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0 화. 어찌 섣불리 믿어 죽임을 당하는가.

제 200 화. 어찌 섣불리 믿어 죽임을 당하는가.

 

도안이屠岸夷가 비분강개悲憤慷慨 하면서, 정 받아주지 않으면,

책翟의 중이重耳 공자를 찾아가 모시겠다며 간청을 하자, 그때

마침 책翟으로 보낼 적임자가 없어 고심하던 차에, 마음속으로

반가워하게 되었으므로, 비정보邳鄭父는 결심이 흔들린다.

 

       진심이 그러한가. 믿어도 되겠는가.

       나리, 천지신명天地神明께 맹세하오며,

       목에 칼이 들어와도 신의를 배반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비정보邳鄭父는 칠여 대부에게 이야기하니, 대부 추단騅端도

도안이屠岸夷에게 결심을 물어보고는, 믿을 수 있다고 말하였다.

 

      자네와 친한 대부 추단騅端이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믿어야 할지 걱정이 되네.

 

      아니 이게 무슨 짓인가.

      손가락을 그렇게까지 깨물다니 뼈가 보이지 않는가.

      피가 많이 나는구먼. 어서 닦게나.

 

      하늘이시여, 이 도안이屠岸夷가 두 마음을 갖는다면,

      하늘이시여, 도안이屠岸夷의 구족九族을 멸하소서.

 

      알겠네. 어서 피를 닦게나.     

      도안이屠岸夷, 앞으로 잘해주어야 하겠네.

 

      중이重耳 공자를 찾아간 일이 있지 않은가.

      아무도 몰래 다녀와야 하겠네.

 

      모래 날 밤 내 집에 오게나.

      그날 밤으로 곧장 중이重耳 공자를 찾아가야 하네.

 

약속한 날 밤이 되자, 도안이屠岸夷는 멀리 떠날 차비를 다 하고,

비정보邳鄭父의 집에 찾아가니, 모두 열 명이 모여 있었다.

 

       자. 이 문서는 중이重耳 공자에 대한

       충성심의 맹서문盟誓文 이오.

 

       이제 도안이屠岸夷가 왔으니

       짐승의 피를 입에 바르고 모두 서명합시다.

       도안이屠岸夷 도 어서 서명하게나.

 

       도안이屠岸夷, 자네는 책翟 땅으로 가야 하겠네.

       지금 곧바로 조심조심해서 잘 다녀와야 하네.

 

       알겠습니다. 곧바로 책 땅에 가겠습니다.

       중이 공자께 성심으로 빨리 전 하겠습니다.

 

도안이屠岸夷는 중이重耳 공자에게 보낼 맹서문盟誓文을 받고는

책翟 땅으로 가겠다며 비정보邳鄭父에게 큰절을 올리고 나온다.

 

그 길로 도안이屠岸夷는 조심스레 여이생呂飴甥의 집으로 찾아가니,

여이생呂飴甥은 한밤중에 극예郤芮와 괵사虢射를 불러들여 피 묻은

맹서문을 보여주고는 함께 진혜공晉惠公을 찾아가는 것이다.

 

      아침, 조회가 준비되었는가.

      주공. 대부 공화共華 만나오지 않았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시작해보아라.

      신 여이생呂飴甥이 시작을 하겠습니다.

 

      자, 모두는 이걸 보시 오.

      비정보邳鄭父가 만든 중이重耳에 대한 맹세문이오.

 

      다들 알지 않겠소.

      도안이屠岸夷는 이제 밖으로 나오라.

 

여이생呂飴甥이 맹세문을 내보이자, 모여 있던 칠여 대부는 모두

새파랗게 질렸으며, 또박또박 열 명의 이름을 차례대로 부른다.

 

       이름을 부르자, 숨어있던 군사들이 달려와 묶으며,

       도안이屠岸夷 와 어릴 적부터 죽마고우竹馬故友 였던

       대부 추단騅端도 끌려가 참수되고 만다.

 

대부 공화共華 만이 몸이 아파 집에 있다가 조례에 참석하지

못하였으나, 맹세문으로 모두 참수당하였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궁으로 가려 하였다. 이에 동생인 공사共賜가 큰소리로 말린다.

 

       형님. 무슨 짓입니까.

       어서 빨리 도망가시어야 합니다.

 

       동생아. 아니 된다.

       어찌 나만이 살겠다고 할 수 있겠느냐.

 

       동생아. 나를 묶어 네가 끌고 가거라.

       어떡하던 집안은 살려내야 한다.

 

동생인 공사共賜는 형 공화共華를 묶어 끌고 가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뿌리면서, 어쩌질 못하면서 고발하게 되었다.

