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71 화. 자기도 모르게 신상이 털린다.

서 휴 2022. 8. 22. 13:13

171 . 자기도 모르게 신상이 털린다.

 

백리해百里奚가 잉신媵臣이 되어, 할 수 없이 우나라를 떠나게

되자, 크게 실망한 우공虞公은 궁벽한 한촌寒村에 유배되었으며,

할 일 없이 흐르는 산천을 바라보다가 쓸쓸히 죽어가게 되었다.

 

       장계狀啓가 올라왔다고 하였느냐.

       그러하옵니다. 우공虞公이 죽었다고 하옵니다.

 

진헌공晉獻公은 장계狀啓가 올라오자, 옛날의 가도멸괵假道滅虢

때를 생각하며, 측은한 연민憐憫의 정으로 후하게 묻어주라 하자,

한 시인이 지은 노래에 사람들이 따라 부르며 멀리 퍼져나갔다.

 

       우공虞公 이여.

       내 형제의 입술을 없애면

       내 이빨이 시릴 줄 왜 몰랐는가.

 

       우공虞公 이여.

       부귀영화를 탐하여 형제가 망할 길을 빌려주다니

       나도 따라 망할 줄 왜 몰랐는가.

 

       그대는 부귀영화를 탐하였지만

       부귀도 입술도 이빨도 다 없어지니

 

       궁벽한 한촌에 외로이 떠돌다가

       먼저 보낸 형제들을 뒤따라 가는구나.

 

       슬프다. 우공虞公 이여.

       왜. 궁지기宮之奇의 말을 듣지 않았던가.

 

       뒤늦게나마 백리해百里奚의 말을 들었어야 할 것을

       아아, 슬프다 우공虞公 이여.

 

       백리해百里奚가 곁에 있었던들

       어찌 이리 쓸쓸히 죽어가게 하였으랴.

 

지난날 우공虞公과 괵공虢公이 허욕을 부리다, 진헌공晉獻公

속임수에 걸려들어 망하게 되는 순망치한脣亡齒寒가도멸괵

假道滅虢의 사연을 노래로 불러 퍼지게 만든 것이다.

 

       전쟁이 잦을 때라 백성들의 고달프고 애처로운

       마음이 눈물과 함께 어우러지며,

 

       마음과 마음이 이심전심 以心傳心으로

       더욱더 멀리 퍼져나가 알려지게 되었다.

 

진목공秦穆公도 백성들이 부르는 노래를 전해 들으며, 노래 속에

나오는 백리해百里奚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세월은 참으로 빠르게 지나간 것이다.

       백리해百里奚가 잉신媵臣 으로 뽑혔다가

       초나라로 도망 온 지가 벌써 십 년이 넘었다.

 

       진목공秦穆公과 백희伯姬가 혼인한지도

       십 년이 넘었던 때이었다.

 

나라에서 시집온 백희伯姬는 진목공秦穆公의 아내라는 뜻으로

목희穆姬 라 불리게 된다.

 

       어질고 현명한 목희穆姬가 진목공秦穆公을 잘 내조하니,

       둘의 사랑과 믿음은 더욱 두터워져 있었다.

 

백소아百素蛾는 목희穆姬가 시집올 때, 나라에서 징발된

잉녀媵女 출신으로 항상 목희穆姬를 받들고 있었으며, 상냥하고

성실하여 수족처럼 움직여 주는 어여쁘고 똑똑한 시녀였다.

 

목희穆姬는 고향이 진나라이기에 진나라에서 흘러들어온

우공虞公의 노래를 듣게 되며, 백소아百素蛾를 불러 물어본다.

 

       백소아百素蛾는 혹여 백리해 百里奚를 아느냐

       너와 같은 백씨白氏 이니 친척이 되는 건 아닌가.

 

       같은 성씨이긴 하오나, 친척은 아니 오며

       이야길 많이 들어 알고 있사옵니다.

 

       아는 데로 이야길 하여 보아라.

       자세한 것은 난순欒順이 더 잘 압니다.

