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07 화. 제환공, 패공이 되고자 일어서는가.

서 휴 2022. 7. 3. 22:26

107 . 제환공, 패공이 되고자 일어서는가.

 

제환공齊桓公은 왕명으로 제후諸侯 들을 소집하면, 많이 모일 줄

알았으나, 하루 전인 2월 마지막 날이 되도록, , , ,

의 네 나라 외에는 더 오는 나라가 없어 마음 졸이게 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주재하는 회맹會盟이 아니겠소.

       많은 제후가 참석하여야 우리 제나라

       권위가 서는 것이 아니겠소?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고작 네 나라만이 참석하다니요?

 

       권위가 서야 패도覇道를 이루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 아니겠소?

 

       허 어. 이래서는 패업覇業은 커녕

       회맹會盟 마저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소?

 

       더는 올 군후君侯 가 없는 것 같구려.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아니겠소?

 

제환공齊桓公은 회맹 일이 되었는데도, 겨우 네 나라의 제후만이

모이고, 더는 오겠다는 제후가 없게 되자, 몹시 불안해하였다.

 

       중보仲父, 차라리 회맹 일을 연기하여

       다시 날짜를 잡아 회합하는 것이 낫지 않겠소?

 

       중보仲父는 어찌 생각하시오?

       주공, 아니 되옵니다.

 

       회맹 날짜를 다음으로 연기하게 되면

       이는 믿음을 잃는 일이 되옵니다.

 

       주공, 처음으로 제후들의 모임을 하게 되었는데

       너무 쉽게 신용을 잃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패권覇權을 잡을 수 있겠나이까?

 

       옛말에 셋이 모이면 한 무리라 하였사옵니다.

       네 나라만 해도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주공, 예정대로 모임을 진행하십시오.

       중보仲父의 생각이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회합會合 만 하는 것이 좋겠소?

       아니면 동맹 同盟까지 맺는 게 좋겠소?

 

       주공, 회합會合을 가져 행하다 보면

       서로 마음이 통하게 되면서

       동맹同盟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주공, 어찌 첫술에 배가 부를 수 있겠나이까?

       주공, 모든 일은 첫걸음부터 시작되옵니다.

 

       허, 중보仲父의 말씀이 옳소이다.

       내 그리하도록 허리다.

 

회맹會盟 일인 3월 초하룻날이 되어 아침 해가 떠오르자, 다섯 나라

군주들은 3층 제단 아래로 모여들어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된다.

 

       이 제환공齊桓公이 앞서 말하겠소이다.

       오늘의 모임은 모두 힘을 합하여

       주왕실을 돕기 위함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 일을 해나가려면

       반드시 이끌고 나갈 지도자가 있어야 합니다.

 

       먼저 모임을 이끌어나갈 맹주盟主

       뽑는 것이 순서일 것이오.

 

       제공齊公이 맞는 말씀을 하시었소.

       우리 모임에도 맹주盟主가 있어야 하지요,

       누구를 뽑으면 좋겠습니까.

 

       왕실의 관작官爵 서열대로라면 공작의 나라인

       송환공宋桓公이 가장 높습니다.

       제후들의 생각은 어떠하시오?

 

       모두 머뭇거리며 말씀을 하시지 않으니

       이 진후陳侯가 먼저 의견을 내겠소이다.

 

       관작官爵 서열대로라면 송환공宋桓公이 되겠으나

       왕께선 이번 모임을 환공桓公에게 명하였소이다.

 

       더구나, 이 자리는 송환공宋桓公이 왕실로부터

       이제 군후君侯를 인정받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모임의 맹주 역시 제환공齊桓公께서

       맡아주셔야 한다고 봅니다.

 

       좋습니다. 제환공齊桓公이 아니면

       이 책임을 누가 감당하겠소이까?

 

여러 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하자, 제환공齊桓公은 여러 차례

사양하다가, 마지못한 듯 제단 위로 올라가 맹주가 되었다.

 

제환공齊桓公 다음에 송환공宋桓公이 서고, 이어 진선공陳宣公

그다음으로는 채애공蔡哀公과 주후邾侯 순으로 관작官爵 서열대로

자리를 배치하게 되었다.

