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93 화. 큰 그릇은 얼마나 커야 하는가.

서 휴 2022. 4. 26. 18:15
서휴 춘추열국지

 

93 . 큰 그릇은 얼마나 커야 하는가.

 

다음날 이른 아침이 되어서야, 노나라 모사謀士 시백施伯은 조정에

들어가자마자, 나라 공손 습붕隰朋이 함거에 모두를 싣고

떠나간 사실을 알게 되자 깜짝 놀라 노장공魯莊公을 만났다.

 

       주공, 큰일이옵니다.

       우리에 갇혀 있는 호랑이를 풀어준 셈입니다.

 

       새로이 군위에 오른 제환공齊桓公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있다고 하오며,

       그 곁에는 포숙아鮑叔牙 라는 현신이 있사옵니다.

 

       관중管仲은 절대로 죽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자는 천하를 경영할 기재奇才 라고

       이미 제나라에 소문이 나 있는 자입니다.

 

       그자가 만약 지략을 편다면 그로 인해

       우리 노나라는 고단해지게 됩니다.

 

       과인이 그대의 말을 듣지 않고,

       공손 습붕隰朋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것이오.

 

       시백施伯, 내가 잘 못 판단하였소.

       인제 와서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추격대를 보내어 관중管仲을 잡아 오십시오.

 

       만일 여의찮다면 죽여버려야 하옵니다.

       으 음. 대부 시백施伯의 말이 옳도다.

 

       공자 언은 빨리 쫓아가 관중管仲을 잡아끌고

        오거나, 부득이하다면 죽이고 돌아오라.

 

노장공魯莊公은 시백施伯의 말을 듣자 크게 후회하였으며,

이에 급히 공자 언에게 빨리 쫓아가 잡아 오도록 명령하였다.

 

       시백施伯은 제나라 공손 습붕隰朋

       어느 쪽으로 갔다고 보시 오.

       주공, 가까운 문양汶陽 쪽으로 가고 있을 것입니다.

 

공자 언은 긴급히 가장 날쌘 기마병으로 추격대를 만들었으며

제나라 공손 습붕隰朋이 몰고 가는 함거轞車의 뒤를, 아주 빠른

속도로 쫓아가기 시작했다

 

       주공. 신 공자 언이옵니다.

       얼마나 빨리 달아났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문양汶陽 땅의 제군 진지로 들어가지 않고,

       이미 제나라 국경 안으로 들어가 버렸나이다.

 

       아니. 그리 빨리 달아날 수 있더란 말이냐.

       허 어, 관중管仲의 운명이 그를 살려 주는구나.

 

관중管仲은 제나라 국경 안으로 들어가자 이제 겨우 안도하였으며,

이제는 황곡黃鵠 노래를 천천히 여유롭게 부르게 하였다.

 

       어휴. 이제 겨우 살아났구나.

       하늘이시여. 고맙사옵니다.

       다시 태어나게 해주시어 감사하나이다.

 

공손 습붕隰朋이 함거轞車를 이끌며 당부堂阜 땅에 당도하였다.

이때 먼저 와서 기다리던 포숙아鮑叔牙가 관중管仲을 보자마자,

마치 다시없는 보물을 대하는 듯이 매우 반가워하였다.

 

       관중管仲은 그동안 무량無量 하신가?

       , 함거轞車를 부셔서라도 빨리 꺼내드려라.

 

       그대는 군명을 받지도 않고, 어찌하여

       함부로 함거轞車에서 꺼내주려 하는 것인가.

 

       사람이 상하지 않아야지, 내가 주군께

       천거할 수가 있지 않겠는가.

 

포숙아鮑叔牙가 좌우에 명하여 즉시 함거轞車를 부셔 관중管仲

밖으로 나오게 하였으며, 서로는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공자 규가 죽어 군위에 모실 수가 없게 되었네.

       또한, 내가 그 난중에 죽지 못한 신하로서

       절개가 꺾였다고 할 수가 있겠네.

 

       이제 다시 얼굴을 바꿔,

       내가 모셨던 주인을 죽인 원수를

       어떻게 군주로 모실 수가 있단 말인가.

 

       자결해버린 소홀召忽이 이 일을 알면

      지하에서 나를 얼마나 비웃고 있겠는가.

