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08 화. 무모한 돌진만이 이긴다.

서 휴 2022. 7. 4. 12:09

108 . 무모한 돌진만이 이긴다.

 

관중管仲은 제군齊軍을 이끌고 문수汶水를 따라 수나라로 가면서,

세작과 척후병들이 알려주는 정보를 들으면서, 나라가 어떻게

나올지에 관한 판단을 예측豫測 하여 보고 있었다.

 

        나라가 먼저 항복해올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저항하면서

        나라의 구원군을 기다릴 것인가?

 

        이제 수나라의 국경을 넘었는데도

        수군遂軍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구나.

 

        문수汶水의 영땅을 지나면서 이제야,

        수군遂軍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구나.

 

        저거는 수나라 척후병임이 틀림없겠구나.

        저 모습은 항복하는 모습이 아닐 것이다.

 

        수군遂軍이 항복하려 하였다면

        우리가 수나라의 국경을 넘자마자

        땅으로 항복 사자를 보내왔을 것이다.

 

관중管仲의 판단은 정확하여 영땅을 통과한 지 하루가 지나자

세작細作 들과 척후병斥候兵에게서 보고가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수군遂軍이 박땅에 집결해 있습니다.

        나라 구원군이 박땅으로 가고 있습니다.

 

        수군遂軍과 노군魯軍의 병거兵車

        대략 5백 승으로 보이는 많은 수입니다.

 

        오호. 우리 제군齊軍의 배가 넘는구나!

        으흠. 이제 어려운 싸움이 되겠구나!

 

관중管仲은 병거兵車 200승으로 수군遂軍과 노군魯軍의 병거兵車

500승과 싸우게 되었으므로, 땅의 넓은 구릉지대丘陵地帶

바라보면서, 무엇인가 골똘한 생각에 잠기었다가 말을 하게 된다.

 

        우리 제군齊軍은 잘 들어라!

        좌우로 갑사甲士 군을 배치하여 양 날개로 삼고

 

        가운데에 병거兵車 2백 승을 모두 집결시켜라!

        학익진鶴翼陳을 펼칠 것이노라!

 

학익진鶴翼陳은 학이 날개를 펴듯이 길게 늘어서서 공격하며

대진對陣 하는 전술이다.

 

학익진鶴翼陳은 적은 수의 군사로는, 일반적으로 그 반대로 배치하는

것이 상식常識 이었기에 이를 바라보는 노나라 조귀曹劌 장수는

고개를 저으며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저기 보이는 적장이 누구인가.

        나라 조귀曹劌 라는 장수입니다.

 

        조귀曹劌는 머리가 명석한 병술가兵術家 일 뿐만이 아니라

        힘이 좋은 장수로도 소문이 나 있구나.

 

        조귀曹劌가 한 번 울린 북소리로 순식간에

        포숙아鮑叔牙의 제군齊軍을 격파한 명장이로다.

 

        조귀曹劌는 쉽게 꺾을 수 있는 장수가 아니겠구나.

        조귀曹劌의 머리를 뛰어넘는 전술을 쓰리라.

 

마침내 박땅의 넓은 구릉지대丘陵地帶에 양군이 대치하였다가

먼저 공격을 가한 것은 관중管仲의 제군齊軍 이었다.

 

        병거兵車 2백 승과 2만의 군사들은

        날개 모양으로 돌진하라.

 

조귀曹劌는 방진方陣를 구축한 채 견고한 수비 태세를 갖추고

있으면서, 제군齊軍의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예기銳氣를 꺾으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보였다.

 

        제군齊軍은 먼저 돌격대를 내보내라!

        돌격대는 용감무쌍하게 쳐들어가라!

 

관중管仲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지자, 돌연 50승의 병거兵車5

명의 갑사甲士 가 쏜살같이 본대에서 떨어져 나가며 노군魯軍

방진형方陣形 진지陣地의 한가운데를 부딪쳐 들어갔다.

 

        ! 무모한 돌진이 아니냐?

        아니, 저것은 자살행위가 아니냐?

 

무모한 작전에 아군도 놀라고 적군도 놀라는 순간에 맨 앞에서

돌진하는 제군齊軍의 병거兵車 대가 전광석화처럼 노군魯軍

병거兵車 와 부딪치려는 위급한 순간이었다.

 

       맨 앞에 방진형方陣形을 구축하고 있던 노군魯軍

       달려오는 제군齊軍의 병거兵車와 충돌을 피하려고,

       굳게 닫혀 철문처럼 단단하게 버티던,

       노군魯軍의 방진方陣이 열려 버리고 만 것이다.