 

       난순欒順 이는 누구냐.

       저와 같은 괵나라 잉녀媵女 출신입니다.

 

       어디 있느냐.

       바느질하는 침방針房에 있나이다.

 

       그래. 어서 불러보아라.

       부르셨사옵니까. . 난순欒順 이옵니다.

 

       앉게나, 백리해百里奚는 어떤 사람인가.

       자세히 말해보아라.

 

난순欒順은 지난날의 이야기에 대하여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자,

매우 당황하다가, 목희穆姬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한다.

 

       백리해百里奚. 그분은 참으로 어진 분이옵니다.

       사리가 분명하고 일 처리가 깨끗하여

       모든 사람이 현자라 불렀습니다.

 

       그분은 인자한 분으로 자기 몸보다

       불쌍한 사람을 먼저 돕는다고 합니다.

 

       나라가 망하여도 우공虞公이 불쌍하다며

       항상 우공虞公을 떠받들고 있다가

 

       진나라의 미움을 사서 멀리 쫓아내려

       잉신 媵臣으로 뽑았다고 합니다.

 

       너는 어찌 그리 소상하게 아느냐.

       우는 것이냐. 무슨 사연이 있기에 그리 우는 것이냐.

 

       저에게는 두 동생이 있었사옵니다.

       그분이 저의 두 동생을 살려 주시었습니다.

       동생 둘을 살려주다니 무슨 말이냐.

 

난순欒順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다가 겨우 가다듬으며, 백리해가

베풀어준 은혜를 목희穆姬에게 소상히 말씀드리게 되었다.

 

       호, 그래.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자신이 그렇게 어려운 지경에 닥치고 있음에도

       자기 재산을 서슴없이 모두 털어 베풀다니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로구나.

 

       그래. 동생들은 만나보았느냐.

       아닙니다. 하도 멀어 찾아보지 못하였습니다.

 

       멀다고 하지만 찾을 수가 있을 거다.

       내 힘자라는 데로 도와주마.

       그래. 그분이 어디로 갔느냐.

 

       그렇게 점잖은 분이 도망갈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였나이다.

 

목희穆姬는 백소아百素蛾와 난순欒順 에게서 들은 이야기 모두를

모두 빠짐없이 진목공秦穆公에게 자상히 이야기하여 주었다.

 

       부부 사이란 같이 오래 살다 보면,

       말을 안 해도 서로 마음이 통하여 서로 믿게 되니,

       백년을 해로偕老 하는 모양이다.

 

불교의 경전인 경덕전등록 景德傳燈錄에 나오는 이야기로, 사람의

말 뜻을 꼭 경전經典으로 전하여 주지 않아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여진다. 라는 이심전심 以心傳心 이라는 글이 나온다.

인연 因緣 이란, 말은 구잡비유경 舊雜譬喩經에 나온다.

 

       인연因緣

 

       인연으로 왔다가 인연으로 간다.

       인연은 우리 일생과 같이 간다.

 

       찾아오는 인연과 떠나가는 인연

       두 인연 속에 우리는 살아가는지 모른다.

 

       인연이란, 만남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 중에 만나는 사람

 

       만나야 할 사람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선연善緣 이요

       나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악연惡緣 이라니

 

       그러나 선연善緣으로 악연惡緣이 따라오고

       그러나 악연惡緣으로 선연善緣이 따라오고

 

       선연善緣과 악연惡緣이 서로 이어져 오가니

       어쩌면 우리는 두 인연 속에서

       살아가는지 모른다.

 

       떠나가는 인연이 있으면

       다가오며 찾아주는 인연도 있으니

 

       우리는 그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위해

       살아가는지 모를 일이다.

 

       좋은 인연과 좋은 사람만 만나며 살아가려

       우리는 풍파를 견뎌내며

       참고 살아내는지 모를 일이다.

 

법정法頂 스님의 무설전無說殿에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고 하였다.

 

       만나고 못 만나고를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만나는 인연은 따로 있다고 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려 살아가며

       인연 따라 세월도 흘러가나 보다.

