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90 화. 군주의 판단이 나라를 망치는가.

서 휴 2022. 4. 25. 15:13

서휴 춘추열국지

 

90 . 군주의 판단이 나라를 망치는가.

 

노장공魯莊公은 제나라 대부 옹름雍廩이 스스로 공자 규

제후齊侯로 세우겠다며 모시러 온 바가 있었는데,

 

중손추仲孫湫가 나타나, 공자 소백小白을 제후로 세웠다고

큰 소리로 말하자, 몹시 화가 나 옹름雍廩을 보며 크게 꾸짖는다.

 

       이놈 옹름雍廩 . 네가 선봉장이냐.

       너는 공손무지公孫無知를 주살하였으며

       공자 규를 옹립하겠다고 나에게 청하고는

 

       인제 와서 마음을 쉽게 바꿀 수가 있느냐.

       너는 정말로 신의가 없는 놈이로구나.

 

노장공魯莊公이 화살을 제어 옹름雍廩을 쏘려고 하자, 옹름雍廩

부끄러운 듯이 머리를 조아리고는 얼른 도망쳐 달아난다.

 

       조말曹沫 장수는 저 옹름을 잡아 오도록 하라.

       옹름雍廩 , 도망가지 말고 게 서 있거라.

       조말曹沫 . 쫓아오지 마라.

 

       옹름雍廩 이놈아. 자꾸 도망만 갈 것이냐.

       조말曹沫 . 좋다. 우리 한번 겨눠보자.

 

       조말曹沫 , 방천화극을 아주 잘 쓰는구나.

       옹름雍廩 , 너도 칼솜씨가 제법이로구나.

 

방천화극方天畫戟은 길고 질긴 나무 자루가 달린 창으로, 자루에

무늬를 넣고 옻칠하여 반짝거리게 하였으며, 창끝은 정자형

모양으로 좌우 양쪽에 초승달 모양의 날카로운 칼날인 월아月牙

붙어있다. 월아月牙가 한쪽에 달린 것은 청룡극靑龍戟 이라 한다.

 

       도망가던 옹름雍廩이 갑자기 되돌아서서

       조말曹沫에게 덤비다가 몇 합을 겨루더니

       또다시 재빨리 되돌아서 도망가는 것이다.

 

조말曹沫이 힘차게 방천화극을 휘두르며 옹름雍廩을 추격하다

보니, 어느새 유인작전에 말려들어 적진 깊숙이 들어오고 말았다.

 

       어이쿠, 나를 포위하여 잡으려 하는구나.

       좋다. 사정없이 죽여주리라.

       제군齊軍 이놈들아, 덤벼라. 덤벼.

 

조말曹沫은 좌충우돌左衝右突 하며, 죽을 힘을 다하였으며, 화살을

두 개나 맞고서야, 겨우 제군齊軍의 포위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좌충우돌左衝右突

       왼 좌, 찌를 충, 오른쪽 우, 갑자기 돌.

 

       좌우로 마구 치고받고 부딪친다.

       아무에게나 함부로 맞닥뜨린다.

 

적진에 갇힌 조말曹沫을 구하려 쫓아가던 진자秦子와 양자梁子

갑자기 좌우가 진동하며, 일어나는 매복군에 휩싸이게 되었다.

 

       제군齊軍은 나, 영월寧越을 따르라.

       저놈들, 노군魯軍을 쳐부수어라.

 

       이 중손추仲孫湫를 따르는 우리 제군齊軍

       노군魯軍을 한 놈도 살려 보내선 아니 된다.

 

나라 좌우 군이 함께 공격해 오자, 포숙아鮑叔牙가 이끄는

중군中軍은 마치 긴 담장처럼 단단하게 움직이면서, 노군魯軍

에워싸는 듯이 날개를 펼치며 정면으로 힘차게 진격해 들어간다.

 

       노군魯軍의 전열이 흐트러지고 있다.

       모두 노군魯軍을 계속 쫓아라.

 

       노군魯軍이 달아나고 있다.

       마지막까지 살려 보내지 마라.

 

       노후魯侯를 사로잡는 자에게는

       만호萬戶의 읍에 봉하는 상을 주겠노라.

 

포숙아鮑叔牙가 큰소리로 노후魯侯를 사로잡으라고 외쳐대자,

제군齊軍이 모두 노장공魯莊公을 잡으려 융로戎輅를 쫓아간다.

 

       이때의 융로戎輅는 군주가 타는 지휘용 병거兵車 이다.

       이것은 두 개의 큰 바퀴를 달고 몸체는 나무로 짜였으며

 

       네 귀퉁이에 기둥을 세워 삼면을 가리면서 구멍을 뚫어

       내다보게 하였고, 뒤쪽만 드나들 수 있도록 트여있다.

 

융로戎輅의 뒤쪽에는 용머리 모양의 깃봉을 단 대패大旆 깃발을

세우고, 앞에서 달려들지 못하도록 긴 창을 앞쪽을 향하여 비켜

세워놓고 말 네 마리가 몰도록 하였다.

