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98 화. 전쟁은 시간과 기회의 싸움인가.

서 휴 2022. 4. 27. 21:50

서휴 춘추열국지

 

98 . 전쟁은 시간과 기회의 싸움인가.

 

군주와 백성이 정으로 똘똘 뭉쳐있다면 싸워볼만 하다며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조말曺沫이 말하자, 이번엔 듣고 있던 노장공魯莊公이

조말曺沫을 시험하겠다는 듯이 물어 보는 것이다.

 

      우리 노군魯軍은 준비가 덜 되어있소.

      어떤 계책으로 제군齊軍을 막을 수 있겠소.

      그대는 어떤 계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오?

 

      주공, 전쟁이란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일을 꾀하는

      임기응변 臨機應變을 구사하게 되므로

      그에서 승리를 구하기도 하는 것이옵니다.

 

      어찌 전쟁터에 임하지도 않고 미리 계책을

      어떻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나이까.

 

      바라건대, 신에게 병거兵車 한 대를 내주시면

      타고 가면서 계책을 세워 보겠나이다.

 

      좋소. 나의 융로戎輅를 타고 갑시다.

      자, 우리 노군魯軍과 함께 장작長勺으로 갑시다.

 

노장공魯莊公조말曺沫의 말에 일단 따르기로 하였다. 그러나

조말曺沫에 대한 의심과 불안한 마음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다.


      이 건방진 조말曺沫이 만약 이번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이자의 목을 베어버리고 말리라!


      이렇게 결심한 노장공魯莊公은 일단 조말曺沫을

      노군魯軍의 전술가로 삼으며 병거 3백 승과 함께

      장작長勺 땅으로 신속히 움직여 나갔다.

 

      제군齊軍을 이끌고 먼저 진군한 포숙아鮑叔牙

      장작長勺 땅에 영채營寨를 세우고 있는데,

 

      이때 노장공魯莊公이 직접 노군魯軍을 이끌고

      접근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노군魯軍도 장작長勺 땅에 당도하여 진채陣寨를 세우게 되자

장작長勺 땅은 이제 제와 노, 두 나라 군사들이 대치하면서

커다란 전쟁터가 되어버리게 된다.

 

      우리 제군齊軍은 모두 군령을 잘 지키도록 하라.

      지난번처럼 용감하게 싸워 반드시 이겨야 한다.

 

      제나라 군사들은 건시대전乾時大戰에서

      통쾌하게 이겼으므로 모두 자신감을 가져라.

 

      누가 앞장서 적진을 점령하겠는가.

      그자에게는 중상重賞을 내리도록 하겠노라.

 

포숙아鮑叔牙 또한, 지난번 건시乾時 전투에서 승리하였으므로

이번에도 노군魯軍을 쉽게 이길 것으로 자만自慢 하여,

 

먼저 적진 깊숙이 공격하여 쉽게 점령해 버리겠다는 성급한

생각으로 요란한 북소리를 울리며 돌격 명령을 내렸다.

 

      조말曺沫 선생은 어떻게 하시려오.

      우리도 쟁()을 치고 북소리를 울리며

      용감하게 제군齊軍과 싸워야 하지 않겠소.

 

      주공, 제군齊軍의 사기가 매우 날카롭나이다.

      잠시 동정을 살피며 기다려 보시옵소서.

 

      내 그대의 말에 따르도록 하겠소.

      노군魯軍에게 재차 군령軍令을 전하라.

 

      제군齊軍이 쳐들어오더라도 응대하지 말라.

      진채陣寨를 잘 지키며 철저한 방비만 하여라.

      군중軍衆을 소란스럽게 하는 자는 참하겠노라.

 

나라 군사들이 노나라 진채陣寨에 돌격했으나, 노군魯軍

진채陣寨를 마치 철통같이 지키며 동요하지 않으니, 제군齊軍

싸우지도 못하고 퇴각할 수밖에 없어 징을 치면서 천천히 물러간다.

 

      이번에는 틀림없이 대응할 것이다.

      자. 다시 진격하여 노군魯軍을 쳐부수어라.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다시 제군齊軍이 재차 공격했으나, 역시

노군魯軍은 아무 소리도 못 들은 듯이 조용하게 진채陣寨 만을

지키므로, 제군齊軍은 공격도 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갔다.

 

      제군齊軍은 두 번이나 노나라 진채陣寨를 공격했으나

      이상하리만큼 조용했으며 노군의 진문陣門

      열리지 않으니 싸울 수가 없었다.

