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제환공의 나아가는 길
제 113 화. 지극 정성에는 하늘도 감명받는가.
중보仲父는 무얼 하시오?
어 허. 영척寧戚 도같이 있었소이까?
주공. 어서 오십시오.
다 같이 중원中原의 지도를 보고 있었나이다.
주공, 이제 남은 것은 정鄭 과 초楚 뿐입니다.
반드시 초楚 나라를 꺾어 놔야 천하가 태평하게
되옵는데, 먼저 정鄭 나라가 문제이옵니다.
주周 왕실이 동쪽 낙양洛陽으로 도읍을 옮긴 후로
정鄭 나라보다 강한 나라는 없었사옵니다.
정무공鄭武公 때는 동괵東虢을 멸망시켜 흡수하였고
정장공鄭莊公 때는 왕실이 이끄는
왕사군王師軍 마저 격파시켰나이다.
그런 정鄭 나라가 지금은 안타깝게 둘로 갈라져
골육상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나이다.
주공께서 중원中原의 진정한 패자覇者가
되기를 원하신다면 반드시 정鄭 나라의
내분을 해결해주지 않으면 아니 되옵니다.
과인도 정鄭 나라가 중원中原의 중추국中樞國 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그래서 항상 고심하여 왔소?
하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 계책計策이
서지 않아 답답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었소.
주공. 신 영척寧戚 이옵니다.
정鄭 나라는 정장공鄭莊公이 죽은 이후로
여러 차례 자기들의 정후鄭侯를 죽이거나,
추방한 사건이 벌어져 왔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족祭足 이란, 자의 소행이며
지금의 공자 의儀 도 또한,
세자 홀忽 이었던 정소공鄭昭公의 동생으로서
형님의 자리를 빼앗은 자입니다.
이들은 모두 분수를 모르고 윤리를 어긴 자들입니다.
당연히 정鄭 나라의 의儀를 축출함으로써
그들의 죄상을 밝혀줘야 하옵니다.
의儀 대신에 누구를 군위에 올리는 것이 좋겠소?
주공, 지난날 군위에서 쫓겨난 정여공鄭厲公 돌突은
역성櫟城에 머물면서, 오로지 신정新鄭 성을
공격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사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초楚 나라의 힘이라도
빌릴 생각까지 하는 모양입니다.
마침 정鄭 나라 실권자인 재족祭足이
얼마 전에 죽었다고 하오니,
이제는 정鄭 나라에 인물이 없사옵니다.
이 기회에 초楚 나라보다 앞서 사람을
역성櫟城으로 보내시어 정여공鄭厲公의
복위를 도와주겠다고 먼저 말씀하시옵소서.
주공의 도움으로 정여공鄭厲公이 복위한다면
그는 주공의 은혜恩惠를 잊지 않고,
반드시 우리 제齊 나라를 섬길 것입니다.
제환공齊桓公은 천하의 패자覇者가 되겠다는 결심을 이미 하고
있었으므로, 관중管仲과 영척寧戚의 말을 다 듣고 나자,
어둡던 얼굴이 환해지며, 군사를 동원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과인도 진작부터 정鄭 나라 사정을
알고 있었으나 항상 고심만 해왔소.
정鄭 나라는 중원의 한 가운데 있는
중추국中樞國 이라, 미리 정리해놓지 않으면
천하를 다스리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오.
참으로 좋은 계책計策을 세우셨소.
대부 빈수무賓須无는 병거 2백승을 이끌고
역성櫟城으로 가서 정여공鄭厲公을 돕도록 하라.
정여공鄭厲公은 정장공鄭莊公과 옹길雍吉의 아들이며, 휘輝는
돌突로써 정소공鄭昭公의 배다른 아우이고 미亹와 의儀의 형이 된다.
정여공鄭厲公은 송장공의 도움으로 정후鄭侯가 되었으나
제족祭足이 나라의 대소사를 도맡아 처리하며
여전히 병권과 내정을 휘두르고 있었으므로
제족祭足으로 인하여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자
자기의 권위를 찾으려 하였다.
이에 최고 실권자 체족祭足을 죽이려 하다가 실패하여
도망가게 되었으며, 현재와 같이 역성櫟城에 있게 되었다.
