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야기

잠자는 모습

서 휴 2015. 9. 11. 16:02

잠자는 모습

        서 휴

 

둘이 만나 사랑하며 살아온 시절이

한동안 지나가고 나면

 

웬만한 일은 참는다.

참아내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때에는

성난 파도와 같이 밀려오는

생각을 달래며 주저앉히며

 

참다가도 무섭게 밀려오면

훌훌 다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가는 사람도 있다

 

떠나버리는 사람을 보면

한 사람을 믿으며 산다는 것이

이렇게 살아간다는 것이

 

나의 본마음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몇 번이나 후회를 하기도 한다.

 

늦은 저녁 둘이서 주고받는

술잔이 한 순배가 더 돌자

 

아내는 취기 어린 말투로

못내 아쉬웠던 마음을 푸념하면서

 

떠나겠다며 일어섰던 마음을

참아내며 살아주고 있노라고

 

취기 속에 큰소리 치고 난 후

아내는 새근새근 잠이 들고

 

참으며 살아간다는 소리를

잠자는 모습에서 또 듣는다.

 

나는 나의 생각이

후회하며 살아간다는 나의 생각이

아내와 같다는 것을 깨닫는다.

 

단맛 쓴맛 짠맛 신맛 매운맛

맛을 보며 살아온 날들에 정이 들고

 

아까운 세월에 후회도 버무려져

비록 항상 손을 잡고 있지 않지만은

 

어떤 열매를 맺을까를 생각하며

살아오는 마음을

아내의 잠자는 모습에 겹쳐본다.

 

참기로 하자

참아내며 살아가기로 하자

 

살아온 맛이 나쁘지만은 않았으니

때로는 후회도 버무리며 살아가보자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가느니보다

가까운 사랑을 더 아끼며 살아보자

 

내가 잠을 자고 있을 때에도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불을 덮어주는 손길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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