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11 화. 큰마음은 큰 사람을 얻는가.

서 휴 2022. 7. 5. 15:30

111 . 큰마음은 큰 사람을 얻는가.

 

그 촌부는 자신을 영척寧戚 이라 밝히면서 고개만 숙일 뿐으로,

공손히 절을 올리지 않았기에 건방지게 보였으나, 관중은 그에

개의치 않으면서 또 물어보는 것이다.

 

      영척寧戚, 그대는 내게 할 말이 있는가?

      어서 말해보시오.

 

      상군相君께선 어진 사람을 좋아하고

      선비를 예의로 대접한다기에 항상 사모하였던바

 

      산 넘고 물 건너 제나라까지 찾아와

      요행히 이곳에서 뵙게 되었습니다.

 

관중管仲은 시험 삼아 그 촌부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아무런 막힘도 없으면서 청산유수처럼 해박該博

하게 답변함으로, 속 깊은 인재인 것을 알게 되어 크게 감탄하였다.

 

      호걸豪傑이 진흙 속에 묻혀있으니

      찾아내 닦아주는 사람이 없다면

      어찌 참다운 가치를 알아볼 수 있겠는가.

 

      그대 영척寧戚은 들으시오.

      우리 주공께서 군사와 함께 지나갈 것이오.

 

      내가 편지를 한 통 써드릴 테니

      주공이 지나가실 때 편지를 바치시오.

 

      그러면 우리 주공께서 반드시

      그대를 높이 등용하게 될 것이외다.

 

관중이 편지를 써서 주고 떠나가자, 영척寧戚은 전과 다름없이

요산猺山 밑에서 소와 함께 제환공齊桓公을 기다리게 되었다.

 

사흘째 되는 날에 제환공이 군사들과 함께 그곳을 지나가게 되자,

영척寧戚은 전처럼 짧은 홑바지에 낡은 삿갓을 쓰고, 수레가 가까이

다가오자, 소뿔을 두드리며 큰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滄浪之水白石爛 (창랑지수백석란)

      깊고 푸른 물속의 하얀 돌은 찬란하게 빛나고

 

      中有鯉魚長尺半 (중유잉어장척반)

      물속에 잉어는 한 자 반만큼이나 크구나.

 

      生不逢堯與舜禪(생불봉요여순선)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행한 선양의 일을

      내 평생 아직 보지 못하여

 

      短褐單衣才至骭(단갈단의재지한)

      짧은 바지 홑적삼이 정강이도 가리지 못하는구나.

 

      從昏飯牛至夜半(종혼반우지야반)

      새벽부터 시작한 소몰이는 어느덧 야밤이 되네

 

      長夜漫漫何時旦(장야만만하시단)

      긴 밤은 언제 지나고 아침은 언제 올 것인고?

 

제환공齊桓公은 영척寧戚의 노래 가사가 예사例事 롭지 않음을

알고서는 시종에게 명하여 영척寧戚을 가까이 다가오게 하였다.

 

      저자를 이리 가까이 데려오라!

      그대, 촌부村夫는 누구인가?

      성은 영이며 이름은 척이라 하나이다.

 

      영척寧戚 이라 하였느냐?

      그대는 한낱 소를 키우는 촌부로서

      어찌 감히 나랏일을 풍자諷刺 하는 것이냐?

 

      신은 소를 치는 한낱 농부로서

      어찌 나랏일을 기롱譏弄 할 수 있겠나이까?

 

      그대는 알고 있는가?

      지금 위로는 주왕周王이 계시고

      아래로는 과인이 주왕周王을 도와

      만백성을 생업에 즐기게 하여

 

      초목도 봄빛의 혜택을 받고 있어.

      요순堯舜 시대도 이보다 낫지는 못할 것이니라!

 

      너는 어찌하여 요순堯舜 시대를 못 만나,

      밤만 길고 아침은 오지 않는다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냐.

      이 시절을 비웃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 고?

