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10 화. 자기 그릇에 따라 사람을 알아보는가.

서 휴 2022. 7. 5. 15:02

35. 천하를 제패하는 제환공.

 

110 . 자기 그릇에 따라 사람을 알아보는가.

 

제환공齊桓公이 노나라에 보여준 결단은 중원中原의 제후諸侯

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게 되며 큰 믿음을 심어주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뒷날 사가史家 들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고 한다.

 

      높고 높은 기상이 노나라를 삼켰으니

      한낱 칼로서 항거한다고 되겠는가.

 

      과 의로써 천하를 다스리려 하는데

      어찌 작은 수나라로 만족하겠는가.

 

      무장한 군사들이 숲처럼 둘러섰는데도

      망설임 없이 단도를 꺼내 위협하는

      조말曺沫의 기상이 정말 놀랍도다.

 

      조말曺沫이 칼 빼 들고 위협했으나,

      조말曺沫을 용서하며 미워하지 않는

      제환공齊桓公 또한 놀랍도다.

 

      제환공처럼 상대방을 속이지 않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이 일로 조말曺沫이 협객俠客이 되고

      제환공齊桓公은 모든 제후를 굴복시키면서

      천하 패권을 잡게 되는 계기가 되었도다.

 

나라 대부 조말曺沫의 과감한 행동에 대하여, 자신의 목숨을

버리더라도 의로운 일을 한 사람이라는 말로, 협객俠客, 협자俠者,

유협遊俠, 임협任俠의 시조始祖 라고 일컫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조나라 조후曺侯

       나라 위혜공衛惠公 역시

       북행北杏 모임에 참가하지 않았으나,

 

       그들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며,

       서둘러 사자를 보내, 용서를 빌면서

       회맹會盟에 가담하겠다고 하였다.

 

큰마음으로 조말曺沫을 용서하고, 빼앗았던 수나라와 촉

땅까지 돌려주자, 와 위두 나라가 저절로 굴러들어온 것에 

제환공은 비로소, 관중管仲의 깊은 뜻을 확연確然 하게 깨달았다.

 

      중보仲父. 덕분에 귀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소.

      주공. 얻고 싶으면 먼저 주라는 말이 있사옵니다.

 

관중管仲이 겸손하게 고개를 숙여 대답하자. 제환공은 다음으로

나라 문제를 거론하며 토벌할 생각을 피력披瀝 하는 것이다.

 

      송환공宋桓公은 우리 덕에 군위를 인정받았음에도

      자신이 맹주盟主가 되지 못한 것에 불만을 품고

      새벽에 도망치듯 북행北杏 모임에서 떠나질 않았소?

 

      주공, 하는 자는 벌하여야 하옵니다.

      거역拒逆 하는 자는 무력武力으로 다스려야 하옵니다.

 

제환공은 왕실에 사자를 보내어, 나라가 왕명을 받들지도

않으며, 회맹에도 참석하지 않았기에 토벌하겠다는 뜻을 상고上告

하자, 주희왕周僖王은 쾌히 승낙하며 왕명을 내려주었다,

 

이에 제환공齊桓公은 모든 제후국諸侯國 에게 송환공宋桓公

죄상을 널리 공표하여 알리고 있을 그때뜻밖에도 왕실에서

주희왕周僖王의 칙서勅書가 내려오는 것이다.

 

      이 알리노라.

      천하의 질서가 많이 흐트러져 있도다.

 

      나라 백구伯舅의 뜻에 따르지 않는

      제후는 모두 토벌하도록 하라.

      토벌을 돕기 위하여 왕사군王師軍을 보내노라.

 

주희왕周僖王이 왕명뿐만 아니라, 왕사군 王師軍까지 보내주자,

비록 많은 군사의 수는 아니지만, 왕사군王師軍을 파견하여 준

것은 대단한 믿음을 부여하여 주는 일로써, 제환공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였으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일이 되었다.

 

       왕사군王師軍을 이끌고 온 왕실 대부

       선백單伯은 주성왕周成王의 작은아들로

       진에서 분봉하였던 선나라 제후이다.

 

그때 작위는 백작伯爵으로 아주 높았으나 선나라는 아주 작았다.

지금의 섬서성 보계현寶鷄縣에 있었다.

 

      왕실이 우리 제나라를 믿고 의지하는구나!

      과인의 명은 주왕周王의 명과 같으렷다!

      이보다 더 당당한 명분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이처럼 제환공은 자신을 갖게 되었으며, 어느 사이에 송나라를

토벌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가자, 과 조나라도 스스로

지원군을 파견한다는 통보를 하여 왔다.

 

이때가 주희왕周僖王 재위 2년이며, 제환공 6년으로 기원전

682년의 일이다, 봄이 되자 드디어 출정하게 되었다.

 

      중보仲父께서는 선발대로 3군 중 1군을 거느리고

      먼저 임치臨淄 을 출발하여 송나라 국경에서

      과 조, 두 나라 군사들과 합세하시오.

 

제환공도 친히 공손습붕恭遜襲封, 왕자 성보成父, 동곽아東郭牙

앞세우고 왕사군을 이끄는 선백單伯과 함께 관중의 뒤를 따라갔다.

 

      관중管仲에게는 사랑하는 애첩으로

      이라는 여인이 있었다.

 

      은 종리鍾離 땅 태생으로 여자임에도,

      고금古今 경사經史와 문학文學에 통달通達 하였으며

      미모와 지혜가 출중하며 마음도 너그러웠다.

 

원래 제환공은 여색을 좋아하여, 출행할 때건, 전쟁터건, 회담 때건

간에, 희빈姬嬪 들을 거느리고 다녔다

 

       이러한 영향을 받아서인지 관중管仲 또한

       언제나 애첩인 청을 동반시켜 다녔다.

