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둥반도
서 길 수
가거도
항리마을 동쪽
독실산 지탱하는 다리인 듯
뿌리인 듯
거북이 기어가는
길인 듯
산인 듯
붉은 듯
검은 듯
길게 내뻗은 기암절벽
길게 전설을 달고 가는 기암절벽
절벽 틈 사이사이
원추리 꽃
백합 꽃
들국화 꽃
듬성듬성 짙푸른 나무들
나비 나르고
산새 나르고
어느 화가
어느 세월에 물감 들여 놓았을까
벽화는 이어지고
경이로운 모습의 바다
파도가 떠받쳐
일렁이는 거울을 만드네
손 안 닿는 이곳 저곳
이 꽃도 저 꽃도 활짝 도 피어
가까이 가까이 오라오라하네
누가 가까이서 저 꽃을 따랴
누가 가까이서 만질 수나 있으랴
아름답다 말 못하고
벌린 입 다물지 못하네
세차게 부는 바람
꽃 흔들고
나무 흔들고
내 마음 활짝 흔들어
내 마음 실어 절벽을 타고 가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