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72 화. 선경지명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서 휴 2022. 8. 22. 17:44

172 . 선경지명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말은 목이 길고 귀는 곧추서있으며,

        목의 갈기 부분인 기갑부鬐甲部가 높고

 

        등과 허리는 짧으며

        궁둥이 부분인 미근부尾根部가 높으므로

        사람이 올라타기에 아주 적합하다.

 

        털의 색깔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위모葦毛 라는 털은 태어날 때 갈색이나

        흑색이었다가, 자라면서 백색으로 변한다.

 

        체형이 잘 빠지고 말갈기가 아름다우며

        잘 훈련이 된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은

        그 지위가 더욱 높여 보이는 시대였다.

 

백리해百里奚는 일과를 마치면, 별빛을 헤아리고, 하늘의 운세를

살펴보다 자리에 들며, 이른 새벽에 어렴풋이 밝은 햇빛을 보게 된다.

 

사는 집 현관문이 조금 열리며, 밝은 햇빛이 스며들어오자,

누가 왔나 하며 일어서다가 꿈인 걸 알게 되자, 의구심이 생긴다.

 

        , 이상도 하구나.

        손도 대지 않은 현관문이 왜 열리는 것일까.

        밝은 햇빛은 무엇이며, 무슨 뜻의 꿈일까.

 

        혹시 반가운 손님이 오는 건 아닌가.

        새로운 인연因緣이 다가온다는 것일까.

        알 수 없구나. 알 수가 없어.

 

백리해百里奚는 일어나 현관玄關에 나가보니 현관문은 닫혀있어,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나아가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

 

        이건 행운이 찾아온다는 것일까.

        새로운 시련이 다가온다는 것일까.

 

사람은 앞날을 예측하며 살아가기가 참으로 어려운 일이며, 앞날을

미리 내다보며 판단하는 총명함을 선견지명先見之明 이라 한다.

 

        선견지명 先見之明

        먼저 선. 볼 견. 갈 지. 밝을 명.으로

        앞을 내다볼 수 있다면 앞으로가 밝아진다.

 

        한서漢書의 열전列傳 곽광김일제전藿光金日磾传

        38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선견지명先見之明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앞날을 예측하여 나라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승리할 수

있기에, 혼란한 춘추시대春秋時代 에는 더욱 앞을 내다보는 안목을

가진 훌륭한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던 때였다.

 

진목공秦穆公이 많은 세작을 풀어내자, 흩어진 세작들細作

나라 곳곳에서 모두 열심히 백리해百里奚를 찾아다녔다.

 

        백리해百里奚를 찾는다 하였소?

        그렇습니다. 좀 알려 주십시오.

 

        소를 너무 잘 키우다보니 소문이 나서

        초성왕의 마음에든 사람은 그 사람뿐이오.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겠소이까.

        허 어. 어서 동해東海 목장으로 가보시오.

        동해 목장에서 말을 키우고 있을 거요.

 

백리해百里奚는 초나라의 완성 宛城에서 소를 키웠던 인물로는

전설적인 인사가 되어있었으므로 가장 쉬운 곳에서 금방 찾아졌다.

 

        백리해百里奚 라는 사람이 완성宛城에서

        소를 기르다가 초성왕楚成王 에게 발탁되어,

 

        지금은 동해 목장에서 말을 키우며

        제일 높은 목사牧師로 있다고 합니다.

 

세작細作 들의 보고가 연이어 올라오자, 나라에서는 조례가

열리게 되며, 백리해百里奚를 데려오고자 작전 회의를 열게 되었다.

 

        나라의 동해 목장이라면 커다란 말 목장인데,

        그 책임자라면 데려오기가 쉬운 일이 아닐 것이오.

 

        후한 예물을 보내어 데려와야 하지 않겠소.

        주공, 그렇게 찾으려 하신시면 백리해百里奚

        영영 데려올 수가 없게 되나이다.

 

        무슨 까닭으로 그런 말을 하오.

        무슨 까닭인지 공손지公孫枝는 어서 말해 보시 오.

 

        나라는 백리해百里奚의 뛰어남을 아직 모르고

        그저 소나 말을 키우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되옵니다.

 

        이에 귀한 예물을 보내시면 어찌 되겠나이까.