 

       자, 술잔을 모두 들으시오.

       공자 어설御說을 송나라 군주로

       인정하는 예식을 치릅시다.

 

       송환공宋桓公.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들, 축하해주시어 고맙습니다.

 

       자, 입술에 피를 발라 삽혈歃血 행사를 치르고

       동맹同盟을 맺는 행사를 시작합시다.

 

       제나라 대부 중손추仲孫湫 이옵니다.

       동맹을 맺는 서약서를 낭독하겠나이다.

 

모년 모월 모일에 제의 소백小白, 의 어설御說,

저구杵臼, 의 헌무獻舞, 의 자극子克

 

왕실의 명을 받들어 북행北杏 땅에 모여 함께 왕실을

돕기로 맹세하며 또한, 천하의 약한 자를 돕기로 맹세합니다.

만약 이 맹세를 어기는 자는 서로 힘을 합쳐 징벌하게 되리라.

 

       이로써 왕명에 따라 다섯 제후는 서로 술잔을 들어

       헌수獻壽 하면서 서로의 맹세를 성립시키었다.

 

논어論語에 따르면 제환공齊桓公은 재위在位 시절에 모두 아홉

차례나 제후들을 소집하여 회합했다고 전한다.

 

북행北杏의 이번 회맹은 아홉 차례 회합 중 가장 첫 번째가 되는

것이며, 제환공齊桓公이 패공이 되려는 깊은 의미가 들어있었다.

 

       중보仲父. 과 진나라는

       거리가 워낙 멀어 참석할 수 없다고 해도

 

       중원 국인 노, , , 나라가 모두

       불참한 것은, 이번 회맹을 거부한 것이 아니겠소?

       주공. 그렇게 볼 수 있사옵니다.

 

제환공齊桓公은 강한 제나라의 의지를 천하에 알리지 않을

수 없다는 각오를 하였기에, 이를 아는 관중管仲이 회맹會盟

끝나갈 무렵에 제단 위로 올라가 여러 제후에게 제안하게 된다.

 

       노, , , , 나라 등은 주왕周王의 명을

       거역하며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왕실을 모욕侮辱 하는 것이며

       천하의 평화를 깨뜨리는 소행이라 하겠소이다.

 

       마땅히 군후君侯 들은 이번 기회에 그들을 토벌하여

       실추된 왕실의 권위를 높여 놓아야 할 것입니다

 

       이, 제후齊侯가 말하겠소이다.

       우리 제나라는 비록 병거가 충분하지 못합니다만

       온 힘을 기울여 주왕周王의 명을 거역한 제후들을

       토벌하는 데 앞장서겠소이다.

 

       좋습니다.

       서로 힘을 합해 제후齊侯를 따르겠소이다.

 

제환공齊桓公과 관중管仲의 제안에 진, 세 나라는

찬성하였으나, 송환공宋桓公 만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북행北杏 땅에서 회맹會盟을 가지며, 동맹을 맺는 행사까지 치르고

난 그날 밤에, 송환공宋桓公은 오늘의 행사에 몹시 불쾌감을

드러내며, 대부 대숙피戴叔皮를 불러 자기의 불만을 토로하였다.

 

       벌써 밤이 되었구나.

       대부 대숙피戴叔皮를 부르라.

 

       주공, 대숙피戴叔皮 이옵니다.

       대부 대숙피戴叔皮는 들어 보시 오.

 

       내, 군위君位를 인정하여 주는 자리라 참석하였소만

       왕실에서 내려준 관작官爵의 서열을 무시하고

       제환공齊桓公은 자기 스스로 맹주가 되었도다.

 

       이 어찌 아니꼬운 일이 아닐 수 있겠는가?

       더욱이 여러 나라 군사들까지 이용하려 하니

       앞으로 제나라의 종노릇을 시키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주공, 신 대숙피戴叔皮 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주공,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나라가 더 많습니다.

 

       이는 제나라가 세력을 잡지 못하였다는 증거입니다.

       이번에 참석한 나라 중에서 가장 큰 나라는

       우리 송나라뿐이옵니다.

 

       우리가 이 모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나머지 세 나라도 자연 흩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리되면 제나라는 아무 힘을 쓰지 못합니다.

