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65 화. 운명인가, 한때의 시련인가.

서 휴 2022. 8. 17. 16:52

165 . 운명인가, 한때의 시련인가.

 

공자 칩은 귀국하면서 공손지公孫枝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무술에 뛰어나고 박식하여 지장智將 감으로 인정하게

되었으므로,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진목공秦穆公에게 추천하였다.

 

        주공, 진헌공은 청혼을 쾌히 승낙하였나이다.

        수고가 많았소. 옆에 있는 자는 누구요.

 

        공손지公孫枝 라는 사람으로

        장수將帥 감으로 보여 같이 왔나이다.

 

진목공秦穆公은 공손지公孫枝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몇 가지를

물어보자, 그가 폭넓은 지식으로 대답하자, 지식을 겸비하였다는

걸 알게 되었으며 또한, 몸집도 크면서 훌륭한 장수 감으로 인정

하게 되는바 서슴없이 대부 벼슬을 주었다.

 

        이들 공자칩公子縶과 공손지公孫枝는 훗날

        백리해百里奚와 평생의 깊은 인연을 맺게 되며

        진나라를 강대국으로 일으켜 세우는 역할을 하된다.

 

진목공秦穆公은 예포禮布로써 푸른빛과 붉은빛의 비단들과

많은 예물을, 공자 칩을 시켜 진나라로 가져가게 하였다.

 

        . 백희伯姬가 시집을 가는데 어찌하면 좋으냐.

        군부인君夫人. 을 쌓을 좋은 기회가 되옵니다.

 

        백희伯姬는 세자 신생申生의 친여동생이 오며

        더구나 생모가 없어 가군賈君이 키워줬으므로

 

        정성을 다하여주시면, 백희伯姬 공주는

        섭섭한 마음을 풀게 될 것이며

 

        또한, 군부 인의 덕망德望이 소문이 날 것으로

        백성들이 우러러보게 될 것이옵니다.

 

진헌공晉獻公은 여희驪姬의 말을 들어 큰딸 백희伯姬의 혼수품을

화려하게 많이 준비시켰으며,  시집갈 혼사행렬에 대하여 물어본다.

 

        잉신媵臣 잉녀媵女 들은 다 뽑았는가.

        주공. 모든 준비가 끝나 있습니다.

 

대부 이극里克이 아뢰고 나니, 이때 주지교舟之僑가 한발 앞서

나아가며,  진헌공晉獻公에게 신중히 아뢰기 시작한다.

 

        주공. 백리해百里奚에게 진나라 벼슬을 권하였으나

        무슨 마음에선지 간단히 거절하는 걸 보아

 

        그 속을 알 수 없는 자이므로, 이번 기회에

        잉신媵臣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 듯 하나이다.

 

        백리해百里奚를 다들 현자라 부르는데

        어찌 잉신媵臣으로 보낼 수 있겠는가.

 

        현자를 우공虞公 곁에 두면 불안하오니,

        차라리 먼 진나라로 보내어

 

        우공虞公과 떨어지게 하는 것이 장차

        우환憂患을 없애는 상책이라 생각하옵니다.

 

        백리해百里奚가 그런 사람으로 보였단 말이오.

        우리 사람이 되지 못할 바에는 그렇게 하시오.

 

주지교舟之僑에게 밉보인 백리해百里奚는 안타깝게 추방당하는

신세가 되어, 나라로 시집가는 백희伯姬의 잉신媵臣으로

뽑히게 되었으며, 하루아침에 노비奴婢가 되고 마는 것이었다.

 

        천하를 건질 수 있는 꿈을 향하여

        오랜 시간 갈고 닦으며

        참고 기다리며 살아왔건만

 

        절벽絶壁에 다다라 길을 잃은 듯

        어려운 고비가 서럽게 찾아와

        슬프고 애달프게 넘어가라 하는가.

 

        어쩌다 내 인생이 이렇게 몰락하게 되었는가.

        내 운명이 이렇게 기구하단 말인가?

 

        내 인생의 꿈을 인제 와서

        이렇게 멈춰야만 한다는 말인가?

