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주延命酒
서 길 수
우리 같은 신선으로 만나
좋은 사이 되어
이른 아침 하얀 눈 길따라
짝지 밭에서 해님에게 인사올리고
소퉁이 찬 약수에 목을 축이네
국화꽃 손에 들고 하얀 숲길 걸으니
국화꽃 향기 되어 독실산에 오르며
걷는 발자국마다 향긋한 마음 담기네.
쌓인 눈 위에
하얀 상 차려놓고
하얀 쟁반 하얀 잔 올리니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어
하얀 모자 씌워주며 노래하며
비잉 둘러 울타리 해주네.
국화주 담근 술독
한지韓紙 겹겹 뚜껑 풀어내니
열리는 소리마다 술 향기 솟아 솟아
하얀 눈 꽃 길따라 독실산에 오르네.
독실산 한겨울 얼음덩어리
산빙고山氷庫에 넣어 넣어
조금씩 꺼내 잔에 넣고 국화주 부어
우리는 연명주라 부르며
마음과 몸 국화향 따라
우리같이 주선酒仙되어
진한 향 마시며 취해보면 어떨까
아름다운 임 보며 취하면 어떨까
연명주에 취하여 한세월 보내면 어떨까
아름다운 가거도
같이 살며 정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