 

       우리가 온 것은 군위를 인정받는 데 있었던 만큼

       이미 인정식認定式이 끝났으므로 눈치나 보며

       여기에 더 있을 이유가 없사옵니다.

 

다음날 이른 새벽에 송환공宋桓公은 아무런 통보도 없이 수레를

몰고, 나라로 돌아가 버렸고, 날이 밝아서야 뒤늦게 알게 된 

제환공齊桓公은 길길이 뛰며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이다.

 

       당장 달려가서 송환공宋桓公, 그놈을 잡아 오리라.

       주공. 참으시옵소서.

 

       지금 우리가 송환공을 추격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거역하는 자는 왕명으로 쳐야 명분이 섭니다.

 

       지금은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사옵니다.

       더 급한 일이라니, 그것이 무엇이오?

 

       송나라는 멀고 노나라는 가깝습니다.

       더욱이 노나라는 왕실과 친척 간이므로

       먼저 노나라를 굴복시켜야 합니다.

 

       노나라가 굴복하여야 만

       송나라를 쳐들어갈 수 있습니다.

 

       노나라를 굴복시키려면 어찌해야 하겠소?

       노나라 동북쪽 제수濟水 변에 수나라가 있습니다.

       수나라는 노나라의 부용국附庸國 입니다.

 

       주공께서는 먼저 왕명으로 수나라를 공격하십시오.

       수나라는 작고 허약해서 우리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일찍 항복해올 것입니다.

 

       수나라가 항복하면 노나라는 겁을 먹을 것이며

       그때 노장공의 어머니 문강에게 편지를 써 보내십시오.

 

       문강文姜은 원래 우리 제나라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제나라와 화평을 재촉하게 할 것입니다.

 

       문강文姜의 말이라면 아무리 고집 센

       노장공魯莊公 이라도 허리를 굽혀

       동맹을 청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연후에 우리가 송나라를 공격하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방해하는 제후가 없게 되옵니다.

 

       중보仲父의 말씀이 백번 옳소.

       노나라를 먼저 치도록 합시다.

 

본래 수나라는 순임금의 후손後孫 에게 봉해진 나라로,

지금의 산동성 영양현 일대에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수나라는

       노나라의 부용국附庸國으로 전락하여,

       겨우 명맥命脈 만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영토는 노나라 도성인 곡부曲阜에서

       가까운 바로 옆에 있었다.

 

제환공齊桓公은 북행北杏 모임에서 돌아오자, 왕명을 어기고 회맹에

참가하지 않은 노나라를 먼저 토벌하기로 하였다.

 

       회맹에 참가하지 않는 제후는 모두 토벌해야 하오.

       그러니 중보仲父는 나의 뜻에 따라주시오.

 

       이번 기회에 중보仲父의 전쟁 수행능력遂行能力

       천하 제후諸侯 들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을 것이오.

 

       중보仲父는 총대장을 맡아 병거兵車 2백 승과

       그에 달린 갑사甲士 2만 명으로

       먼저 수나라를 쳐들어가 굴복시키고 오시 오.

 

관중管仲은 제나라 재상宰相에 오른 이래로, 아직 전쟁을 치러보지

않았으므로, 다른 대부들도 그러하였지만, 제환공齊桓公 자신도

관중管仲의 전투 지휘 능력에 대하여 궁금증을 품고 있었다.

 

        병거兵車 2백 승이면 충분한 전력戰力은 아니다.

        수나라를 치게 된다면, 반드시 가까운

        노나라에서 구원군救援軍이 올 것이다.

 

관중管仲은 부족한 줄 알면서도 자기를 시험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아무 소리도 하지 않으면서 수나라로 향하였다.

 

       임치臨淄 성에서 수나라로 향하는 가장

       가까운 길은, 문수汶水를 따라가는 길이로다.

 

       모두 문수汶水를 따라 빨리 가도록 할 것이며

       하루에 30리 이상으로 진군을 하도록 하라.

 

       세작細作 들은 빨리 앞서 나아가

       척후병斥候兵 들과 연락을 주고받도록 하라.

 

108 . 무모한 돌진만이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