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이야기

연명주

서 휴 2012. 3. 23. 11:35

  

연명주延命酒

서 길 수

 

 

우리 같은 신선으로 만나

좋은 사이 되어

이른 아침 하얀 눈 길따라

 

짝지 밭에서 님에게 인사올리고

소퉁이 찬 약수에 목을 축이네

 

국화꽃 손에 들고 하얀 숲길 걸으니

국화꽃 향기 되어 독실산에 오르며

걷는 발자국마다 향긋한 마음 담기네.

 

쌓인 눈 위에

하얀 상 차려놓고

하얀 쟁반 하얀 잔 올리니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어

하얀 모자 씌워주며 노래하며

비잉 둘러 울타리 해주네.

 

국화주 담근 술독

한지韓紙 겹겹 뚜껑 풀어내니

 

열리는 소리마다 술 향기 솟아 솟아

하얀 눈 꽃 길따라 독실산에 오르네.

 

독실산 한겨울 얼음덩어리

산빙고山氷庫에 넣어 넣어

 

조금씩 꺼내 잔에 넣고 국화주 부어

우리는 연명주라 부르며

 

마음과 몸 국화향 따라

우리같이 주선酒仙되어

 

진한 향 마시며 취해보면 어떨까

아름다운 임 보며 취하면 어떨까

 

연명주에 취하여 한세월 보내면 어떨까

아름다운 가거도

같이 살며 정들면 어떨까

'가거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화주  (0) 2012.03.23
가거도의 봄맞이  (0) 2012.03.23
해국  (0) 2012.03.23
국화향 찾아  (0) 2012.03.23
섬둥반도  (0) 201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