이 무렵 정여공鄭厲公은 역성櫟城에 있으면서 제족祭足이 죽었다는
소문이 사실인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신정新鄭으로 보낸 정탐꾼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제족祭足이 죽었다 하니 빨리 쳐들어가야 할 텐데.
신정新鄭에 간 세작細作 들은 소식이 없는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사옵니다.
주공. 제齊 나라에서 장수 빈수무賓須无가
군사들을 이끌고 찾아왔사옵니다.
어 허, 무슨 일러 찾아 온 것인가?
어서 빨리 들게 하여라!
정후鄭侯 께옵서는 안녕하신지요?
사전에 연락도 없이 어떻게 찾아온 것이오?
저희 제후齊侯께서는 정후鄭侯께서
정鄭 나라로 돌아가시도록 돕겠다고 하시옵니다.
아니. 그게 정말이오?
믿으십시오. 신과 제군齊軍을 보냈사오니.
틀림이 없사옵니다.
정여공鄭厲公은 뛸 듯이 기뻐하며, 장수 빈수무賓須无를 영접迎接
하여 크게 잔치를 베풀고 있는데 정탐偵探 꾼이 들어오는 것이다.
주공. 제족祭足이 죽은 바가 확실하옵니다.
후임으로 숙첨叔詹이 정경正卿 자리에 올랐사옵니다.
정후鄭侯 임, 숙첨叔詹은 어떤 사람이옵니까?
빈수무賓須无 장수에게 이야기 해주겠소.
숙첨叔詹은 나라를 다스릴 줄은 아는 듯 하나
군사를 부릴 만한 인재는 못 되지요?
숙첨叔詹이 정경正卿이 되다니 가소로운 일이지요!
정여공鄭厲公은 숙첨叔詹이 정경正卿에 오른 것이 가소롭다는
듯이 대답하자, 정탐꾼이 신정新鄭에서 들은 얘기를 전하여 준다.
주공. 얼마 전 신정新鄭에서
기이奇異 한 일이 일어났다고 하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냐?
남문南門 안에 큰 뱀이 나타났는데 길이가 8척이나 되며,
머리는 푸르고 꼬리는 누런색이었답니다.
또 성문城門 밖에서도 큰 뱀 한 마리가 나타났는데,
길이는 1장이나 되고, 머리는 붉으며
꼬리는 녹색이었다 하옵니다.
척근법尺斤法은, 고대 중국에서 시작되어, 동아시아東Asia
권역圈域에서 널리 사용된 도량형度量衡 단위계單位系 이다.
척근법尺斤法의 척尺은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 중 하나이며,
근斤은 무게를 나타내는 단위 중 하나로서, 길이와 무게 그리고
길이로 유도할 수 있는 넓이와 부피 등을 재는 방법을 의미한다.
길이 단위로 모毛 와 리厘, 그리고
푼分, 치寸, 척尺, 장丈, 간間, 정町, 리里가 있으며,
넓이 단위로는 평坪와 과 보步, 정町이 있었다.
부피 단위로는 홉(합合), 되(승升, 또는 되승),
말(두斗), 섬(석石), 곡(斛)이 있으며,
무게 단위로는 돈, 냥兩, 근斤, 관貫 등이 있다.
척근법尺斤法의 단위는 지역과 시대에 상관없이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그 기준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1척尺 은 1치寸의 10배이며 1m의 3분의 1에 해당된다.
고려와 조선 초기에 1척은 32.12cm였으나,
한일합방韓日合邦과 더불어 곡척曲尺으로 바뀌어
33.33cm로 통용되고 있다.
1척은 33.33cm 이고, 8척은 대략 2.664m 이다.
1장은 10척으로 약 3.333m 이다.
이 두 마리 뱀이 성문城門 문턱에서 서로 어울려 3일 밤낮을
싸웠는데도 좀처럼 승부勝負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걸 구경하는 백성들이 산을 이루었으나
감히 접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옵니다.
그런지 17일 만에 드디어 성 밖의 뱀이
성城 안쪽 뱀을 물어 죽이고, 그 길로 성안으로
들어가 태묘太廟 속으로 들어가 버렸답니다.
그 후로 뱀은 어디로 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하옵니다.