 

방진方陣이 갈라진 그 안으로 제군齊軍의 병거兵車가 빨려들 듯

들어가며, 두 번째와 세 번째의 병거兵車 들도 마찬가지였다.

 

         노군魯軍은 쳐들어오는

         제군齊軍의 병거兵車에게 길을 내주지 마라!

         막아서라! 어서 잡아버려라!

 

무모하게 돌진해 들어온 제군齊軍의 병거兵車는 자살행위가 아니라,

방진方陣의 돌파였으며 연이어 계속 빨려들어 온 것이다.

 

이에 조귀曹劌의 악을 쓰는 소리가 관중의 귀에까지 들려왔으며,

방진方陣 안으로 들어간 50승의 병거兵車5천의 갑사甲士 군과

뒤따라온 제군齊軍의 병거兵車와 갑사甲士 군이 노군魯軍

방진方陣을 멋지게 반으로 셋으로 쪼개놓는 것이었다.

 

        둥둥둥. 제군齊軍은 돌진하라!

        적진을 관통하는 즉시 하나로 뭉쳐라!

 

        둥둥둥. 제군齊軍은 총공격하자!

        와 아. 모두 쳐들어가자!

        적진을 관통하는 즉시 하나로 뭉치자!

 

제군齊軍은 병거兵車와 군사들이 한 덩어리가 되자마자, 4분의

1로 갈라져 우왕좌왕하는 노군魯軍을 잡아먹을 듯이 에워싸며

총공격을 감행하는 것이었다.

 

4분의 1로 고립孤立 된 한 무리 노군魯軍을 제군齊軍은 눈 깜짝할

사이에 섬멸殲滅 시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둥둥둥. 제군齊軍은 흩어진 노군魯軍

        각개 격파시켜 섬멸하라!

 

제군齊軍의 병거兵車와 군사들은 방향을 틀어 또다시 한 덩어리가

되었으며, 또 다른 노군魯軍을 향해 달려들며 덮쳐들었다.

 

        아니 저건 또 뭐냐?

        아니 괴물怪物 작전作戰 인가?

        어찌 저리.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더란 말이냐?

 

나라 조귀曹劌의 눈에 보이는 제군의 작전은 노군을 잡아먹는

괴물처럼 보였으며, 금방 전멸全滅 당할 것 같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퇴각하라! 퇴각하라!

        모든 노군魯軍은 어서 퇴각하라!

 

조귀曹劌는 관중管仲의 전혀 예상치 못하였던 무모한 작전에

말려들었으며, 더는 견디지 못하고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관중管仲 대장님. 대승입니다.

        병거兵車 2백 승으로 병거兵車 5백 승의 노군魯軍

        단번에 격파해 버렸습니다.

 

        알고 있도다. 지체하지 말고 추격하라.

        노군魯軍이 진형을 갖추기 전에 쳐부숴야 한다.

 

조귀曹劌가 패잔병을 겨우 수습하여, 귀음龜陰 방면으로 달아나자,

관중管仲은 그에 만족하지 않고, 조귀曹劌의 뒤를 바싹 추격하는

일방적인 추격전이 벌어진다.

 

제군齊軍이 귀음龜陰 까지 쫓아가게 되자, 노군魯軍이 멈추면서

진용을 짜려고 하며 두번째의 2전투戰鬪를 벌리려고 하였다.

 

        아니. 진채陣寨 도 세우기 전에 또 쳐들어오다니

        아 하, 두 번째 패하는 구나.

        안 되겠다. 또다시 모두 퇴각하라.

 

조귀曹劌의 군대가 한창 진채陣寨를 세우는 중이었다. 이때 또

제군齊軍이 들이닥쳐 깨부수니 싸움다운 싸움을 해보기도 전에,

당하면서, 패하여 수나라 도성인 수성遂城을 바라보고 달아났다.

 

        이제 오는가. 이곳은 촉땅이다.

        이 동곽아東郭牙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제군이 또 나타난단 말이냐.

        , 조귀曹劌 인 나는 관중管仲의 손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세 번 싸워 세 번 질 줄을 내 어찌 짐작이나 했으랴.

        안 되겠다, 또 달아나자.

        노군魯軍은 후퇴다. 어서 후퇴하라.

 

조귀曹劌 도 겨우 병사들 틈에 섞여 달아나게 되며, 노군魯軍

흩어지자, 이를 지켜보던, 나라 수후遂侯는 급하게 성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관중管仲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하였다.

