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88 화. 누가 먼저 가느냐 운명이 걸린 일이다.

서 휴 2022. 4. 25. 12:37

서휴 춘추열국지

 

     28. 나타나는 관중.

 

88 . 누가 먼저 가느냐 운명이 걸린 일이다.

 

다음 날 저녁이 되자,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 두 장수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원로대신인 고혜高傒의 집에 찾아가는 것이다.

 

      고혜高傒, 원로께서는 안녕하시온지요.

      허 어, 어서들 오시 오.

 

      원로 어른께서 먼저 이 두 사람을 불러주시니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리나이다.

 

      아니요, 선군께서는 너무나 많은 실덕을 하시어

      이 노부老夫가 그 일을 항상 걱정하다가

      다행히 대부들께서 새로운 군주를 세우셨으니

 

      이 노부老夫 역시 아무 탈 없이 가문의 제사를

      지낼 수 있게 되는 은혜를 입게 되었소이다.

 

      원로께서는 과찬의 말씀을 하시옵니다.

      이제 하루속히 조정에 나오시어

      국사를 도와주시기 간절히 바라나이다.

 

      내 나이가 많은 탓으로 가벼운 병이 들어

      그동안 조정에 나가지 못하였소이다.

 

      요사이는 다행히 몸에 다소 차도가 있어.

      특별히 술상을 마련하여 보답하고자 하오.

 

      겸하여 네 집안의 후손들을

      두 분께서 잘 살펴 주시길 바라는 바이오.

 

      원로 어른, 여부가 있겠습니까.

      고맙소. 이 항아리에는 우리 집안에서 아끼는

      아주 좋은 술이 들어있지요.

 

      이제 두 분께서는 사양치 마시고

      조촐한 술상을 받아주시오.

      고혜高傒 어른. 정말 감사히 받겠나이다.

 

고혜高傒는 잠시 나가더니 종자에게 조용히 두 분을 대접하겠다며

대문을 굳게 닫아걸게 하고는, 돌아와 두 사람 앞에 마주 앉는다.

 

      오늘은 술이 떨어질 때까지 맘껏 즐겨봅시다.

      고혜高傒 어른. 고맙사옵니다.

      앞으로 언제나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옹름雍廩은 원로대신인 고혜高傒가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

두 장수를 초청하여 술을 나누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날카로운 비수를 가슴에 품고는 다른 대부들과 함께, 매우 급한

일이 일어났다며, 궁궐의 문을 열게 하고는 알현謁見을 청하였다.

 

      아니 이 밤중에 무슨 일이오.

      주공, 큰일 났사옵니다.

 

      공자 규가 노나라의 군사를 빌려

      내일 아침이면 이곳에 당도한다. 하옵니다.

 

      주공. 을 막아야 할 계획을 세워야 하옵니다.

      국구國舅, 연칭連称은 어디에 있는가.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는 성문 밖으로

      술을 마시러 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사옵니다.

 

      주공, 백관들이 모두 조당에 모여 있사오며,

      오로지 주공과 상론하고자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알겠도다. 바로 나가겠노라.

      허, 그리고 빨리, 국구國舅를 불러오라.

 

공손무지公孫無知가 그 말을 믿고 조당朝堂에 나가 옥좌玉座

미처 앉기도 전에 대부들이 다가와 에워싸며, 그 틈에 옹름雍廩

가슴 속에서 비수匕首를 뽑아, 공손무지의 등에 깊숙이 꽂아 버렸다.

 

      공손무지公孫無知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입술을 달싹이다가,

      옥좌에 흥건하게 피를 적시며 절명하게 되었다.

 

그때 그 시각에 고혜高傒는 두 장수와 한창 술을 나누는데, 시종이

뛰어와 급하게 외쳐대는 것이다.

 

      대감 어른, 횃불이옵니다.

      성안에서 횃불이 크게 치솟고 있습니다.

 

고혜高傒가 이 소리를 듣고는 곧바로 내당에 들어가 버렸으므로,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가 뜻밖의 사태에 놀라 방 밖으로 나오자,

매복하고 있던 장사들이 달려들어 목을 베어 버리는 것이다.

 

      모두 무릎을 꿇어라.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 두 놈을 따라온 너희들은

      무기도 없구나. 살려줄 터이니 어서 돌아가거라.

