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1 화. 급할수록 침착해야 한다.
금(笒)은 가로로 비껴들고, 한쪽 끝부분에 있는 취구(吹口)에 입술을
대고, 바람을 불어 넣어 소리를 내는 죽부(竹部)의 공명(共鳴) 악기다.
생황(笙簧)은 둥근 박통에 17개의 죽관(竹管)을
꽂아 만들며, 옆에 튀어나온 취구에 입을 대고
불면 황(簧)이 진동하면서 소리를 낸다.
주(周) 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기원전 1046년대에는
청동기 시대를 겪으면서, 구리(銅)로 만든 종(鐘)이나,
청동제 타악기인 정(鉦)은 우리의 징과 비슷하다.
특종(特鐘)은 구리(銅)로 만든 종(鐘)으로
길이가 50cm 정도이며 나무망치로 친다.
둥근 접시 모양의 작은 징(小鑼)을 나무틀에 10개나
달아매고 작은 나무망치로 치는 운라(雲鑼)도 생겨난다.
춘추시대(春秋時代)는 기원전 770년대부터 시작되어, 그때는 이미
철기시대였으며, 칼과 창과 화살촉이 모두 철로 만들어지면서,
전쟁이 크게 벌어지는 역할을 돕게 되었다.
그때부터 청동과 철을 합금한 악기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일반 백성들이 좋아하는 원뿔꼴의 나팔(喇叭)도
구리(銅)와 철(鐵)의 합금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고대 중국은 고조선이 다스리던 지역인바, 같은
문명권이었으므로, 우리 악기와 비슷한 것이 많아,
우리 악기 이름을 적용했다.
악단장은 대금(大笒). 중금(中笒). 소금(小笒). 피리(觱篥). 단소(短簫),
퉁소(洞簫). 횡적(橫笛) 등, 디지(竹笛)와 함께 향비파(鄕琵琶). 지(篪).
후(篌). 공후(箜篌). 아쟁(牙箏). 생황(笙簧)을 앞줄에 배치하며,
뒷줄에 정(鉦). 박(拍). 금(琴). 어(敔). 소금(小金). 석경(石磬). 뿔 나팔.
뿔피리, 소라 나팔, 질 나팔(喇叭)과 함께 양옆에 큰북을 세워놨고,
대취타(大吹打)를 편성하였으므로 반주단의 모양새가 그럴듯하였다.
백소아百素蛾는 두 분의 상경과 대부들과 종친들 앞에
음식 탁자를 갖다 놓은 걸 일일이 멀리서 점검하며,
차려진 음식과 술을 충분히 준비되었는가. 또한
다 먹은 음식은 다른 음식으로 바꿔드릴 수 있는가,
술병인 표주박이 비면 재빨리 바꿔주도록
시녀들에게 꼼꼼히 거듭 마지막 점검을 했다.
두씨(杜氏) 부인도 예쁘게 보이려, 무대화장에 애를 썼으며, 옷도
맵시를 내느라 정성을 다하였지만, 빠짝 긴장하고 있다.
두씨(杜氏) 부인은 너무 긴장한 탓일까.
몽롱해지면서 혼자서 걱정을 하게 된다.
사람이 성공하면 옛일은 잊어버린다는데
나를 알아보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더구나, 모르는 체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별생각이 다 들어 가슴이 두근거린다.
거문고의 현(玄)은 소리를 끌어당기기도 하고, 흘려버리기도 하고,
굴리기도 하면서, 손가락의 힘에 변화를 주어 현(玄)을 누르는
위치를 자주 옮겨주며, 누르는 위치를 그대로 두고도,
줄을 비틀기도 하고, 손가락 끝으로 튕겨내며, 음과 음 사이에서
미세한 음정을 만들어내야! 하므로 많은 숙련이 필요한 악기이다.
숙련된 고수(高手) 들만이 거문고의 비단 현(玄)을
누르거나 튕겨내면서, 나오는 소리가 노랫소리에 맞추어
사람의 목소리와 함께 합창(合唱)시킬 수가 있다.
악단장은 마지막 예행연습을 이미 마쳐 있었으나,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니면서 지침(指針)을 주기에 바쁘다.
두씨(杜氏) 부인. 잘 들으시오.
첫 번째가 견우(牽牛)와 직녀(織女)의
애달픈 사랑 노래 오작루(烏鵲淚)이며
두 번째가 연회에 참석한 손님들을
축복하는 노래로 육소(蓼蕭)가 될 것이며
세 번째가 어여쁜 소녀가 매실(梅實)을 던지며
사랑할 짝을 기다리는 표유매(摽有梅) 입니다.
절대로 잊으시면 안 됩니다.
옹성(雍城)의 유지들이 시끌벅적하게 앉으며, 종친 들과 대부들이
앉고, 마지막으로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가 나란히 앉았다.
이에 시녀(侍女) 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탁자마다
음식과 술이 담긴 표주박을 갖다 놓기에 바빠진다.
악단장이 일어나 대취타(大吹打)를 지휘하니, 취주악(吹奏樂)이
먼저 울리고, 북을 치는 고인(鼓人)이 힘차게 북을 두드리며,
취타(吹打) 풍류(風流)가 울리면서 공연이 시작된다.
