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34 화. 행복과 기쁨은 어떤 것인가.

서 휴 2023. 8. 3. 15:07

 234 행복과 기쁨은 어떤 것인가.

 

백리해가 서둘러 시()의 친구인 양여진(陽黎津)의 집을 찾아가자,

양여진(陽黎津)과 그의 부인이 예의 바르게 큰절을 올리었다.

 

      소인. 절 받으시옵소서. 양여진(陽黎津) 이옵니다.

      자네가 시()의 친구인가.

      예에, 아직 부족함이 많사옵니다.

 

      어려운 살림에 보살펴주느라 고생이 많았겠네.

      아니옵니다. 서로 좋아 돕고 살 뿐이옵니다.

 

      아버님. 어머님. 절 받으시옵소서.

      며늘아기야. 그동안 고생이 많았구나.

 

      며늘아기야. 울지 마라. 이제 다 모여 같이 살자.

      아버님. 어머님. 고맙습니다.

 

      이리 오너라. 내가 너희들의 할아버지다.

      호오. 절도 잘하는구나.

 

      이름이 무어냐.

      저는 백리선(百里先) 이옵니다.

      저는 백리아(百里兒) 이옵니다.

 

      허 어. 똑똑하기도 하구나.  나이는 몇 살이냐. 

      저는 일곱 살이 옵니다.

      저는 다섯 살이 옵니다.

      며늘아기는 아이들을 잘 키웠구나.

 

인사를 끝내자, 두씨(杜氏) 부인이 나서며, 양여진의 부인에게

고생이 컸을 거라며, 위안을 해주고 격려를 한다.

 

      사돈(査頓). 비단(緋緞)과 금붙이를 받으시오.

      이걸 가지고 집안을 잘 꾸며 보시 오.

      너무나 고맙사옵니다.

 

백리해의 가족은 이제 겨우 낙우당(樂于堂)에 모여 살게 되었으며,

또한 백리시(百里視)는 대부가 되어 서걸술(西乞術). 건병(蹇丙)

함께 병부(兵部)를 맡게 되며, 백리시의 처남인 양여진(陽黎津)

성품이 좋고 무술이 뛰어나, 함께 장수가 되었다.

 

얼마간이 지나자, 양여진(陽黎津)의 부인이 서둘러 두씨(杜氏)

부인을 찾아와 하소연을 겸하여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정경(貞敬) 마님. 저희 집안에 참한 소녀가 있사온데

      성희(成僖)에게만 시집을 가겠다며

      며칠째 밥을 굶고 있습니다.

 

      저런. 성희(成僖)를 어떻게 알게 되었다던가.

      둘은 만난 지 제법 된 듯합니다.

 

      허 어. 그런가. 그 집안은 어떠한가.

      괜찮게 살고 있사오나?

 

      성희(成僖)가 외로운 고아(孤兒)며 늙은 노총각이라며

      너무나 반대(反對) 하고 있습니다.

 

      아니, 성희(成僖)가 왜 고아(孤兒)인가.

      () 나라 완성(宛城)에 집안이 있고

      우리가 다 같이 사는 식구(食口)가 아니겠는가.

 

      그 소녀(少女)가 얼마나 좋은 품성(品性)을 가졌는지

      먼저 그게 중요(重要) 할 것이다.

      내 직접(直接) 그 소녀(少女)를 만나보리라.

 

      으음. 괜찮은 소녀(少女)로다.

      사돈(査頓)은 혼사(婚事)를 서둘러주게.

 

두씨 부인은 양여진의 부인을 앞세워 흔쾌히 승낙하며 신붓집에

예물(禮物)도 보내고 남부럽지 않게 신혼살림을 차려주었다.

 

       백리해는 십여 년이나 같이 지냈던

       지난날을 회상(回想)하며 성희(成僖)

       부모(父母) 노릇을 단단히 하여주고 있었다.

 

좌서장(左庶長) 나리. 옛날 부하(部下)였다면서 꼭 만나야 한다고

고집(固執)을 부리며 돌아가지 않고 계속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구인가. 들어오라 하여라.

      나리. 소인을 알아보시겠습니까

 

      아니. 요세(繇勢)가 아닌가.

      아니.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우공(虞公)께서 돌아가시자, 미루나무 골에 가서

      살피고 난 후 또다시 미루나무 골에 갔었지요.

 

      미루나무 골에 간지가 얼마나 되느냐.

      칠팔 개월 남짓합니다.

 

      성희成僖가 다녀가고 난 뒤에 간 것이냐.

      예에, 그렇습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건강健康 하시더냐?

      두 분께서는 잘 계시오며 늘 나리의 말씀을

      많이 하시며, 한번 보고 싶어서 하십니다.

 

      건강(健康) 하시다니 참으로 다행(多幸) 한 일이다

      진(晉) 나라 땅이니, 먼 곳이라 갈 수도 없고

      언제 한번 찾아오시면 좋으련만

 

      연세(年歲) 가 많으시니, 그리되겠느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로다.

 

      그래 남매(男妹)는 어떻게 되었느냐.

      난진(欒軫) 누나는 시집을 가고 난진(欒軫) 이는

      큰누나를 찾아야겠다며 집을 나갔습니다.

 

      난진(欒軫)은 어떤 성품인가

      똑똑하여 공부(工夫) 도 잘하고 몸집도 크며

      무예(武藝) 도 잘 익혀 장차(將次) 장수(將帥) 감입니다.