 

       , 별소릴 다 하는가.

       큰일을 도모하는 자는 조그만 수치에 개의치 않으며,

 

       큰 공을 세우고자 하는 자는

      에 구애받으면 안 된다고 하였네.

 

       소홀召忽이 죽음을 택한 것은 사는 것보다 훌륭하고,

       관중管仲이 살아남은 것은 죽음보다 훌륭하도다.

 

       자네는 천하를 경영할 재주를 갖고 있음에도

       아직 그때를 만나지 못하였음을 내가 알고 있네.

 

       내가 모시고 있는 소백小白은 그 품은 뜻이 크고 높아

       만약에 자네가 잘 보좌하여 제나라를 다스린다면

      천하의 패업覇業을 이루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네.

 

        자네의 공이 천하를 덮을 수 있고

       자네의 명성이 천하에 울려 퍼질 수가 있는데

 

       어찌하여 필부의 절개만을 운운하며

       세상사에 아무 이익이 안 되는 말만 하고 있는가.

 

       관중管仲은 눈물을 보이지 말게나.

       포숙아鮑叔牙, 그대는 내 진정한 친구일세.

 

       그대가 없었다면 어찌 내가 있을 수 있겠는가.

       관중管仲, 자 우리 손 한 번 잡아보세.

       우리 함께 앞으로 힘차게 살아보세나.

 

관중管仲이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포숙아鮑叔牙는 그 즉시로

관중의 결박을 풀어주며, 당부堂阜의 역관驛館에 머물게 하고는

곧바로 수레를 타고 임치臨淄 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주공, 관중管仲은 임치臨淄에 돌아왔으나,

       지은 죄를 사면赦免 받은 것이 아니므로,

 

       제환공齊桓公의 명이 떨어지기 전에는

       임치臨淄 안에 들어갈 수가 없는 처지였다.

 

포숙아鮑叔牙는 혼자만 성안으로 들어가 제환공齊桓公에게 노

나라에 다녀온 일을 보고 하면서, 엉뚱한 인사를 올리는 것이다.

 

       주공. 포숙아鮑叔牙 이옵니다.

       다녀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소.

 

       주공, 먼저 조의弔意를 표하옵고

       다시 경하慶賀의 말씀을 올리나이다.

 

       어찌하여 조의弔意를 표하시오.

       공자 규는 주군의 형님 되시는 분인데

       주군이 나라를 위하여 대의멸친大義滅親 하시니

 

       주공, 비록 어쩔 수 없이 한 일이시지만, 신이

       감히 조의弔意를 표하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조의弔意는 그렇다 치고 경하慶賀는 무슨 일이오.

       주공, 관중管仲은 천하의 기재라 소홀召忽 과는

       비할 바가 못 되어 신이 살려 데려왔나이다.

 

      주군께서 현신을 한 명 얻었사오데

       신이 어찌 경하慶賀 드리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관중管仲 이라는 놈은 나를 죽이려고 활을 쐈으나

       하늘이 나를 도와 허리띠에 맞아서 내 목숨을 건졌소.

 

        내가 그때의 원한을 잊지 못하여

        분을 참지 못하며 아직도 그 화살을 갖고 있소.

 

       내가 그놈만 생각하면 이가 갈려

       그의 고기를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은데

       항차 불러서 쓴다는 말이 가당키나 하겠소.

 

       주공, 신하 된 자는 각기 그 주인을 위하는 법이옵니다.

       주군의 허리띠를 맞출 때는 관중管仲은 오로지

       그 주인인 공자 규만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주공, 만약 관중管仲을 불러 쓰신다면

         주군께서는 천하를 향해 활을 쏠 수 있사온데

       어찌하여 허리띠만을 말씀하시나이까.

 

       내 경의 말에 따라 죽이지는 않으리다.

       그자를 그런대로 경이 알아서 하시오.