야오구(腰敲 요고)를 멘 어여쁜 소녀들이 나아가
야들한 몸매를 뽐내며 어여쁘게 춤을 추고
녹색의 청삼(靑杉)을 입은 남녀가 쌍을 이루어
상아(象牙)나 짐승의 뼈로 조그맣게 만든
아박(牙拍)을 엄지와 검지의 손가락에 끼우고
서로 음율에 맞추어 딱딱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흥겹게 아박무(牙拍舞)를 춘다.
세 사람이 한 덩어리가 된 사자가 나오며
춤꾼들이 흥을 돋우어 흥겹게 사자춤을 추며
분위기를 들뜨게 잡아가기 시작한다.
얼후를 들고 노래 부르는 가수와 고쟁이를 들고 노래 부르는
가수와 향비파(鄕琵琶)를 뜯으며 노래를 부르면서 차례대로
나아가, 저마다 가진 기량을 모두 발휘하려 애를 쓴다.
사이사이에 개인 요술이나 체조하는 아슬아슬한
묘기나, 무용수가 나와 멋들어진 춤을 추며
짤막한 연극이나 만담도 곁들여진다.
두씨(杜氏) 부인은 오후 세 시가 넘어 차례가 돌아왔다.
두씨(杜氏) 부인은 한판의 운명이 걸린 노래를 불러야 한다.
두씨(杜氏) 부인은 천천히 걸어 나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오작루 烏鵲淚
아 아. 슬퍼라.
임은 그날까지 올 수 없다니
내 마음도. 저 까마귀도. 저 까치도
자꾸만 눈물 흘리네.
보고픈 마음을 어찌 기다림으로 달래라 하시오.
보고픈 마음을 어찌 눈물로 달래라 하시오.
기다림에 지쳐 내 가슴에 맺힌
붉은 피가, 온 은하수를 붉게 물들이며
한없이 흘러가기만 하네.
외로운 마음에 허허로운 바람만 스치고
애타는 내 마음 바람결에 멀리 날려 보내도
아무런 대답조차 없어
피맺힌 내 마음만 부는 바람에 찢겨나가네.
일 년에 한 번이라니,
그 한 번의 날마저 왜 이리 더딘지 눈물만 흐르네.
저 까마귀도 저 까치도 허공의 은하수를 바라보며
내 마음처럼 기다림에 지쳐 울고 우네.
오작루(烏鵲淚)는 직녀(織女)가 견우(牽牛)를 간절히 보고파 하는
노래로, 아주 애절하게 부르니 듣는 사람의 가슴을 애간장을 끊는
듯하게 만든다.
백리해(百里奚)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노래에 움찔하며, 고개를
앞으로 쭉 빼내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어 노려보고 있었다.
저 여인은 누구일까?
저 여인이 어쩌면 저리 애달프게 노랠 부를까?
멀리 떨어져, 무대화장을 짙게 하여
누구인지 알 수가 없구나.
거참 이상하구나. 그래 옛날 내가 듣던 노래인데,
저 거문고 소리, 저 목소리, 듣던 소리인데
어떻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
하기야. 오작루(烏鵲淚)는 누구나 부르는 노래이지
그렇지! 아니야, 아닐 거야!
백리해(百里奚)가 고개를 쑥 빼 거문고를 치는 여인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는 다시 편안히 앉고 만다.
모든 관객은 백리해(百里奚)의 아주 긴장하는 이상한
모습을 보다가, 거문고를 타며 노래 부르는 여인을
번갈아 보면서 갈채의 손뼉을 치게 되었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란 말이 있다.
외로울 고(孤). 손바닥 장(掌). 어려울 난(難). 울 명(鳴).
손바닥(掌)이 외로우면(孤) 울리기(鳴)가 어렵다(難).
하나의 손바닥으로 손뼉 소리가 나지 않듯
혼자 힘으론 일해내기가 어려우니
모든 사물은 짝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마음이 흘러 마음으로 전해진다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말처럼
둘이서 서로 마음이 통해야! 한소리를 낼 수 있다는 뜻이리라.
마음에도 전기(電氣)가 흐른다고 한다.
흐르는 전기(電氣)는 상대를 감전(感電) 시키며
보내는 마음을 받아주게 만든단다.
사람의 목소리는 세월이 흘러가며, 늙은 몸에서 쉰 소리가 섞여
나오나, 바탕에 깔린 음색은 남아있어,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도,
쉰 목소리가 전류처럼 흘러 들어가, 옛 마음에 감전을 일으켜
서로의 마음을 통하게 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어울려 제각각 떠들어도, 알던
목소리를 가려낼 수 있는 신비함을 신께서
만들어 주셨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악단장은 몹시 긴장하게 되며, 무대 뒤에서 숨어서 보던, 백소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내 남편 백리해(百里奚)가 아직,
저리도 나를 알아보지 못한단 말인가?
고생하던 사람이 높은 자리에 앉으면
마음이 변하여 구차(苟且)한 옛일은
모두 잊으려 하는 게 세상 사람들이란 말인가?
그렇다. 바쁜 세상에 살면서
하루하루 닥치는 일에 전념하다 보면
지나간 과거사는 잊힐 수도 있을 거야!
제 232 화. 어떤 마음으로 노래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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