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5 화. 인연 따라 모이게 되는가.
두씨(杜氏) 부인의 말에 모두의 분위기가 평온해졌으며 모두다
목희(穆姬)에게 큰절을 하고 나오자, 따라 나온 난순(欒順)이 눈물
글썽이며, 두씨(杜氏) 부인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올리었다.
할머니. 저 요.
으응. 나를 불렀느냐. 말해보아라.
예. 할머니, 어린 남매가 있는데 거두어주십시오.
네 형제냐.
친형제는 아닙니다만 거두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럴 이유가 있느냐.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만,
부모가 잘못되어 하루아침에 거지가 된 아이들입니다.
부모도 없이 단둘이란 말이냐.
예에. 전쟁판에 다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아니었더라면
저희 남매도 거지가 되어 헤맸을 겁니다.
꼭 도움이 필요하단 말이지.
할머니. 제가 여기서 살게 되면
그 어린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 데려와 보아라.
정말 고맙습니다. 할머니.
난진(欒軫)은 기쁜 마음으로 쫓아 나가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어린
남매를 깨끗이 씻기고 데리고 와서, 인사를 올리게 하였다.
할머니시다. 어서 인사 올려라.
할머니. 안녕하셨어요.
으응. 몇 살이나 되었느냐.
저는 아홉 살이옵고 동생은 일곱 살입니다.
네 이름이 무엇인고.
저는 성일휘(成鎰輝) 입니다.
누이동생은 성순아(成順兒) 입니다.
어린 남매가 똑똑해 보이는구나.
며늘아기야. 이 남매를 거두어줄 수 있겠느냐.
어머님. 잘 키워보겠습니다.
그래. 정말 고맙구나.
나도 어려울 적에 선(先)이 아비를 데리고
고생을 숱하게 하였느니라.
애들을 보니 눈물이 나는구나.
어머님. 염려 놓으십시오.
저도 오빠와 함께 설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머님, 어미 노릇을 단단히 하겠습니다.
며늘아기야. 고맙구나.
자, 다들 엄마에게 절하여라.
큰애 일휘(鎰輝) 야. 동생이 셋이나 되는구나.
동생들이 싸우더라도 편을 들어선 안 된다.
공평하게 다들 잘 돌봐 줘야 한다.
똑같은 동생들이니까. 알겠지.
예. 할머니. 잘할게요.
옳지. 순아(順兒) 도 알겠지.
예. 할머니. 싸우지 않을게요.
그래 다 같이 형제가 된 거야.
이제 싸우지 말고 서로 도우며 잘 지내야 한다.
백리해(百里奚)가 퇴근하여 낙우당(樂于堂)에 들어오자, 이미 이야기
들은 대로 벌써 아이들 소리가 들리며 시끌벅적하다.
하루아침에 세 식구가 늘어났구나.
성희(成僖)가 장가를 가서 딴 살림을 차리고
요세(繇勢)도 가족과 나가 사니 텅 빈듯하더니
이제 식구가 늘어나니 사람 사는 것 같구나.
하하. 어린아이가 넷이나 되니
오늘부터 바람 잘 날이 없겠구나.
며늘아기가 고생이 많게 생겼어.
잘 챙겨주고 잘 가르쳐 주어라.
예에. 아버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이들은 금세 자란단다.
키울 때는 힘들지만 지나고 보면 잠시란다.
며늘아기야. 아이들이 싸울 때는
옳고 그름을 가리더라도 편(便)은 들지 마라.
비록. 네 속으로 낳지 않았더라도
네 자식으로 품는 방법이니라.
어릴 때 마음의 상처는 평생을 가느니라.
모두 다 네 자식으로 만들어라.
그리고 네 명 다 서당(書堂)에 보내
공부를 잘하도록 보살펴주어야 한다.
아버님. 말씀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꼭 그렇게 하여 제 자식으로 만들겠습니다.
會者定離 去者必返 生者必滅 (회자정리 거자필반 생자필멸)
만날 회(會). 놈 자(者). 정하다 정(定). 헤어질 리(離).
갈 거(去). 놈 자(者). 반드시 필(必). 돌이킬 반(返).
날 생(生). 놈 자(者). 반드시 필(必). 꺼질 멸(滅).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으며
떠나간 것은 언젠가 돌아오게 되며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기 마련이다.
그릇되게 돌아가는 일은 결국에는 올바르게
정리되며, 시작된 일은 끝이 있기 마련이다.