 

      신이 비록 한낱 촌부이긴 하오나?

      요순堯舜 시대의 일은 들어서 알고 있나이다.

 

      그때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법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잘 따르고 순종하였다 하나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하시나이까.?

      지금은 기강紀綱도 서지 않고

      교화敎化도 실행되지 않는데

 

      걸핏하면 요순시대堯舜時代 와 다름없다고 말하니

      소인은 정말로 그 까닭을 알지 못하겠나이다.

 

      하옵고 또 들은 바에 따르면,

      요순시대堯舜時代 엔 백관이 올바른 정사를 펴자

      모든 제후가 올바르게 따르며 복종하였고

 

      임금 떼는 백성에게 폭행을 일삼던

      사흉四凶 , 공공共工, 환두驩兜, , 삼묘三苗

      쫓아내고 제거하였나이다.

 

      그에 천하가 안정되어, 태평성대라 말하지 않아도

      백성은 평화롭고 나라의 위엄은 섰다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은 어떠하나이까?

      어제 동맹同盟을 맺고 오늘 배반背反을 합니다.

 

      아들은 아비를 죽이고 동생은 형을 죽여

      수시로 군주의 자리가 바뀌고 있나이다.

 

      군사들은 쉴 새가 없고 백성들은 지쳐

      농사를 지을 수가 없는 형편이옵니다.

 

      그런데도 태평성대라 말씀하시니

      소인은 그 뜻을 알지 못하겠나이다.

 

제환공은 영척寧戚이 말하는 것에 마음에 들지 않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수시로 변하며 몹시 화가 나 고함을 지른다.

 

      소치는 촌부가 이다지도 공손恭遜 하지 못할꼬?

      냉큼 저놈을 끌어내 당장 목을 베어버려라!

 

군사들이 달려들어 영척寧戚을 밧줄로 묶고 칼을 뽑아 들어 목을

치려 하였으나, 영척寧戚은 추후도 안색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 나는 하늘을 우러러 크게 외치노라!

      , 폭군 걸왕桀王은 충신 관용봉關龍逢을 죽였고

      폭군 주왕紂王은 충신 비간比干을 죽였도다!

 

      오늘 이제 영척寧戚이 죽는다마는 나의 이름은

      그들과 함께 천추에 빛날 것이로다!

 

영척寧戚의 기상은 늠름하기까지 하여,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공손습붕恭遜襲封이 비로소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아보았다.

 

      주공, 주공께서는 잠시만 기다리시옵소서?

      저 사람은 죽음 앞에 이르렀건만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나이다!

 

      신이 보건대 단순한 촌부가 아니옵니다!

      저 촌부를 살리심이 어떠하실는지요?

 

그 말에 제환공도 깨닫는 바가 있어 마음을 고쳐먹고, 밧줄을

풀어주도록 명하며, 영척寧戚을 향하여 부드럽게 말하는 것이다.

 

      과인이 잠시 그대를 시험하여 보았소!

      그대는 참으로 훌륭한 선비로다.

 

      아니, 이게 무엇인가?

      앞서간 중보仲父 께서 남기신 편지이옵니다.

 

그제야 영척寧戚은 품속에서 관중管仲이 써준 편지를 꺼내며,

그리고 공손히 제환공齊桓公에게 바치면서 큰절을 올리는 것이다.

 

      주공, 신이 주공께 편지를 남기옵니다.

      주공께서 읽어 보시옵소서,

 

      신이 먼저 이 길의 요산猺山을 지나다가

      나라 사람 영척寧戚을 얻게 되었나이다.

 

      이 사람은 보통의 소먹이는 촌부가 아니오라

      당대에 찾아보기 힘든 인재이옵니다.

 

      주공께서는 마땅히 그를 등용하시어

      나랏일에 도움을 받으시옵소서.

 

      만일 그가 다른 나라에 등용되면

      다음날 후회하여도 소용이 없겠나이다.

