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92 화. 인간의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서 휴 2022. 4. 26. 17:23
서휴 춘추열국지

 

92 . 인간의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공손 습붕隰朋은 내 말을 잘 들어보시오.

      노장공魯莊公은 관중管仲의 능력을 알지 못하여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소이다.

 

      오히려 제환공齊桓公이 된 공자 소백小白

      활로 쏘아 죽였다고 보고 하였으나

      버젓이 살아있음으로

 

      건시대전乾時大戰 발발하게 되었으며

      그 패배의 원인을 관중管仲에게 두고 있으면서

      마음속 깊이 원망하고 있을 것이오.

 

      이로 보아, 관중管仲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이오.

      노장공魯莊公은 결코 관중管仲을 쓰지 않을 것이오.

 

      포대부의 통찰력이 과연 대단하십니다.

      만약에 끝까지 말을 듣지 않아, 나라가

      관중管仲을 죽이려 든다면 어찌해야 합니까.

 

      맞소, 그 점이 매우 걱정되는 것이오.

      그럴 때는 우리 주군이 관중管仲이 쏜 화살에 맞아

      죽을 뻔한 일로 원한이 뼈에까지 사무쳐 있는바,

 

      우리 제환공齊桓公이 원한을 갚기 위해서라 하면서,

      그 일을 상세히 강하게 노장공魯莊公에게 이야기하면

      노후魯侯는 믿을 게 분명합니다.

 

공손 습붕隰朋은  이제 안심을 하고는 환한 얼굴로 포숙아鮑叔牙

서신書信을 받아들고, 그 즉시 문양汶陽 땅에서 출발하였으며,

나라 도성인 곡부성曲阜에 찿아가 노장공魯莊公에게

정중히 인사 올리며 포숙아鮑叔牙의 서신書信을 전하였다.

 

노장공魯莊公은 노魯 나라 국경 안에 있는 문양汶陽 땅에

제군齊軍포진하고 있는 사실에 크게 걱정하고 있다가  갑자기

제나라 대부 공손 습붕隰朋찾아오자  덜컥 겁을 내어 놀란다.

 

      외신外臣 인 포숙아鮑叔牙는 현명하신 노후魯侯

      삼가 백배百倍를 올리며 인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주인이 둘인 집안이 없사오며

      또한, 나라에도 군주가 둘이 될 수는 없나이다.

 

      이미 저희 주군께서 종묘사직을 받들고 있사온데,

      만약에 노후魯侯께서 공자 규를 앞세워 저희 제나라의

      군위를 빼앗고자 함은 불가한 일이 되었나이다.

 

      저희 주군께서는 형제간의 정리를 생각하여

      그 형을 차마 죽일 수 없사오니

      바라옵건대, 상국의 손을 빌리고자 합니다.

 

      나머지 관중管仲과 소홀召忽, 두 사람은

      저희 주군의 철천지원수가 되어있는 바이므로

 

      그 둘을 태묘太廟의 제사에 그 희생물로 삼겠사오니,

      저희에게 산채로 넘겨주시기를 청하는 바이옵니다.

 

노장공魯莊公정중하면서도 은근히 협박하는 포숙아鮑叔牙

서신에 크게 겁이 났으므로 급히 모사 시백施伯을 불러들였다.

 

      지난번에 그대의 말을 듣지 않고

      제나라에 쳐들어갔다가 패하여 돌아왔으므로

      이제는 제군齊軍과 대적할 힘조차 없소.

 

      제나라 대군이 국경에 포진하고 있으면서

      규공자를 죽이라고 하는 것이오.

 

      과인은 죽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바이오.

      공자 규를 죽이는 것과 살려 두는 것 중에

      어느 편이 우리에게 이롭겠는가.

 

      주공, 소백小白이 제후齊侯의 자리를 차지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인재를 잘 기용하여

      건시乾時 벌판에서 우리 노군魯軍을 꺾었나이다.

 

      이는 규가 결코 소백小白을 따를 수 없음이라

      더욱이 제나라 군사가 국경까지 넘어와

      우리를 심하게 압박하고 있사오니

      공자 규를 죽이고 강화를 맺는 편이 이롭겠나이다.

 

      꼭 그래야만 하겠는가?

      주공, 이제는 어쩔 수가 없나이다.

 

      할 수 없구나. 공자 언은 생두生竇 땅에 가서

      공자 규를 죽이고, 관중管仲 과 소홀召忽

      도성인 곡부성曲阜城으로 압송해오도록 하라.

 

      공자 언은 빨리 가도록 하라.

      주공, 신 공자 언은 곧바로 거행하겠나이다.

 

공자 언은 군사를 이끌고 생두生竇 땅에 도착하자마자, 공자

를 살해하고 나자, 관중管仲과 소홀召忽를 생포하려 하였다.