 

언뜻 보기에는 꽃놀이 가는 듯이 관중管仲은 청과 함께 수레를

다정하게 타고, 나라를 토벌하러 가는 것이다.

 

      벌써 요산猺山 밑에 이르러 지나가려 하는구나.

      짧은 홑바지에 부서진 삿갓을 쓴 촌부村夫

      소를 놓아먹이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구나.

 

      촌부村夫는 길가에서 소뿔을 두드리며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인가?

      정말, 한가로운 모습이로다.

 

      게 누구 없느냐?

      예 이. 나리 무슨 일이시옵니까?

 

      저 촌부村夫에게 술과 음식을 갖다주어라!

      예에, 대장수大將帥 어른,

      바로 갖다 드리겠습니다.

 

관중管仲은 흥에 겨워 노래하는 촌부村夫에게 술과 음식을 갖다.

주게 하고는 가던 길을 계속 가고 있는데, 술과 음식을 다 받고

난 촌부는 술을 가져온 종자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 상군相君 중보仲父를 만나보고자 하노라.

      재상宰相께서는 벌써 지나가시었소.

 

      내가 할 말이 있으니 이 말을 상군相君께 전해주시오?

      무슨 말씀 이시오?

 

      넓고도 넓구나!

      햇빛에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강물이여!

 

종자從子는 급히 관중管仲의 수레에 쫓아가 촌부에게서 들은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전하여주게 되었다.

 

관중管仲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몰라 미간을 찌푸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애첩 청은 궁금하여 살포시 물어보았으나,

관중管仲은 먼 산만을 바라보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이다.

 

      나리께서는 어찌하여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고 계시나이까?

 

      네가 알 바가 아니로다.

      소첩小妾은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늙은 사람을 늙었다 업신여기지 말고

      천한 사람을 천하다 업신여기지 말며

 

      어린 사람을 어리다며 업신여기지 말고

      약한 자를 약하다고 업신여기지 말라.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게냐?

      옛날, 태공망太公望 은 조가朝歌에 들어와

      저잣거리에서 소를 잡으며 살아가다가

 

      나이 팔십에 주문왕周文王의 스승이 되었으며

      나이 구십에 제나라 제후로 봉해졌나이다.

 

      나리, 이것으로 견주어 보건대

      늙은 사람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나이까?

 

      나라 개국공신 이윤伊尹으로 말할 것 같으면

      유신씨有莘氏의 딸이 은나라 탕왕湯王에게

      시집갈 때 데리고 간 요리사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러나 탕왕湯王은 그를 재상으로 삼아

      천하를 다스리게 하여 한때 태평성대를 이루었나이다.

 

      나리, 이것으로 견주어 보건대

      천한 사람을 어찌 천하다고 할 수 있겠나이까?

 

      허 어, 재밌는 말을 하는구나.

      나리, 그뿐만이 아니옵니다.

 

      하왕조夏王朝 때의 명신 고자皐子는 불과 다섯 살에

      나라의 처음 임금인 우왕禹王을 도와

      나라를 태평하게 이루어놓았나이다.

 

      나리, 이것으로 견주어 보건대

      어린 사람을 어찌 어리다고 할 수 있겠나이까?

 

      한혈마汗血馬 라는 말은 태어나서 이레만 되면

      어미 말을 앞지른다고 하였사옵니다.

 

      나리, 이것으로 견주어 보건대

      약한 것을 어찌 약하다고 할 수 있겠나이까?

 

의 말을 다 듣고 난 관중管仲은 그제야, 그녀 청이 고금古今

경사經史에 통달했다는 것을 상기하곤 고개 숙여 사과하였다.

 

      , 너를 무시한 나의 잘못이로구나.

      조금 전의 촌부가 알쏭달쏭한 말을 전해왔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구나.

 

      나리, 무슨 말이었는지요?

      그래 한번 들어보아라.

 

      넓고도 넓구나!

      햇빛에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강물이여!

      라고 말을 하였느니라.

 

      그것 때문에 고심하시었나이까?

      그것은 백수白水의 시한 구절이옵니다.

 

      백수白水의 시라니 어떤 시인가?

      옛날 한 현자賢者가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아름다운 강물을 바라보고 지은 노래라고 압니다.

 

      그래 청시의 내용을 알고 있느냐?

      소첩이 좋아하는 시이온데 모를 리 있겠나이까?

 

      소첩 청이 읊어 보겠나이다.

      나리께선 한번 들어보시옵소서.

 

      浩浩白水 (호호백수) 넓고 넓구나, 백수白水 !

      鯈鯈之魚 (조조지어) 많고 많은 물고기 유유히 노니네.

      君來召我 (군래소아) 군후 오시어 나를 부르니

      我將安居 (아장안거) 내 장차 어디서 편히 살게 되리?

 

백수白水 는 일시逸詩 백수白水 에 수록되어 있으므로

이에 관중管仲과 청의 대화도 엿볼 수가 있다.

 

      그 뜻이 무엇이냐?

      이 시는 예로부터 초야에 묻혀 사는

      현자賢者 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입니다.

 

      소첩의 생각으로는 그 촌부도 나리께

      아마 벼슬을 구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애첩 청의 해석을 모두 들은 관중管仲은 모든 것을 확연히

깨달았으며, 그 촌부가 예사例事 인물이 아닌 것을 짐작하였다.

 

      빨리 수레를 멈추어라.

      그 촌부를 나에게 오게 하라.

 

      그대는 누구시어?

      이 촌부는 위나라 사람으로

      성은 영이고 이름은 척이라 하나이다.

 

      으음, 나라 사람, 영척寧戚 이라.

      으음, 영척寧戚은 이리 가까이 와보시오

 

111 . 큰마음은 큰 사람을 얻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