 

몇 시간 후 제군齊軍은 다시 북을 울리며 두 번이나 노군魯軍의 

진채陣寨를 공격했으나, 노군魯軍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에 화가 잔뜩오른 제齊나라 군사들은 삿대질 해가며 온갖 욕설만

실컷 퍼붓다가 물러갈 수밖에 없었다.

 

      노군魯軍은 겁을 먹은 것이다.

      다시 한번 힘차게 북소리를 울리며 돌격하면

      노군魯軍은 반듯이 도망가고 말 것이다.

 

      자. 모두 일제히 공격하라.

      우리 제군齊軍은 모두 공격하라.

 

그때까지 노장공魯莊公조말曺沫은 망루에 올라가 제군齊軍의

움직임을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다가, 제군齊軍이 또다시 쟁과 북을

울리며 세 번째로 노군 진영을 향해 쳐들어오는 것을 보게 된다.

 

      조말曺沫 선생. 제군齊軍이 세 번째 쳐들어오고 있소.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 이제야말로 진문을 열고 나가 싸울 때입니다.

 

      주공, 제군齊軍은 세 번째로 울리는 북소리가 되니

      이제 우리는 처음으로 북소리를 울려야 합니다.

      제군齊軍을 이길 수 있는 때는 지금이옵니다.

 

      속히 징과 북을 쳐서 우리 노군이

      앞으로 나아가 진격하도록 명하여라.

 

      우리 노군魯軍 이여. 일제히 공격하라.

      제군齊軍을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노군魯軍 진영에서 갑자기 북소리가 요란하게 울리자, 노군魯軍

돌연히 벌떡 일어나 칼과 창을 휘두르며 돌격을 감행하였다.

 

      그때 제군齊軍의 군사들은 노군魯軍

      아주 빈약하게 보며 깔보는 마음이 가득하였다.

 

      당연히 진문을 굳게 닫아걸고 지키다가

      도망갈 줄로 알고 마음을 풀고 있었으나

 

       느닷없이 북소리가 울리며 노군魯軍이 벌떼처럼

      일제히 몰려나오자 제군은 크게 당황하였다.

 

갑작스럽게 공격해 오는 노군魯軍의 기세는 마치 질풍노도와 같아

제군齊軍은 감히 막을 수가 없어 결국 쫓기게 되었으며, 이에

사기가 꺾인 제군齊軍의 잔병들은 자기 진영으로 도망치기 바빴다.

 

      조말曺沫 선생. 추격하여 전멸시킵시다.

      주공, 아직은 불가하옵니다.

      주공, 신이 한번 살펴보고 오겠나이다.

 

조말曺沫은 제군齊軍의 진지를 살펴보고 나서 급히 돌아오더니

제군齊軍이 도망친 방향을 가리키며 힘차게 말하는 것이다.

 

      이제 추격하시면 되겠나이다.

      빨리 추격하시어야 하옵니다.

      그러나 멀리는 가지 마시옵소서.

 

노군魯軍은 병거를 몰아 제나라 군사들의 뒤를 추격하여 30

리 정도 갔다가 멈추고 되돌아오면서, 노획한 치중錙重과 병장기와

군량미와 포로로 잡은 갑병甲兵 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세 번이나 공격해 온 적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이기다니, 그대는 어찌 이길 걸 알았소.

 

      주공,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기세입니다.

      기세가 강하면 이기고, 기세가 약하면 집니다.

 

      북을 울리는 것은 기세를 돋우기 위한 것입니다.

      한 번 울리면 기세가 강해지고,

      두 번 울리면 기세가 약해집니다.

      세 번 울리면 기세가 아예 없어집니다.

 

      신은 처음부터 북을 울리지 않고 기세를 숨겼다가

      적이 세 번 울렸으므로 적의 기세가 없어졌기에

      저는 한 번 북을 울려 기세를 일으켰습니다.

 

      강한 기세로 약한 기세와 싸우는데

      어찌 강한 기세가 패할 리 있겠나이까?

 

조말曺沫은 노군魯軍이 건시대전 乾時大戰에서 참패慘敗 하여

사기가 죽어있는 점을 참작하여, 제군齊軍이 세 번을 쳐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게 하자, 제군齊軍은 싸울 힘이 빠지고, 이에 반하여

노군魯軍은 사기가 진작된 걸 보고는 일시에 공격하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제나라 군사가 달아날 때 어째서

      즉각 추격하지 못하게 한 것이오?


