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오는 그리움
서길수
한밤의 고요 속에서
들려오는 계곡의 바람소리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듯하다가
한 역을 향하여 멀리서 달려온 완행열차가
덜커덩 거리며 그냥 지나가고 마는 듯
한밤의 고요 속에서
들려오는 산속의 물소리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원히 들려줄 듯하다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와
잠자리를 흔들어 놓고는 처다만 보고 있는 듯
물 소리도
바람 소리도
부르지도 않았건만
가지 않고 머물며
마음을 흔들어 그리움을 생각하게 하니
물소리와 바람소리는
오랜만에 지나다가 찾아든
나의 옛 친구가 아니었을까
깊어진 한밤에 찾아온
저 물소리와 저 바람소리는
다정한 옛 친구는 아니었을 거야.
지나간 이야기 모두 버리며
두고 온 사랑도 다 잊으려
조용히 찾아든 곳에
그리움을 가져와
깊어진 한밤을 자꾸만 헤매게 하니
저 물소리와
저 바람소리는
나의 진정한 옛 친구는 아니었을 거야.
나의 진정한 옛 친구는 아니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