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76 화. 이복 남매끼리 사랑하면 행복한가.

서 휴 2022. 4. 21. 22:27

서휴 춘추열국지

 

    24. 제양공의 시대

 

76 . 이복 남매끼리 사랑하면 행복한가.

 

      주공, 정실부인 자리를 비워놓을 수 없나이다.

      더구나 군부인 송녀宋女께서 아들도 없이 떠나신바

      세자 또한 자리가 비어 있나이다.

 

      허, 어이하면 좋겠소.

      주왕실의 왕희王姬 공주는 어떠실는지요.

 

      왕실의 왕희王姬 공주라.

      왕희王姬 공주는 어떤 성품이오.

 

      왕희王姬 공주께서는 지조가 굳고

      심지心志 마저 깊으며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

      말과 행동의 폭이 넓어 인자하다고 하옵니다.

 

      다들 그리 생각하는 것이오.

      주공, 모두 들 그리 생각하나이다.

 

그 당시에 혼인하려면 반드시 중매인을 두어야 하며, 그 중매인은
그 혼사를 끝까지 관장하여야 하는 책임이 따르고 있었다.

 

      노나라는 원래부터 왕실과 가까우며

      더구나 문강文姜이 시집가게 되어

      노환공魯桓公은 제양공齊襄公의 매부가 되는바

      혼사의 중매를 부탁하기가 좋은 사이였다.

 

노환공魯桓公은 제양공齊襄公의 청을 기꺼이 받아드려 혼사가 잘

성사되도록 성심껏 노력하였던바, 왕실에서도 그 뜻을 받아들였다.

이에 노환공魯桓公은 혼례일을 정해야 하였다.

 

      그 당시 여인이 공녀公女로써 시집을 가게 되어,

      그 나라의 군부인郡夫人이 되고 나면,

 

      부친이 살아있어도, 아무 때나 친정 나라에

      갈 수 없는 엄격한 관습이 있었다.

 

      10여 년 넘게 가지 못하였던 문강文姜

      친정인 제나라에 더욱 가고 싶어진 것이다.

 

      더구나 그렇게도 사랑하며 그리워하던

      오라비인 제양공齊襄公를 몹시 보고 싶어졌다.

 

제양공齊襄公은 노환공魯桓公에게 감사를 드리면서, 기왕이면

문강文姜 도 함께 와주길 바란다며, 부부를 함께 초청하는 것이다.

 

      주공, 어찌 그리 무심하시나이까.

      친정에 가본 지가 14년이나 되었어요.

      이번엔 꼭 가보고 싶사옵니다.

 

문강文姜은 제나라의 소식을 전해 듣자, 자기도 제나라에

꼭 가보고 싶다며, 노환공魯桓公을 밤새도록 졸라대었다.

 

      내일은 제나라에 부부동반으로 떠나겠노라.

      주공. 신 대부 신수申繻 이옵니다.

 

      주공, 여자는 내실에서 살아야 하며

      남자는 바깥채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사옵니다.

 

      이러한 예를 지키지 않으시게 되 오면

      서로 존중하지 않을 수 있사옵니다.

 

      서로 존중하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

      서로 간에 어려운 사태가 벌어지게 되옵니다.

 

      여자가 출가하여, 그 부모가 살아 계실 때는

      해마다 한 번씩은 친정을 다녀올 수 있사오나?

 

      이제 양친이 모두 돌아가신 바이므로, 오라비에게

      문안을 드리러 친정에 가는 법은 없사옵니다.

 

      예로부터 우리 노나라는 예의를 숭상하옵는데

      어찌 예를 떠나 동행하려 하시나이까.

 

      너무 염려치 마시오.

      14년 만에 친정에 간다니 말릴 수가 없었소.

 

      혼사 문제만 정리하고 금방 돌아올 것이오.

      별문제가 없을 것이니 세자 동과 잘 있으시오.

 

노환공魯桓公은 대부 신수申繻의 간청을 이해시키며 어가御駕

올라 어느덧 락수濼水 땅에 이르게 되었으며, 먼저 와서 기다리던

제양공齊襄公을 만나게 되어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노후魯侯 매부님. 어서 오십시오.

      제후齊侯, 환영해주시어 고맙소이다.

 

      노후魯侯 매부님께서 성심껏 애써준 덕분에

      왕희王姬 공주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노후魯侯께서 여러 가지로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허허, 너무 과다히 칭찬하지 마시오.