 

공손무지公孫無知가 군주로 있던 기간은 모두 합하여 한 달여

남짓하였으며, 내궁內宮 에서 팔자를 고치려 하던, 연빈連嬪

안타깝게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어버리니, 참으로 슬프고도

허무한 사람들의 운명이라 아니할 수가 없었다.

 

      고혜高傒 어르신,

      옹름을 비롯한 대부들은 엎드려 절을 올리나이다.

 

      고혜高傒 어르신의 아낌없는 보살핌에

      거사擧事를 성공할 수 있었사옵니다.

 

      허 어. 모두 나라를 위하는 일이 아니오.

      먼저 제양공齊襄公의 원한을 풀어주어야 하오.

 

이제부터 제나라의 국정은 원래대로 고혜高傒와 옹름雍廩

중심이 되었으며, 먼저 고분姑棼의 이궁離宮에서 제양공齊襄公

시신을 찾아내어 도성으로 가져오게 하였다.

 

      이때 노나라에서는 축구祝邱에 있던 문강文姜

      급하게 찾아와, 제양공齊襄公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며,

      울부짖으면서 매일 밤낮으로 출병을 졸라대는 것이었다.

 

나라 중신들은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 두 도적의 간

상위에 올려놓고, 제사를 지낸 후 장례를 치르기로 하였다.

 

      상주喪主를 모셔 와야 하오.

      규공자가 맏이가 되었으니

      노나라에 사신을 보내야 하오.

 

      거나라에 있는 소백召白 공자는 어떻습니까.

      똑똑한 거로 봐서는 소백召白 공자가 좋지요.

      그러나 규공자가 이제 맞이가 아니겠소.

 

조당朝堂에 다시 모인 신료들이 똑똑한 소백召白 공자를 모시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그러나 모두 첫째가 된 공자 규를 데려와

제후齊侯 자리에 앉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소식은 노와 거나라에도 금방 알려지게 된다.

 

      제나라에 변이 일어났다고 한다.

      공자 규를 제후齊侯의 자리에 앉혀야 하니

      어서 노군魯軍를 제나라로 진군시키도록 하라.

 

      주공, 신 시백施伯 이옵니다.

      주공, 잠깐만 기다리옵소서.

 

      제와 노는 우리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서로 강약을 다투고 있는 사이입니다.

 

      제나라에 군주가 없음은

      우리 노나라에 득이 되는 일이옵니다.

 

      제나라 군주를 세워 주려 급히 움직이자 마시옵고

      제나라에서 공자 규를 모시러 올 때까지

      추이推移를 잠시 관망하시기 바라나이다.

 

문강文姜은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를 죽였다는 말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공자 규를 하루라도 빨리 제나라에

보내야 한다며, 노장공魯莊公에게 연이어 재촉하는 것이다.

 

      주공. 나라에서 사자가 당도하였사옵니다.

      제나라 대부 옹름雍廩 이옵니다

 

      어서 오시 오.

      지금 제나라는 어떻게 되가 오.

 

      공손무지公孫無知는 살해되었사옵니다.

      제나라의 군주 자리를 잇게 하고자

      규공자를 모셔 가려 하오니 허락하시옵소서.

 

      대부 옹름雍廩은 오느라 고생하셨소.

      규공자는 우리 노군魯軍과 함께 갈 것이니

      제나라 대부 옹름雍廩은 먼저 돌아가시오.

 

드디어 노장공魯莊公은 노군魯軍을 출병시키기로 하였으며,

직접 공자 규를 데리고 제나라 임치臨淄로 가기로 하였다.

 

      자. 이제 조말曹沫을 대장으로 삼고

      진자秦子와 양자梁子를 좌우의 호위護衛로 삼아

 

      내 친히 병거兵車 3백 승을 이끌고

      내 직접 공자 규를 호송하리라.

 

      신, 관중管仲이 노후魯侯께 말씀드리나이다.

      공자 소백小白이 거나라에 있사옵니다.

 

      거나라는 제나라와 매우 가깝나이다.

      만약에 공자 소백小白이 먼저 임치臨淄에 들어가면

      제나라의 주객이 바뀌게 될 수도 있사옵니다.

 

      제나라의 신료 중에는 소백小白 공자를 받드는

      자가 만사오니 결코, 늦출 일이 아니옵니다.

