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10 화. 진심의 힘은 얼마나 무서운가.

서 휴 2023. 10. 21. 21:39

 310 . 진심의 힘은 얼마나 무서운가.

 

      사흘 후의 밤은 그믐이지요!

      이달 2월 그믐날 밤은 아주 캄캄할 것이오.

 

      밤 한 시에 궁에 불을 지르기로 정합시다

      좋소이다한밤중에 거사합시다

      중이(重耳)의 침궁(寢宮)을 앞뒤로 쳐들어갑시다.

 

극예와 여이생과 발제세 사람은 짐승의 피를 입술에 바르고

생사고락을 같이하기로 굳게 맹세하였으며석 잔의 술도 마셨다.

 

발제(勃鞮)는 다음날 밤에 우울한 마음으로 혼자서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다가, 자기도 모르게 지난날을 돌이켜 보게 되면서, 점점 

감회가 깊어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나는 중이(重耳) 공자와 원수진 것도 아니며

      단지 명령에 따라 죽이려 하였을 뿐이었다.

 

      옛날에 포읍(蒲邑)으로 달려가 중이를 베었었지

      그러나 중이(重耳)가 담장을 넘어가는 바람에

      중이(重耳)의 옷 소맷자락만 겨우 끊어 내고 말았어

 

      다음엔 자객들과 함께 책() 나라 갔을 때는

      중이(重耳)는 겨우 반나절 전에 도망가고 없었어.

 

      일찍이 실패라고는 모르는 내가 두 번이나 죽이려다

      실패한 거야!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 아니겠는가?

 

      내게 명령을 내렸던 진헌공(晉獻公),진혜공(晉惠公)과

      진희공(晉懷公) 마저 모두 세상을 떠나가고 없지만

      좋은 뜻에서 명령을 내렸다고는 할 수 없는 거야.

 

      내가 한창 젊었을 때의 진헌공(晉獻公)

      여러 가지로 용감하고 훌륭하시었었지

 

      그러나 여희(驪姬)를 너무 총애하게 되면서

      바른 판단 없이 무리한 명령을 많이 내렸었어.

 

      내가 두 번이나 죽이려 했던 중이(重耳)

      어려운 순간마다 나를 피해 나갔어.

      중이(重耳)는 하늘이 도와주는 것 같아

 

      내가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내가 죽여본들 또 무슨 좋은 수가 생기겠어

 

      극예와 여이생이 나라를 위한 게 뭐가 있어

      많은 충신을 죽이며나라의 국고도 탕진시키고.

      백성들을 너무 괴롭혀 못살게 만들어놨잖아

 

      지금 극예와 여이생과 어울려 바라는 게 무얼까

      내가 지금 반역을 꼭 해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다 아니야 이 모든 일은

      이 발제(勃鞮)의 진정한 마음이 아니었어

 

      나는 항상 주군만을 받들며 살아왔지!

      나는 내 생각으로 판단하며 살아본 일이 없어.    

   

      나는 원래 착한 사람이었어.

      그러나, 나는 그동안 꼭두각시로 살아온 거야

 

      나는 왜 꼭두각시로만 살아야 했을까

      아니야 나는 꼭두각시가 아니야!      

      이제부터 정신 차리고 나의 판단으로 살아가야 해.

 

      나는 이제부터 진정한 내 마음으로

      나의 판단으로 살아가고 말겠어

 

발제(勃鞮)는 지난 과거의 일을 담담히 생각하게 되면서고개를

몇 번씩 흔들게 되었으며살고 죽는다는 것에 초월하게 되었다.

이에 잠시 바람을 쐬고 오겠다면서 집 밖으로 나갔다.

 

        이제 나라가 안정되려는 순간에

        대역무도한 반역을 일으키려 하다니

        이는 하늘의 도움 없이는 성공할 수 없지

 

        하늘이 돕지 않는 사람이라면

        꼭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야

 

        내가 설사 중이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 할지라도

        20년간 함께 유랑생활을 했던 호걸들이 많은데

       그들은 내가 편안히 살아가도록 놔두겠는가

 

       차라리 새로 즉위한 중이를 몰래 찾아가

       이 일을 알린다면 어찌 되겠는가

 

       나의 위급한 처지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며

       그래, 이것이야말로 나라와 백성을 구하는

       훌륭한 계책이 되지 않겠는가

 

깊은 밤에 발제(勃鞮)가 먼저 호언(狐偃)의 집으로 살며시 스며들자,

발제(勃鞮)를 보게 된 호언(狐偃)은 깜짝 놀라며 단호하게 말한다.

 

      아니너는 발제(勃鞮)가 아닌가

      호언(狐偃그간 안녕하시었습니까

 

      허허용케도 살아있었구먼?

