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89 화. 먼저 온 자가 군주가 되는가.

서 휴 2022. 4. 25. 13:43

서휴 춘추열국지

 

89 . 먼저 온 자가 군주가 되는가.

 

나라 조정에는 포숙아鮑叔牙와 친하게 지내는 신료들이

많았다. 만약 규공자보다 소백小白 공자가 먼저 임치臨淄

입성하게 된다면, 소백小白 공자가 제후가 된다는 걸 짐작한

관중管仲은 이를 염려하여 소백小白 공자를 죽이려 활을 쏘았다.

 

      아 악. 허리에 화살이 꽂혔도다.

      아, 사람 살려라. 사람 살려 어.

 

      저 나쁜 관중管仲 놈이 우리 공자를 죽게 하였도다.

      아, 원통寃痛 하도다. 우리 공자께서 돌아가셨도다.

 

      저놈, 저 나쁜 원수 놈, 저 관중管仲 놈을 잡아라.

      관중管仲을 꼭 붙잡아 원한怨恨을 풀어 들이자.

      빨리 쫓아가 저 관중管仲을 잡아 와라.

 

황망해진 포숙아鮑叔牙가 화살을 빼주며, 공자 소백小白의 목숨을

구하려고 온 힘을 다하였으나, 그러나 끝내 구하지 못하였다.

 

포숙아鮑叔牙가 소백小白 공자가 죽었다고 몸부림치며, 크게 소리

내어 울자, 주변에 있던 군사들도 덩달아 큰 소리로 따라서 운다.

 

      허 허, 소백小白 공자가 내 화살에 맞았구나.

      공자 소백小白이 죽은 게 틀림없도나.

 

      이리되면 규공자만이 홀로 남게 되는 것이다.

      이제 규공자가 보위를 물려받게 되었구나.

      휴 우, 공자는 군주가 될 복이 있구나.

 

      자, 빨리 도망가자

      거군莒軍이 쫓아오기 전에 빨리 달아나야 한다.

 

      관중管仲 , 거군莒軍이 쫓아옵니다.

      관중管仲 , 빨리 달아나십시오.

 

노장공魯莊公은 노군魯軍을 이끌고 행군을 하여 오다가, 하루가

지난 후에야, 멀리에서 달아오는 관중管仲 일행을 만나게 된다.

 

      이제 돌아오는 것이오. 어떻게 되었소.

      가까스로 도중途中에 만나게 되었으나,

      여의치 못하여 소백小白 공자를 죽였사옵니다.

 

      소백小白 공자를 죽였다는 게 사실이오.

      틀림없이 활로 쏘아 죽였습니다.

 

      규공자께 경하慶賀 드리옵니다.

      이제 규공자께서는 군위에 오를 수 있나이다.

 

모두 관중管仲의 활 솜씨를 믿고 있었으므로, 노장공魯莊公과 규

공자 일행은 천천히 여유롭게 진군하면서, 지나는 고을의 관리들이

베푸는 대접을 받으면서, 나라 도성인 임치臨淄로 가게 되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화살은 소백小白의 허리띠에 맞았느니라.

 

      관중管仲은 활 솜씨가 매우 뛰어나도다.

      관중管仲은 맞추지 못하는 과녁이 없도다.

 

      죽지 않았다고 하였다면 다시 쏘았을 것이다.

      자, 이제 빨리 임치臨淄 로 달려가자.

 

소백小白은 화살을 맞자마자, 순간적으로 자기의 혀를 깨물어 피를

흘리면서, 죽은 듯이 주변 사람을 속이는 기지機智를 발휘하였다.

 

      소백小白 공자님, 수고하셨습니다.

      관중管仲이 이미 가버린 것으로 보이나?

 

      관중管仲이 다시 올까 걱정이 됩니다.

      가는 행차를 더욱 빨리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소백小白은 평복으로 갈아입고, 편안히 누워 갈 수 있는 온거溫車

갈아탔으며, 지름길을 찾아 임치臨淄로 계속 달려만 가는 것이다.

 

      자. 이제 임치臨淄에 이르렀소.

      공자 소백小白과 이 포숙아鮑叔牙

      임치臨淄 성에 들어가 대부들을 만날 것이오.

 

      거나라 군사들은 잠시 성 밖에

      머물러 있으면서 좀 기다려 주시 오.

 

나라 신료들은 공자 규를 모시고자, 나라에 사자로

간 대부 옹름雍廩이 돌아올 때까지 초조하게 기다리는 중이었다.

 

      여러 대부께서는 그간 안녕들 하시었소.

      오, 포숙아鮑叔牙, 정말 반갑소이다.

