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99 화. 나의 뜻을 어떻게 충족시키겠는가.

서 휴 2022. 9. 13. 17:27

199 . 나의 뜻을 어떻게 충족시키겠는가.

 

       비정보邳鄭父의 임무는 진목공에게 약속했던

       하남의 다섯 성에 대한 진상을 연기하는 일이다.

 

       비정보邳鄭父는 남에게 전혀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 원망이 가득하여, 이번의 사신으로

       나선 의도는 진에 가서 호소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진목공秦穆公은 진혜공晉惠公이 보낸 국서를 다 읽고 나자,

순간적으로 얼굴이 붉어지며, 비정보邳鄭父를 보며 크게 분노한다.

 

      하서河西의 땅을 내주지 않겠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당분간 연기하자는 뜻입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이오夷吾는 군주의 자질이 없다는 걸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기만할 줄은 몰랐도다!

 

      이오夷吾. 이 간특奸慝 한 놈.

      기어이 나를 배신한단 말이지.

 

      네 놈이 비정보邳鄭父라 하였느냐.

      네놈부터 참하여 본때를 보여주리라.  

      저놈을 당장 끌어내 참수시켜 버려라.

 

      주공, 신 공손지公孫枝 이옵니다.

      이는 비정보邳鄭父의 잘못이 아니옵니다.

 

      몇 명의 대신이 잔꾀를 부리는 것입니다.

      어떤 놈이 이오夷吾 배신토록 만들었느냐.

      어서 말해보아라.

 

      진후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나이다.

      죄송하오나, 좌우를 물리쳐주시옵소서.

      신이 비밀리에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비정보邳鄭父는 잘못하면 진목공의 노여움으로 참수당할 수도

있다는 직감을 느꼈으나, 노련한 외교관답게 정중히 제안하였다.

 

진목공秦穆公이 좌우를 물리치며 화기를 가라앉히는 듯 하자,

비정보邳鄭父는 급히 무릎을 꿇으며, 침착하면서 비장하게

간곡히 말씀을 올리게 된다.

 

      진후秦侯의 은혜에 모두가 감사하고 있나이다.

      하서河西의 땅을 약조대로 드리려 하였으나

 

      다만,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 단 두 사람이

      반대하여 일이 이렇게 어지럽게 된 것입니다.

 

      진후秦侯께서 한 번만 더 진나라를 도와주십시오.

      한 번 더 도와달라니 무슨 뜻인가.

 

      극예郤芮와 여이생 呂飴甥이 나라를 움켜쥐고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사오니

 

      만약 진후秦侯께서 많은 예물로 사신을 보내시어,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 두 사람을 초대하시어

      이들이 진에 당도하면 잡아서 죽이시옵소서.

 

      그리하시면 저와 이극은 이오를 몰아낼 것이며

      진후秦侯께서 공자 중이를 진의 군주로 보내신다면

 

      저희는 칠여대부와 함께 이오를 몰아내고

      강성絳城 안에서 진후秦侯께 호응하겠나이다.

 

      저희의 계획이 성사된다면 저희는

      대대로 진후秦侯를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진후秦侯의 뜻은 어떠하시온지요?

      으흠, 대단히 좋은 계획이오.

      좋소. 그건 과인이 원래 바라던 바이오!

 

      그러하옵니다. 도와주시옵소서.

      좋다. 그대는 대부 영지鈴至와 상의하여

      차질 없이 진행토록 하라.

 

진목공秦穆公은 즉시 대부 영지鈴至를 답례 사절로 정하였으며,

진晉 나라의 극예郤芮와 여이생 呂飴甥, 두 사람을 秦 나라로

유인해 와 참수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

 

비정보邳鄭父는 영지鈴至와 함께 극예郤芮와 여이생 呂飴甥에게

줄 많은 선물을 가지고 강성絳城에 까지 다가왔으며, 그때 서야

비로소 이극里克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도 들어가 이극里克 처럼 잡혀 죽는 건 아닐까.

      내가 이대로 진나라로 달아난다면,

 

      강성絳城에 있는 내 아들 비표丕豹를 비롯한

      내 가족은 몰살당하고 말 것이다.