      주공, 제나라 사람들은 속임수가 많습니다.

      복병을 숨겨두고 퇴각일 수도 있습니다.

 

      먼저 그들이 머물렀던 진영을 둘러보았습니다.

      수레바퀴 자국이 어지러운 것을 보고

      그제야 계획 없이 달아난 걸 알았습니다.

 

      조말曺沫조귀曹劌 선생. 그대야말로,

      용병 할 줄 아는 병술가兵術家 .

      이제 앞으로 노군魯軍의 군부를 맡아주시오.

 

노장공魯莊公은 노성魯城이 있는 곡부曲阜로 돌아가자, 조말曺沫을

대부로 삼고, 조말曺沫을 추천한 시백施伯에게 큰상을 내렸다.

이 일에 대하여 염옹髥翁이 읊은 시가 있다

 

      강한 제나라에 조나라여 걱정치 마라.

      이미 승산을 세워놓은 줄 누가 알았으랴.

 

      싸움에 나간 군사의 소식이 없더라도

      아무 걱정치 말라.

 

      고기 먹는 자는 풀 먹는 자보다

      계략에 있어 따라오지 못하니라.

 

제환공齊桓公은 노나라에 크게 패하여 포숙아鮑叔牙가 돌아오자

실망스럽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여 마음이 몹시 혼란하였다.

 

      우리 제군齊軍은 이번 싸움에서

      너무나 큰 피해를 보고 말았소.

 

      첫 싸움에서 많은 군사를 잃었으니

      이래서야 어찌 여러 나라의 제후들을 대하며

      어떻게 거느릴 수 있겠단 말이오.

 

      주공, 신 포숙아鮑叔牙 이옵니다.

      제나라와 노나라는 둘 다 천승지국千乘之國 이옵니다.

 

      군세軍勢가 비슷한바 주도권을 먼저 쥐는

      나라가 이기게 되어있사옵니다.

 

      지난 건시대전乾時大戰은 우리가 주도권을 잡았으며

      이번 싸움은 노나라가 잡았사옵니다.

 

      주공, 바라옵건대 송나라에 원군을 청하여 주시면

      송나라와 이번 수치羞恥를 갚고 돌아오겠나이다.

 

      주공, . 관중管仲 이옵니다.

      지금 또다시 노나라를 칠 때가 아니옵니다.

 

      지친 군사와 군마軍馬를 좀 쉬게 하여

      다음에 쳐들어가야 이길 수 있사옵니다.

 

      아니 오. 설욕雪辱은 해야 하지 않겠소.

      노나라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은 믿을 수 없소.

 

      내 기어이 노나라를 혼내주고 싶소.

      어서, 나라에 사신을 보내시오.

 

제환공은 여전히 관중의 말을 듣지 않고 포숙아鮑叔牙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며 송나라로 사자를 보내게 하였다.

주장왕周莊王 13년이며 송민공宋湣公 7년인 기원전 684년의 일이다.

 

나라는 제나라를 장작長勺 전투에서 이기자, 그해 2월에는

그 기세로 곧바로 송나라를 쳤었다. 이에 송민공宋湣公은 크게

패하여 어려움에 부닥쳐 있던 실정이었다.

 

      송나라 송민공宋湣公은 제양공齊襄公 때부터

      좋은 사이로 지내 온 사이였으므로

 

      공자 소백小白이 제환공齊桓公이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서는 매우 궁금하던 차였으며

      새로운 제환공과 화친을 맺으려 하던 참이었다.

 

그해 가을이 되어 제나라 사신이 찾아오자, 분을 참고 있던

송민공宋湣公은 노나라에 기어이 복수하겠다는 생각이 일어났다.

 

      허 어. 나라 사신은 먼 길을 어찌 왔소.

      우리 환공桓公께옵서 우호를 맺고자 하오며

 

      또한, 분하게도 장작長勺 전투에서 노나라에

      패한바, 함께 복수하시면 어떻겠나이까.

      어려우시면 지원군이라도 요청하나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나라의 새 군주에게

      축하 안부를 전하려 하였소.

 

      소문을 들어 아는 바와 같이, 우리도

      노나라에 당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소만

 

      좋소. 두 나라가 군사의 힘을 합하여

      노나라를 정벌하도록 해봅시다.

 

 99 . 사람고기 맛이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