 

제환공齊桓公은 관중管仲의 편지를 읽고 나자마자, 매우 놀라면서,

영척寧戚을 바라보면서 큰소리로 꾸짖는 것이다.

 

      그대는 어찌하여 편지를 처음에 보이지 않았는가?

      이제 말씀드리겠나이다.

 

      어진 임금은 신하를 골라 쓰시고

      어진 신하는 주인을 골라 섬긴다고 하였나이다!

 

      만일 주공께서 바른말을 싫어하시고

      아첨하는 것만을 좋아하시어

      오르지 노여움으로 신을 대하셨다면?

 

      이 영척寧戚은 차라리 죽을지언정

      중보仲父, 재상의 편지를 내놓지 않았을 겁니다.

 

      허 어 허. 좋소.

      , 어서 내 수레에 올라타시오!

 

제환공은 친히 손을 내밀어 영척寧戚을 잡아끌어 수레에 태우고

나라로 향하다가 밤이 되자 한 곳에 머물게 된다.

 

      수초竪貂 . 횃불을 밝혀 관복을 찾아라.

      수초竪貂 . 그래 바로 그 관복이다.

      너는 어서 영척寧戚에게 내어주어라.

 

      주공, 신 수초竪貂 이옵니다.

      영척寧戚에게 벼슬을 내리시려는 겁니까?

      그렇다. 무슨 일이 있느냐?

 

      주공, 나라에 사람을 보내어 영척寧戚

      어떠한 사람인가를 알아보고

      벼슬을 내리시어도 늦지 않사옵니다.

 

      영척寧戚은 보기 드문 인재이니라.

      소소한 범절凡節에 구애받을 성격이 아니노라.

 

      혹여 과거에 허물이 있었다 한들

      그런 것까지 조사해서 벼슬을 준다면

      그의 영광이 빛나지 않으리라.

 

      만일 허물이 있었다 한들

      버리지 않을 바에는 알아서 무얼 하겠느냐?

      앞으로 너는 이러한 일에 상관하지 말라.

 

제환공齊桓公뜻하지 않게 새로운 인재를 얻게 되자 기분이 매우

좋아져 영척寧戚을 대부로 삼고, 관중管仲함께 나랏일에 참여하게

하였던바, 후세의 사가史家 들이 이 일을 놓고 다음과 같이 평했다.

 

      短褐單衣牧竪窮 (단갈단의목수궁)

      짧은 바지와 홑적삼의 궁색한 목부가

 

      不逢堯舜遇桓公 (불봉요순우환공)

      요순은 만나지 못하나 환공을 만났도다

 

      自從叩角歌聲歇 (자종고각가성헐)

      쇠뿔을 두드리는 노래도 이제 끝이 나려니

 

      无復飛熊入夢中 (무복비웅입몽중)

      꿈속에 다시 곰이 날아오는가.

      (주문왕이 강태공을 얻은 것과 같지 않겠는가?)

 

제환공齊桓公은 뜻하지 않게 뛰어난 인재를 새롭게 얻게 되자, 매우

기뻐하였다.

 

그는 영척寧戚자신의 수레에 태우고, 행군行軍 도중 내내 천하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느라 조금도 지루한 줄 몰랐으며, 드디어

제군과 선백單伯이 이끄는 왕사군은 송宋 나라 국경에 다다랐다.

 

      주공. 이제 오시나이까?

      이곳이 송나라 국경이옵니다.

 

      선백單伯께서도 왕사군王師軍 과 함께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진선공陳宣公과 조장공曺莊公

      제후齊侯께 인사 올립니다.

      허 어. 먼저 와주시어 고맙소이다.

 

      이 젊은이는 누구요?

      조장공曺莊公의 아들 석고射姑 이옵니다.

      , 아주 건장健壯 하고 잘 생겼구먼.

 

제환공齊桓公은 선백單伯, 진선공陳宣公, 조장공曺莊公과 차례로

인사를 나누고 난 후에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게 된다.

 

 112 말로써 한 나라를 굴복시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