 

       극예郤芮는 군사들을 이끌고, 공화共華를 제외한,

       칠여 대부의 일가족들을 모두 몰살시키고 만다.

 

       이때 비정보邳鄭父의 가족을 모조리 몰살시켰으나,

       때마침 비정보邳鄭父의 아들인 비표邳豹 만이 성 밖에

       나가 있다가, 이 소식을 듣고서는 급하게 달아났으며,

       어릴 적 친분이 있던 진秦의 공손지公孫枝를 찾아간다.

     

도안이屠岸夷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중대부로 승진하였으며,

부상으로 부규負葵의 땅 70만 묘畝를 받아, 혼자만 잘 살려는

듯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게 된다.

 

도안이屠岸夷 는 부귀영화 앞에 죽마고우인 추단騅端 도,

또한, 비정보邳鄭父와 맹세하였던 신의도 모두 저버린 것이다.

 

      비정보 邳鄭父는 너무 서둘렀다.

      혼자 마음속으로 담고 있다가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이 진秦 나라로

      떠나고 난 뒤에 하여도 될 일을 너무 일찍 서둘러

      자승자박自繩自縛을 하게 된 것이다.

 

      스스로 자自 줄 승繩 스스로 자自 묶을 박縛

      자기의 줄로 자기의 몸을 묶는다.

 

      자기가 한 말과 행동에 자신이 구속되어

      자신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이 되리라.

    

      한서漢書의 유협전遊俠傳에서 나오는

      자박自縛에서 유래되었다.

 

비정보邳鄭父의 아들 비표邳豹가 겨우 진秦 나라에 도망와서는

진晉 나라의 현 상황을 울분을 토하며 설명하게 된다.

 

      비표邳豹는 왜 그리 슬피 우는가.

      부친인  비정보邳鄭父께서 추진하던 거사가

      사전에 발각되어 참수를 당하셨나이다.

 

     진혜공晉惠公의 실정으로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처럼 높아져, 내란이 일어나기 직전입니다.

 

     진晉 나라를 치기에 아주 좋은 기회로

     공격하기만 하면 쉽게 승리할 수 있나이다.

 

     출전 준비를 하여주십시오.

     주공, 신 건숙蹇叔 이옵니다.

 

      비표邳豹는 진晉 나라의 신하였음에도 전쟁으로 인하여

      따르는 자기 백성들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진晉의 백성들이 동요하여 들고 일어날 때.

      그때 쳐들어가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그럴 것이오. 과인의 생각도 그렇소.

      하루아침에 열 대부를 죽였다면 민심이 흉흉하여

      백성들이 들고일어날 때 군사를 일으켜야 할 것이오.

 

      대부 비표邳豹는 매우 분하더라도 참으시오.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 보시 오.

 

진목공秦穆公은 비표邳豹에게 대부의 벼슬을 내렸으며, 이때가

진혜공晉惠公 재위 2년이며 주양왕 3년인 기원전 648년이었다.

 

     주공, 신 백리해百里奚 가 아룁니다.

     우리 진秦 나라는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백성들이 한마음으로 잘살아 보겠다며

     모두 다 신명을 바쳐 일하고 있습니다.

 

     소와 말을 계속 공급하여 끊임없이 생산력을

     높여주며, 이제 안전한 괘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주공, 백성들이 모두 열심히 일하여

     올해에도 풍년이 들었습니다.

 

     이제 백성들에게 좀 더 혜택을 주셔야!

     할 단계에 온 듯하옵니다.

 

     주공, 이때를 조금 더 다져놓아야 하겠습니다. 

     무슨 말이오. 이야기하여 보시 오.

 

     세금이 10분의 1이온데 이를 더 낮추어

     13분의 1로 할 때가 된 듯합니다.

 

     좋은 일이오. 그러나 지금의 세금이 다른 나라에

     비하에 결코 많은 것은 아니라고 보오.

 

     너무 많이 감면시키자는 것은 아닌지,

     나라 살림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면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오.

 

     주공, 신 건숙蹇叔이 아룁니다 .

     이렇게 세금을 낮추면 주周 나라 천하에서

     세금이 제일 적은 나라가 될 것이므로

     각 나라의 물산이 모여들 것입니다.

 

     나라의 관문을 개방하여 자유롭게

     장사하도록 상업을 발전시켜나간다면

     들어오는 세금이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주공. 신 요여繇余 이옵니다.

     백성의 곡간이 나라의 곡간穀間 이옵니다.

 

     백성의 곡간이 넉넉해지면

     나라의 곡간도 여유가 생겨 쌓이게 됩니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요.

     그러나 세금 문제는 굉장히 어려운 일 같소.

 

     군사력도 강화해야 하며, 할 일이 많은데

     세금을 더 걷긴 어려우니, 앞일을 생각하여

     더욱 자세히 검토해야 할 것이오.

