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2 화. 어떤 마음으로 노래 부르나.
두씨(杜氏) 부인이 한참 망설이자, 악단장이 안타까워 손짓하니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며 거문고에 손을 올리려 한다.
내 남편 백리해(百里奚)도 그런 사람일까?
역경 속에 지나간 과거사는 구차(苟且)하다며
모두 다 잊어버리고 살고 있다는 것인가?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이 되고 말았단 말인가?
그럴까? 그저 그런 사람일까?
아니야! 그럴 리가 없을 거야!
백리해(百里奚)는 설마 하며 두씨(杜氏) 부인의 모습을 노려본다.
두씨(杜氏) 부인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함에 너무 섭섭한 마음이
앞섰으나,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 거문고에 손을 올리고,
두 번째 노래인 육소(蓼蕭)를 부르기 시작한다.
육소(蓼蕭)는 국화과(菊花科)의 여러해살이풀로
크게 다 자란 쑥으로, 우리는 다북쑥이라 한다.
쑥은 이슬을 머금으며 자란다, 하여,
신성한 주술적 효능이 있다고 하였으므로,
사람을 보살펴 주는 약초로 사용되고 있다.
쑥에 이슬이 맺혔다는 표현은 이미 좋은 인연이 맺혀 있기에,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는 뜻으로, 제례에 참석한 손님들을 축복하는 노래다.
육소(蓼蕭)는 시경(詩經)의 소아(小雅) 편에 들어 있으며, 시경은
고대 사회에서부터 춘추시대 중인, 기원전 550년대까지 살아오던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시와 노래를 모아 엮어 만든 책으로,
중국 최초의 시가집(詩歌集) 이다.
공자(孔子)가 천하를 돌아다니다, 60이 넘은 만년에
고향에 돌아와 제자들을 가르치며, 시경(詩經)을
만들고는,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정이
시와 노래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공자(孔子)는 시와 노래는 사실적이면서도 진정성이 있어,
거짓 없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람의 마음을 순화시키고
안정시키면서, 새로운 생각과 깨달음을 하게 한다고 말하였다.
사람의 마음을 어질(仁)게 하는 데는, 이보다 더한
본보기가 없다면서, 제자들에게 시(詩)를 적극적으로
공부하면 좋겠노라고 말하였다.
고대로부터 전승되어 흘러오는 민속 노래가 3,000여 편이 넘었으나,
공자(孔子)가 이를 305편으로 선별하고는. 사침(思沈) 하여야
사무사(思無邪)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이 뜻은 깊이 생각할수록 사특(私慝) 함이 없어진다는
것이며, 읽으며 깊이 생각하여야, 사악(邪惡) 함이 없는
올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사특(私慝) 함이란 자기만이 아는 나쁜 생각이란 뜻일 것이다.
시경(詩經)은 크게 풍(風), 아(雅). 송(頌). 세 가지로 분류된다.
풍(風)은 민간에서 부르는 노래로 160편이나 되며,
아(雅)는 소아 74편과 대아 31편으로,
제후 나라의 궁중에서 부르던 노래들이다.
송(頌)은 주송(周頌) 31편과 노송(魯頌) 4편이며,
상송(商頌) 5편인데, 주로 조상임과 신에게
제사 지내는 노래들이다.
주송(周頌)은 주(周) 나라 때의 노래이며
노송(魯頌)은 노희공(魯僖公) 때의 노래이며
상송(商頌)은 상(商) 나라 때의 노래이다.
시경(詩經)의 내용은 광범위하며, 통치자들의 삶의 행적과 귀족들의
생활상과 부패함을, 그리고 일반 백성들의 사랑과 이별과 끈끈한
정(情)의 모습이 소박하게 그려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사대성인 중의 한 사람인 공자(孔子)가 기원전
550년에 태어나 기원전 479에 71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으며,
시경(詩經)은 공자(孔子)가 돌아가시고 난 후인
기원전 470년경까지 계속 편집하여 만든 책이 된다.
이후로도 활발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어,
한대(漢代)에서 유가(儒家)의 경전(經典)에 편입되게 되며,
시경(詩經)을 오경(五經) 중에서도 으뜸으로 삼는다.
육소(蓼蕭)는 많은 제후가 왕실의 천자를 알현하였을 때, 천자가
천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연(酒宴)을 베풀어 주며
왕실에서 연주하던 악가(樂歌) 이다.
또한, 백성들은 제례(祭禮)에 참석한 손님들을, 모두 좋은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다면서, 손님을 반기며 축복하는 노래로 불렀다.
육소(蓼蕭)
蓼彼蕭斯 零露瀼兮 (육피소사 령로서혜)
旣見君子 我心寫兮 (기견군자 아심사혜)
燕笑語兮 是以有譽處兮 (연소어혜 시이유예서혜)
다 자란 저 큰 다북쑥 이슬에 젖어 촉촉하구나.
이제 임을 만나보니 내 마음 후련하여지누나.
잔치에 서로 웃으며 이야기 나누니
이에 즐겁고 마음 편안하도다.
蓼彼蕭斯, 零露瀼瀼 (육피소사 령로양양)
旣見君子, 爲龍爲光 (기견군자 위용위광)
其德不爽, 壽考不忘 (수덕불상 수고불망)
다 자란 저 큰 다북쑥 이슬에 듬뿍 젖어있구나.