        어떤 인물이기에 이토록 많은 값을 치르고

        데려가려 하는가 하고 의심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백리해百里奚를 살펴보고, 그의 인품을 알게 되면

        초나라는 자신들이 등용하려 내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으음, 그도 옳은 말이오. 어찌 하면 좋겠소.

        주공, 차라리. 도망친 종놈의 죄를 묻겠다고 하십시오.

 

        지난날 포숙아鮑叔牙가 노나라에서

        관중管仲을 빼낼 때의 계책으로

        종놈을 잡아가 죄를 묻겠다. 하시는 겁니다.

 

        헐값을 주어 그를 사겠다. 하는 것이지요.

        헐값으로 사람을 사다니 무슨 말인가?

        그래도 몸값은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

 

        염소 가죽 다섯 장이면 충분합니다.

        염소 가죽 다섯 장으로 사람을 산다고.

        하하하. 그리, 싼값으로 되겠는가.

 

        좋소. 공손지公孫枝는 초나라에 가서

        백리해百里奚를 꼭 데리고 오도록 하시오.

 

공손지公孫枝는 초나라 영성郢城에 찾아가 초성왕楚成王에게

정중히 인사 올리며 찾아온 뜻을 밝히게 된다.

 

        그대는 어찌하여 이 먼 초나라까지 찾아왔는가.

        나라의 노비 중에 큰 사고를 치고 도망친

        백리해 란, 자가 이곳 초나라에 숨어 살고 있습니다.

 

        우리 주공께서는 그를 붙잡아 죄를 묻으려 하오니

        그를 찾아주시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공손지公孫枝가 염소 가죽 다섯 장을 내놓고, 꼭 찾아 달라면서

정중하게 부탁하고 나가자, 초성왕楚成王은 신료들에게 묻게 된다.

 

        백리해百里奚가 누구이며 어디서 찾을 수가 있겠는가.

        왕이시여, 그자는 동해 목장에서 말을 키우고 있습니다.

 

        내가 동해 목장으로 보낸 그자를 말하는가.

        그러하옵니다. 지금 목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자는 성실하고 선량한 자가 아닌가.

        나라가 찾을 만큼 큰 죄를 저지를

        사람 같아 보이지 않던데. 허 참.

 

        왕이시여. 사람은 겉으로 봐선 잘 모르오며

        성실하고 착하게 보이는 사람일수록

        큰 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사옵니다.

 

        그대 공손지公孫枝에게 물어보겠소.

        그 사람은 본시 우나라 사람이라 하던데

        어찌하여 진나라의 노비가 되었단 말인가?

 

        왕이시여, 우나라 사람이 맞습니다. 하오나

        나라의 잉신媵臣으로 뽑혀 나라에 오다가

        귀한 폐백幣帛을 훔치고, 사람까지 죽인 자이므로

        나라에서도 계속 찾고 있나이다.

 

        말을 키우는 걸 보아 유능한 사람 같던데

        어찌, 도둑질할 수가 있단 말인가.

 

        왕이시여. 유능하다고 다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

        도둑질하고 사람까지 죽였다 하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만일, 유사시에 말들을 끌고 멀리 도망가는

        사고를 저지른다면, 그때는 어쩌시려 하시나이까.

 

        도둑놈 하나로 진과 진두 나라와 등을 질

        필요가 없사오니 내어주심이 마땅하옵니다.

 

초성왕楚成王은 신료들의 말에 따라 백리해百里奚를 내어주기로

결정하는바, 한 떼의 초나라 군사들이 동해 목장에 나타나

백리해百里奚를 갑자기 묶어버리며 함거轞車에 실으려 한다.

 

       동해 목장이 술렁거리며 사람들이 모여들어 

       백리해百里奚죽을죄를 지은 사람이란 걸 듣고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며

       웅성거리기도 한다.

 

오랫동안 그를 믿고 따르며 정이든 목부牧夫 들이 모여들어서는

그럴 리가 없다며, 모두 슬퍼하고 울기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여보시오. 투진鬪軫 장수.

        나는 동해 목장의 장수 팽손彭孫이오.

 

        어떻게 된 거요.

        백리해百里奚가 사람을 죽여 잡아가는 것이오.

 

백리해百里奚와 많은 정이 들었던 장수 팽손彭孫이 뭔가 이상한

걸 느꼈으나, 별수 없이 백리해百里奚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팽손彭孫 장수님.

        제가 목사牧師 임을 따라가겠습니다.