 

공자 언과 군사들이 두 사람을 생포하여, 함거轞車에 가두려고

하자, 소홀召忽이 하늘을 쳐다보며 갑자기 통곡하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를 위하여 죽으면 효라하고

      신하가 임금을 위하여 죽으면 충이라 한다.

      이는 각자가 맡은바 본분本分이 되리라.

 

      어찌 이런 질곡桎梏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나는 공자 규를 따라가 충을 행해야 하겠노라.

 

      관중管仲은 규와 나의 원한을 꼭 풀어주시오.

      관중管仲은 내 가족도 좀 돌봐주시오.

 

소홀召忽이 통곡하다가, 관사官舍의 기둥에 머리를 세차게

부딪치자, 하얀 뇌수腦髓가 터져 나오며 곧바로 죽자, 이를

지켜보던 관중管仲은 하늘을 우러르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자고로 군주를 위하여 죽는 신하도 있고

      살아남아야 하는 신하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죽어버리면 아무것도 해낼 수가 없도다.

 

      나는 공자 규와 소홀召忽의 원수를 갚아야 하며

      또한, 내 가슴 속의 큰 뜻을 꼭 이뤄보고 싶노라.

 

관중管仲은 몸을 굽혀 함거轞車 안으로 서슴없이 걸어 들어갔으며,

이 말을 전해 들은 노나라 대부들은 한결같이 관중을 비웃었다.

 

      관중管仲은 어리석은 자다.

      제나라로 끌려가면 죽을 줄은 모른단 말인가.

 

      신하 된 자로 자기 목숨을 아까워하여

      어찌 모시던 주인을 배반할 수 있더란 말인가.

 

그러나 이 말을 전해 들은 시백施伯 만이 관중管仲의 깊은 마음의

뜻을 꿰뚫어 보았으며, 또한 곡부성曲阜城으로 압송된 관중管仲

의연한 태도를 보면서, 보통 인물이 아님을 간파하게 되었다.

 

나라의 모사謀士 시백施伯은 그동안 관중管仲을 관철하였던

바를 노장공魯莊公에게 보고하며 의논하게 된다.

 

      주공, 신이 관중管仲의 용태를 살펴보니

      제나라로 압송된다. 하더라도

      결코, 죽일 것 같지가 안 사 옵니다.

 

      이 사람은 천하의 기재奇才 라 불리고 있으므로

      제나라는 죽이지 않고 반드시

      중히 임용하려 할 것이 틀림없나이다.

 

      주공, 나라가 관중管仲을 크게 써서

      제나라가 천하를 제패制覇 하게 된다면

 

      우리 노나라는 제나라를 받들게 되며

      제나라를 모시기에 바빠지게 될 것입니다.

 

      주군께서는 제나라에 이야기하여 살려주면서

      우리 노나라에 머무르게 하시옵소서.

 

      우리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되어

      관중管仲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그때는 우리가 그를 임용하여 쓴다면

      제나라를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관중管仲은 제후齊侯의 원수라 하는데

      우리가 보내주지 않는다면

 

      비록 우리가 규공자를 죽이기는 하였지만

      제후齊侯의 분노를 가라앉히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주공, 관중管仲을 쓰지 않으시려거든 아예

      죽이시고 그 시체만을 제나라에 보내시옵소서.

 

      그래야만 제나라의 앞길을 막는 것이며

      또 우리 노나라의 앞날이 평화로울 것입니다.

      좋소. 그렇게 해 봅시다.

 

관사官舍에 머무르고 있던 습붕隰朋은 노나라가 관중管仲

처형한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며 망설이지 않고 급하게 달려가

노장공魯莊公에게 정중하면서도 간곡하게 말한다.

 

      관중管仲이 우리 주군을 죽이려 활을 쏘았으나

      다행히 허리띠에 맞아 간신히 목숨을 구하였나이다.

 

      저희 주공께서는 그 일로 분하신 한이

      뼛속까지 사무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우리 주군께서는 손수 관중管仲을 죽여

      기어이 그 한을 풀고자 하시나이다.

 

       만약 관중管仲을 죽여 시체만 돌려보내신다면

      우리 주군께선 그 한을 풀 길이 없게 되나이다.

 

      그리된다면 노후魯侯께서는

      그 뒷일을 어찌 감당하시려 하나이까?

      널리 통촉洞燭 하여주시옵소서.

 

노장공魯莊公은 습붕隰朋의 말을 듣자 잠시 관사에서 기다리게

하고는, 또다시 모사謀士 시백施伯을 불러 의논한다.

 

      시백施伯은 관중管仲을 기재奇才라 생각하나

      나는 관중管仲을 그렇게 귀하게 보지 않소.