이제 임을 만나보니 가없는 영광이로다.
그대의 덕을 그르치지 않으려니
잊지 않으며 오래오래 살아가리라.
蓼彼蕭斯, 零露泥泥 (육피소사 령로니니)
旣見君子, 孔燕豈樂 (기견군자 공연개제)
宜兄宜弟, 令德壽豈 (의형의제 영덕수개)
다 자란 저 큰 다북쑥, 이슬에 함빡 젖어있구나.
이제 임을 만나보니, 즐겁고 편안하여지누나.
그 형에 그 아우라, 착한 덕에 즐겁게 오래 살리라.
蓼彼蕭斯, 零露濃濃 (육피소사 령로농농)
旣見君子, 鞗革沖沖 (기견군자 조혁충충)
和鸞雝雝, 萬福攸同 (화란웅웅 만복수동)
다 자란 저 큰 다북쑥, 이슬에 흠뻑 젖어있구나.
이제 임을 만나보니, 가죽 고삐 많이도 드리웠구나.
방울 소리 딸랑딸랑 만복을 함께 비노라.
두씨 부인이 육소(蓼蕭)를 밝으면서도 힘차게 부르자, 백리해는 깜짝
놀라면서, 두씨 부인을 멍하게 바라보며, 마음을 가다듬지 못하여,
꼼짝 못 한 채로 노려보기만 하였다.
아니, 내 마누라가.
그렇게 찾으려 애쓰던 내 마누라가,
여기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니,
생시야, 꿈이야 갑작스레 만나게 된다니
너무나 감격스러운 일이로구나.
관중들은 백리해가 또 왜 저럴까, 무슨 일인가 하며 바라보다가,
백리해와 두씨 부인을 번갈아 보게 되면서, 하나둘 손뼉을 치니
모두 함성을 지르며 다 함께 손뼉을 쳐댄다.
악단장은 재빨리 나아가 급히 손짓하며,
세 번째 매실(梅實)을 던지며.라는 노래인
표유매 (摽有梅)를 빨리 부르라고 독촉한다.
두씨 부인이 백리해를 노려보고 있으니,
장내의 관중들이 오히려 긴장하게 되며
또다시 두 사람을 모두가 번갈아 보게 된다.
두씨 부인은 천천히 거문고에 손을 올리며, 지정해준 노래를 부르려
목청을 가다듬으려다 너무 슬퍼진다.
아직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까.
정말 몰라본다는 것인가.
혹여, 모르는 체하려는 짓은 아닐까.
이에 구곡간장(九曲肝腸)이란 말이 있다.
아홉 구(九). 굽을 곡(曲). 간 간(肝). 창자 장(腸).
간(肝)과 창자(腸)가 아홉 번이나 꼬였다는 뜻인가.
간(肝)과 창자(腸)가 굽이굽이 서렸다는 말인가.
배 속의 간과 창자가 아홉 번이나 꼬였다는 말을 구곡간장(九曲肝腸)
이라, 한다니 비유적(比喩的)인 말이라 해도. 얼마나 애가 탔으면
아홉 고비를 넘겨야 하듯 그렇게 힘든 고통의 심경을 말하는 것일까.
하기야, 누구나 말을 안 할 뿐
애달픔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리오.
굽이굽이 깊고 깊이 숨겨진 안타까운 마음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
두씨 부인은 백리해를 노려보다가, 한참 만에 가슴과 허리를 펴며.
너무나 한(恨)에 서렸던 마음이 한데 뭉쳐지면서, 힘찬 손가락이
거문고에 올라가기 시작한다.
百里奚 五羊皮 憶別時 (백리해 오양피 억별시)
烹伏雌 春黃虀 炊扊扅 (팽복자 용화제 취염이)
今日 富貴 忘我爲 ( 금일 부귀 망아위 )
백리해 여, 염소 가죽 다섯 장이여
이별하던 그때를 기억하시나요.
암탉을 삶고 서숙을 절구질하여
문짝으로 익히던 그때를
오늘날 부귀하시니 나를 잊으셨나요.
百里奚 五羊皮 (백리해 오양피)
父梁肉 子啼饑 (부양육 자제기)
夫文繡 妻澣衣 (부문숙 처한의)
嗟乎 富貴 忘我爲 (차호 부귀 망아위)
백리해 여, 염소 가죽 다섯 장이여
아비는 고기를 뜯고 자식은 배고파 우는구나.
남편은 비단옷 입고 아내는 빨래를 빨고 있네.
슬프다 부귀하시니 나를 잊으셨나요.
百里奚 五羊皮 (백리해 오양피)
昔之日 君行而我啼 (석지일 군위이아제)
今之日 君坐而我離 (금지일 군좌이아이)
嗟乎 富貴 忘我爲 (차호 부귀 망아위)
백리해 여, 염소 가죽 다섯 장이여
지난날 그대 떠날 때 나는 슬피 울었소.
오늘날 그대는 높이 앉아있건만
나는 마당 아래 떨어져 있네요.
슬프다, 부귀하시니 나를 잊으셨나요.
두씨(杜氏) 부인은 노래를 부르다 못내 참지 못하여 거문고에
쓰러질 듯 엎어지자, 거문고는 커다란 굉음을 일으켰으며,
또한 어깨를 들먹이며, 한 맺힌 소리로 울어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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