 

옛날 왕실의 주양왕周襄王이 세자로 봉하여져 있을 때였다.

주양왕周襄王의 아버지 주혜왕周惠王이 계비繼妃 인 진규陳嬀를

지나치게 총애하여, 세자를 폐廢 하고, 진규 陳嬀의 소생인

태숙太叔 대帶를 새로운 세자로 세우려고 하였었다.

 

다행히 이를 먼저 알아차린 제환공齊桓公이 앞장서서 8개국의

제후들을 조洮 땅에 모이게 하여, 다같이 세자를 변동 없이

주양왕 周襄王으로 옹립할 것을 다짐하며 회맹하여 주었으므로,

세자가 주양왕周襄王으로 겨우 왕위를 계승할 수가 있었다,

 

      나. 태숙太叔 대帶는 너무나 억울하도다.

      아바마마도 나를 후계자로 삼으려 하셨는데

      세자였던 주양왕周襄王이 제환공齊桓公의

      지원을 받아 나를 밀어낸 것이다.

 

      나. 태숙太叔 대帶는 항상 앙심을 품고 있었노라.

      이제 적인狄人 들을 동원하여 주양왕周襄王을

      몰아내고, 내가 기어코 왕위를 차지하고 말리라.

 

주양왕周襄王 3년, 태숙太叔 대帶는 이伊와 락雒 땅의 적인狄人과

결맹을 맺고, 뇌물을 주면서 낙양성洛陽城을 공격하게 하였다.

 

태숙太叔 대帶의 선동으로 북방의 적인狄人 들이 낙양성洛陽城을

공격하자, 주양왕周襄王은 긴급하게 제후들의 도움을 요청하였다.

 

      주周 왕실이 위기에 처하였을 때는

      제후들은 자신의 위상을 높일 좋은 기회가 되므로

      힘 있는 제후가 먼저 달려오게 되는 것이다.

 

      패공인 제환공齊桓公은 곧바로 명재상 관중管仲에게

      군사를 내주어 낙양洛陽으로 달려가게 하였으며,

 

      진秦 나라와 진晉 나라는 황하黃河 물길을

      타고 왔으므로 제일 먼저 도착하였다.

 

왕실의 주공周公 공孔과 소백召伯 요寥가 열심히 막아내나?

적인狄人 들은 낙양성洛陽城을 거의 함락시키기 직전에, 갑자기

때맞추어 진晉과 진秦의 군사들이 몰려와 공격하게 되었다.

 

      적인狄人 들은 예상보다 빨리 구원군이 달려오자

      몹시 당황하면서 당해낼 수 없다고 판단되자,

      밤새 동문에 불을 지르고는 도망치고 말았다.

 

적인狄人 들을 추격하던 진목공秦穆公은 왕성 들판에 이르자,

뒤쫓아온 진혜공晉惠公 과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며,

진목공 秦穆公이 먼저 인사를 하며, 말을 건네게 된다.

 

      진혜공晉惠公, 그동안 잘 지내셨소.

      진혜공晉惠公, 그대의 소식은 잘 듣고 있소이다.

 

진혜공晉惠公은 진목공秦穆公에게 대답도 못 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는, 진晉의 군막으로 돌아가 버리니, 진목공秦穆公은

전령을 시켜 목희穆姬의 편지를 진혜공晉惠公의 막사에 보낸다.

 

      왜 그대는 나의 어머니 가군 賈君을

          강간强姦 하여 자결하게 하였는가.

 

      왜 밖에 나가 있는 공자 들을

          하루속히 불러들이지 않는가.

 

      왜 그대는 진秦과 진晉 나라 사이를

          원만하게 회복시키지 못하는가.

 

진혜공晉惠公은 목희穆姬의 편지를 다 읽고 난 후에, 진군秦軍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혹시 자신에게 앙갚음

하지나 않을까 하여 덜컥 겁이 났으므로, 이른 새벽에 황망히

진晉 나라로 돌아가고 있었다.

 

눈에 띄지 않도록 진혜공晉惠公이 새벽에 슬그머니 돌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 비표邳豹는 진목공秦穆公에게 쫓아갔으며,

큰소리로 보고하며 흥분하여 고함지르는 것이다.

 

       주공. 지금 진군晉軍을 급습하소서.

       일망타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참에 진晉 나라를 완전히 분쇄해야 합니다.

 

      비표邳豹는 좀 참으시오. 지금은 참아야 하오.

      지금은 왕실을 위하여 온 것이오.

 

      사사로운 원한은 다음에도 얼마든지

      갚을 기회가 올 것이니 기다려야 하오.

 

제 201 화. 어떨 때 하늘이 울고 땅도 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