 

      아니 언제 온 것이오.

      지금 막 소백小白 공자와 함께 왔소이다.

 

      자 여러분, 공자 소백小白의 현명함은

      모두가 알고 있지 않소.

      자, 이제 소백小白 공자를 군위에 올려세웁시다.

 

      공자 규가 오면 어쩌시려 하시오.

      이미 두 군주가 차례로 살해된 이 난국은

      현명한 사람이 아니면 수습할 수가 없소이다.

 

      여러분들은 공자 규를 모시려 하고 있으나

      공자 소백小白이 이곳에 먼저 왔으니

      이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우리 백성들도 노나라를 싫어하잖소.

      더구나 노후魯侯가 공자 규를 옹립하려 하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려 하는 것이 아니겠소.

 

      옛날 송장공宋莊公이 정나라의 공자 돌

      정백鄭伯으로 세워줬다는 구실로,

 

      한없이 그 대가를 요구하여 수년간

      병화兵禍 가 그칠 날이 없었지 않았소이까.

 

      근래에 수많은 난리를 치른 우리 제나라가

      만약 노후魯侯가 무리한 요구를 해온다면

      우리가 어찌 다 받아들일 수 있겠소이까.

 

      그렇다면 그대는 노후魯侯에게 어떤 핑계를 댈 것이며

      어떻게 노군魯軍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우리가 이미 우리의 군주를 정하였다 하면

      노후魯侯는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오.

 

와 노나라는 오래전부터 경쟁 관계로 대치하고 있었으며,

더구나 문강文姜과 제양공齊襄公의 좋지 않은 일이 오래갔던바,

나라 신료들은 노나라를 무척 꺼리고 있는 분위기였다.

 

      나, 대부 습붕隰朋 이오.

      포숙아鮑叔牙 대부의 말씀이 옳습니다.

      나. 동곽아東郭牙도 습붕隰朋의 말에 따르겠소이다.

 

      허 어, 나라가 문제를 일으키면 어찌 하려 하시오.

      잘못하면 노나라와 전쟁을 할 수도 있소이다.

      우리는 어수선하여 노와 싸울 만큼 힘이 없소이다.

 

      무슨 말이오. 노나라가 전쟁을 하자면 싸워야지요.

      그 문제는 다음에 대처하기로 하고

      우선, 먼저 공자 소백小白를 세웁시다.

 

포숙아鮑叔牙와 평소 마음이 통하던 습붕隰朋과 동곽아東郭牙

적극적으로 협력하자, 다른 대부들도 적극 동조하게 되었으며,

이제는 원로대신인 고경중高敬仲과 고혜高傒, 두 원로를 찾아가

어렵게 설득하여 허락까지 받아내었다.

 

      포숙아鮑叔牙는 언제나 베풀며 살아온 모습을

      대부들이 아는바, 나라 신료들은

      관중管仲 보다는 포숙아鮑叔牙를 더 인정하였으므로,

      이에 소백小白 공자가 득을 보게 되는 것이다.

 

공손무지公孫無知가 살해당하여 공석이 된 제나라의 보위에,

마침내 소백小白이 오르면서, 제환공齊桓公 이라 불리게 되었다.

 

      주공. 노군魯軍이 당도하기 전에

      대부 중손추仲孫湫를 사자使者로 보내시어,

      제나라에 이미 군주가 섰음을

      노장공魯莊公에게 알리셔야 하옵니다.

 

제환공齊桓公의 즉위를 알리려 할 그때는, 이미 노장공魯莊公

노군魯軍을 이끌고 임치臨淄 성 앞에 당도하고 난 뒤였다.

이에 대부 중손추仲孫湫는 성문위에서 고함 지르게 된다.

 

       나는 노장공魯莊公 이다.

       너희는 임치臨淄 성문을 어서 열어라.

       

       노후魯侯께 죄송한 말씀이오나,

       이미 공자 소백小白이 군위에 올랐습니다.

 

노장공魯莊公은 제나라가 임치臨淄 성문을 열어주지 않으면서

더구나 죽었다던 공자 소백小白이 군위에 올랐다고 통지하자,

노장공魯莊公 뿐만 아니라 공자 규와 관중管仲도 너무나 놀랐다.

 

처음엔 어리둥절하던 노장공魯莊公은 이에 더욱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제나라를 향하여 더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제나라는 들어라.

      무릇 군주는 장자를 세우는 법이다.

 

      너희는 어찌하여 나이도 어린 동생을

      군위에 앉히려 하는 것인가.

      어서 공자 규를 모시어라.