 

노환공魯桓公은 제양공齊襄公에게 주장왕周莊王의 명을 전하고,

왕희王姫 공주의 혼사 문제를 간단히 의논하였다.

 

그들은 서로의 어가御駕에 올라 천천히 제나라 임치臨淄

입성하게 되며, 미리 준비하여놓은 큰 연회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제양공齊襄公은 그때야 비로소 문강文姜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얼굴인가.

      옛날보다 이제는 한껏 무르익어 농염濃艷 해졌구나.

      아름답구나. 무르익은 모습이 너무 아름답구나.

 

제양공齊襄公은 노환공魯桓公 부부를 지극히 환대하여 주었으며

분위기가 좋게 흘러가며 모두 술에 취하여 거나해지자,

문강文姜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이야기를 거는 것이다.

 

      문강文姜 . 오랜만에 친정에 왔으니

      궁을 들어가 한번 둘러보면 어떻겠냐.

 

      아 그리고, 오랜만에 연빈連嬪을 만나보면 어떻겠냐.

      어유, 오랜만에 좋지요. 오라버니.

 

문강文姜은 연빈連嬪과 궁녀들을 만나보라고, 제양공齊襄公

기분 좋게 제안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하는 것이다.

 

      오라버니가 나를 잊지 않고 있었구나.

      그래, 옛날의 꽃 시를 잊지 않고 있었구나.

 

문강文姜은 옛날의 일이 솟구치면서 몸이 달아올랐으며, 잠깐만

다녀오겠다며 노환공魯桓公의 허락을 받자마자 얼른 따라나선다.

 

      문강文姜 . 노환공魯桓公과 지내기가 어떠하냐.

      어 휴, 나이가 많아 별로 재미가 없어요.

 

      이곳은 아무도 모르는 밀실이야.

      문강文姜 . 너무 보고 싶었단다.

      오빠. 저도 무척이나 보고 싶었어요.

 

      우리가 헤어진 지 벌써 10년이 넘었지.

      아유, 오라버니 10년이 뭐예요.

      동이가 13살이니 벌써 14년이나 되었지요.

 

      자, 이 좋은 술을 마시며 오랜만에 회포를 풀어보자.

      좋지요. 오라버니.

 

      자꾸 만지지 말아요

      아이, 옷을 벗기면 어떻게 해요.

 

      뭘. 부끄러워해. 우린 알걸 다 알잖아.

      가만있으라니까. 잠깐만 참아봐.

 

서로는 제양공齊襄公이 미리 준비한 밀실에서 술을 주고받다가,

욕정을 참지 못하여 뜨거운 정을 나누면서 밤을 새우고 말았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랑을 사련邪戀 이라 한다.

      도리에 벗어난 남녀 간의 사랑을 말하는 것이다.

      이들 이복형제의 사랑을 말하는 것이리라.

 

      이복 남매는 서로 사랑하며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실로 14년 만에 만나 욕정에 불을 지른 것이다.

 

      이들은 한 나라의 군주며, 한 나라의 군부인 이란

      사실을 잊은 채 애타는 마음으로 서로의 몸을 더듬었다.

 

노환공魯桓公은 영빈관의 홀로 앉아 기다렸으나, 문강文姜이 

돌아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으며, 어느새 삼경이 지나가고 있었다.

 

      제양공의 술 취한 눈빛이 이상했었지

      남매 지간인데 설마 그럴 리야 있겠는가.

 

      내가 문강文姜을 무척 사랑하지만

      이렇게 마음 설레 보기는 처음이로구나.

 

      아무 일이 없겠지.

      아무렴 아무 일이 없어야 하지.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가며, 새벽닭이 울고 동틀 무렵이 되자,

더는 참을 수 없게 된 노환공魯桓公은 시종을 불러 조용히 명한다.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구나.

      제궁齊宮에 들어가 조용히 좀 알아보아라.

 

      주공, 이제 돌아왔나이다.

      그래 좀 알아보았느냐.

 

      제후齊侯께서는 송녀宋女가 죽은 이래로

      정실부인正室夫人 자리를 비워 둔 채이오며

      오직 연빈連嬪 만을 후궁으로 두고 있을 뿐이옵니다.

 

      연빈連嬪은 대부 연칭連稱의 여동생이 돼 오며

      연빈連嬪 과는 자리를 같이하지 않았다 하옵니다.

 

      하온데, 제양공齊襄公과 문강文姜

      오누이끼리 밀실에서 정겹게 술을 마시며,

      단둘이 밤을 지새웠다고 하옵니다.

