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66 화. 먼 꿈을 향해 살아가는가.

서 휴 2022. 8. 18. 17:27

166 . 먼 꿈을 향해 살아가는가.

 

백리해百里奚가 살았던 춘추시대春秋時代는 제. . .

, . 나라 등이 서로 패공覇公이 되겠다며, 서로

각축을 벌이던 때였으므로 백성의 삶은 몹시도 고달팠다.

 

       죽을 끓이는 것이오.

       수제비이지요.

       여보女寶. 미안하오.

 

       이제 겨우 걸으려는 우리 아들마저

       굶겨서는 안 되는데. 정말 미안하구려.

 

       내가 돈을 벌지 못하니

       고생하는 모습에 눈물이 나는구려.

 

       우리 처지가 이렇게 어려운 걸 알면서도

       헤쳐 나가질 못하니 정말 미안하구려.

 

       당신當身이 어떻게 해볼 수가 없나요.

       내. 내일도 일찍 나가보리다.

 

      무작정無酌定 나가면 어떡해요.

      일자리를 알아보고 나가야지요.

 

백리해百里奚는 불운하여 나이 서른이 넘어서야, 두씨杜氏 부인을

아내로 맞이하여 아들 백리시百里視를 낳았으므로, 어려운 가정

형편이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

 

      생활의 여유란 무엇인가?

      생활을 꾸려나가는 재화財貨가 있어

      살아가는데 걱정이 적다는 뜻일 것이다.

 

       가난이란 무엇인가?

       궁핍하다거나 빈곤하다는 말로

       가진 것이 적어 쪼들리며, 어렵게 사는 것이리라.

 

결혼하여 부부가 되면 남편 되는 사람은 품이라도 팔아서라도,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의무義務를 지니게 된다.

 

       남편은 열심히 돈을 벌어 아내에게 주며

       아내는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며

       아이를 낳아 잘 키워 집안을 번창시킨다.

 

돈을 벌고 싶지 않은 남편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그 시대나 자기

주변의 환경에 따라 자기 힘으로 벌지 못하는 남편도 있으리라.

 

       옛날의 단순한 환경에서는 일자리가 많지 않았을 것이니,

       능력이 있어 취직하고 싶어도, 품을 팔고 싶어도,

       몇 가지일 외에는 일자리가 없었을 것이며

       더구나 논과 밭이 없는 사람은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가슴은 남보다 큰 남자가 되어, 큰 뜻을 품고 있으니,

       아무리 고생하더라도, 자기 뜻을 펼칠 곳을 찾으려

       마음을 정착하지 못하고 있으니, 책만을 읽을 것이다.

 

가난에서 벗어나기가 쉬운 일이 아니며, 더구나 가난 속에서

자기의 뜻을 펼쳐 이뤄낸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가족을 먹여 살리지 못하여

       굶주리는 지경이 되면 어떻게 될까?

       운명運命에 맡기는 수밖에 없을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어려운 가정형편에

       하고 싶은 일을 중도에 포기하며

       좌절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그렇지만 가난한 형편을 하나의 시련으로 여기며,

       자기 뜻을 끝내 이뤄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백리해百里奚가 서역西域에 가까운 완지역 사람이라고 하는바,

지역은 둔황敦煌 지역에 가까운 곳이라고 짐작되며,

티베트 쪽으로, 황하黃河의 서쪽 끝에 있는 변방 지역일 것이다.

 

       할아버지 대에 완에서 이곳 우나라 미루나무 골에

       이사와 백리해百里奚가 태어났으나, 불행히도 부모님

       두 분이 자리 잡지 못하고 일찍 돌아가시었다.

 

       백리해百里奚는 어릴 때부터 일찍 깨우쳐있었다.

       혼자인 할머니 손에 어렵게 자라다가 17세 때에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고아孤兒가 되었다.

 

다행히 마을 서당書堂의 두씨杜氏 훈장 선생님이 똑똑한 백리해를

거두어 주고, 서른이 넘어서야 아끼던 자기 딸과 결혼까지 시켰다.

 

두씨杜氏 부인은 거문고를 잘 타며 견우牽牛와 직녀織女의 애절한

사랑 노래, 홍두사紅豆詞를 잘 부르는 정숙한 아내였으나, 서로

간에 밥벌이를 하지 못하니, 아들 백리시百里視를 낳고 나서는

더욱 어려워져 굶어 죽을 판이다.