      너는 참으로 대담하구나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찾아왔는가

 

      발제(勃鞮), 너는 이제 죽으러 찾아온 것이냐

      호언(狐偃죽음이 두렵고 목숨이 아깝다면

      어찌 맨몸으로 찾아왔겠습니까

 

      소신은 중이(重耳공자에게 아무런 원한이 없습니다.

      진문공(晉文公)에게 원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저 옛 주군들이 시키는 대로 하였을 뿐입니다.

 

      진헌공(晉獻公)과 진혜공(晉惠公그리고

      진희공(晉懷公)의 명령을 수행하였을 뿐입니다.

 

      어찌 신하 된 자로 명령을 거역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 발제(勃鞮)는 단지 신하 된 자로,

      그 당시 주군의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발제(勃鞮), 무슨 목적으로 찾아왔는가

      주공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직(社稙)의 존망이 달린 중요한 일입니다. 

      호언(狐偃제 말을 믿지 않으신다면 지금까지

      이룩한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발제(勃鞮), 사직(社稙)의 존망이라 하였느냐

      그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말해보라!

 

      안 됩니다.  호언(狐偃주공을 직접 뵙고

      직접 말씀드릴 때 같이 들으십시오.

 

      호언(狐偃대부께서는 나라를 구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주변을 다 물리치시고 주공과 함께 들으셔야

      어려움을 잘 대비하여 고비를 넘길 수 있습니다.

 

호언(狐偃)은 날카롭게 발제(勃鞮)의 눈동자를 살펴보다가진심이

서려있으며, 용기가 우러나와 찾아왔다는 걸 믿게 되었으므로

발제(勃鞮)와 함께 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주공께 알현을 청한다고 전하여라.

      주공께선 이미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이 호언(狐偃)이 반드시 뵈어야 한다고 전하여라

      호언(狐偃어서 들어오시랍니다.

 

      주공을 모시고 나올 테니 발제(勃鞮)는 기다리게.  

      주공을 설득하고 못 하고는 알아서 하게나!

 

호언(狐偃)이 침실로 들어가자진문공(晉文公)은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어수선한 얼굴로 침상에 걸터앉아있었다.

 

      무슨 일로 한밤중에 찾아왔소

      내관 발제(勃醍)가 제 발로 찾아왔습니다.

 

      지금 발제(勃醍라 하였소?

      그자가 무엇 때문에 나를 찾아온 것이오?

      또 나를 암살하러 온 것이오

 

      주공그건 아닙니다!

      단지 사직(社稙)의 존망과 관계된 일이라며

      직접 뵙고 말씀드리겠답니다.

 

      그놈이 사직(社稙이란 말을 한단 말이오

      옛날 생각이라면 당장 죽이고 싶소.

      그자를 만나고 싶지 않소

 

      주공성인(聖人)도 아무리 보잘것없는 자의 말이라도

      버리지 않고 귀담아듣는다고 하였습니다.

 

      혹여 지난날의 분노에 치우쳐 생길지 모를

      중대사를 놓쳐서는 아니 되옵니다

 

      알겠소!  그자가 어디 있단 말이오

      지금 이 처소 밖에 와 있습니다.

 

진문공(晉文公)은 그래도 마음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는 시종을 불러 밖에 있는 발제(勃醍)에게 말을 전하게 했다.

 

      네가 나를 죽이려다가 잘라버린 옷을

      나는 지금까지도 보관하고 있노라

 

      나는 그 옷을 볼 때마다 너를 잊지 않고 있었노라!

      너는 나와 무슨 원한이 그리 많이 맺혀있어.

      그리도 악착같이 나를 죽이려 하였느냐

 

      내 당장 너를 죽일 수도 있으나,

      지난 과거를 들추어내지 않겠다는 맹세를

      극예(郤芮)에게 한 바이므로 너를 죽이지 않겠도다

 

      지금 당장 여기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너를 붙잡아 참수형에 처하리라

 

이때까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발제(勃醍)는 진문공(晉文公)

이러한 말을 전해 듣자안에서 들으라며 큰소리로 외쳐댔다.

 

      주공은 19년 동안이나 열국을 유랑했다면서

      아직도 세상 물정을 모르십니까

 

      소신 발제(勃醍)는 진헌공(晉獻公)과 진혜공(晉惠公)

      그 당시 군주였기에 명령에 따른 것뿐입니다.

      소신 발제(勃醍)의 뜻이 아니었나이다

 

      주공옛날에 관중(管仲)은 공자 규()를 위해

      제환공(齊桓公)을 활로 쏘아 죽이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제환공(齊桓公)은 과감히 관중(管仲)을 등용하여

      마침내 관중(管仲)의 도움으로 천하 패권을 잡았습니다.

 

      주공께서 소신을 만나주고 안 만나주고는

      주공의 마음이라 하겠으나, 신이 떠나고 나면

 

      머지않아 주공께 큰 환난이 닥칠 것이니,

      소신은 다만 이 문제를 걱정할 뿐입니다.

 

 311 마음을 고쳐먹으면 어떻게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