 

      뭣이라고. 밤새 제공齊公과 단둘이 술을 마셨다고.

      그럴 수가. 정말 기분 나쁘구나.

 

노환공은 영빈관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시종을 일찍 제궁齊宮

들여보내, 둘 사이의 은밀한 관계를 알게 되자, 화를 삭이지 못하고

있는데, 그 때서야 문강文姜이 핼쑥한 얼굴로 들어오는 것이다.

 

      왜 이제 오시 오.

      어젯밤에 누구와 같이 지냈소.

 

      연빈連嬪과 같이 있으면서 술을 마셨사옵니다.

      그대의 오라비도 같이 술을 마신 것이오.

 

      아니요. 오라비는 없었사옵니다.

      여인네 술자리에 어찌 남정네가 끼겠습니까.

 

      언제 술자리가 끝났소?

      오래간만에 만난 탓으로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아마도 밤이 제법 깊었을 겁니다.

 

      왜 영빈관迎賓館으로 돌아오지 않았소?

      밤이 깊어 그냥 그곳에서 잤습니다.

 

      그냥 그곳이라니? 어디를 말하는 것이오?

      왜 이리 까탈스럽게 물으십니까?

 

      넓은 내궁에 내가 잠잘 곳이 없겠어요?

      옛날에 거처하던 방에서 잤습니다.

 

문강文姜은 노환공이 제양공과의 관계를 눈치챘나 싶어 겁이 났으나

이제는 시침 이를 뚝 떼며 오히려 큰 소리로 대답하는 것이다.

 

      당신 오라비는 어디서 잤소?

      오라비 자는 곳을 내가 어찌 안단 말입니까?

 

      당신 오라비는 누구와 같이 잤소.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문강文姜은 의심을 받아 분하다는 듯이 엎드려 흐느껴 울게 되며,

노환공魯桓公은 분을 참지 못하는 표정을 짓다가 한마디를 뱉는다.

 

      올 곳이 아닌 곳에 왔도다.

      어서 돌아갈 채비를 하여라.

 

노환공魯桓公은 이미 조사하여 알고 있는데도, 문강文姜이 끝까지

변명 만을 늘어놓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었다.

 

      헤어진 지가 오래되어 옛 이야길 하다 보니

      밤이 깊어져 밤을 새우게 된 것이옵니다.

 

      연빈連嬪 과는 몇 시까지 술을 마신 거요?

      밤하늘의 달이 담장 위에 올라가 있었으니

      제법 밤이 깊었사옵니다.

 

      이미, 알아볼 걸 다 알아보았소.

      제양공齊襄公과 밀실에서 무슨 짓을 한 것이오.

 

      아니, 어떻게 그걸 다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이야기만 나누었을 뿐이 오며

      아무 일도 없었사옵니다. 믿어주세요.

 

      밤새 단둘이 같이 술을 마셨는데도

      믿어달라는 말이 나오는 거요.

 

한편 제양공齊襄公은 문강文姜과 꿈 같은 밤을 지새웠으나, 몹시

걱정되어 재빠르게 영빈관 관장인 석지분여石之紛如에게 알아보라

하니, 노환공魯桓公은 이미 모두 알걸 다 알아버렸다는 것이었다.

 

      아니. 문강文姜은 울고 있고

      노환공魯桓公은 귀국을 서두른단 말이더냐.

 

      노환공魯桓公이 알아차렸다니 큰일이 났구먼.

      문강文姜을 데려올 수도 없고,

      노환공魯桓公과 나쁜 사이로 지낼 수도 없는데 어쩌지.

 

이때 제양공齊襄公은 노환공魯桓公에게서 떠나겠다는 통보를 받자,

더욱 머리가 복잡해지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심하게 된다.

 

      이리되면 노환공魯桓公과 원수가 될 수 있도다.

      또한, 나라로 돌아가게 되면

      문강文姜이 많은 고통을 당하게 되리라.

 

      그래. 이렇게 한번 해보자.

      동생. 공자 팽생彭生을 불러라.

 

      형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

      동생은 우산牛山에서 환송 잔치가 끝나면

      동생. 자네는 이리저리하게 나.

 

      주공,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신이 알아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팽생彭生은 모두 알아주는 힘센 역사力士 였으며, 옛날 기성杞城

전투에서 노환공魯桓公의 화살에 맞아 죽다 살아난 일을 떠올리며,

치를 떨고 있다가, 좋은 기회를 만났다며 쾌히 약속하는 것이다.

 

77 . 음탕이 놀다가 지아비를 죽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