 

        이제 수나라와 촉땅은 관중管仲

        이끌고 온 제군齊軍에게 접수되어

        모두 제나라의 것이 되었다.

 

노장공魯莊公은 북행北杏 땅의 회맹會盟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몹시 후회하면서, 조례를 열어 신료들과 그 대책을 논의하게 된다.

 

        우리 노군魯軍은 달아나고,

        수나라가 항복하고 땅까지 뺏기다니,

        이제 예전의 제齊 나라가 아니도다.

        5년 사이에 제나라가 너무나 달라졌도다.

 

        정말 겁이 나는구나.

        이제 제나라를 맹주盟主로 인정해야 한단 말인가?

        어서들 말해보시오?

 

        주공, 신 경보慶父 이옵니다.

        주공께서는 안심하시옵소서.

 

        나라가 비록 수나라를 항복시켰다고 하나

        그것은 장수 조귀曹劌가 방심放心 하여서입니다.

 

        신이 군사들을 수습하여 성 밖으로 나가

        제군을 모조리 우리 영토 밖으로 쫓아내겠습니다.

 

        주공, 신 시백施伯 이옵니다.

        그건 아니 되옵니다.

        은 제나라와 싸워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싸워서는 아니 되다니요?

        그렇다면 달리 좋은 계책이라도 있다는 것이오?

 

        우리가 제나라와 싸워서는 아니 되는

        세 가지 이유가 있사옵니다.

 

        우리 노나라가 제나라와 싸워서는 안 되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니 어서 말해 보시 오?

 

        주공, 신 시백施伯이 아뢰겠나이다.

        주공, 이 일찍이 말씀드린 바와 같이

        관중管仲은 천하天下의 기재奇才 이옵니다.

 

        그가 제나라 정사를 맡은 지 5년이 지났습니다.

        그가 그동안 다른 나라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은

 

        나라 내정內政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였을 뿐으로

        바깥일에 관심關心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이제부터 관중이 본격적으로 나라 밖의 일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은 곧, 그가 제나라의 내정內政을 안정시켰으며

        군사를 강하게 길러놓았다는 뜻이 되옵니다.

        이번 박땅의 전투가 바로 그 증거證據 입니다.

 

        관중管仲이 지휘指揮 하는 군대는 다른 사람이

        지휘指揮 하는 군대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주공, 상대가 강할 때는 싸움을 피해야 하나이다.

        이것이 제나라와 싸워 이롭지 못한

        첫 번째 이유가 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이오?

 

노장공魯莊公의 물음에 시백施伯은 조금도 머뭇거림 없이 자기가

관중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었던 바를 조리 있게 펼쳐나가는 것이다.

 

        이번 북행北杏 회맹會盟

        비록 제환공齊桓公이 소집한 것이오나

 

        왕실을 공경하고 명예를 높이자는데

        그 명분을 앞세우고 있으며

        소집령 또한 왕명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번에 우리 노나라가

        북행北杏 회합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주왕周王의 명을 어긴 것이나 다름이 없사옵니다.

 

        나라가 당당하게 우리 영토를 침범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까닭이 있었기 때문이었나이다.

 

        주공, 허물은 우리에게 있나이다.

        이것이 제나라와 싸워서 이롭지 못한

        두 번째 이유가 됩니다.

 

        지난날 주공께서는 제환공齊桓公과 쓸데없는 다툼을

        피하고자 규공자를 죽이고, 관중管仲을 함거轞車

        실어서 돌려보낸 바 있습니다.

 

        또한, 주공께서는 왕희王姬 공주의 혼사를

        주장主掌 하시어 제환공齊桓公에게 출가시켰나이다.

 

        제환공을 위하여 왕실王室과 제나라 간의 혼사를

        주재한 그 모든 것이 주공의 공로가 되어있사옵니다.

 

        이제 제나라와 싸움을 벌인다는 것은 지난날의

        이러한 공로를 모두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 되옵니다.

 

        주공, 어찌하여 지난 공을 없애가면서

        새로이 원수를 맺으려 하시나이까?

 

        이것이 제나라와 싸워서 이롭지 못한

        세 번째 이유가 되겠나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정할 방책方策은 단 하나입니다.

        나라와 강화를 맺고 동맹을 청하는 길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굳이 싸우지 않아도 제군齊軍

        우리 영토 밖으로 물러나게 할 수 있나이다.

 

109 .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