 

      노후魯侯 , 정말 급하게 되었습니다.

      대군을 출병시키면 매우 늦게 도착하게 됩니다.

 

      우선 소백小白 공자의 출발을 막아야 하오니

      저에게 얼마간의 군사를 주시옵소서.

 

      병거兵車를 얼마나 주면 되겠는가.

      기마병騎馬兵 30명이면 족하겠습니다.

      좋도다. 어서 빨리 달려가라.

 

한편 거나라에 망명하고 있던 소백小白 공자도, 나라에

반란이 일어나 군주 자리가 비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포숙아鮑叔牙는 거후莒侯에게 쫓아가 병거兵車 100승을 지원받게

되며, 이에 급히 제나라의 임치臨淄 성을 향하여 달려가게 된다.

 

      소백小白 공자님,

      우리 제와 노나라는 5일간의 거리이며

      이곳 거나라에서는 제와 하루 간의 거리입니다.

 

      노나라가 멀리 있다고 안심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가깝다고 하더라도 쉬지 말고 달려가, 우리가 먼저

      우리 제나라 임치臨淄 성에 들어가야 합니다.

 

      소백小白 공자님,

      이제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곳이 즉묵卽墨 이옵니다.

      이곳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떠나도록 하십시오.

 

      잠시 우물을 찾아보겠습니다.

      잠시 쉬고 계시옵소서.

 

관중管仲이 밤낮으로 달려와 즉묵卽墨에 가까이 다가가자,

나라의 군사들이 몇 시간 전에 이곳을 지나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관중管仲 나리. 나라 군사들이 좀 전에

      지나갔다고 하더니, 이곳 즉묵卽墨의 변두리에 모여 있습니다.

 

      으흠, 알겠노라.

      저기 높은 수레에 소백小白 공자가 단정히 앉아있구나.

      포숙아鮑叔牙 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구나.

 

관중管仲은 거군莒軍의 진용을 살피고 나자, 소백小白이 있는 곳으로

서슴없이 다가가더니, 정중히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올리는 것이다.

 

      공자님, 신 관중管仲이 절을 올리나이다.

      소백小白 공자께서는 안녕하시었는지요.

 

      오, 관중管仲 스승,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소백小白 공자님, 지금 어디로 행차하시나이까.

      부친의 상례喪禮에 참석하러 임치臨淄에 가는 중이 오.

 

      형님이신 규공자께서 상례喪禮를 주관하실 예정이니

      공자께서는 잠시 머물러 주시기 바라나이다.

 

      관중管仲. 자네는 언제 왔는가.

      아니, 포숙아鮑叔牙 가 아닌가.

      어. 어디 갔다 인제 오는가.

 

      자네는 이 포숙아鮑叔牙를 무시하지 말고

      어서 빨리 물러가게나.

 

      포숙아鮑叔牙 .

      순서상 규공자가 먼저 가야 하지 않겠는가.

 

      관중管仲 , 우리는 각기 다른 주인을 위하고 있도다.

      그대가 모시지 않는 다른 주군 분에게

      어찌하여 구구區區 한 말을 하려 하는가.

 

      관중管仲 , 자네는 이곳에 있어선 안 되네.

      어서 빨리 돌아가게나.

 

       그러시다면 소백小白 공자님,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관중管仲이 거나라 군사들의 기색을 살펴보니, 모두가 눈을

부라리며 노려보면서, 싸움도 불사하겠다는 기세로 보였다.

 

      규공자와 소백召白 공자라,

      아무래도 둘 사이의 어려운 싸움이 될 것 같구나.

 

      임치臨淄에는 소백召白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도다.

      이거, 잘 못 하다간 큰일이 나겠도다.

 

      하루만 빨리 왔어도 좋았을 터인데

      잘못하다간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있겠구나.

 

      아. 우리의 군사가 너무나 적도다.

      어찌해야, 소백召白 공자를 막을 수 있겠는가.

 

관중管仲은 포숙아鮑叔牙의 말에 어떻게 하지 못하게 되자, 뒤돌아

물러가는 척하면서 적당히 떨어지자, 슬그머니 활에 화살을 재더니,

재빨리 몸을 돌리면서 순식간에 소백小白 에게 쏘아 버렸다.

 

89 . 먼저 온 자가 군주가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