는 과연 성인이었도다!

       내 어찌 그의 말을 듣지 않았을꼬.

 

       내가 그의 말을 들어 천하의 패공覇公이 되었고,

       내가 그의 마지막 말을 듣지 않아

       이렇듯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구나.

 

       하늘이시여, 하늘이시여!

       이 소백小白이 이렇게 처참히 죽어야 합니까.

 

제환공齊桓公은 퀭한 눈을 크게 뜨며, 억울하고 원통하다며,

연거푸 부르짖더니, 마침내 입에서 붉은 피를 토해 내고 말았다.

  

      주공, 고정考正 하시옵소서.

      아아부끄럽구나.

      내가 죽어서 어이 중보仲父를 만날 고.


      내가 사랑했던 계집이 여섯이며,

      사내 자식이 열댓 명이나 되건만,

      지금 내 눈앞에는 하나도 없구나.

 

      안아아晏蛾兒 , 네가 혼자서

      나의 죽음을 전송餞送 할 줄 어찌 알았더냐.

 

      이럴 줄 알았더라면 평소 너를 아끼고

      너를 더욱 사랑하였어야 하였을 것을.

      , 부끄럽구나, 부끄럽도다.

      주공께서는 자중自重 하십시오.

      주공께서 불행한 일을 당하시면 첩 또한

      목숨을 끊어 주공의 뒤를 따라가겠습니다.


      내가 죽어 아무것도 모른다면 그만이로되,

      죽어서도 아는 것이 있다면

      내 무슨 면목으로 저승의 중보仲父를 대할꼬.

 

       주공께서는 부디 몸을 보중하옵소서!

       주공께서 돌아가신다면 제가 죽음으로써

       황천가시는 길에 동행하여 드리겠나이다.


제환공齊桓公은 캄캄하게 유폐幽閉 된 곳에서, 지나간 관중管仲

유언遺言을 지키지 못하였다는 걸 매우 후회後悔 하였다.

 

      퀭한 눈에서 한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옷소매를

      들어 닦다가, 마침내 그렇게 원통寃痛 해하면서

      더 굶다가 천천히 숨을 거두고 말았다.

 

죽기를 각오한 안아아 晏蛾兒는 기력을 다하여 제환공齊桓公

임종臨終을 정성껏 보살펴 주었고, 자기 겉옷을 벗어 덮어주었으며,

마침 곁에 있던 큰 부채 봉선鳳扇을 가져다 시신를 가려주었다.

 

      돌아가셨으니 염이라도 해드려야 하지 않겠느냐.

      아무리 소리 질러도 아무도 오지 않는구나.

  

      이제 할 수 없도다.

      시체屍體를 염하는 것은 아녀자가 알 바 아니로다.

      나는 저승길을 주공과 함께 가리라,

 

      주공의 영혼靈魂은 멀리 가지 마소서.

      이제 첩이 뒤따라가 주공을 모시겠습니다.

 

안아아 晏蛾兒는 모든 일이 끝났다. 면서, 마지막으로 소리 없이

통곡하고는, 담벼락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쳐 죽고 말았다.

 

215. 내 죽은 뒤의 혼란은 어찌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