 

        내 큰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이 늙은 몸으로 남의 종이 되다니

        내 참으로 서럽고 한심하도다.

 

백리해는 잉신으로 떠나려 우공虞公에게 작별 인사를 드린다.

이 세상에 진심으로 자기를 위해주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우공虞公은 모두 어리석은 자기 탓이라 하며. 백리해百里奚의 두

손을 부여잡고 놓지 못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뚝뚝 떨어트린다.

 

        주공. 건강히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다.

        주공. 너무 슬피 울지 마소서.

        주공. 건강히 잘 계셔야 합니다.

 

        좋은 기회가 오면 꼭 한번 찾아주길 바라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오

        어려운 먼 길, 탈 없이 잘 가시오.

 

우공虞公은 이제야 어리석음에서 벗어났는가. 그러나 이미 지나간

과거사가 아닌가. 지난 과거를 불러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저는 어떻게 하여야 합니까.

        요세繇勢 . 나는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나?

        너는 우공虞公을 마지막까지 잘 모셔야 한다.

 

        사람이란, 나쁠 때가 있으면

        좋을 때도 찾아온다고 하였느니라.

 

        우리가 좋은 운명으로 만났으니

        다시 만날 좋은 날이 찾아오면 좋겠구나.

 

백리해百里奚는 우공虞公과 이별하자, 요세繇勢는 작별인사차

백리해百里奚를 따라오고 있다.

 

       잉신媵臣의 첩에 적혀 있는 이름에 따라

       옛 우와 괵나라 사람 중에 징발된 사람들은

 

       진나라의 강성絳城 까지 가야 하며,

       진나라의 잉신媵臣과 잉녀媵女 들과 합해져,

       진나라로 떠나는 혼례 행렬에 따라가야 한다.

 

집합 장소에 하나둘 모여드는데, 잉녀媵女 하나가 어린 동생들과

같이 오며 어린 동생들이 잉녀媵女의 치마를 붙들고 울부짖는다.

 

       누나. 어디가.

       언니. 어디가. 왜 가는 거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해.

       우리는 누구와 같이 살아.

 

       애들아. 돌아가거라.

       여기는 애들이 오는 곳이 아니란다.

 

진군晉軍의 군사가 고함을 지르자, 어린 꼬마들은 잉녀媵女

치맛자락을 더욱 부여잡으며 더욱 서럽게 울부짖는다.

 

       아이를 돌봐줄 부모가 없는 것이오.

       얼마 전 하양관下陽館 싸움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이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는 것이오.

       일가친척도 아무도 없습니다.

 

       참으로 딱하고 어려운 형편이구먼.

       요세繇勢 . 이리 가까이 오너라.

 

       이걸 가지고 내 고향인 미루美柳 나무 골에

       이 아이들을 데려가 잘 맡기고

       아저씨 아주머니에게 잘 보살펴 주도록 부탁하여라.

 

       그리고 이 아이들이 다 자라나 성인이 되거든

       언젠가, 내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내게 보내도 좋다고 말씀드려라.

 

백리해百里奚가 봇짐에서 물건을 꺼내 요세繇勢에게 주며 수고를

부탁하자, 요세繇勢는 깜짝 놀라며 받지 않으려 하였다.

 

       나리. 이 귀한 금덩어리를 이렇게나 주십니까.

       장차 나리는 어떻게 사시려 하옵니까.

 

       자라나는 목숨보다 더 귀한 게 어디 있겠는가.

       아이들이 많이 어려, 십여 년을 족히 돌봐주려면

 

       논밭을 몇 마지기 사야 할 거야

       서당書堂 도 보내주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미루나무 골에 가서 잘 부탁드리고

       시간 나는 데로 틈틈이 잘 살펴보아라.

 

       동생들아. 나는 멀리 갔다 곧 올 테니

       이 아저씨를 따라가 잘 살면서 기다려야 한다.

 

잉녀媵女는 울면서 동생들을 전송하였으며, 요세가 우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가자, 잉녀媵女는 곧바로 무릎을 꿇으며 큰절을 올린다.

 

       소녀. 나라에서 온 난순欒順 이옵니다

       나리.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요.

       이 은혜 평생 어떻게 갚아야 할는지요.