 

비정보邳鄭父는 크게 망설이는데, 때맞추어 비밀리에 소식을

전해 듣고 ,마중 나온 공화共華와 여러 가지를 의논하게 되었다.

 

      죽은 이극里克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소.

      저들은 이극里克, 한 사람만 노렸던 것 같소이다.

 

      만일, 미리 겁을 내어 타국으로 달아난다면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것이 되지 않겠소.

 

      성안으로 들어갑시다.

      우리 함께 힘을 합해 후일을 기약합시다.

 

비정보邳鄭父는 단단히 각오를 하였으며, 강성絳城으로 들어가

진혜공晉惠公을 알현하고, 나라에 다녀온 일을 보고한다.

 

      비정보邳鄭父는 잘 다녀왔는가.

      사신까지 데리고 오다니 무슨 일이오.

 

      의 사신인 영지鈴至가 대답하옵니다.

      우리 주공께서 하서河西의 땅은 귀국의 요청대로

      당분간 연기한다고 하시며,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여, 나라를 안정시키는

      극예郤芮 와 여이생呂飴甥의 노고를 위로하시겠다며

      초청장과 선물을 보내시었습니다.

 

진혜공晉惠公은 진의 사신인 영지鈴至가 두 사람을 초청한다는

말을 듣게 되자, 의도한 대로 일이 잘 성사되었다며, 대단히

만족하면서 만면에 웃음을 띠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뻐하였다.

 

       진목공秦穆公이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

       초청하였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오.

 

       그대들은 진목공秦穆公을 찾아뵙고

       그간의 우리 사정을 잘 이야기하고

       천천히 돌아오도록 하시오.

 

영리한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은 저녁이 되어 함께 궁에서 나오며,

저녁 식사와 더불어 술을 마시면서, 나라의 사신인 영지鈴至가

말한 내용에 대하여, 가졌던 의문을 논의하게 된다.

 

      . 이상하지 않소이까.

      무엇이 이상하단 말이요.

 

      우리는 예물도 적게 보냈고

      하서河西 땅 헌납을 연기하겠다는

      나쁜 소식을 가져간 것이 아니겠소.

 

      그런데 진목공秦穆公은 너무 선선히 승낙하였고

      우리 둘에게 너무 과분한 선물까지 보내다니

      무언가 숨은 계략이 있는 것 같지 않소이까.

 

      아무래도 비정보邳鄭父가 음모를 꾸민 것 같소이다.

      진목공秦穆公과 짜고 함정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지 않소.

 

      나라에 갔다가는 살아 돌아오기가 어려울 것이오.

      나라에 도착하자마자 참수를 당할 것 같소이다.

 

사태를 꿰뚫어 본 극예郤芮 와 여이생呂飴甥은 비정보邳鄭父

진목공秦穆公이 꾸미고 있는 음모를 예측하였으므로, 다음날

진혜공晉惠公을 찾아가 그 대책을 논의하게 된다.

 

       주공. 사신 영지鈴至에게, 저희는 급한 일을

       정리하고 뒤따라간다고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이번에 이극里克의 잔당을 모두 처치하겠습니다.

       잘된 일이로다. 반드시 처결토록 하라.

 

의 사신 영지鈴至어쩌지 못하고 나라로 돌아가자마자.

극예郤芮여이생呂飴甥은 비정보邳鄭父를 감시하기 시작한다.

 

      . 비정보邳鄭父는 진목공秦穆公

      틀림없는 약조를 하였소이다.

 

      극예郤芮 와 여이생呂飴甥

      진나라에 가면 곧바로 참수되고 말 것이오.

 

      이제 우리는 진혜공晉惠公을 몰아내고

      중이重耳 공자를 모셔와 군위에 올려야 합니다.

 

      이제 때가 온 것 같지 않소이까.

      비밀리에 다른 동지들을 규합합시다.

 

극예郤芮는 심복 부하에게 감시시키자, 비정보邳鄭父의 집에 

칠여대부七閭大夫 들이 자주 모여드는 걸 알아차리고, 고심하며

궁리하다가 도안이屠岸夷를 생각해내어 불러들인다.