 

      그러한가. 잘 컸구나.

      난진(欒軫)이 집을 나갔다는데 아느냐.

 

      . 큰 누나를 찾는다고 하였으니

      아마 이곳 진(秦) 나라에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당분간 낙우당(樂于堂)에서 같이 지내며

      이곳 병부(兵部)에서 근무(勤務) 토록 하여라.

 

      그리고 그돈안 혼인(婚姻)은 하였겠지.

      남매(男妹) 자식(子息)이 열 살이나 넘었습니다.

 

      허 어 참, 다행(多幸) 이로구나.

      짬을 봐, 가족(家族)을 빨리 데려오고

      우리같이 열심히 살아보자.

      예에. 너무나 감사(感謝) 하옵니다.

 

백리시(百里視)는 아버지 백리해(百里奚)로부터 자초지종 이야길

다 들으며 요세(繇勢)를 소개받자, 훈련원으로 가게 되었다.

 

둘이는 훈련원에서 대련하며, 요세(繇勢)의 책임감 있는 성품과

출중한 무예 솜씨에 매우 흡족해져 훈련 교관을 담당하게 하였다.

 

      패싸움이 벌어졌다고 하였느냐.

      .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었느냐. 아닙니다.

      칼로 싸우느냐. 아닙니다.

 

      옹성(雍城)의 많은 젊은이가 모여

      몽둥이와 작대기로 싸우고 있습니다.

      다행이다. 어떤 패싸움이냐.

 

      옹성(雍城)의 젊은이들과 거지 떼들이

      물러서지 않고 치열하게 싸우며

      서로 숫자가 너무 많아 큰일이 나겠습니다.

 

해가 질 무렵에 긴급한 연락을 받고, 백리시(百里視)는 요세(繇勢)

함께 달려가 싸움판을 보게 된다. 싸움판은 정말 장관이었다.

 

       옹성(雍城)의 젊은이들은 훈련받아 자기 목은

       하고 있는데, 거지 때들의 저런 솜씨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백리시(百里視)가 훈련시킨 옹성(雍城)의 젊은이들의 무예 솜씨도

당할 자가 없는데, 옹성(雍城)의 젊은이들을 몰아세우고 있는,

거지 때들의 솜씨가 더 보통이 아니었으므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백리시(百里視)와 요세(繇勢)는 한동안 구경만 하고 있었다.

 

      더 싸우면 불상사가 날 것 같다

      빨리 싸움을 멈추게 하라.

 

      나는 교관(敎官) 요세(繇勢) .

      군사(軍士) 들은 싸움을 멈추게 하라.

 

      멈추어라. 싸움을 멈추어라.

      . 싸우게 되었느냐

 

      옹성(雍城)의 젊은이들이 우리를 양아치라

      놀려대며 우리 한 명을 집단구타 했습니다.

 

      다친 사람은 빨리 치료하여주어라.

      다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양식을 풀어주어라.

      아닙니다. 거지들도 제 입 가림은 할 줄 압니다.

 

거지 떼들이 씩씩거리며 돌아가는데, 요세(繇勢)는 한 거지가

눈에 익어 반신반의(半信半疑) 하며 물어보게 된다.

 

      잠깐. 조금 전에 앞장섰던 자가 누구냐.

      어서 앞으로 나와라.

 

요세(繇勢)는 거지들이 모두 웅성거리며 한 거지를 손가락질하며

큰 소리로 부르자, 젊은 거지는 요세(繇勢)에게 무릎을 꿇는다.

 

      아저씨. 저 난진(欒軫) 이옵니다.

      너는 왜 나를 피하려 하느냐.

      거지가 되어 너무 부끄럽습니다.

  

      그래. 내가 넌 줄 알았다.

      어서 날 따라와라. 빨리.

 

요세(繇勢)는 난진(欒軫)을 낙우당(樂于堂) 집에 가서 목욕시키고,

옷을 갈아입히고는 두씨(杜氏) 부인에게 인사를 시켰다.  다음 날이

되자, 두씨(杜氏) 부인은 난진(欒軫)을 데리고 목희(穆姬)를 찾아뵌다.

 

      난순(欒順)이의 동생이라 하였느냐.

      군부인(君夫人) 마마, . 그렇사옵니다.

      어서 빨리 난순(欒順)을 불러라.

 

백소아(百素蛾)가 어린 시녀(侍女)에게 눈짓하자 눈치 빠른 어린

시녀가, 침방(針房)으로 달려가더니 난순(欒順)을 데리고 들어온다.

 

      큰누나. 저 난진(欒軫)이 입니다.

      이놈아. 왜 이제야 찾아왔느냐.

 

목희(穆姬)는 두 형제가 부둥켜안고 목 놓아 우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눈시울 적시며,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그래. 더 울어라. 속이 트일 때까지.

      실컷 울어야, 맺힌 한(恨)이 풀리느니라.

 

목희(穆姬)의 조용한 목소리에 난순(欒順)과 난진(欒軫)의 깊은

울음이 그쳐지며, 남매는 일어나 목희(穆姬)에게 큰절을 올리었다.

 

      군부인(君夫人) 마마, 너무나 고맙사옵니다.

      난진(欒軫) 이가 살 곳은 있겠는가.

      군부인(君夫人) 마마, 제가 손자처럼 돌보겠습니다.

 

 235 인연 따라 모이게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