신 빈수무賓須无가 정후鄭侯께
축복 드리고 하례 드리옵니다.
허 어, 그게 무슨 뜻인가?
그것은 정후鄭侯 께옵서
다시 군주君主에 오르실 징조徵兆로 보입니다.
아니, 그렇소이까!
어째서 그리 생각하시오?
남문 밖의 뱀은 바로 정후鄭侯를 상징象徵 하오며
길이가 1장이 넘는다는 것이 그 뜻이옵니다.
성城 안의 뱀은 길이가 8척밖에 되지 않으니
이는 동생을 가리키는 것이옵니다.
싸운 지 17일 만에 성 밖의 뱀이 성안의 뱀을 이기고
성안으로 들어간 것은, 정후鄭侯께옵서 본국을 떠나며
망명亡命 길에 오른 지 17년 간 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성 바깥 뱀이 태묘太廟로 들어간 것은
정후鄭侯께옵서 제사祭祀를 이어받는다는 징조입니다.
이 어찌 하늘의 뜻이 아니라 할 수 있겠나이까?
정후鄭侯의 정성이 하늘을 감동感動 시켰나이다!
정말 감천感天 이옵니다!
정후鄭侯께 감축感祝 드리옵나이다!
빈수무賓須无의 해석을 듣고 난 정여공鄭厲公은 너무 기뻐 입이 크게
벌어졌으며, 깊이 허리를 숙여 빈수무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게 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오.
만일 장수의 말대로 내가 정후鄭侯가 되면
대대로 제齊 나라를 섬기겠소이다.
이윽고 정여공鄭厲公은 빈수무賓須无의 제군齊軍과 역성櫟城의
군사를 거느리고 대릉성大陵城 을 공격하자, 신정新鄭에서는
부하傅瑕 라는 장수가 쫓아 나와 치열熾烈 한 싸움이 벌어졌다.
장수 부하傅瑕가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바람에 정여공鄭厲公이 크게
고전苦戰 하는데 제齊 나라 장수 빈수무는 병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우리 제군齊軍은 잘 들어라!
정여공鄭厲公과 부하傅瑕가 싸우는 틈에
우리 제군齊軍은 다른 길을 돌아
대릉성大陵城 뒤편에서 배후背後를 공격하자!
배후背後는 역시 방비防備가 허술하구나.
대릉성大陵城 뒷문을 빨리 점령占領 하도록 하라.
모두 들 들어라! 점령하는 데로
성문과 성벽에 제齊 나라 깃발을 모두 꽂아라!
제齊 나라 깃발을 다 꽂았는가?
이제는 팽팽하던 국면이 우리 쪽으로 기울었도다.
부하傅瑕 장수님! 큰일 났습니다!
앞뒤로 공격받으면 전세가 불리하오며
잘못하면 전멸당하겠나이다.
같은 정군鄭軍 이온데 어서 항복하시옵소서.
팽팽하던 국면이 제군齊軍에 의하여 정여공鄭厲公 쪽으로 기울자
부하傅瑕는 전세가 불리함을 깨닫고 재빨리 항복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찾아왔는가?
주공. 이 부하傅瑕와 정군鄭軍은 항복하옵니다
같은 정군鄭軍 이오니 살려주시옵소서!
네놈은 17년간이나 대항해온 자가 아니냐.
저놈을 당장 끌고 나가 목을 베어라.
주공. 항복하였는데 왜 살려주지 않으십니까?
시끄럽다, 저놈을 끌고 나가라.
주공. 정鄭 나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십니까?
잠깐 세워보아라!
부하傅瑕는 할 말을 다 하여보아라.
주공께서 저를 살려주신다면 도성으로 들어가
공자 의儀의 목을 베어 바치겠나이다.
너는 무슨 수로 의儀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이냐?
이곳을 벗어나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냐?
주공, 아니옵니다.
지금 정鄭 나라의 모든 일은
정경 숙첨叔詹이 맡아보고 있사옵니다.
신은 원래 숙첨叔詹 과 친한 사이입니다.
주공께서 저를 풀어주신다면
저는 도성 안으로 들어가 숙첨叔詹을 설득하여
공자 의儀의 목을 반드시 바치게 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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