 

       어머니. 저 왔어요.

       그래. 여기 이거 가져가거라.

 

       농사지을 땅도 없고, 아버지가 훈장訓長 일만을

       하고 있으니, 살림 살기가 빠듯하구나.

 

       백리해百里奚가 나아가 벼슬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우리가 모두 살기가 무척 어렵구나.

 

       어머니, 미안해요.

       어머니. 주신 것 아껴먹을게요.

 

서당書堂의 운영도 여의찮다 보니, 돈벌이 없는 신혼부부로서

처가의 큰 도움을 받지 못하니 살기가 어려워 가난에 시달린다.

 

백리해는 세상에 나가 벼슬 길에 오르고 싶으나, 과거시험이 없을

때이니, 찾아갈 연줄도 없고, 처자식을 남겨두고 떠날 수도 없어

망설이며, 차일피일此日彼日 시간만 지나가고 있었다.

 

       당신當身. 나는 당신의 뛰어남도 알아요.

       나는 당신當身의 큰 포부도 알아요.

       나는 당신當身을 믿어요.

 

       당신은 천하를 움직일 만한 큰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세상에 나아가 벼슬길을 알아보고, 큰 뜻을 펼쳐

       성공하여 나를 불러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가난에 시달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처자식을 끼고만 있으면 어떡하자는 거예요.

 

       어차피 생활비를 벌지 못하나?

       그러나 굶어 죽을 수는 없는 거지요.

 

       어린 아들 백리시百里視 와 어떻게 하던

       기어이 살아내며 기다릴 테니

       더는 살림 걱정하지 말고 집을 나가세요.

 

두씨杜氏는 백리해百里奚가 천하 경영의 큰 생각을 하고 있음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으므로, 가슴속에 담겨있던 생각을 토로하며,

어렵게 사느니 벼슬을 구하여 불러달라며 애원을 하게 된다.

 

       여보女寶. 부부는 헤어지는 게 아니라 하오.

       어떻게 하던 같이 살며 해결해봅시다.

 

       古之聖賢 未遇之時 鄙賤之事 不恥爲之.

       고지성현 미우지시 비천지사 불치위지.

 

       옛날의 성현聖賢 도 때를 만나지 못하면, 비천한

       일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소.

 

       내 비록 뛰어나지는 않으나

       물불 안 가리고 일자릴 알아보겠소이다.

 

       내 어린 아들과 착한 부인을

       이 어려운 고생 판에 남겨두고 떠나라니,

       여보女寶.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소.

 

       여보女寶. 어깨를 들먹이며 우는 거요.

       울고 싶어 웁니까?

       당신 當身과 사랑만으로 살 수가 없는 거지요.

 

       살기가 어렵다고 집에 매달려 있으면

       어찌 뜻을 이룰 수가 있으며

       가족은 무슨 희망을 품고 살겠어요.

 

예나 지금이나, 가정의 생활비를 가장이 벌어오지 못하면 부부간의

사랑도 야속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가 보다

 

       이건 당신이 갈아입을 옷가지에요.

       이건 기장 쌀을 볶은 것이며

       이건 칡뿌리를 말린 것이지요.

       목이 마를 때 꼭꼭 씹으세요.

 

       부엌에서 뭐를 만드는 거요.

       한 마리뿐인 씨암탉을 잡았지요.

 

       그래도 그렇지. 부엌 문짝을 뜯어 불을 때다니

       한겨울 생각은 하지 않는 거요.

 

       아무 땔감도 없는데 겨울 걱정은 그때 해야지요.

       나의 정성이라 생각하시고

       멀리 떠나야 할 당신當身.

       맛있게 먹어두어야지요.

 

       자. 상을 차려왔으니 앉으세요.

       옆집에서 기장쌀과 조를 꿔와 밥을 했지요.

 

       어서 드세요. . 울려고 해요.

       눈물을 떨어트려선 아니 되지요.

 

       이 밥상은 행운의 밥상이어야 해요.

       눈물을 떨어트려선 아니 됩니다.

       이별의 밥상이 되어선 아니 되는 거지요.

 

       자. 조금만 입을 벌리세요.

       아니요. 내가 먹으리다.

       한 숟갈이라도 웃으며 자셔보세요.

 

       목이 메어 더는 못 먹겠소.

