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91 화. 한 나라의 군주는 오직 한 사람인가.

서 휴 2022. 4. 25. 15:29

서휴 춘추열국지

 

     29. 포숙아의 활약.

 

91 . 한 나라의 군주는 오직 한 사람인가.

 

       어휴, 제군齊軍이 끈질기게 쫓아오는구나.

       저건 또 뭐냐.

       붉은 전포戰袍를 입은 나이 어린 장수가 아니냐.

 

       저놈이 우리를 끝까지 추격해오다니.

       좋다. 내 화살 맛 좀 보아라.

 

       아니 저놈은 또 무어냐.

       하얀 전포戰袍를 입은 놈이로구나.

 

       어린놈들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추격해오는구나.

       저놈은 노장공魯莊公을 노리고 있구나.

 

       좋다, 내 화살을 받아라.

       관중管仲, 기다리시오. 내가 쏘겠소.

 

맹렬히 추격해오는 붉은 전포를 입은 어린 장수를 관중管仲이 활로

쓰러뜨리자, 하얀 전포는 노장공魯莊公이 활을 쏘아 죽였다.

 

       두 어린 장수가 쓰러지자,

       제나라 군사들이 두려워하여 멈칫하는 사이에,

       노군魯軍은 활로를 열어 퇴각하기 시작하였으나,

 

       그러나 제군齊軍은 추격을 늦추지 않고

       끈질기게 계속 쫓아오고 있었다.

 

이러다간 모두 포로가 되거나 전멸당하게 될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

그때였다. 관중管仲이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노군魯軍이 들으라며

아주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린다.

 

       노군魯軍은 모두 내 말을 들어라.

       가지고 있는 치중錙重 도 버리고,

 

       쓰지 않는 병거兵車 들과 짐이 되는

       병장기兵仗器 들도 모두 빨리 버려라.

        노군魯軍은 아까워하지 말고 모두 버려라.

 

치중錙重은 군대의 군수품을 말하는 것이며, 노군의 뒤를 추격하던

제군齊軍은 길에 떨어진 치중錙重과 병장기 등을 줍느라, 대오가

혼란해지며 흐트러졌으므로 노군魯軍은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저 제군齊軍 놈들이 욕심낼 때 멀리 가자.

       이제 제군齊軍은 따라오지 않는구나.

 

       조말曹沫 장수. 부상이 심하십니까.

       나는 왼팔을 다쳤으나 진자秦子가 걱정되오.

 

       조말曹沫 장수님. 진자秦子 장수는 죽었습니다.

       아니, 정말 죽었단 말이냐.

       나를 많이 도왔는데 너무 안타깝구나.

 

관중管仲이 치중錙重을 버리라는 명령을 갑자기 내렸으므로,

노군魯軍은 간신히 제군齊軍의 추격을 뿌리치고, 사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나, 그러나 너무나 심한 피해를 보고 말았다.

 

       공자 규를 제후齊侯로 세워주기 위해 벌인

       건시乾時 전투에서 노장공魯莊公

 

       좌우 장수인 양자梁子와 진자秦子를 잃었으며,

       노군魯軍7할을 잃게 되는 대참패를 당하였다.

 

       또한, 문수汶水 상류의 기름진 문양汶陽의 들판을

       뺏기면서 노나라가 생긴 이래로 가장 큰 손실과

       굴욕을 맛보면서 당분간 일어설 수 없게 되었다.

 

       이 모두 공자 소백小白을 받들어 제후齊侯로 세우며

       치밀하게 노군魯軍을 물리친 포숙아鮑叔牙의 공이 컸다.

 

이에 어느 사관史官이 노장공魯莊公이 건시乾時의 싸움에서 패한

것은, 스스로 화를 불러온 일이라고 한탄恨歎 하여주었다.

 

       子糾本始仇人胤 (자규본시구인윤)

       何必勤兵往納之 (하필근병왕납지)

 

       아들인 규는 원래 원수의 혈육인데

       하필 군사를 동원하면서까지 군위에 앉히려 하였는가.

 

       若念深仇天不戴 (약념심구천부재)

       助糾不若助無知 (조규불약조무지)

 

       불구대천의 원수와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음인데

       규보다는 공손무지公孫無知를 도와야 하지 않았겠는가.

