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100 화. 순간의 화가 일생을 망치는가.

서 휴 2022. 4. 28. 16:59
서휴 춘추열국지

 

      32. 홧김에 군주를 죽이고

 

100 . 순간의 화가 일생을 망치는가.

 

      주공, 신 수초竪貂 말씀드리나이다.

      으흠, 무슨 일이냐.

 

      옹무雍巫가 색다른 음식을 장만하였나이다.

       그 으레, 빨리 올리도록 하라.

 

      어허. 고기가 먹음직스럽구나.

      어린 염소보다 연하고 감칠맛이 너무나 좋구나.

 

      무슨 고기이기에 이토록 맛이 있느냐.

      주공. 놀라지 마시옵소서.

      사람고기이옵니다.

 

      . 사람고기라니, 그걸 어떻게 구했느냐.

      주공, 충성하는 자는 충성만을 생각한다, 하였나이다.

 

      신 옹무雍巫, 신의 자식이 이제 세 살 이었사온데

      제 자식을 잡아 요리를 만들었나이다.

 

      허 어, 나를 위하여 그렇게까지 하였단 말이냐.

      호 오, 참으로 기특하도다.

 

옹무雍巫가 자기 자식을 잡아 맛있는 고기를 올렸다며, 눈물 맺힌

눈으로 애처롭게 보고를 하자, 제환공은 몹시 감동을 받게 되었다.

 

이 일로부터 옹무雍巫몹시 총애하게 되면서, 이름도 역아易牙로

고쳐 부르게 하였으며, 궁중에 들어와 수라水剌를 보게 하였다.

 

      역아易牙가 궁에 들어와 수라水剌를 맡아보게 되자,

      이때부터 수초竪貂와 역아易牙는 꿍꿍이셈이 서로 맞아

      제환공의 비위만을 잘 맞추면 되었다.

 

자기들이 지나치게 아첨하는 걸 스스로도 아는바, 혹여 관중의 미움을

살까, 염려하여 항상 마음을 졸이면서 조심하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관중管仲을 모함하여 조정에서 쫓아낼 궁리까지도 하였다.

 

      주공, 외람된 말씀을 올려도 되나이까.

      으흠, 무슨 말이냐.

 

      주공, 주공께서 영을 내리시면

      신하 된 자는 영을 받들어야 하옵는데

 

      관중管仲은 모든 일을 혼자서 도맡아 하니

      주공이 없는 거나 다름이 없다고 하더이다.

 

      이러다 주공의 자리마저 위태로울까 걱정이 되옵니다.

      이 모두 조정의 신료들이 하는 말이옵니다.

 

      네 이놈들. 관중은 나의 팔다리나 다름없도다.

      팔다리가 있어야 온전한 몸이 되듯이

      관중이 있어야. 나도 온전한 군주가 되느니라.

 

      네 이놈들. 너희들 같은 소인배가 무얼 안다고

      함부로 입을 놀리느냐.

      네 이놈들. 죽고 싶으냐.

 

제환공齊桓公의 고함에 수초竪貂와 역아易牙가 기겁을 하였다는

표현은 얼마나 관중을 믿었는가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제환공齊桓公이 소인배들의 중상모략을 뿌리치며

      관중管仲의 진가를 모두 발휘하게 하여주며

      천하를 호령하는 패업을 달성하게 한 것은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여 제대로 쓰려면

      군주 자신부터 훌륭해야 한다는 것이며

 

      서로 인정하고 큰마음으로 믿음으로써

      하나의 목표를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올바르게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제환공齊桓公이 노나라와의 전쟁을 치르고 난 후에 국정을 모두

일임하게 되자, 관중管仲은 일차적인 계획을 보고하게 된다.

 

      주공. 나라의 힘을 기를 때까지는

      주변 나라와 전쟁을 피하셔야 하옵니다.

 

      이웃 나라와 화의和議를 하자는 말이 아닌가.

      주공, 그러하옵니다.

 

      고개를 숙일 수도 없고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께선 정실正室  부인 자리가 비어있사옵니다.

 

      왕실의 왕희王姬 공주에게 청혼하시면서

      혼사의 주장主掌을 노나라에 맡기시옵소서.

 

      왕실과 혼사라?

      그건 왕실의 주상께서 하실 일이 아니겠소.

 

      더구나, 노 나라 와는 원수처럼 지내고 있지 않은 가.