 

이를 사두마차四頭馬車라 부르기도 하며, 양옆의 말을 참마參馬

라고 하며 중앙의 두 마리 말을 복마服馬 라고 부른다.

 

       주공, 제군이 엄청나게 달려듭니다.

       주공, 어서 대패大旆 깃발을 버리소서.

       진자秦子 , 대패大旆 깃발을 빨리 버려라.

 

대패大旆 깃발은 번쩍이는 비단에 일월日月과 하늘로 올라가는

승룡昇龍과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가는 강룡降龍을 그려 화려하게

수를 놓은 지휘용 큰 깃발을 말한다.

 

      이 깃발은 전쟁터의 총지휘자인 왕이나,

      장군의 위엄을 나타내는 것으로 아주 화려 하였다.

 

       봐라. 저기 저 화려한 비단 깃발이 달려간다.

       저것은 노장공魯莊公이 타고 있는 융로戎輅 이다.

 

       누구든지 저 노장공魯莊公을 사로잡는 자는

       만호萬戶의 읍을 받게 되리라.

 

포숙아鮑叔牙가 노장공魯莊公을 먼저 사로잡는 자에게 만호萬戶

봉읍封邑을 주겠다고 큰 소리로 말하자, 제군齊軍의 군사들은

일제히 노장공魯莊公의 융로戎輅를 쫓아 벌떼같이 달려가게 된다.

 

이에 노장공魯莊公을 잡으려 융로戎輅를 쫓는 제군齊軍과 이를

저지하려는 노군 사이에 쫓기고 쫓는 이상한 싸움이 되고 만다.

 

       이에 다급해진 차우車右 진자秦子

       노후魯侯의 대패大旆 깃발을 융로戎輅에서

       뽑아내어 멀리 땅바닥으로 던져 버리는 것이다.

 

그때 그 뒤를 따라오던 양자梁子가 노후魯侯의 대패大旆 깃발을

줍자마자, 자기의 병거兵車 위에 꽂고는, 노후魯侯의 뒤를 따라서

거리를 조절하며 달려가는 것이다.

 

       양자梁子는 뭐 하는 거요.

       노후魯侯의 대패大旆 깃발을 빨리 버리시오.

       제군齊軍이 무자비하게 달려들고 있소.

 

       알고 있소. 나는 말이오.

       우리 노후魯侯의 대패大旆 깃발을 내가 들고 달려가면

       나라 군사들은 모두 이 대패大旆 깃발을 쳐다보며

       나를 우리 주군으로 알고 쫓아오게 될 것이오.

 

제군齊軍의 군사들이 줄기차게 대패大旆 깃발을 보면서 쫓아오자,

위급해진 노장공魯莊公은 전쟁터에서 지휘용으로 쓰는 거창한

융로戎輅에서 다급하게 내렸다.

 

       그리고는 말 한 필이 끌며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초거軺車 로 바꿔 타고,

       군졸로 변장하여 포위망을 벗어나려고 하였다.

 

진자秦子가 노장공魯莊公을 뒤를 바짝 쫓아가면서, 추격해오는

제군齊軍의 공격을 힘들게 막고 있었다.

 

그때 양자梁子가 대패大旆 깃발을 휘날리며, 진자秦子를 따르다가

왼쪽으로 비켜 달아나자, 모든 제군齊軍이 양자梁子의 병거兵車

꽂힌 대패大旆 깃발만을 보며, 줄기차게 따라가는 것이다.

 

        저것은 노장공魯莊公이 타고 있는 병거兵車 이다.

        내가 먼저 저 노장공魯莊公을 사로잡아

        만호萬戶의 읍을 받고 말리라.

 

제군齊軍이 노후魯侯의 대패大旆 깃발을 쫓아가는데, 양자梁子

병거兵車가 이윽고 골짜기 옆을 지나가게 되자, 매복해 있던

제군齊軍이 일제히 튀어나오며 겹겹으로 에워싸게 되었다.

 

       , 하하하, 나는 갑옷과 투구를 벗어 던지노라.

       나는 노나라의 양자梁子 라는 장수다.

       우하하, 우리의 주군은 이미 멀리 가신 지 오래되었도다.

 

양자梁子가 포로捕虜가 되어 끌려가자, 마침내 제군齊軍은 건시乾時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게 되었으며, 포숙아鮑叔牙는 징을 울리면서,

제군齊軍의 군사들을 전부 불러들이는 것이다.

 

       주공, 신 대부 중손추仲孫湫.

       노후魯侯의 융로戎輅를 끌고 왔나이다.

 

       주공, 신 대부 영월寧越.

       적장인 양자梁子를 사로잡아 왔나이다.

 

       양자梁子. 저놈을 이리 끌고 오라.

       양자梁子. 저놈은 우리를 기만한 놈이다.

       저놈을 진영 앞으로 끌고 나가 참수시켜라.

 

       제공齊公, 나는 참수를 겁내지 않노라.

       나로 인하여 나의 주공이 살아가셨도다.

       시끄럽다. 저놈을 빨리 끌고 나가거라.

