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이야기

해국

서 휴 2012. 3. 23. 11:27

해 국海菊

서 길 수

 

 

가거도可居島에 피는 해국海菊

향기香氣 좋고 약효 뛰어나

 

어린순 삶아 우려내어 나물로 먹고

진달래 화전花煎처럼 국화전菊花煎 부쳐

 

이른 아침

해가 뜨는 소퉁에서

짝지밭 걸으며 한편 먹고

 

망추게 바라보며 두 편 먹고

소퉁이 약수 마시며 세편 먹네

 

독실산犢實山 바위틈새 피어있는 해국海菊

한 아름 두 아름 따 덕음德音하고 법제法製하며

 

다음날 이른 아침 일어나

구증구포九蒸九曝하니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진한 퍼지네.

 

국화꽃, 생지황, 구기자뿌리, 구기자 껍질,

찹쌀밥 섞어 국화주菊花酒 만드니

 

노릇노릇 익는 냄새 서릿발 녹여

하얀 눈 하얗게 쌓이네.

 

나무도 하얗고

꽃들도 하얗고

새들도 하얗게 나르네.

 

높다란 절벽 따라 쌓인 눈 보면

가까스로 걸터앉은 후박나무

 

하얀 장포長袍 쓰고 뛰어내릴 듯

내 마음도 뛰어내려 어디론가 날고 싶어

 

국화주菊花酒 익어가는 사이

높다란 독실산犢實山에 눈이 쌓이고

바람이 눈 흔들어 하얀 꽃 흩날리니

 

꽃 따라가는 향기香氣 누가 잡으리.

임 찾아가는 향기香氣 누가 잡으리.

 

향기香氣 찾으려

향기香氣 만나려

 

가거도可居島가 어디 묀가

먼 뱃길 따라 노래하며 찾아온

 

잘 익은 국화주菊花酒 앞에 놓고

하얀눈 밟으며 노래부르며 춤추며

국화주菊花酒 따라 쉬어가시길

 

우리 같이 함박눈 맞으며

노래부르며 춤추며 

연명주延命酒라 이름붙여

 

국화菊花香 에 취해보면 어떨까

연명주延命酒에 취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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