      주공,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주공, 신이 그 문제를 해결하겠나이다.

 

제환공齊桓公은 공손 습붕隰朋을 사신으로 정하여 많은 예물을 싣고

왕실로 가게 하였으며, 별도의 서신을 주장왕周莊王에게 바친다.

 

      주상. 적으나마 예물을 받으시옵소서.

      여기 서신도 함께 가져왔나이다.

 

      으흠. 요즘 제나라 사정은 어떠한가.

      나라에 환공桓公이 군위를 이어받았나이다.

 

      하옵고, 또한 왕실의 공주님께 청혼하나이다.

      우리 환공桓公의 청을 허락해주시옵소서.

 

      나라의 뜻을 알겠노라.

      혼사 문제는 노나라에 이야기하겠노라.

 

이에 주장왕周莊王은 노장공魯莊公에게 사신을 보내어 혼사를

주장主掌 하게 하여 왕희王姬 공주를 제나라로 출가시키게 되었다.

 

      주공. 왕희王姬 공주의 혼사를 축하한다며

      . . 세 나라에서 공주님 들을 보내왔사옵니다.

 

      거참, 고마운 일이로다.

      우리도 세 나라에 예물을 보내도록 하라.

 

제후諸侯 들이 자기 딸들을 제나라에 보내온 것은 왕희王姬

공주의 출가를 축하하는 뜻으로 그 당시의 예법이 그러하였다.

 

      나라가 혼사를 주장主掌 하였기에

      와 노, 두 나라는

      지난날의 나쁜 감정을 모두 버리게 되었으며

      다시 새롭게 우호를 맺으면서 형제처럼 지내게 된다.

 

관중管仲은 비밀리에 제齊 나라의 힘을 키우면서 주변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강한 나라와는 화친을 맺으며, 작은 나라는 병합시켜 나간다.

 

      이는 약한 나라를 무조건 병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학식이 풍부한 선비 80여 명을 선발하여

      거마車馬에 의복과 많은 예물禮物을 싣고서는

 

      거의 1년여 동안 천하를 돌아다니게 하였으므로,

      그에서 각 나라의 사정을 파악하게 된 결과였다.

 

      중원의 분란을 일으키는 작은 나라나

      군주가 백성을 돌보지 않는 나라는 없애버린다는

      취지에서, 소리소문없이 병탄 정책을 펴며

      주변의 담나라 등 30여 개나 병탄시켰다.

 

관중管仲의 이러한 비밀 정책은 영토를 넓히고 인구를 증가시켜야

만이, 많은 재원과 많은 백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부국강병책으로

나라를 더욱 부유하고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였다.

 

      관중은 소리없이 대병탄大倂呑 정책을 펴나가며

      강대국에는 여전히 화의 정책을 유지해나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노나라와 송나라 간의 화해 중재였다.

 

송민공宋閔公은 승구乘丘 전투에서 남궁장만南宮長萬이 포로가

되면서, 참을 수 없을 만큼 오지게 패배를 당하였으므로, 그때까지도

나라와 원수처럼 지내고 있었다.

 

      중보仲父. 중보仲父께서는 무얼 하시오.

      주공. 무슨 일로 납시었나이까.

 

      나라에 홍수가 나, 온 마을이 물에 잠기고

      많은 사람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하오.

      나라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겠소.

 

      주공. 마침 말씀을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주공. 이참에 노와 송을 화해시키시옵소서.

 

      주공. 먼저 노나라에 사자를 보내시어

      가까운 노나라가 먼저 구원물자를 보내주면

      우리도 뒤따라 돕겠다고 하시옵소서.

 

      허 어. 알겠소.

      아예 전쟁을 없애자는 예기구먼.

 

      좋소. 사자로 누굴 보내겠소.

      대사마大司馬 인 왕자 성보成父가 어떠시겠나이까.

 

대사마大司馬 인 왕자 성보成父가 노나라에 사자로 가게 되자,

이때 노장공魯莊公은 시백施伯을 불러 의논한다.

 

      우리 노나라가 먼저 송나라를 도우라 하오.

      주공. 지난번엔 왕실의 혼사에 주장主掌을 맡기더니

      이제는 홍수가 심한 송나라를 돕자고 하옵니다.

 

      이 제안은 전쟁을 피하려는 제나라의 심정인바

      옳은 일이오니 돕지 않을 수가 없겠나이다.