 

       부르셨습니까. 도안이屠岸夷 옵니다.

       어서 오시 오.

 

       그대 신상에 큰 변화가 생기겠어.

       아니 변화라니 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극里克이 두 군주를 주살시켰는데

       하수인인 자네를 가만 놔둘 수 없다는 거야.

 

       그대의 공이 크다며 만류시켰지만

       주공께선 민심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하셨네.

 

       아니 오, 저는 힘만 셀뿐,

       모두 이극里克이 시켜서 한일입니다.

 

       부디 살려만 주십시오.

       물불 안 가리고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도안이屠岸夷는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자네가 살아날 길이 한 가지가 있긴 하네.

       그러나 잘 할 수 있을지 큰 걱정이 되네

 

       시켜만 주십시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믿어도 되겠는가.

       죽기 직전에 건져주시는데 뭘 두려워하겠습니까.

 

       내 말을 잘 들어보게.

       비정보邳鄭父 집에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데

       아마도 역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네.

 

       자세한 내용이나 증거를 가져온다면

       살 수가 있으며, 벼슬도 높여주겠네.

 

       이번의 일은 주공의 목숨도 구하는 것이니

       부규負葵 70만 묘도 줄 수가 있겠네.

 

       그거 참말입니까? 벼슬도 높여주고

       부규負葵 의 땅마저 정말로 주는 겁니까.

       믿어도 되네. 일만 잘 해내게나.

 

       목숨을 걸고 열심히 하겠으나, 다만,

       아는 것이 없어 일을 그르칠까 걱정됩니다.

 

       그 점은 염려 말게나.

       내가 상세한 방법을 가르쳐줄 것이네.

 

도안이屠岸夷는 여이생呂飴甥의 말에 처음에는 몹시 겁을 먹었다가,

곧이어 벼슬도 더 높여주겠다고 하였으며, 더구나 부규負葵의 땅마저

주겠다고 하자, 지옥에서 천당에 온 것처럼 기뻐하였다.

 

도안이屠岸夷는 여이생呂飴甥의 치밀한 실행 방안을 잘 듣고서는

밤이 되자, 비정보邳鄭父의 집에 찾아가 대문을 두들긴다.

 

      비밀리 아뢸 일이 있어 왔소이다.

      어서 문을 좀 열어주시오.

 

      나리께서는 지금 막 잠드셨습니다.

      내일 날이 밝으면 다시 찾아오십시오.

 

도안이屠岸夷는 다음날도 찾아가 밤이 깊어질 때까지 기다렸으나

거절당했다. 그다음 날 도안이屠岸夷이가 삼경三更이 가까워져

오는데도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자, 비정보邳鄭父는 어쩔 수 없이

그를 안채로 불러들였다.

 

도안이屠岸夷는 부리나케 방으로 들어가 큰절을 올리고 나자,

무릎을 꿇고서 눈물을 글썽이며 사정하기 시작한다.

 

      비정보邳鄭父 , 살려주십시오.

      이극里克이 두 군주를 죽이는데

      제가 앞장섰다며 저를 죽이려 합니다.

 

      어떻게 하든 살아날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허 어, 무슨 소릴 하는 건가.

 

      모든 권한이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甥에게 있는데

      왜 그자들을 찾아가지 않고 이리 왔느냐.

 

      그자들이 주공께 나쁘게 고해 바쳐

      저를 죽이려 하는 것입니다.

 

비정보邳鄭父는 도안이屠岸夷를 믿지 못하여 돌려보냈으나,

다음날 밤에도 또 찾아와 울분을 터트리며 통사정을 하는 것이다.

 

      제가 해제奚齊와 탁자卓子를 죽였기에

      오늘날 진혜공晉惠公이 되었으며

 

      극예郤芮도 여이생呂飴甥 도 저로 인하여

      권세를 누리게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고마움을 모르는 저놈들을

      모두 목을 베어 복수할 것입니다.

      복수할 방법을 가르쳐주십시오.

 

      정 안되면 이곳을 떠나,  나라를 찾아가

      중이重耳 공자를 모시겠습니다.

 

200 . 어찌 섣불리 믿어 죽임을 당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