 

포숙아鮑叔牙는 제환공齊桓公이 관중管仲을 용서해준 것만으로

고맙게 생각하였으며, 이에 당부堂阜에 있는 관중管仲을 매일

자기 집으로 영접하였으며, 조석으로 담론談論 하고는, 다시

당부堂阜에 있는 역관驛館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이때 제환공齊桓公은 나라가 안정되었다고 판단하자, 조례를

열게 하였으며, 조례 석상에서 논공행상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번에 과인을 군위에 오르도록 공을 세웠으며,

       또한, 대를 이어 재상宰相을 역임하시는

       원로대신인 고경중高敬仲과 고혜高傒

       두 집 안에게 식읍食邑을 더하여 주었고,

 

       그리고 모든 신하의 공로를 표창하여 벼슬과 토지를

       나눠주면서, 포숙아鮑叔牙 만을 남겨놓는 것이다.

 

조정朝廷의 모든 신료臣僚는 포숙아鮑叔牙를 상경에 임명하여

국정國政을 전반적으로 맡기려 하는 것으로 판단하게 되었다.

 

       포숙아鮑叔牙, 스승께서는 상경上卿의 자리를 맡아

       국정國政을 전반적으로 잘 이끌어 주시 오.

 

       주공, 신 에게는 나라 살림을 감당할 수 있는

       그리 큰 재주가 없사옵니다.

 

       과인은 경을 잘 알고 있는 바이오.

       어찌하여 사양만 하려 든단 말이오.

 

포숙아鮑叔牙가 사양하면서 국정을 운영할 인재로 관중管仲

천거하자, 제환공齊桓公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묻는다.

 

       스승님. 스승님이 계시온데

       관중管仲을 굳이 왜, 추천하려 하십니까.

 

       주공. 나라 하나만을 다스린다면

        이 포숙아鮑叔牙 하나만으로 충분하오나?

       천하를 다스리려면, 관중管仲이 필요하나이다.

 

       아시는 바처럼, 이 포숙아鮑叔牙는 매사에 조심하고,

       근신할 뿐이며 그저 법도만을 잘 지키고 있사옵니다.

 

        이것은 신하 된 자로 당연히 갖추어야 할 도리이오나

       큰 나라를 다스리는 재주로는 부족하옵니다.

 

포숙아鮑叔牙는 더 이야기하지 않으며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마침 제환공齊桓公과 고담준론高談峻論을 나누다가 또 시작된다.

 

       허 어. 어찌하여 자꾸 사양만 하는 것이오.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말해보시오.

 

       주공. 신이 말씀 올리겠나이다.

       무릇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주공을 공경하며

       안으로는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며,

 

       밖으로는 사방의 오랑캐들을 어루만지면서

       우리나라에 병합시키는 공적功績을 세운 후에

 

       무릇 제후諸侯 들에게 덕을 베풀면서

       천하를 저 태산처럼 안정시키는 것이며,

 

       공적功績을 금석金石 처럼 탄탄하게 드리면서,

       군주으로 하여금, 한량없는 복을 누리게

       할 뿐만이 아니오라,

 

       군주의 이름을 천추에 전할 수 있는 자만이

       우리 제나라의 재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군주를 보좌하는

       소임을 다할 수 있사온데,

 

       신에게 어떻게 이런 막중한 소임을

       어찌 감당하라 하시나이까.

 

제환공齊桓公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흔연欣然 한 기색이 되어

무릎을 앞으로 당기며 포숙아鮑叔牙에게 정중하게 물어본다.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정말 있다는 것이오?

       그러한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단 말이오?

 

       주군께서 구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지

       만일 구하려 하신다면 바로 얻을 수가 있나이다.

 

       허 허, 그런, 그 사람이 누구요?

       그 사람이 바로 관이오管夷吾 입니다.

       허 어, 또 관중管仲을 말하는 것이오?

 

       주공, 관중管仲은 사람으로서  사람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을 아는 사람이옵니다


       사람이 이룰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을 말함이오.

       공명功名을 크게 세우는 것을 천명天命 이라 하오나

       어찌 천명으로 공업功業을 이룰 수 있겠나이까?

 

       하늘의 천명天命 뒤에는 반드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능력이 따라야만 하옵니다.

 

       나라를 세운 탕왕湯王

       이윤伊尹을 만난 것은 천명이요,

 

       이윤이 하나라를 멸하고 백성을 구한 것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또한, 주문왕周文王이 태공망太公望

       만난 것은 천명이라 할 수 있으나

 

       태공망太公望이 은나라를 멸하며

       어지러움 속에서 백성을 구한 것은

       태공망太公望의 능력이 따랐기 때문입니다.

 

94 . 나라의 기강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