      좋소, 송 나라에게 구원물자를 보내시오.

 

노장공魯莊公 역시 주변의 나라에 위협을 느끼던 터라, 지난날의

원한을 풀자며, 송나라에게 구원물자를 보내겠다고 하자, 이때

나라는 대단히 고맙다고 하면서, 또 한가지를 요청한다.     

 

      그동안 남궁장만南宮長萬이 큰 상처를 입고

      귀 노魯 나라의 감옥에 갇혀 있는바

 

      포로인 남궁장만南宮長萬도 함께 보내 주시옵길

      간곡히 청하나이다.

 

송민공宋閔公은 노魯 나라의 승낙을 겨우 받아내자, 노장공魯莊公의

많은 배려에 감격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하여 두 나라는 다시 예전의

우호 관계로 회복하게 되었다.

 

      남궁장만南宮長萬 장수.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소.

 

      그대는 송나라 제일의 장수將帥 이자

      천하에 소문난 역사力士가 아니오.

 

      나는 그대를 보물처럼 아끼며 대단히 자랑스러워하오.

      보약을 보낼 터이니 빨리 몸을 추스르시오.

 

      그래야, 옛날처럼 즐겁게 지내지 않겠소.

      주공. 감사하나이다.

 

송민공宋閔公과 남궁장만南宮長萬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랐으므로

농담弄談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그 후 남궁장만이

포로 생활에서 돌아온 후에도 그러한 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남궁장만南宮長萬 장수, 하하

      내가 지난날에는 존경하였으나

      앞으로는 그대를 존경하지 않으리다.

      어떻게 포로가 되었던 죄수를 존경하겠소. 하하

 

남궁장만南宮長萬은 송宋 나라 제일의 장수이자, 천하에 소문난 힘쎈

역사力士 였다. 또한 무예도 출중하여 싸움터에 나가,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송민공宋閔公은 남궁장만을 보물처럼 아끼며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하여 왔다.

 

      그런 중에 남궁장만南宮長萬이 승구乘丘승 전투에서

      포로가 되었다가 일 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왔다.

 

      남궁장만은 이를 몹시 부끄럽게 여긴 반면,

      송민공宋閔公은 은연중 앝보는 마음이 생겨났다.

 

송민공은宋閔公은 재미로 악의 없는 농담弄談을 하지만 포로가

되었다가 돌아온 남궁장만은 한나라의 장수로써 몹시 부끄럽게

생각하며, 놀릴 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슬며시 물러나곤 하였다.

 

      주공. 신 대부 구목仇牧 이옵니다.

      군신 간에는 예법으로 사귀어야 하옵니다.

      아무리 군주라도 신하를 희롱하면 아니 됩니다.

 

      그리하면 신하는 군주를 공경하지 않게 되며

      공경하지 않으면 예의에 태만하게 되고

      태만하게 되면 예의가 없어지나이다.

 

      예의가 없어지면 군주를 업신여기게 되고

      심하면 죽음까지 이르는 일이 생길 수도 있사옵니다.

 

      주공께서는 삼가고 또 삼가십시오. 

      남궁장만南宮長萬 과는 매우 가까운 사이다.

 

      나의 말에 노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구목仇牧은 너무 염려하지 말라.

      주공, 친하기에 더욱 예의를 갖춰야 하옵니다.

 

송민공宋閔公은 구목仇牧의 간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어언

일 년이나 지나간다.

 

      주공은 어디 계신가.

      이궁離宮이 있는 몽택蒙澤에서

      남궁장만南宮長萬 장수와 유희를 즐기고 있습니다.

 

몽택蒙澤 이라는 곳은 지금의 하남성 상구시 동북편 일대이며

그 당시 송민공宋閔公이 자주 놀러 가는 이궁離宮이 있었다.

 

      남궁장만南宮長萬. 어떻소.

      나와 내기를 해봅시다.

      좋지요. 뭘 해보려고 합니까.

 

      척극擲戟 놀이로, 창을 높이 던졌다가 떨어질 때

      한 손으로 못 잡으면 지는 것이오.

      단 열 번을 해야 하오.

 

척극擲戟 놀이는 무겁고 긴 창을 공중으로 높이 던져놓고 떨어질

때에 한 손으로 받아내는 장기長技 이다.

 

 101 . 자기 농담에 자기가 죽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