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야기

우산

서 휴 2015. 4. 14. 11:06

우산

서길수

 

 

보슬비 되어

안개처럼 퍼져 나가는 봄비

 

우산 받쳐 들고

깊어가는 밤거리 홀로 걸어가네.

 

희미한 불빛 속에

사랑은 가고 마음만 남아

 

지나간 사랑은 봄비처럼 오고가며

보슬비처럼 그리움으로 스며드는 데 

 

지나간 사랑은 아름다움만을 간직하다

꽃처럼 흐드러지며 떠나가겠지

떠나가야지

 

우산은 밤안개에 싸이며

불빛 따라 가로등 밑에 다가서다

 

이리 저리 갈까 길을 꺾다

우연히 마주치는 우산

 

미안해요 인사를 하며

보슬비처럼 고개 숙이고 봄비처럼 떠나는

우연히 마주친 우산

 

희미한 안개 속으로 우산이 걸어가며

환한 불빛에 이끌리는 작은 쑈 윈도

 

보슬비 오는 거리에 외로이 서서

누구를 기다리며 예쁜 옷을 입고 있을까

 

눈길이 옷 입은 마네킹에 곱게 머물며

한참이나 들여 보다 돌아서는데

 

우산을 받쳐 들고 돌아서다 마주치는

아 그 우산

우연히 마주친 우산

 

아니에요 아니지요

보지도 않은 채 우산끼리 인사를 하

 

가버린 사랑을 찾는 듯

말을 거는 모습이 보슬비를 닮기도 하였네.

 

지나간 사랑도 경험이 되어있나 봐요.

새로운 사랑은 우연히 찾아오나 봐요.

 

우리가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차마 이 말은 서로 묻지 않으며

우산 속으로 따스한 마음이 스며듭니다.

 

지나간 사랑은 봄비 따라 멀리 가버리는 듯

보슬비에 이끌려 들어서는 찻집

 

걸쳐놓은 두 우산

말없이 바라보다 두 눈길이 마주칩니다.

 

어쩌면 우산둘이 무지개 빛깔일까

어쩌면 우산끼리 짝을 찾고 있었을까

 

살아온 마음이 새로운 사랑을 찾으려 하나 봐요.

새로운 사랑이 이처럼 다가오려나 봐요

 

나를 찾아온 사랑인양 맥박이 빨라지며

두 얼굴은 붉어져 고개를 숙입니다.

 

봄비야 좋은 봄비야

보슬비 되어 좋은 봄비야

새로운 사랑이 더 아름다울 수 있어

 

두 우산이 찻잔에 인연을 심으며

새로운 사랑끼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창 밖에는 촉촉이 봄비가 내리고

지나간 사랑은 봄비에 흘러가버리는 듯

 

두 우산이 손을 잡으며

보슬비 속으로 새로운 사랑이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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