 

제군齊軍의 왕자 성보成父와 동곽아東郭牙는 그 뒤를 쉬지 않고

쫓아가 문수汶水를 건너, 나라 경내인 문양汶陽의 들판까지

추격하면서 두 고을을 점령하고는 주둔까지 하는 것이다.

 

       이 문양汶陽 땅에 단단한 진지를 축조하라.

       하루속히 진지를 구축하라.

 

       이제 진지를 다 구축하였으니

       나 동곽아東郭牙는 이곳을 지키고 있을 것이오.

 

       이제 왕자 성보成父께서는 안심하시고

       어서 빨리 임치臨淄로 귀국하셔야겠습니다.

 

왕자 성보成父가 이끄는 제군齊軍은 임치臨淄로 회군하던 중에

건시乾時에서 대부 영월과 중손추仲孫湫를 만나 함께 돌아갔다.

 

        노나라 군사들은 감히 싸움을 걸어

        문양汶陽 땅을 탈환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패전에 대한 수습에만 급급한 듯이 조용해져 있다.

 

        단 한 번의 싸움으로 노나라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버린 제환공齊桓公은 이로써

        그의 군위를 확고하게 다졌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조회朝會가 열리자, 문무백관들이 모두 일어나

허리를 숙이면서 다 같이 큰소리로 경하敬賀를 드리자, 이에

제환공齊桓公은 의기양양意氣揚揚 해졌다.

 

       주공. 건시乾時 전투의 승리를 경하드리옵니다.

       고맙소. 모두 경들의 수고 덕분이오.

 

       주공, 신 포숙아鮑叔牙가 한 말씀 올리겠나이다.

       포대부는 어서 말해보시오.

       주공, 승리를 경하 받기에는 너무 빠르옵니다.

 

       공자 규가 아직 노나라에 있으면서

       관중管仲과 소홀召忽의 보좌를 받고 있으며

       노나라 또한 계속 도울 것으로 보입니다.

 

       주공, 한 나라에 군주가 둘일 수는 없사옵니다.

       나라의 심복지환心腹之患이 아직 그대로인바

       어찌 경하의 말씀을 올릴 수 있겠나이까.

 

       주공, 자중자제自重自制 하시어야 하옵니다.

       주공께서는 공자 규를 어 쪄 시려하나이까.

 

그 당시는 군위 다툼에서 밀려난 자는 죽음만이 있을 뿐이었으므로,

공자를 마땅히 죽여야 하였으나, 어릴 때부터 형제의 우애가

좋았던 제환공齊桓公은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아, 형님에게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구나.

       이를 이제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공, 나라는 건시乾時 전투에서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입니다.

       이제 노나라는 패전국이 된 것입니다.

 

심복지환心腹之患

마음 심, 배 복, 갈 지, 근심 환.

 

몸의 중요한 부분인 가슴과 배에 병이 생겨 고통받는다는 뜻으로,

외부가 아닌 내부의 화근으로 생긴 병폐를 뜻하는 고사성어이다.

 

        주공, 우리 동곽아東郭牙가 문양汶陽 땅에 진지를

        구축해놓고 노나라를 노리고 있사옵니다.

 

       주공, 신이 삼군三軍을 이끌고 나아가,

       노나라 경계에서 공격할 태세를 보이면서,

 

       규공자를 반드시 죽이라고

       강하게 압박을 넣겠나이다.

 

       그리하면 노후魯侯는 우리를 두려워하여

       우리의 압력에 굴복할 것이며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정벌하고 말겠나이다.

 

       과인은 모든 백성과 나라의 안녕만을 생각할 것이오.

       좋소. 은 제군齊軍을 출동시켜

       노나라 문양汶陽 땅에서 정리하고 오시 오.

 

       한 가지 유념할 일이 있소.

       주공, 어서 말씀하시옵소서.

 

       규공자를 모시고 있는 관중管仲과 소홀召忽

       죽이지 말고 반드시 우리나라로 데려오시오.

       내 그들을 산 채로 잡아 갈기갈기 찢어버리겠소.

 

       주공, 하오나 청이 하나 있사옵니다.

       무엇이오. 말해보시오.

 

       주공, 예전에 화살을 맞았던 일로

       관중管仲을 너무 괘씸하게 생각하고 계시오나?

 

       주공, 신이 관중管仲을 데려오려는 것은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살리기 위해서 데려오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관중管仲이 활을 쏘아 나를 죽이려 한 걸 잊었소?