       험한 세상. 아무것도 없이 떠나는 당신當身,

       이 한 끼라도 배불리 먹어두셔야 해요?

 

남편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려 마련한 씨암탉과 노란 좁쌀밥이

차마 넘어 가랴 만은 남편의 앞날에 행운이 오기를 바라며,

두씨杜氏는 사랑하는 마음의 밥상을 어렵게 차려 내놓았다.

 

이별이 아니라, 행운의 밥상이어야 한다며, 백리해의 손을 잡고

떠먹이려 애를 쓰나, 이렇게 헤어지면 언제 만날지 모르는

애달픈 이별을 앞에 두고 두 사람은 맛있게 먹었을까?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아들 백리시百里視 만이

       처음 보는 진수성찬珍羞盛饌에 눈망울 굴리며

       마음껏 배를 채웠으리라

 

두씨杜氏 부인은 밥상 앞에서 보이지 않는 훗날을 기약하고자,

백리해百里奚의 손을 꼭 부여잡고 또 잡으며 눈물을 흘리고 만다.

 

       苟富貴 勿相忘 (구부귀 물상망)

       구차할 구. 부유할 부. 귀할 귀.

       하지 말 물. 서로 상. 잊을 망.

       부귀해지더라도 서로를 잊지 않는다.

 

       훗날 귀하신 몸이 되면 잊지 마소서.

       이 몸을 꼭 찾아주실 수가 있겠는지요?

 

       내가 어이 잊을 수가 있겠소?

       내가 꼭 우리 가족을 찾아와 행복을 주리다.

       어느 곳에서 성공하던 제일 먼저 연락할 것이오.

 

두씨杜氏 부인은 기약없는 이별을 하게 되며, 떠나가는 남편의

뒷모습에 멀리까지 손을 흔들고 차가운 빈방에 돌아와

어린 아들 백리시百里視를 붙들고 얼마나 울었을까.

 

백리해百里奚는 두씨杜氏 부인이 눈물로 흔들어주는 손길을

바라보다, 이슬 맺힌 몸으로 고향인 미루나무 골을 떠나게 된다.

 

       참아내야 한다. 견뎌내야 한다.

       참고 견뎌내지 않으면

 

       어찌 큰 지혜智慧를 얻을 수 있겠는가.

       어찌 큰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

 

       이제 넓은 세상으로 나가 보자.

       이제 홀로 세상을 헤쳐 나가는 고난 속에서

 

       터득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

       세상을 이끄는 지혜智慧 로 성숙시켜보리라.

 

       내 생각이 반드시 옳지마는 아니할 것이며

       아무리 좋은 생각도 상대가 받아주지 않으면

       아무 쓸모 없는 생각이 되고 말 것이다.

 

       어떤 지혜든 모두 다 쓰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배려하는 마음이 앞서야 받아들여질 것이다.

 

       배려하는 마음이 없는 지혜는 진정한 지혜가 아니거나

       더욱 성숙시켜야 할 지혜가 아니겠는가.

 

       공부하여 얻는 지혜智慧 보다,

       견디며 닦아서 얻는 지혜智慧 가 더 나으며

 

       참으며 닦아서 얻은 지혜智慧

       세상 경영의 지혜智慧로 성숙시켜보리라.

 

       세상의 흐름에 가볍게 휩쓸리거나

       자신의 이익에 매달려서는 아니 된다.

 

       참고 견뎌내며 마음을 억누르며

       내 마음의 순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내 마음은 아무리 어려움 속에서도

       내 곁의 사람을 이해하면서 도우며

       옳은 길을 가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세상을 이해하는 마음은 응당 그런 마음이어야 하며

성공은 나 혼자만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나를 등용할 사람도 잘 만나야 하듯

       나의 아랫사람도 잘 만나야 한다.

 

       앞으로의 나의 모든 운명은

       나의 마음과 행동거지에 달렸으리라.

 

       나는 나의 의지로 성공을 하여야 한다.

       그러나 어찌 나의 의지만으로 되겠는가.

 

요즘도 생활고에 헤어지는 부부도 있을 것이며 또 헤어지려

갈등하는 부부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다 그런 것 같다. 이럴 때는 두씨杜氏

백리해百里奚의 사는 모습을 비교하여보면 어떨까.

 

제 167 화. 평생의 인연을 만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