 

       괜찮네. 살다 보면 어려움이 따를 때가 다 있네.

       우린 이제 앞으로 얼마나 고생이 많겠어.

 

       자, 이제 더 울지 말고 어서 일어나거라.

       자, 이제 우리는 떠나야 한다.

 

백리해百里奚는 두씨杜氏 부인과 아들 백리시百里視를 만나, 모여

살기 위하여, 모아둔 돈을 어린아이들에게 서슴없이 내어주었다

 

       내 가족은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가?

       그러나 이제 노비가 된 내 신세가 아니냐.

       이제 만난들 무어라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

 

       여보. 두씨杜氏 부인. 정말 면목이 없구려.

       아들 백리시百里視 . 너무나 미안하구나.

 

백리해百里奚는 가슴속에 만감이 서린 체 고향인 우 나라를 떠나?

나라 강성絳城으로 잉신媵臣이 되어 따라가고 있다.

 

       백리해百里奚가 어떤 사람인가?

       찢어지게 가난하여 처자식도 먹여 살리지 못하게 되자

 

       출세하여 잘 살게 해주겠다며 헤어져 숱한 고생과

       굶주림 속에 거지가 되기도 하지 않았나.

 

다행히 건숙蹇叔을 만나 의형제를 맺고 건숙蹇叔의 추천으로,

나라 재상 궁지기宮之奇를 만나, 나라에서 대부 벼슬을 하였다.

 

       잠시 여유 있게 살았으나, 끝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아무 연고도 없는 진나라로

       노비가 되어 떠나게 되고만 것이다.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으므로 주지교舟之僑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편히 살 수 있으련만, 몸에 밴 충심과 의리

저버리지 않으려, 우공虞公 곁에 끝까지 남아 정성을 다하였다.

 

       사람에게 운명이란 것이 있는 걸까.

       운명을 쳐다보면서 따라갈 수 있는 걸까.

 

       새로운 운명이라는 것도 있다고 하더라.

       내 스스로 새로운 운명을 찾아낼 수 있을까.

 

       운명은 개척하는 것이라 말하지 않는가.

       새롭게 개척하며 열심히 살아보자. 어떻게?

 

       겪어내기 힘든 어려움을 시련이라 한다.

       시련은 왜 찾아오는 것일까?

 

       다가온 시련을 견뎌내며 넘어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여 주어진 현실에 그저 따라가야 하는가.

 

       운명은 정말 있는 걸까.

       현재의 이 어려운 운명보다

       새로운 운명이 정말 있기나 한 걸까.

 

춘추시대 春秋時代에는 이웃 나라와 전쟁을 피하며, 위태로울 때

서로 돕고자 하는 정략결혼 政略結婚이 많았었다.

 

제후국 간의 혼례에 따라, 시집가는 공주에게는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잉첩媵妾, 잉신媵臣. 잉녀媵女의 제도였다.

 

       잉첩媵妾 이란

       시집간 여인에게서 왕자王子가 생기지 않거나

       공주가 갑자기 죽었을 때를 대비하여, 여자 형제를

       여럿 딸려 보냈는데 이를 잉첩媵妾 이라 부른다.

 

       잉신媵臣 이란

       시집가는 여인을 따라가 시중을 드는 남자를

       높여 부르는 이름이나 사실은 노비奴婢 이다.

 

       잉녀媵女

       잉신媵臣처럼 시집가는 데 따라가 시중을 드는

       여자들을 말하나, 또한 노비奴婢 이다.

 

임갈굴정 臨渴掘井 이란, 말이 있다.

임할 림. 목마를 갈. 팔 굴. 우물 정

 

       목이 말라서야 우물을 판다는 뜻으로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일을 당하여

       다급하게 서두른다는 말이다.

 

       뒤늦어 다급할 때 서두르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가난한 사람은 다급한 걸 몰라

       매일 매일 쪼들리며 살고 있는 걸까.

 

백리해百里奚가 앞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벌이게 되므로

백리해百里奚가 헤쳐 나가는 앞날이 어떠한지 따라가 봅시다.

 

166 . 먼 꿈을 향해 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