 

       왕자 성보成父와 동곽아東郭牙

       노군魯軍의 배후로 적진 깊숙이 들어가더니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인가.

 

       주공, 그러하옵니다.

       이거, 참으로 걱정이 되는구나.

 

       대부 영월과 대부 중손추仲孫湫

       이곳 건시乾時에서 기다리다가,

 

       왕자 성보成父와 동곽아東郭牙가 돌아오거든,

       다 같이 함께 돌아오도록 하라.

 

제환공齊桓公과 포숙아鮑叔牙는 중군을 이끌고 개선가를 부르며

임치臨淄로 돌아갔으나, 노장공魯莊公의 퇴로를 막으러 떠나간

왕자 성보成父와 동곽아東郭牙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관중管仲 나리. 큰일 났습니다.

       노군魯軍이 제군齊軍에게 대패를 당하였다 합니다.

 

       헛 허, 노장공 혼자서 판단하더니 이거 큰일이로구나.

       대부 소홀召忽은 공자 규와 우리 진영을 지키시오.

 

       나는 노군魯軍의 본대를 구하러 빨리 가봐야겠소.

       관중管仲은 몸조심하시오.

 

그 무렵 노장공魯莊公의 지시에 따라, 후대에만 머물고만 있던

관중管仲은 노군魯軍이 건시대전乾時大戰에서 대패大敗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크게 실망하며 급히 쫓아나가게 된다.

 

그는 비록 자신을 조롱嘲弄 하던 노장공魯莊公 이라 하더라도,

지금은 공자 규를 지원하는 분이었으므로, 어떻게 하던 돕기

위하여 긴급히 건시乾時 들판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관중管仲은 이미 싸움에 지고 나서

       병졸  옷으로 갈아입고 초라하게 후퇴하고 있던

       노장공魯莊公과 장수 진자秦子를 만나게 되었다.

 

       노장공魯莊公은 뒤따라오던 패잔병들을 수습하여

       비록 적은 수지만, 그런대로 적을 맞아

       또 싸울 태세를 갖추려고 하는데,

 

       그때 마침 조말曹沫 장수도 역시 패잔병과

       남은 병거兵車를 겨우 수습하여,

       노군魯軍의 진영에 당도하고 있었다.

 

관중管仲은 너무 늦게 왔음을 후회하면서, 병거兵車 와 군사들을

어림으로 헤아려보아도, 열 중 일곱을 잃어버린 것으로 보였다.

 

       우리 노군魯軍은 군사들을 대부분을 잃으면서

       사기마저 모두 떨어져 있도다.

 

       우리는 이곳에 더 머물 수가 없겠도다.

       조말曹沫 장수는 노군을 빨리 퇴각시켜라.

 

노장공魯莊公도 더 싸울 수 없다는 걸 알고서는 어쩔 수 없이

전군에 회군回軍 명령을 내려 노나라로 귀환하려 출발하였다.

 

이틀째 되던 날이었다. 귀국하는 길 맞은편에 수많은 병거兵車

갑자기 나타났으며 노군魯軍을 가로막고 서 있는 것이다.

 

       주공. 초병哨兵 이옵니다.

       제군齊軍의 별동대別動隊 인가 봅니다.

 

       제군齊軍의 왕자 성보成父와 동곽아東郭牙

       제군齊軍을 이끌고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주공, 이 조말曹沫이 방천화극方天畫戟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활로活路를 열겠사오니

       주공께서는 멈추지 마시고 빠져나가십시오.

 

       진자秦子 . 나 조말曹沫을 엄호하라.

       제군齊軍 장수는 어서 나오너라.

 

       내 방천화극이 네놈의 목을 날려 줄 것이다.

       조말曹沫 , 퇴각하는 주제에 겁도 없구나.

 

       나라 동곽아東郭牙 . 또다시 만나는구나.

       좋다. 어서 덤벼라. 방천화극의 맛을 보여주리라.

 

       왕자 성보成父 . 이리 오너라.

       이 진자秦子 와 겨뤄보자.

 

제군齊軍의 동곽아東郭牙와 노군魯軍의 조말曹沫이 맞붙어 싸우는데

이때 왕자 성보成父가 튀어나오자, 진자秦子가 잽싸게 달려나가

그 앞을 가로막았으며, 이렇게 4명은 격렬한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이때 관중管仲은 노장공魯莊公을 보호하며,

       소홀召忽은 공자 규를 호위하면서

       제군齊軍의 대열을 뚫고 나가고 있다.

 

진자秦子와 조말曹沫이 죽기를 각오하고 과감하게 돌진해 싸우자,

그 기세가 엄청났으므로 제군齊軍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많은

노군魯軍이 겨우 빠져나가고 있는데 또 제군齊軍이 뒤를 쫓는다.

 

      제군齊軍은 저 노장공魯莊公을 사로잡아라.

      노장공魯莊公의 목에 만호萬戶가 걸려있다,

      어서 모두 노장공魯莊公을 사로잡아라.

 

91 . 한 나라의 군주는 오직 한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