이 말은 법화경(法華經)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법화경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줄여서 부르는 이름이다.
이는 대승불교에서 전하는 이야기로,
내용이 길고 사상적으로 돌출된 불경이다
묘법연화경은 천태종의 근본 경전으로 화엄종과 함께
우리나라 불교사상 확립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
백리해(百里奚)는 이제 주변이 안정되자, 똑똑하고 성실하게 보이는
난진(欒軫)을 불러 마음속의 포부를 물어보게 된다.
네 나이가 몇 살이나 되었느냐.
이제 열여덟 살입니다.
으응. 벌써 그리되었구나.
그만한 나이면 장가갈 나이도 되고
나랏일을 하여야 하지 않겠느냐.
장차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
저는 외교(外交)의 일을 보면 좋겠습니다.
외교(外交)의 일이라
왜 외교(外交)의 일을 보고 싶어하느냐.
세상을 많이 돌아다녀 보아, 세상 물정과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는 하다만, 외교(外交) 라는 게
많은 걸 미리 알아내야 하고,
장차(將次)의 일을 잘 판단하여야 하니
장수(將帥)가 되어 싸우기보다 더 어렵단다.
그래 잘 해낼 수 있겠느냐.
나라를 위하여 열심히 하여 보겠습니다.
그리고 난진(欒軫) 아.
너는 무예를 누구에게서 배웠느냐.
평소 형님이라고 불렀지만
이젠 매형이 되었습니다.
매형(妹兄)의 이름이 무엇이냐.
서리보(胥利父)라 부릅니다.
으음. 그러한가.
요세(繇勢)가 마침 잘 왔구나.
무슨 일이 있느냐.
아니옵니다. 그저 인사차 들렸습니다.
요세(繇勢)는 난진(欒軫)의 무예를 더 가다듬게 하고,
매형 되는 서리보(胥利父)를 불러오게끔 하여보아라.
그리고 품성을 확인하고 추천하여라.
예에. 서리보(胥利父)를 만나면 그리하겠습니다.
난진(欒軫) 아. 네 매형은 언제쯤 올 것 같으냐.
무예를 익힌다며 떠나가, 집에 있지 않습니다.
진목공(秦穆公)은 신료(臣僚)들이 다 모여 조례(朝禮)가 열리게 되자,
좌중을 둘러보며, 생각하였던 바를 이야기한다.
우리도 초(楚) 나라처럼 말(馬) 목장을 만들면 어떻겠소.
좌서장(左庶長)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주공, 신 좌서장(左庶長) 백리해(百里奚) 이옵니다.
진(秦)나라는 산이 험준하고 거칠며 춥기도 한 곳이라
강한 말을 키우기에 좋은 여건이 되겠습니다.
좋소. 가까운 날에 양산(梁山) 쪽에서 사냥도 하고
말(馬) 목장 자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어떻겠소.
주공, 좋은 방안이 옵니다.
모처럼 진목공(秦穆公)이 다 함께 사냥하러 가자고 하자, 신료들이
모두 기분 좋게 출발하였으며, 양산(梁山)의 울창한 숲을 둘러싸며
저녁까지 사냥하고 나자, 서로들 모여들어 사냥감을 맛있게 구워
먹으며, 화기애애(和氣靄靄) 하게 이야기를 펴기 시작한다.
주공. 소나 말도 기장쌀과 귀리를 좋아하지요
기장쌀은 알지만, 귀리가 무엇이오.
귀리는 연맥(燕麥) 이나 작맥(雀麥) 이라 하며
밀(麥)이면서 쌀 맛이 나는 곡식(穀食) 이며,
거친 산에서 잘 자랍니다.
산 밑을 개간하여 논이나 밭을 만들게 되면
밭에는 옥수수나 감자(莒거), 농사를 지을 수 있으며
비탈 부분에는 기장쌀과 귀리를 심을 수 있습니다.
알곡은 밥이나 수제비나 국수로 만들어 먹으며
껍질인 짚은 다른 풀과 섞어 건초(乾草)를 만들면
이 건초(乾草)는 비오는 날이나 겨울철의 사료가 됩니다.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일이군요.
주공, 그렇사옵니다.
좋소, 그렇게 되도록 해봅시다.
주공, 신 우서장(右庶長) 건숙(蹇叔) 입니다.
목장은 물과 가까워야 하므로
물이 많은 강이나 천에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제 236 화. 더 큰 꿈을 향해 결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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