      그자는 말만 앞세우는 자요.

 

      소백召白을 죽이지 못하였으면서, 죽였다고 말하여

      이리 큰일을 그르치게 만든 자이오.

 

      더욱이 제환공齊桓公은 원수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자를 우리가 살려주고 등용까지 한다면,

 

      제환공齊桓公은 틀림없이 우리를

      불공대천不共戴天의 원수로 삼을 것이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관중管仲을 살려 보내어

      제환공齊桓公이 직접 죽이게 하는 것이 어떻겠소.

      주공, 급할 건 없사옵니다.

      이 삼일 더 두고 보시옵소서.

 

공손 습붕隰朋은 맘졸이고 기다리고 있을 수만 없어, 다음날 다시

찾아가 노장공魯莊公에게 제환공齊桓公이 직접 죽일이는 것이

틀림없다며 맹세하면서 간곡하게 간청하였다.

 

      노장공魯莊公은 건시 전투에서 패한 후로

      제군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공손 습붕隰朋의 위협적이며 간곡한 말에 겁을

      먹고는 신하를 불러 관중管仲을 풀어주게 하였다.

 

이에 공손 습붕隰朋은 공자 규와 소홀召忽의 머리를 담근 두

개의 목함木函과 관중管仲을 실은 함거轞車를 겨우 넘겨받자마자

그에 지체할 시간도 없이 재빨리 함거轞車를 몰고, 포숙아鮑叔牙

기다리는 문양汶陽 땅으로 달려가게 된다.

 

      나를 살려서 함거轞車에 싣고 가는 것은

      이는 포숙아鮑叔牙가 꾸민 일일 것이다.

 

      그러나 시백施伯은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

      노장공魯莊公이 비록 나를 풀어주기는 하였지만,

 

      혹시 그 마음을 바꾸어, 또다시

      나의 뒤를 쫓아와서 죽이려 한다면,

      내 목숨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로다.

 

관중管仲은 잠깐 궁리하더니, 황곡黃鵠 이라는 노래를 만들자마자

수레를 모는 군사들에게 힘차게 부르게 하면서 빨리 달리게 하였다.

 

      黃鵠黃鵠 戢其翼 縶其足

      (황곡황곡 집기익 집기족)

 

      노란 고니. 노란 고니 왜 날개를 접고, 있느냐

      다리가 묶여 있구나.

 

      不飛不鳴兮 籠中伏 高天何跼兮

      (불비불명혜 농중복 고천하국혜)

 

      날지도 울지도 못함이여 초롱 속에 엎드려 있구나.

      하늘은 높은데 왜 나는 몸을 구부리고 있는가.

 

      丁陽九兮 逢百六 引頸長呼兮 繼之以哭

      (정양구혜 봉백육 인경장호혜 계지이곡)

 

      뜻밖의 불행한 일을 당하여 백육의 액운을 만났도다.

      목을 늘어뜨려 길게 울더니 또 곡을 하며 우는구나.

 

      黃鵠黃鵠 天生汝翼兮能飛 (황곡황곡 천생여익혜능비)

      노란 고니. 노란 고니, 하늘이 날개를 주어 날 수 있는데

 

      天生汝足兮能逐 (천생여족혜능축)

      하늘이 다리를 주어 능히 달릴 수 있는데

 

      遭此網羅兮與贖 (조차망라혜여속)

      어쩌다 이런 그물에 걸린 나를 누가 구해줄까.

 

      一朝破樊而出兮 (일조파번이출혜)

      하루아침에 새장을 부수고 나가서

 

      吾不知其升衢 而漸陸 (오부지기승구 이점륙)

      큰길을 타고 올라만 가는데 점점 언덕만 나오니

 

      嗟彼弋人兮 徒旁觀而躑躅 (차피익인혜 도방관이척촉)

      누가 죽일까 안타까워하는데

      어찌 옆을 보며 머뭇거릴 수 있겠는가.

 

수레를 모는 사람들에 노래를 가르쳐주자, 즐거운 곡에 흥이 나서

힘껏 달리니, 사흘이나 걸릴 먼 길을 단 하루 반 만에, 나라의

경계를 벗어나 제나라의 국경을 넘어 들어가게 되었다.

 

      황곡黃鵠은 고니처럼 큰 새이면서 누런빛을 띠며

      한 번 날면 천 리를 간다, 하여 신선이 타고 다닌다.

 

      소위 속세를 떠나 은거하는 뛰어난 사람이나

      아주 현명한 현사를 비유하는 말로

 

      여기에서는 능히 하늘 높이 날 수 있음에도

      함거轞車에 갇히어 꼼짝 못 하는 안타까운

      관중管仲, 자신을 비유한 노래일 것이다.

 

93 . 큰 그릇은 얼마나 커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