 

        죽을 사람을 따라가 어쩌자는 것이냐.

        돌아가시면 시신이라도 묻어드리겠습니다.

 

        여보시오. 투진鬪軫 장수.

        예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였소만

        이 젊은 목부 성희成僖를 따라가게 해주시오.

 

성희成僖는 장수 팽손彭孫의 도움으로 백리해百里奚를 따라가게

되자, 성희成僖는 좋은 말 한 필을 끌고 와 함거轞車를 인솔하는

투진鬪軫 장수에게 주려 하였으나, 그는 받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여보시오. 투진鬪軫 장수.

        이 말은 잘 훈련된 귀한 명마요.

        주저 말고 받아도 괜찮소이다.

 

        정말 받아도 되겠습니까.

        팽손彭孫 장수. 고맙게 받겠습니다.

 

팽손彭孫이 받도록 권하니, 장수 투진鬪軫은 너무나 좋아하였으며

성희成僖는 다른 말 한 필에 짐을 실어 부지런히 따라가게 된다.

 

성희成僖는 열심히 따라가며 투진鬪軫 장수와 병사들의 궂은일을

도맡아 해주며, 식사시간이 되면, 모두에게 정성껏 음식을 대접하고,

백리해百里奚에게도 적지 않은 요기療飢를 하게 만든다.

 

        잠을 잘 시간이면, 백리해가 조금이라도

        편하도록 군사들에게 부탁하였다.

 

        열흘이나 넘어 지나자,

        마침내 완성宛城에 가까이 오게 되며,

 

        해가 질 무렵이 되자,

        외딸은 한 객잔客棧을 만나게 되었다.

 

객잔客棧은 음식과 술을 팔며 여관처럼 잠을 재워주는 곳이므로,

성희成僖가 장수 투진鬪軫에게 간청을 하게 된다.

 

        예까지 오시느라 너무나 수고가 많으셨사옵니다.

        오늘 밤이라도 이 객잔客棧에서 노독路毒을 푸시고

        내일 아침에 떠나시면 어떨는지요.

 

        장수임. 객잔客棧의 비용은 모두

        이 목부 성희成僖가 해결할 것이오니

 

        장수께서는 조금이라도 노독路毒을 푸시고

        내일 떠나심이 좋으리라 봅니다.

 

        죄인의 경계는 저희가 책임지고 지켜내겠사오니

        장수 임은 걱정을 놓으셔도 되겠습니다.

 

        성희成僖 . 너는 무슨 돈으로 이렇게 베푸느냐.

        . 투진鬪軫 장수님.

 

        옛날 완성宛城 성주님이 수고하였다며,

        떠날 때 주신 여비를 조금 남겨 쓰고 있습니다.

 

        죄인이 완성宛城 에서 소 키웠던 일은 나도 안다.

        너는 이렇게 매번 호의를 베푸는데

        혹여. 무슨 부탁할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그렇사옵니다.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그래 말하여 보아라.

 

        목사牧師 임이 진나라로 가면 죽을 것이 온대

        죽기 전에 목욕沐浴 이라도 꼭 한번 시켜드리고자

        하오니, 부디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죽을 사람을 섬기는 성의가 대단하구나.

        군사들은 감시를 철저히 하고

        성희成僖의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라.

 

성희成僖의 정성에 군사들과 장수 투진鬪軫도 감명을 받게 되어

백리해도 비록 함거轞車 속이지만 편한 마음으로 실려 가는 것이다.

 

        성희成僖 . 짐은 잘 챙겨왔느냐.

        챙겨놓으신 짐을 다 가지고 나왔습니다.

 

        잘했다. 계속 수고하여야 한다.

        . 눈치껏 잘하겠습니다.

 

백리해百里奚가 떠날 준비를 하여 놓았었다니, 어떻게 이렇게

잡혀갈 줄을 미리 알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단 말인가.

 

        내가 도둑질을 하였다니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나를 잡아가다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도둑놈 하나를 잡아가려고

        이 먼 초나라까지 높은 사람을 보낼 리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나라에서 나를 찾는 것이리라.

        이는 내가 필요하여 잡아가는 것이리라.

        필시 중용重用 하려는 뜻이 있을 것이다.

 

        나라는 어떤 곳일까.

        진목공 秦穆公은 어떤 사람일까.

        이제 나이는 얼마나 되었을까.

 

173 . 사람의 진가는 어떻게 나타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