 

진목공秦穆公은 옛날 혼례 때의 잉신첩媵臣牒을 찾아오라 하여,

명단名單을 찾아보니 백리해百里奚의 이름이 나온다.

 

       공자 칩은 과인의 혼사를 성사시켰으니

       잉신첩媵臣牒에 나오는 백리해百里奚를 알겠는가.

 

       백리해百里奚는 본시 우나라 중대부中大夫 였으나

       우리 진秦 나라에 오는 중에 도망쳤다고 합니다.

 

       중대부中大夫 였던 사람을 잉신媵臣으로

       뽑아 보내다니, 쯔쯔, 도망칠 만도 하겠구나.

 

       백리해百里奚는 어떤 사람인가.

       신은 백리해百里奚를 잘 모르오니 진나라 사람이었던

       공손지公孫枝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대 공손지公孫枝는 백리해百里奚를 아는가.

       주공, 백리해百里奚는 어질고 현명한 사람입니다.

 

       그는 우공虞公에 간해도 소용없는 줄 알고

       더 간하지 않았으니 그의 지혜를 알만하며

 

       진나라의 대부가 된 주지교舟之僑 가 같이 일하자며

       진의 대부 자리를 권할 때도 거절하면서

 

       망한 나라의 우공虞公을 섬기고 있었으니

       그의 충성심과 의리를 알 수 있습니다.

 

       백리해百里奚는 천하를 경영할 재주와 능력을 지녔으나

       다만 불운하였을 따름입니다.

 

       백리해百里奚가 그런 정도의 사람이었던가.

       지금이라도 그를 찾을 수가 있겠는가.

 

       주공, 백리해百里奚는 큰 나라에 숨어 있을 것입니다

       큰 나라는 제나라와 초나라입니다.

 

       제나라는 너무 멀어 가까운 초나라에

       숨어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되옵니다.

 

       주공, 지금이라도 초나라에 사람을 풀어본다면

       혹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초나라가 수천 리가 넓은데

       그 넓은 곳에서 어떻게 찾아낸단 말이오.

       주공, 그것은 운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주공, 만일 백리해百里奚를 찾아만 내시면

       하늘이 주공께 복을 내리시는 것이며

       못 찾아내시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진목공秦穆公은 공손지公孫枝의 말에 크게 감격하여, 중신들 앞에서,

백리해百里奚를 찾아내겠다고 큰소리로 공언公言 하게 되었다.

 

       내 기어이 백리해百里奚를 찾아내

       내 사람으로 만들고야 말리라.

 

       많은 세작細作을 초나라에 풀어라

       백리해百里奚를 꼭 찾아내야 한다.

       찾아내는 사람에게 후한 상을 내리리라.

 

이때 백리해百里奚는 완성宛城에서 소를 키우다가 이제는 동해

목장에서 말을 키우며, 에 머문 지도 벌써 10여 년이 지나가고

있다는 걸 깨달으며 조용히 살고 있었다.

 

       안에 목사牧師 , 계십니까.

       아니 팽손彭孫 장수께서 어떤 일이십니까.

 

       목사牧師께서 새러 오신 이후로

       동해 목장이 여러 가지로 좋아졌습니다.

 

       체계적으로 운영도 잘하시고,

       아는 지식도 많으시니,

       말들이 몰라보게 윤기가 흐릅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그저 열심히 할 따름입니다.

 

동해 목장을 지켜주는 장수 팽손彭孫이 언제나 존댓말을 쓰니,

장수가 존댓말 쓰기는 백리해百里奚가 처음이라고 쑥덕인다.

 

       영성 郢城에 계시는 대부 성득신成得臣 장수에게

       좋은 말을 보내고자 하는데

       다섯 필만 잘 골라주셔야겠습니다.

 

성득신成得臣은 영윤 令尹인 투곡어토鬪穀於菟의 친동생이므로,

이곳 동해 목장을 지키는 장수는 초성왕楚成王에게 발탁되어야만

부임하는 좋은 곳이므로, 장수 팽손彭孫도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172 . 선경지명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