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이야기

가거도의 사랑

서 휴 2012. 3. 23. 10:59

가거도의 사랑

서 길 수

 

 

천사가 내려와

바다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는 산

독실산

 

깎아지른 암벽위로

안개 같은 구름이 오늘도 덮여있네

 

어느 날이면 천사를 볼 수 있는지

구름만이 아는

 

그러나 그저 말하여 주지 않네

바람한테 물어보라며

 

     찬물 더운물이 뒤섞이어

     요동치는 바다에서

 

     검붉은 얼굴과 억세진 팔이

     힘에 겨워 노래를 하며 

     그물을 끌어 올리네

 

     천사가 말하여 주네

     산에서도

     물질에서도

 

     독기 찬 듯 아름다운 아내와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빛이

     기다린다고

 

섬 사람들은 노래하네

산이 있어 좋다고

 

가파른 기슭에

자투리 텃밭 만 있는

 

오르기도 힘든

숲과 나무만 울창한 독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을

우리가 살아가는 이 마음을

 

더불어 감싸주는 독실산이 있어

살아간다고

 

     여인들은 원망하네

     중신아비를


     산에선 소처럼 일하고

     물질에선 쉴 틈이 없다고

 

     오늘도

     후박나무와 씨름하고 약초를 케며

     내일은 물질을 나간다고

 

     그러나 가슴서린 노래도하네

     그렇게 고생하여 아이들 키워네

     시집장가 잘 보냈다고

 

     빛깔이 곱네

     섬 여인들

     뽀야면서도 검붉은 빛이 약간

 

     그 빛깔로

     툭툭한 서방님 손잡는 모습이 더 곱네

 

안개 너머로

구름 너머로

손짓 하며 부르네

 

낮에는 산이 부르네

낮에는 구름이 부르네

푸른바다가 손짓하며 품어주네 

 

밤에는 천릿길 뱃길을 손짓하며

불빛이 부르네

 

드넓고 따스한 품이 여기 있어

안겨보라며

가거도에 

 

          뭍에선 시름에 겨워

          찾아오는 사람들


          그 품이 좋아 찾아오는

          작고 큰 물고기들

 

          다 모이네

          이곳 저곳에서

          사람들도 고기잡이 어선들도

          싱싱한 해초들이 반겨 손짓하며

          노래 부르네

 

          갯바위 더부사리들

          파도와 노래하며 손님맞이 한창이네

 

          손님들이 저마다 노래하네

          산만큼이나 바다만큼이나 인정 많은

          정성들이 고달픈 마음을 풀어준다고

 

          손님들이 노래 부르네

          빠알간 낙조만큼이나 붉은 열정들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섬 가거도 라고

                         

          손님들이 흔드네

          손을

 

          꼬오옥 다시 온다고

          꼬오옥 다시 찾아 온다고

 

          섬사람들이 흔드네 손수건을

          그리운 정이 여기 있다고

          여기 가거도에 있다고

 

어기야디여 아하 어기야

어기야디여 아하 어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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