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이야기

섬둥반도

서 휴 2012. 3. 23. 11:18

섬둥반도

서 길 수

 

 

가거도

항리마을 동쪽

 

독실산 지탱하는 다리인 듯

뿌리인 듯

 

거북이 기어가는

길인 듯

산인 듯

 

붉은 듯

검은 듯

 

길게 내뻗은 기암절벽

길게 전설을 달고 가는 기암절벽

 

절벽 틈 사이사이

원추리 꽃

백합 꽃

들국화 꽃

듬성듬성 짙푸른 나무들

 

나비 나르고

산새 나르고

 

어느 화가

어느 세월에 물감 들여 놓았을까

벽화는 이어지고

 

경이로운 모습의 바다

파도가 떠받쳐

일렁이는 거울을 만드네

 

손 안 닿는 이곳 저곳

이 꽃도 저 꽃도 활짝 도 피어

가까이 가까이 오라오라하네

 

누가 가까이서 저 꽃을 따랴

누가 가까이서 만질 수나 있으랴

 

아름답다 말 못하고

벌린 입 다물지 못하네

 

세차게 부는 바람

꽃 흔들고

나무 흔들고

 

내 마음 활짝 흔들어

내 마음 실어 절벽을 타고 가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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