 

       주공, 신이 주공을 모실 수 있게 된 것 또한,

       관중管仲의 덕분임을 주공께서는 아시는지요?

 

       그게 무슨 말이오.

       주공, 모두 지난날의 일이 되었사옵니다만

 

       선군先君 이신 제희공齊僖公께서

       신을 주공의 소부小傅로 임명任命 하셨을 때,

 

       그때의 주공은 어릴 뿐만 아니오라

        순위順位 상으로 밀려있어. 신은 불만不滿을 품고

        소부小傅에서 물러나려 하였사옵니다.

 

       하오나, 그때의 관중管仲은 주공의 인물 됨을

       미리 알아보고, 장차 제나라를 구할 사람은

       오직 지금의 주공이신 소백召白 공자뿐이라며

 

       지금의 주공을 반드시 모셔야 한다면서

       끈질기게 신을 설득시켰나이다.

 

       일이 이러하였거늘,

       오늘날 신이 주공을 모시게 된 것이

       어찌 관중管仲의 덕분이라고 아니할 수 있겠나이까?

 

       바라건대, 주공께서는 부디 관중管仲과 소홀召忽

       너그럽게 용서하시어 무사히 살아서

       귀국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옛날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오?

       관중管仲이 그러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니

       과인은 그런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소.

 

       좋소. 대부의 청을 들어줄 터인바,

       관중管仲과 소홀召忽을 살려서 데려오시오.

 

포숙아鮑叔牙는 제환공齊桓公의 승낙에 크게 기뻐하였으며, 이에

곧바로 제군齊軍을 이끌면서 문양汶陽 땅에 당도하였다.

 

포숙아鮑叔牙는 노나라에서 만일 공자 규를 죽인다면, 따라서

관중管仲 도 죽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려하였기에, 항상 신중한

태도로 살아가는 공손 습붕隰朋을 사자로 삼아 노나라에 보낸다.

 

       공손 습붕隰朋은 제희공齊僖公의 아버지 되는

       제장공齊莊公의 증손자曾孫子 이다.

 

       그는 공족으로서, 국정에 참여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학식이 높고 사람 보는 안목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관중管仲의 능력과 인품을 항상 존중하고 있었으므로

       그와 가까이 사귀며 지내려고 애써왔던 사람이다.

 

       그러므로 포숙아鮑叔牙가 관중管仲을 살려내어

       제환공齊桓公에게 천거하려는 마음을 알게 되자,

       더욱 기뻐하며 따르기로 하였다.

 

공손 습붕隰朋이 포숙아鮑叔牙의 편지를 들고 출발하려고 하자,

포숙아鮑叔牙가 또다시 당부當付의 말을 거듭거듭 하는 것이다.

 

       관중管仲은 천하의 기재奇才 , 내가 주군께

       천거하여, 장차 중용되게 하려 합니다.

       반드시 관중管仲을 산채로 데려와야 합니다.

 

       포대부, 나라 모사 시백施伯

       지혜로운 사람이라, 관중管仲의 재능을

       이미 간파하고 있을 것입니다.

 

       만일 그 시백施伯이 관중管仲을 설득해서

       노나라 국정을 맡기려 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되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대의 안목眼目이 대단히 높구려.

       사실, 나도 그 점을 가장 염려하고 있었소.

 

       하지만 나는 관중管仲을 잘 알며, 그를 믿고 있소이다.

       관중管仲은 모국을 배반하지 않을 것으로 아오.

 

       또한, 시백施伯이 관중管仲을 천거한다. 하더라도

       노장공魯莊公은 결코 관중管仲을 쓰지 않을 것이오.

 

       만일 노장공魯莊公이 관중管仲의 지략을

       알고 있었다면, 이번 건시대전乾時大戰에서

       그의 계책을 중히 받아들였을 것이오.

 

       하지만 노장공魯莊公은 관중管仲을 후대後隊로 밀어내

       치중輜重을 맡기는 어리석은 짓을 범하였잖소.

 

       더구나 관중管仲은 소백小白 공자에게 활을 쏘아

       죽였다고, 노장공魯莊公에게 말하였을 것입니다.

 

       그로 인하여 노장공魯莊公은 관중管仲의 말을 믿고

       임치臨淄 에 늦게 도착한 것이 아니겠소.

       그에 대한 원망도 크게 가지고 있을 것이오.

 

 92 . 인간의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