 

      먼 곳에서 달려온 우리 노군魯軍의 발걸음을

      절대로 그리 헛되이 만들지는 못하리라.

 

노장공魯莊公의 움직이는 상황을 파악한 대부 중손추仲孫湫

임치臨淄 성에 돌아가 보고하자, 제환공齊桓公과 포숙아鮑叔牙

중신들은 대책을 세우느라 바빠지게 된다.

 

        노후魯侯가 물러가지 않으니 어쩌면 좋겠소?

        우리가 순순히 말을 듣게 된다면

        대군을 앞세워 틀림없이 무리한 요구를 할 것이오.

 

        구태여 노후魯侯께 변명할 이유가 없소이다.

        우리는 당당히 맞서 싸우면 됩니다.

 

        좋소, 일단 노군魯軍을 막아낼 준비를 합시다.

        좌군左軍 대장에는 동곽아東郭牙

        부장에는 중손추仲孫湫를 임명하고

 

        포숙아鮑叔牙는 친히 중군中軍을 이끌고

        옹름雍廩을 선봉으로 삼아 

        노군魯軍의 진격을 철저히 막아 봅시다.

 

나라가 동원한 제군齊軍은 병거兵車 5백 승의 대군이므로

각기 군사를 셋으로 나누어 삼군의 배치가 끝나게 된다. 이때

동곽아東郭牙가 포숙아鮑叔牙에게 좋은 계책을 제안하는 것이다.

 

       우리가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는 걸 알면

       노후魯侯는 직접 공격하지 못할 것입니다.

 

       노후魯侯 꼭 싸우려 한다면 막아낼 방도가 있소이다.

       우리 임치臨淄 에서 얼마 가지 않으면

       수초樹草가 많은 건시乾時 라는 곳이 있소이다.

 

       그곳은 넓은 곳이라 노군魯軍이 진채를 세울 것이며

       그 건시乾時에 군사를 매복시킬 마땅한 장소가 있습니다.

 

        한 떼의 군마를 건시乾時에 매복시켰다가

        노군魯軍이 당도하여 미처 진용을 세우기 전에

 

        그 틈을 이용하여 먼저 공격하게 된다면

        반드시 이번 전투에서 이길 수 있소이다.

 

        정말 훌륭한 계책이오.

        영월寧越 과 중손추仲孫湫는 건시乾時로 나아가

        큰길 양쪽의 옆으로 철저히 매복하고 있으시오.

 

        왕자 성보成父와 동곽아東郭牙

        우군과 좌군의 본대를 이끌고 다른 길로 우회하여

        노군魯軍의 배후를 공격하시오.

 

       선봉장先鋒將은 옹름雍廩이 맡으시어

       노군魯軍에게 싸움을 걸어 반드시 유인하시오.

 

한편 공자 규를 호송하여 급히 건시乾時에 당도한 관중管仲

앞으로 달려나가, 노장공魯莊公에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소백小白이 군위에 오른 지가 오래지 않아

       백성들의 마음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신속히 움직여, 재빨리 임치臨淄 를 포위한다면

       틀림없이 안에서 변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이리되면 속전속결 할 수 있나이다.

 

       어허. 그대의 말대로라면 소백小白은 화살을 맞아

       이미 오래전에 죽었어야 한다.

 

       거짓말한 관중管仲은 아직도 더 할 말이 있는가.

       어서, 저리 비키도록 하라.

 

노장공魯莊公은 관중管仲이 소백小白을 죽였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오해하였으므로, 관중管仲의 능력은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시하면서, 건시乾時 들판에 진을 치도록 명령하는 것이다.

 

관중管仲은 이 모습을 보며,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걸 짐작하게

되며, 할 수 없이 시키는 데로, 공자 규와 얼마 안 되는 군사를

이끌고, 노군魯軍과 약 5리 정도 떨어진 곳에 진채를 세웠다.

 

       주공. 세작細作 이옵니다.

       제나라 군사들이 건시乾時 들판에 진영을 세우면서

       선봉장 옹름雍廩이 싸움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자, 모두 전열을 가다듬어라.

       선봉장인 저 옹름雍廩 을 먼저 죽여

       제나라 군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라.

 

나라를 제압하여 규공자를 세우려는 노장공魯莊公과 이미

공자 소백小白을 군주로 세웠기에 간섭하지 말라는 제군齊軍 간에

 

나라 군위 계승 싸움이 건시乾時 들판에서 벌어지게 되며,

이를 건시대전乾時大戰 이라 부르게 된다.

건시乾時 땅은 오늘날 산동성 익도현益都縣 지역이다.

 

90 . 군주의 판단이 나라를 망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